제288화
288화
기존 토트윈의 세계관을 뒤집어, 한국의 요괴로 변신한 신곡 ‘밤이 온다’는 투어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압도적인 스트리밍 횟수를 기록했다.
투어의 첫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도 영향이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조회 수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은 뮤직 비디오의 퀄리티였다.
이번에 처음 입은 한복 느낌의 의상과, 각자 맡은 요괴의 모습들.
화장과 간단한 분장으로 느낌만 냈을 뿐이지만, CG 효과로 주변을 그럴듯하게 바꾸어 놓으니.
ㅡ 미친!! 구미호라니!!
ㅡ 와…… 처음부터 이걸로 컨셉 잡고 나왔어도 개쩔었을 듯
┖ ㅇㅈ;; 좀 더 친숙하기도 하고 ㅠㅠ 진짜 너무 좋다
ㅡ 뮤비에 돈을 얼마나 부은겨;;
┖ 모카 엔터 토트윈 덕분에 돈 겁나 벌잖음
투어 이후 공개되었던 음원과 뮤직비디오에 대한 호평은 며칠이 지난 지금도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모카 엔터테인먼트 측에서는 어마어마한 자금을 투자하기도 했다.
싱글 앨범에 이렇게 많은 돈을 쏟아부어도 될까 싶었지만, ‘투어 기간이니까’라는 말로 장 대표가 직원들의 걱정을 막아 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밤이 온다’의 무튜브 조회 수는 4일 만에 5천만의 조회 수를 기록하는, 기존 기록 및 토트윈의 역대급 기록을 상회하는 결과물을 냈다.
“이거, 조만간 1억도 뚫겠는데여.”
안단테는 신기한지 연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현재 그들이 있는 곳은 일본.
한국에서의 투어 첫 콘서트를 마치고, 그다음을 위해 이곳으로 온 상태였다.
따지자면 두 번째 콘서트를 위한 것.
당장 내일 공연이었지만 스타트를 잘 끊어서 그런지, 그들의 표정은 여유가 가득했다.
안단테의 이야기를 들은 태현우는 커다란 창문으로 야경을 보며 대꾸했다.
“하지만, 아직 뭔가 아쉽단 말이지.”
“뭐가여?”
“우리가 미국에서 한국으로 왔을 때, 그리고 지금까지도.”
태현우가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아직 빌보드 차트에서 1위는 해 본 적 없잖아.”
“헛.”
안단테가 태현우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현우 형에게 그런 목표가 있었을 줄이야……!”
“뭐야. 내가 말 안 해서 그렇지, 나도 매일 차트 확인하고 한다고.”
태현우는 팔짱을 끼며 미간을 좁혔다.
“그냥, 뭔가…… 투어까지 하고 있다 보니까. 우리 곡이 다른 나라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하는 것뿐이야.”
“이야, 기특하네.”
그의 말에 민주혁이 쿡쿡 웃었다.
“그러면 나랑 같이 안무 연습 더 하러 갈까?”
“아니, 그건 좀.”
난색을 표하는 태현우의 말에 멤버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만담 구경을 하듯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에르제의 입가에도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던 중, 에르제의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따로 중요한 연락이 올 때만 울리도록 설정한 스마트폰이었다.
‘라하임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스마트폰을 꺼내 들자,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연락을 해 온 이는 ‘이윤’이었다.
최근 장 대표가 토트윈의 성공에 힘입어 새로운 남자 아이돌 그룹을 런칭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이윤이 그곳에 배정되어 관리하느라 꽤 바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무슨 일일까.’
게다가 개인 톡으로 온 것이 아니라, 토트윈 전원이 있는 오픈 톡방에 글을 올렸기에.
다른 멤버들도 궁금한 듯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 너희들 예전에 D.D. 기억나? ]
이윤의 첫 말은 뜬금없는 이야기로 시작했다.
[ 알죠. ]
[ 왜요? 걔네들도 미국 진출할 거래요? ]
멤버들도 갑자기 등장한 ‘D.D’에 의아해하며 물었다.
이윤에게서 답장은 금방 돌아왔다.
[ 그게 아니고, 이번에 D.D.에서 새 멤버를 영입했다고 하더라고. ]
[ 엥, 진짜요? ]
[ 허…… 흔치 않은 일이 일어났네요. ]
D.D.가 새로운 멤버를 영입했다는 소식이었다.
통상적으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이었다.
멤버가 빠져나가는 거라면 모를까, 이탈 없이 새로운 멤버의 추가라?
‘심지어 D.D.는 현재 차세대 1군 아이돌급으로 평가받는 중인 그룹인데…….’
토트윈보다 약 1년가량 늦게 발족한 D.D.는 착실히 상승 중인 그룹이었다.
자신들만큼 빠르게 성장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타 아이돌과 비교했을 때는 압도적인 편.
예능 프로그램 출신이라는 무시를 이겨내고, 막강하고 끈끈한 팬덤으로 국내에서는 거의 견줄 데가 없는 곳.
그런데…….
‘굳이 이렇게까지 위험을 무릅쓴다고?’
에르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금까지 아이돌을 하면서, 이쪽 세계에 대해서도 이제는 거의 박식한 그였다.
당연히 D.D. 측의 결정이 이해 갈 리가 없는 것이다.
‘기존 멤버들과의 화합도 문제고, 무엇보다…… 이걸 팬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득보다 실이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크기에, 다른 그룹들이 하지 않는 짓이다.
[ 나도 놀라서 지금 찾아보는 중인데, 솔직히…… D.D.가 새 멤버를 영입했다면, 뭔가 이유가 있는 거 아닐까 싶어. ]
해서, 에르제 또한 이윤과 같은 생각이었다.
최소한 목숨을 위협받았다, 정도의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
‘이미 인간이 된 제이의 수작질은 아닐 거고…….’
뱀파리스라는 종족도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데, 도대체 누가 그런 짓을…….
[ 일단은, 내일 콘서트부터 잘 마무리하고 와. 얘기 들어오는 대로 다시 알려 줄게. ]
일단은 그래, 다시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나을 듯하다.
당장은 이쪽 업계에서 소문으로만 도는 내용인 듯하니까.
‘기사나 이런 것은 안 보이니.’
이윤에게서 듣게 되든 D.D. 측 소속사에서 공식적으로 발표를 하든, 새 멤버를 영입한 ‘이유’는 언젠가는 알게 될 터였다.
그렇게 ‘깜짝 소식’은 일단락되었고.
내일 있을 일본에서의 첫 콘서트를 위해 그들은 일찍 잠에 들었다.
* * *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또 봐요!!”
콘서트가 끝난 이후 열심히 공부해 둔 일본어로 멤버들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무대 위로는 생각보다 미지근한 환호가 쏟아졌다.
한국에서의 콘서트를 생각하면…… 한참은 모자란 기분.
하지만 그게 이곳의 특징이란다.
물론 이곳까지 찾아온 한국 팬들의 반응은 열렬했지만, 확실히 현지 일본인들이 대다수인 만큼 화력은 아쉬웠다고나 할까.
‘무튜브에 그런 영상들이 있기도 했었지.’
해외 유명 가수가 일본에 방문했을 때는 조용하고, 내한했을 때는 떼창을 하는 그런 비교 영상.
국민성의 차이겠지만 뭔가 약간 맥이 빠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흐어. 힘들었다…….”
해서 지친 몸을 이끌고 일단 대기실로 돌아가는 멤버들의 표정이 그리 시원하지는 않았다.
“떼창이라든가, 중간중간 응원 구호 넣어 주는 게 없으니까 허전해여.”
안단테가 투덜댔고.
“미국에서도 똑같을 거야. 미리 익숙해져야지.”
늘 그랬듯 윤치우가 다독였다.
그렇게 대기실에 도착한 그들은 모카 엔터에서 미리 준비해 둔 특대 도시락을 하나씩 집어 들었다.
내용물은 그들이 따로 요청 사항으로 적어 둔 것들.
에르제는 플라스틱 뚜껑을 열고는 후후, 하고 웃었다.
각종 고기에 야채는 없다.
그리고 저번에 먹었던 10등분 초고급 소시지, 카운팅 랍스타까지.
더는 도시락이라 부를 수 없는 퀄리티의 내용물을, 에르제는 초 단위로 섭취하기 시작했다.
거진 2시간에 가까운 콘서트.
무대와 무대 사이에 휴식 시간은 짧고 안무의 난이도는 높다 보니, 에르제뿐만이 아니라 다른 멤버들도 체력을 보충하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춤을 좀 쉽게 만들 걸 그랬나.”
민주혁은 단백질을 입에 욱여넣으며 그렇게 말했다.
“안무 대부분은 사 오는 거잖아.”
태현우가 태클을 걸었고, 민주혁의 도시락에 있던 피클이 그쪽으로 날아갔다.
“야!”
“먹을 거 던지고 싸우지 마라.”
또 투닥거릴 낌새라 윤치우가 재빨리 상황을 정리했다.
“하여간에…… 콘서트 끝난 게 조금 전인데, 다들 체력이 남았나 봐.”
“그건 아니고…….”
진짜로 싸우는 것도 아닌지라 윤치우가 나긋나긋 얘기했지만, 태현우와 민주혁은 이내 도시락에 코를 박고 먹는 데 집중했다.
‘카리스마가 늘었군.’
그리고 에르제는 그런 윤치우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고 말이다.
그렇게 콘서트를 끝내고 원활한 체력 보충을 한 이후, 라하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가려던 때.
어제의 소문이 조금 더 확실해졌는지, 이윤이 윤치우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네, 윤이 형. 콘서트는 방금 끝났어요.”
[ 어어, 라하임 씨한테 그건 들었어. 그래서 지금 전화한 거고. ]
“무슨 일 있어요?”
아무래도 개인적인 일은 아닌 듯해 윤치우가 스피커 폰으로 돌려 놓았다.
해서 다른 멤버들도 이윤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 아아, 어제 말했던 거 있잖아. D.D.에서 새로 멤버를 영입했다고 했던 거. ]
워낙 유례없는 일이라 알려 준 건가 했더니, 이윤의 목소리에 꽤나 긴장감이 있었다.
설마 새 멤버를 영입하자마자 미국에라도 진출하려는 걸까?
아무리 그렇다 해도 D.D.는 아직 토트윈의 성과를 따라오려면 멀었는데.
그렇게 에르제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통화 내용을 듣고 있는 사이.
[ 그게, 생각보다 위험할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
수화기 너머로 이윤이 침을 꿀꺽 삼켜 넘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새로운 멤버의 영입이 이럴 정도의 일인가.
괜스레 멤버들의 어깨에도 힘이 들어가는 순간.
[ 사진 하나 보냈거든? 너희들이 직접 확인해 봐. ]
살짝 한숨이 섞여 나오는 이윤의 목소리가 착잡하게 들렸다.
[ D.D.에서 굳이 새로운 멤버를 영입한 이유는, 그걸 보면 알 거다. ]
윤치우는 전화를 끊지 않고 곧바로 코코아톡에 들어가 이윤이 보낸 사진을 확인했다.
“……어.”
그러고는 맹한 소리를 뱉었다.
윤치우의 턱이 점점 아래로 벌어졌다.
“윤이 형! 이거 진짜예요!?”
[ ……그러게. 진짜인가 보더라고. ]
“아니…… 그냥 대충 멀리서 찍은 사진인데 이 정도면…….”
[ D.D. 멤버들도, 군말 없이 이해했다고 하더라. ]
하지만 아직까지는 윤치우만이 사진을 확인한 상황.
다른 멤버들이 앞다투어 윤치우의 손을 잡아 끌어내렸다.
평평하게 놓인 스마트폰 화면에, 이윤이 보낸 사진이 보였다.
‘……어.’
그리고 사진 속의 인물을 확인한 에르제는 저도 모르게 한 발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혹시? 하기는 했지만 설마 그러겠냐 싶었던 일.
그게 눈앞에서 벌어졌다.
“헐. 외국인인가? 미국에 잘생겼다던 배우들은…… 아무것도 아닌 수준인데?”
“허…….”
“불공평한 세상 같으니라고.”
멤버들의 시선이 에르제와 사진 속 인물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토트윈의 비주얼 센터와, 100% 확률로 D,D.의 비주얼 센터 자리를 빼앗았을 사진 속 인물을.
‘……말도 안 돼.’
하지만 여기에 있는 사람들 중, 에르제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은 사람은 없었다.
영문을 모른 채, 멀뚱거리고 있는 라하임을 제외하고.
‘이건, 진짜 큰일인데.’
다른 건 다 그렇다 쳐도, 하필 아이돌이냐.
에르제는 눈을 질끈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