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9화
229화
‘강보라의 행복한 8시’는 가끔 이렇게 보이는 라디오로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원래 예정된 게스트의 출연이 불발되면서 토트윈 그룹 전체가 오게 되었고, 방송국 측에서는 부랴부랴 보이는 라디오로 진행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DJ인 강보라와 함께 토트윈은 오늘 1시간 동안 실시간으로 웃고 떠들어야 했다.
그나마 대본을 보면서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곧 ‘ON AIR’로 바뀐다는 말에 토트윈은 서둘러 라디오 부스로 들어갔다.
DJ인 강보라는 아직 밖에서 대기 중이었는데, 그 이유는 오늘이 보이는 라디오로 진행되어서 그렇단다.
널찍하게 마련된 공간에 토트윈은 ‘Prologue’의 무대를 위해 대형을 갖췄다.
‘팬들도 많이 왔구나.’
방송국 1층에 위치한 라디오 부스의 대형 창문에는 벌써 꽤나 많은 팬들이 와 있었다.
에르제는 그들을 보며 가볍게 손을 흔들어 준 뒤 부스 위쪽에 위치한 곳에서 ‘ON AIR’ 사인이 들어오자, 표정을 산뜻하게 바꾸었다.
곧 ‘Prologue’의 반주가 흘러나오고, 토트윈은 곧바로 무대를 선보였다.
― 지금까지와는
분명히 다른 곳.
설렘이 가득해.
마치 비누방울처럼
여기, 저기, POP
― 문을 열고서
들어온 이곳은
웃음이 가득해.
순서대로 하나씩
Paper, scissor, Rock!
태현우와 안단테 그리고 윤치우.
실제로 라이브를 하는 것은 아니었고 AR에 맞추어 춤을 추는 것에 불과했지만, 팬들은 그것도 좋은지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곧 자신의 차례가 되자, 에르제는 앞으로 한 발 스윽 밀어 넣으며 센터로 나왔다.
― Prologue―.
Umm―.
Cause now I’m on―.
잰걸음으로 바닥을 구르고, 토트윈 멤버들의 발이 경쾌하게 무대 위를 누볐다.
중독성 있는 안무인 만큼 창문 밖 팬들도 좁은 곳에서 조금씩 따라 추고 있었다.
곧 ‘Prologue’의 무대가 끝이 나고, 토트윈은 후다닥 라디오 부스 밖으로 다시 나갔다.
그런 토트윈과 엇갈려 들어온 강보라는 자리에 착석하며 자연스럽게 라디오의 시작 부분을 진행했다.
“안녕하세요~! ‘강보라의 행복한 8시!’ DJ 강보라입니다! 안녕~! 다들 반가워요~.”
밝은 목소리로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건넨 강보라는 큼큼 헛기침을 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의 게스트는 아주 어마어마한 분들이 오셨어요. 여러분들이 굉장히 기대를 많이 하고 계시는데, 바로 소개하겠습니다!”
강보라가 오른손을 옆으로 쫙 펼치며 문을 가리켰다.
“판타지 캐릭터들이 아이돌이 되어 지구로 왔다! 토트윈입니다~!!”
토트윈은 미리 지시 받은 대로 부스 안으로 입장하면서 벽면에 설치되어 있는 카메라를 향해 각자 인사를 하면서 지나갔다.
에르제 또한 카메라를 지나며 입술에 엄지를 대었다가 카메라를 향해 내밀어 주었다.
실시간 댓글에는,
― !!
― 은우가 은우 한다!!
등의 댓글이 우르르 올라왔다.
강보라는 그런 에르제를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토트윈이 모두 착석하자 다시 입을 열었다.
“요즘…… 아니지. 연일 화제의 주인공이 되고 있는 토트윈을 이곳에 초대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네요. 시청자분들께 인사 한 번씩 부탁드릴게요.”
“하나, 둘.”
윤치우의 구호에 맞추어.
“안녕하세요! 토트윈입니다!”
오늘은 담백한 토트윈의 인사가 전파를 타고 송출되었다.
확실히 보이는 라디오인 만큼 곳곳에 카메라들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토트윈은 기막히게 카메라를 잘 찾아서 손을 흔들고 웃어 주었다.
물론 창문 밖의 팬들에게도 인사를 잊지 않았다.
강보라는 푸훗, 하고 웃으며 창 밖의 팬들에게 물었다.
“여러분, 어때요? 좋아요?”
밖의 마이크를 열어 달라는 강보라의 말을 따라 밖에 있는 팬들의 목소리가 방송에 들릴 정도로 크게 들려왔다.
-좋아요!!
-토트윈, 잘생겼다!!
-무대 또 해 주세요!
“토트윈 라디오에 나왔다고 팬분들이 엄청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실시간 댓글도 장난 아니고요.”
강보라는 미소를 띠고 말했다.
“팬분들께는 늘 감사하는 마음뿐입니다. 저희가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 것도 모두 팬분들 덕분이에요.”
대표로 대답한 윤치우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와중에 태현우는 카메라를 향해 쌍 엄지척을 날려 주고 있었다.
그렇게 라디오 방송은 시작부터 순조롭게 진행돼 토트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전파를 탔다.
멤버들의 습관에 대해서, 그리고 그동안 냈던 정규 앨범에 대한 멤버들의 생각 등등.
도중에 안단테에게 잠깐 크나큰 시련이 찾아오기는 했는데.
“어……. 제가 쓴 곡을 가장 잘 이해하는 멤버요……?”
당시 사정없이 흔들리던 안단테의 눈동자가 카메라를 통해 그대로 라이브로 송출되었다.
“음……. 어…….”
결국 대답하지 못한 안단테는 울상을 지었고, 결국 강보라가 손을 휘휘 내저었다.
“자~,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게요!”
덕분에 푸하하,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그렇게 가벼운 질문들을 주고받은 뒤, 본격적으로 ‘강보라의 행복한 8시’의 메인 콘텐츠가 진행되었다.
라디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콘텐츠인 ‘시청자들의 고민’을 들어 주는 시간이었다.
보통은 연애나 친구들과의 우정 문제 혹은 금전적인 문제 등이 나오는 편이었는데…….
오늘은 토트윈이 출연해서 그런지 질문들이 예상과 많이 벗어나 있었다.
아마 그만큼 이브들이 라디오를 많이 시청하고 있다는 의미이리라.
민주혁은 화면에 떠 있는 글을 읽으며 헛기침을 했다.
“큼, 큼, 토트윈은 너무 해로운 것 같아요. 무대를 볼 때마다 심장이 왜 이렇게 아픈지 모르겠어요…… 라고 3314님이 질문을 주셨어요.”
“아하하하.”
그 질문에 웃음을 터뜨리며 태현우가 빠르게 대답했다.
“그건 은우가 저희 데뷔 때 이미 해결책을 드렸던 것 같은데, 심장이 아플 때는 병원에 꼭! 가 보셔야 해요!”
“맞아, 맞아.”
“여러분 아프시면 안 돼여~.”
이번 타깃은 자신인 모양이었다.
멤버들이 에르제를 보며 빙글빙글 웃으며 말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진짜 심장이 아프다는 줄 알고 그랬지만, 지금은 그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에르제는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나올 곡들은 더 위험할 수도 있어요. 미리 단련해 두셔야 할 것 같아요. 저희 영상 하루에 100번씩 보기, 어때요?”
“오오! 좋다, 좋다.”
“팬들한테 스트리밍 강요하지 마세여!!”
“에이~.”
태현우가 어깨를 으쓱하며 곧바로 다음 질문을 읽었다.
“오, 이거 괜찮네요. ‘은우 오빠는 왜 이렇게 잘생겼어요? 비결이 뭐예요?’라고 1123님이 질문을 주셨는데, 서은우 씨 비결이 뭡니까!”
“저는 제가 잘생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데요.”
원래 자신의 얼굴이었다면 ‘타고나야지.’라고 했겠지만, 어쨌든 에르제의 기준에서는 사실이었다.
“우우우우!”
“기만자다, 기만자~.”
멤버들과 팬들에게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지만 말이다.
다행히 방송국 측에서 적절하게 커트를 했는지, 초반 재미 요소로만 그런 질문을 뽑았고 그 뒤에는 예상했던 질문들이 이어졌다.
멤버들은 본인들의 경험에 빗대어 성실하게 답변을 이어 갔고, 우려하던 에르제의 돌발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1부가 끝이 났다.
광고가 나가며, 토트윈에게 잠깐 쉬는 시간이 주어졌다.
마이크가 꺼졌기 때문에 자유롭게 말할 수 있었다.
멤버들은 긴장을 풀고 각자 가져온 음료를 마시며 목을 축였다.
“다들 잘하는데요?”
강보라는 대본을 정리하며 토트윈에게 말했다.
“오늘 라디오 첫 출연 맞아요?”
“넵. 맞습니다.”
“강보라 선배님이 잘 끌어 주셔서 그렇죠. 사실 아직도 긴장하고 있어요.”
“그렇게 말해 주니까 기분 좋은데요?”
강보라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었다.
“좀 있음 2부 시작하니까 그 전까지 편히 쉬고 있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부스 밖으로 나갔다.
밖에 있는 푹신한 소파에서 쉬려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멤버들은 쉬라던 강보라의 말에…….
“안녕하세요!!”
“밥 먹고 왔어요??”
창문에 딱 달라붙어서 밖에 있는 팬들과 소통을 시작했다.
앉아 있는 토트윈 멤버는 하나도 없었다.
에르제도 창문에 붙어서 손을 흔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한번 할까?’
에르제는 신나서 스마트폰을 들어 올리는 팬들을 보며, 예전의 음악 방송 무대를 떠올렸다.
당시 에르제가 했던 행동은 수많은 짤과 쇼츠 영상으로 제작되어 아직도 ‘레전드’라는 이름으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종종 팬들이 또 보고 싶다며 요청하기도 했고 말이다.
그래서 에르제는 아까 카메라에 대고 했을 때보다 조금 더 격하게, 양 손가락을 입술에 꾹 눌렀다.
그러고는 씨익 웃으며 팬들을 향해 키스 날리기를 해 주었다.
“!”
그러자 밖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 * *
라디오 2부까지 무사히 마치고 돌아가는 길.
[ 은우, 오늘 고생 많았어! 알바 몬스터 시즌 3 얘기는 아직 없더라. ㅠㅠ 아쉬워. ]
에르제는 강보라에게서 온 문자에 답장을 하고는 스마트폰을 옆으로 치웠다.
오늘 라디오 2부에서는 ‘강보라의 행복한 8시’의 또 다른 메인 콘텐츠인 ‘게스트와 함께하는 퀴즈쇼’를 진행했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다른 콘텐츠들도 진행했는데.
그중에서 팬들이 가장 좋아했던 것은 역시 ‘릴레이 댄스 메들리’이지 않았나 싶다.
그동안 토트윈이 냈던 정규 앨범과 싱글 앨범 속 수록곡.
멤버들은 한 명씩 준비된 무대로 올라가서 바뀌는 곡에 맞추어 릴레이 댄스를 추었다.
쉴 틈 없이 2바퀴나 돌았는데, 덕분에 팬들은 오늘 하루 행복사 하는 것 아니냐며 굉장히 즐거워했다.
당시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댓글들만 보아도 그랬다.
보이는 혜자 라디오라며.
에르제가 당시를 생각하며 피식 웃자, 운전대를 잡고 있는 이윤이 우하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는 진짜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얘들아. 오늘 마지막에 곡 홍보까지 너무 깔끔했다. 고생 많았어!”
이윤은 즐거움을 감추지 못하고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떠들었다.
“이제 이틀 뒤면 ‘Epilogue’ 뮤비도 풀리니까 그때 음원 순위 완전히 알박기 하자. 음방 활동도 열심히 하고! 아 참, 그리고 너희 그거 스케줄 잡혔다.”
이윤의 말에 피곤함에 찌들어 있던 멤버들이 고개를 들었다.
“어떤 스케줄이요?”
“그 왜 있잖아. 루비다이아랑 같이 시상식 무대 준비해야 하는 거.”
“……아!”
“서로 음방 활동이 있다 보니 시간 조율하는 게 쉽지 않더라. 그래도 다음주에 비는 시간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지 뭐냐. 아무튼 음방이 먼저니까 일단은 그것부터 집중하자고.”
“네에에.”
신난 이윤의 목소리와는 달리 토트윈의 맥아리 없는 대답이 차 안을 울렸다.
그렇게 빡빡한 일정을 보내고.
이틀 뒤, ‘Epilogue’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되는 날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