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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후에 흡혈은 안 됩니다-274화 (274/307)

제274화

274화

토트윈 멤버들과 전화를 한 결과, 그들은 LAK와의 미니 콘서트를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일단 콘서트의 의미가 자선 콘서트 형식이기도 했고, 그 기부 금액에 대한 부담을 팬들에게 지우지 않는 것도 좋다고 했다.

기부할 금액은 LAK와 토트윈 모두 합쳐서 온라인 라이브 콘서트의 최종 시청자 숫자에 곱하기 10만큼, 기부를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물론 아직까지는 얼마큼의 시청자가 들어올지는 모르기 때문에.

“나중에 추후에 회의를 해서 곱하기 10으로 할지 100으로 할지 정하자고.”

“좋아요.”

에르제는 제이와의 간단한 논의를 마치고 나서 숙소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제이와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또 이전에 있었던 큰 사건, 에이리스와 대악마와의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에르제는 마음에 짐을 좀 덜어낸 듯한 기분이었다.

1장로를 죽여 인간이 된 제이가 LAK에서 어떻게 살고 있었는지, 직접 물어보지는 못하고 그저 궁금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잘살고 있기도 하고, 앞으로도 후회 없이 살겠지.’

에르제는 피식 웃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혹시나 제이가 본인 스스로 1장로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건 아닐까 걱정하기도 했었는데, 괜한 걱정이었나 싶다. 그만큼 제이는 다시 인간이 되기를 염원하고 있었으니까.

‘에이리스와 대악마, 그리고 1장로까지. 그들을 보고 나니까, 내가 뱀파리스라는 사실이 부끄러워지더라고.’

제이는 그렇게 완전히 인간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렇다고 지난 자신의 잘못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자선 콘서트를 제안한 것은 과오를 만회하고 싶은 마음에서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확실히 변하기는 했지.’

에르제는 자선 콘서트 이야기를 꺼내던 제이의 얼굴을 떠올리며 왠지 모르게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보면 지구에 와서 가장 많이 엮인 인물을 고르라고 한다면, 제이가 그중에서 제일이었다.

동종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이유도 있겠지만, 에이리스의 신임을 얻고 있던 뱀파리스이다 보니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서은우와도 관련이 있었지.’

서은우가 처음 의식을 하게 된 계기는, 뱀파리스인 제이의 모습을 보고 나서였다.

그런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살다가, 직접 제이를 눈으로 보고 나서야 깨달았으니까.

그의 부모님에 관한 이야기도 그렇고 말이다.

참고로 서은우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현재 에르제의 일족들과 같이 생활을 하는 중이다.

그들 역시 뱀파이어였기에 일족들과 지내는 데에 불편함은 없는 모양이지만, 서은우의 몸에 들어와 있는 것이 에르제라는 것을 알고는 굉장히 상심을 했다.

그것도, 어머니인 자신이 건넨 의식에 의해서 그렇게 됐다는 사실에 더욱 견디기 힘들어했다고.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이 되겠지.’

당시 뱀파이어를 이끌고 있던 배신자, 바란의 명령을 무시하면서까지 서은우를 살려 보려고 했을 만큼 모성애가 강하지만…….

‘언젠가 서은우가 다른 모습으로 지구에 나타날 수도 있으니까.’

에르제는 물끄러미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서은우의 영혼은 더 이상 이 몸에 남아 있지 않다.

처음 이 몸에 들어왔을 때보다 에르제는 더욱 확실하게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저 기분’에 의해서지만 에르제는 확신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서은우의 영혼이 소멸한 것도 아닌 듯하고.’

에르제는 이내 고개를 들어 숙소의 천장을 바라보았다.

‘아마 신이, 또 무언가를 제안했겠지.’

이야기를 나누어 본 결과 신은 그런 존재였다. 카테이아 대륙에 있을 때 자신과는 반대편에 위치한 신이었지만, 그는 무엇보다도 ‘균형’을 중시하는 듯했으니까.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 이루어지도록.

‘어쩌면, 내 몸에 들어갔을지도.’

자신의 육체는 미친 황제의 궁전 내에 보관되고 있었으니, 예상하기로는 그럴 가능성이 제일 높았다.

만약…….

서은우가 자신의 몸을 하고 지구로 오게 된다면, 그때는 서로 다른 몸에 들어간 상태로 자신의 육체를 바라보게 되는 꼴이 될 터다.

‘생각보다…… 재미있지는 않을 것 같긴 한데.’

이미 한 번 일족을 위해 바친 육체다. 지금 자신이 들어와 있는 서은우의 몸보다 더욱 미적으로 아름답다 하더라도 아쉬움은 없었다.

‘다시 돌아간다면, 토트윈과도 영영 끝이니까.’

에르제는 흠, 낮은 한숨을 뱉어내며 허리를 폈다.

‘생각은 나중에 하고, 할 일부터 해야지.’

LAK와 토트윈, 두 그룹의 자선 콘서트. 멤버들 간의 합의는 마쳤지만 아직 남아 있는 산이 하나 있었으니까.

“준비 끝났어?”

“응.”

에르제는 나갈 준비를 마친 멤버들에게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이 향할 곳은, LA의 한 호텔.

장 대표와 직원들이 묵고 있는 곳이었다.

* * *

이번에는 회의실을 따로 잡지는 않았다.

사실 전화로 해도 되는 내용이기도 했지만 장 대표가 아직 LA의 관광을 마치지 않은 상태라, 그가 머물고 있는 호텔 객실로 찾아가기로 한 것이다.

“들어와, 들어와.”

혼자 쓰기에는 조금 넓은 객실인지라 사치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5명이나 찾아온 경우에는 널찍하니 좋았다.

“저희 숙소보다 넓은 거 아니에요?”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태현우가 소파에 털썩 앉으며 그렇게 말했고, 장 대표는 흡족한 눈으로 객실 전경을 눈에 담았다.

대부분이 갈색톤으로 이루어진 따스한 분위기에 바닥에 깔려 있는 카펫조차 고급스럽다.

장 대표는 소파 가죽을 손으로 쓸며 대답했다.

“미국까지 왔는데 편하게 있어야지, 암.”

“이러면 나가기 싫겠는데요.”

“그래서 문제기는 해. 여기가 너무 안락해서.”

윤치우의 말에 장 대표가 끌끌 웃으며 대꾸했다.

“그나저나, 무슨 일이야. 여기를 다 찾아오고.”

일단 할 말이 있다고만 얘기했기 때문에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장 대표가 물어 왔다.

이에 리더인 윤치우가 큼큼, 헛기침을 하고는 이번 LAK와 이야기한 것을 말해 주었다.

대략적으로 설명을 듣고 난 이후 장 대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토트윈의 생각과는 다를 수도 있는, 사업가로서의 고민일 듯했다.

“으음.”

장 대표는 아직 면도를 하지 않은 까슬까슬한 턱을 매만지며 고민을 마쳤다.

“좋은 것 같은데? 유료지?”

“네. 유료로 하긴 할 건데, 기부금은 저희와 LAK 쪽에서 내는 걸로 하기로 했어요.”

“그건 잘했네.”

장 대표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그 의미가 뭐가 됐든 콘서트는 콘서트다. 라이브 방송을 할 플랫폼부터 해서 모카 엔터테인먼트까지, 자선 콘서트로 들어올 수익에 대해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는 법이니까.

“그래도 가격은 일반 콘서트보다는 훨씬 싸게 할 생각이에요. 애초에 콘서트보다 볼 인원도 훨씬 많을 거고, 저희가 실제 콘서트 급으로 많은 곡을 하는 건 아니니까요.”

“음. 그래야겠지. 게다가 LAK 팬들도 보러 들어올 테니, 그쪽이랑도 합의를 보긴 해야겠구만.”

장 대표는 알겠다고 대답하며 자선 콘서트에 대한 의견을 수락했다.

그가 건 조건은 무료가 아닌 유료로 할 것,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곡을 더 추가해서 할 것 이렇게 2가지였다.

LAK와 토트윈이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을 바꿔서 부르는 것, 딱 2곡만 하기에는 너무 아쉽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토트윈 또한 그렇게 할 생각은 없었기에, 장 대표의 허락이 떨어졌다는 것으로 만족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 * *

그날 이후, 토트윈과 LAK 멤버들은 각자 회의를 하기도 하고 모이기도 하면서 콘서트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렇게 해서 결정된 것이.

서로 바꿔서 하기로 한 2곡과, 각 팀에서 추가적으로 2곡씩.

총 6곡을 라이브로 하기로 진행했고 심지어는, MR을 트는 것이 아니라 라이브 밴드까지 섭외를 해 왔다.

개리 제임스에게 라이브 콘서트를 하려고 하는데 밴드를 소개해 줄 수 없는지 부탁을 해 보았는데, 흔쾌히 자신의 인맥을 소개해 준 것이었다.

밴드 섭외, 곡 준비, LAK의 타이틀곡 연습, 자선 콘서트 홍보 등등.

토트윈과 LAK 그리고 각 소속사에서는 3월 17일로 결정된 콘서트 준비에 열을 다했다.

하지만 자선 콘서트가 열리기 한 달 전인 2월 16일, 토트윈에게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2월 초에 마무리된 쇼케이스 이후로 대략 2주가 지난 시점이었는데, 스포티타임을 포함한 각종 차트에서…….

“미쳤다.”

“실화야 이거? 꿈 아니지?”

빌린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고 있던 토트윈은, 이번 주간 차트 발표에 옹기종기 모여 에르제의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중이었다.

이번 정규 앨범의 타이틀곡인 ‘Villain’이, 스포티타임에서 글로벌 주간 차트 2위로 K팝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한 것이다.

앨범 발매 첫날 650만의 스트리밍 횟수를 기록한 것으로 보아 10위권 내에는 들 것이라 예측을 했었는데, 그 이후로도 꾸준한 스트리밍 횟수가 누적이 되어 2위까지 오른 것이다.

2주 만에 이룬 성과라 토트윈에게는 그 의미가 남달랐다.

그리고 축하할 만한 일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빌보드 차트에서도 큰 지각 변동이 있었던 것이다.

저번 주까지만 하더라도 빌보드 200에서 이번 정규 앨범의 순위는 177위. 하지만, 바로 다음 주인 지금 98위까지 올라서 100위 내로 진입한 상황이었다.

K-POP이 일반적으로 빌보드에서 성적을 냈다고 하는 것들은 빌보드 100, 즉 싱글 차트에서의 성적을 의미했다.

현재 토트윈과 LAK, 두 그룹 중 누가 먼저 10위권 내에 드냐는 말 또한 그들의 타이틀곡을 기준으로 삼은 이야기였다.

하지만.

여전히 100위 후반에 머무르고 있는 LAK의 앨범과는 다르게, 토트윈의 앨범이 100위권 내로 들어왔다는 것은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안단테는 이윤에게서 온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입을 벌렸다.

“대박. 이번 주에 실물만 17만 장 나갔다는데여!?”

“와…… 이거, 잠깐만. 그러면…….”

“싱글 차트에 우리 타이틀곡도 가능성 있겠는데……?”

현재 빌보드 100에서의 ‘Villain’의 순위는 38위.

하지만 앨범 판매량이 늘어난 현재, 18일에 갱신될 싱글 차트 순위도 기대해 볼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

“나 손 떨린다.”

태현우가 흥분에 떨리는 손을 꽉 잡으며 중얼거렸다.

‘……생각보다, 잘 먹힌 건가?’

판타지 세계관에 더불어 빌런이라는 콘셉트까지.

매력적인 악당이라는 소재를 현지인들이 좋아할 거라 예측하기는 했지만, 2주 만에 반응이 올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심지어 이윤의 말에 따르면 무튜브에서의 조회 수 또한 억대 단위라고 한다.

‘어쩌면 진짜…….’

에르제는 침을 꿀꺽 삼켜 넘겼다.

원래는 자선 콘서트 등으로 홍보 효과를 누리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 기세면 그 전에 빌보드 10위권 안에 들어가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았다.

문득 잔뜩 샘이 나 있을 제이의 얼굴이 보이는 듯했다.

‘이러다 자선 콘서트 취소한다고 하는 거 아닌가 몰라.’

에르제는 피식 웃으며 스마트폰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적혀 있는 일정은 몇 개의 토크쇼 출연을 제외하면, 딱히 무대에 서는 일정은 자선 콘서트 전까지는 없었다.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투어를 하는 것은 부담감이 크다며, 장 대표가 일단 추이를 지켜보자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0일 빌보드 100의 순위가 발표된다면.

자선 콘서트 이후, 토트윈의 일정은 굉장히 빠듯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 갈 수 있기는 한 건가.’

에르제는 볼을 긁적이며 입맛을 다셨다.

그렇게 소란스러운 차트 순위 확인 시간을 거치고, 그로부터 4일이 지난 2월 20일.

토트윈은 빌보드 100에서 ‘Villain’의 순위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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