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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후에 흡혈은 안 됩니다-218화 (218/307)

제218화

218화

연예부 기자 ‘양선호’는 나름 이 바닥에서는 잘나가는 기자들 중 하나였다.

좋은 기사들을 많이 써내기 때문이 아니라 연예인들의 치부나 사생활을 들추는 데 아주 탁월한 재능이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가 좋은 소스 하나를 물고 오면, 그 뒤로 줄줄이 소시지처럼 비슷한 기사들이 마구 올라온다.

마치 피리 부는 사나이라고나 할까.

그 때문에 연예인들을 가장 많이 자살시킨 기자라는 소문까지 나돌았지만.

‘알게 뭐야.’

양선호는 그런 생각으로 여전히 연예인들의 뒤를 몰래몰래 캐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애초에 ‘켕기는 짓을 했으니까 자살했겠지?’라는 마인드가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있는 인간이었다.

연예인들의 사생활은 곧 돈이 된다.

그리고 그 대상이 요즘 핫한 토트윈이라면?

그래서 토트윈의 인기가 치솟기 시작할 때부터 양선호는 토트윈을 집중적으로 마크해 왔다.

‘X바, 아무것도 안 나오네.’

처음 몇 달간은 아무런 소득이 없어서 아쉬움만 삼키고 있었는데, 뭔가 수상한 정황이 포착되었다.

바로 청화가 갑자기 토트윈을 기업 후원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뭔가 냄새가 나는데.’

고작 토트윈이 CF를 한 번 찍은 인연 때문에 기업 차원에서 일개 그룹에 대대적인 후원을 해 준다?

현실적으로 일어날 리 없는 일이었다. 차라리 광고를 밀어준다거나 하면 모를까.

그래서 양선호는 멤버들의 사생활 대신 이쪽을 집중적으로 파 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몇 번의 끈질긴 잠복 끝에 제법 그럴듯한 건수를 찾아냈다. 실제로 사실에 꽤 근접하기도 했고.

‘민주혁, 서은우.’

둘 중 하나인데…….

‘서은우는 애초에 자기가 알아서 이슈를 터뜨리고 다니니 뭐가 됐든 민주혁 쪽이면 더 좋겠단 말이지.’

양선호는 그렇게 생각하며, 서은우와 민주혁이 들어간 식당을 노려보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잠복 끝에 양선호는 청화의 회장인 안병인까지 목격할 수 있었다.

토트윈 멤버 둘과 안병인 회장이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다?

뭔가 수상쩍은 냄새가 너무 많이 났다.

이미 대어를 낚은 기분이라 양선호의 입꼬리가 주체하지 못하고 실룩거렸다.

그런 양선호의 바람이 하늘에 닿은 것인지, 서은우만 따로 바깥으로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다면 안에 있는 건 민주혁과 안병인 단둘뿐이라는 것.

하지만 아쉽게도 그날 건진 것은 그 정도의 정보뿐이었다.

민주혁과 안병인이 서로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정도.

‘뭔가 떡밥이 더 없나!?’

그날 이후 어떻게든 민주혁과 안병인의 관계를 알아내기 위해 땅굴을 파던 양선호는.

[ 대한민국 최초 랜덤 댄스 예능! 대한민국 대기업 청화의 지원을 받다 ]

기사 하나를 발견하고 손가락을 튕겼다.

그렇지 않아도 알음알음 소문이 돌던 이야기였는데, 사실이었나 보다.

저런 기사도 자신이 냈어야 했는데.

‘기분이 좀 엿 같기는 한데, 더 큰 것은 내가 가져간다.’

선수를 빼앗기는 정도는 가볍게 넘길 수 있을 정도로, 아주 큰 특종을 터뜨리는 거다.

‘댄스 예능이면 민주혁이 나가게 될 거고……. 역시 안병인과 민주혁은 뭔가 거래를 한 게 틀림없어.’

그래서 양선호는 토트윈이 아니라 민주혁만 집중적으로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토트윈이 함께하는 일정이 많았지만, 댄스 예능을 찍는다든가 다른 개인적인 활동을 하는 경우 말이다.

‘사람들은 말이야. X발. 기레기, 기레기 하면서 그 기사를 쓰기 위한 기자의 노력은 아주 폄하한단 말이지.’

양선호는 어디론가 향하는 민주혁을 따라붙으며, 운전대를 세게 쥐었다.

벌써 몇 번째 허탕이라 슬슬 조바심이 났다.

‘나도 독종이라 이거야.’

오늘은 정말 만반의 준비를 해 왔다.

민주혁이 본가로 향하고 있는 모양이니, 그 집에서 뭔가 이야기를 하긴 하겠지!

양선호는 뒷좌석을 흘긋 보고는 씩 웃었다.

곧 민주혁이 집에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한 양선호는 차에 남아서 조금 더 기다렸다.

집에 들어갈 수 있는 그럴듯한 핑계는 준비가 되었으니, 뜸을 조금 들이는 것이다.

‘민주혁이 금방 나오면, 애초에 별일 아닌 거니까.’

양선호는 차창 너머 보이는 아파트를 올려다보며 혀를 내둘렀다.

‘그나저나 민주혁, 아이돌 한 돈으로 어머니랑 같이 살 집을 마련했다더니 그래도 여긴 좀 비싸지 않나? 하여간, 연예인들 돈 참 쉽게 벌어.’

자신은 기사 하나를 쓰기 위해서 이렇게 힘들게 구르고 있는데 말이다.

온 나라 안이 떠들썩할 정도의 특종이나 터뜨려야 겨우 돈 좀 만지지.

‘애초에 월급 많이 줘 봐라. 내가 이런 일을 왜 하나.’

그렇게 양선호가 신세 한탄이나 하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가 민주혁이 있는 아파트 동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안 회장?’

민주혁과 관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설마 안병인 회장이 민주혁의 집까지 찾아올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끝났다.’

양선호는 차 안에서 푸하하, 웃음을 터뜨리고는 얼른 뒷좌석에 두었던 옷으로 갈아입었다.

20분 정도 기다린 양선호는 곧 민주혁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 누구세요? ]

인터폰에서 들려오는 민주혁 어머니의 목소리에 양선호는 나긋나긋하게 대답했다.

“가스 검침 나왔습니다.”

[ 아, 그래요? 오늘이었나? ]

“예, 그렇습니다~.”

[ 잠시만요. ]

아무 의심 없이 열린 문에 양선호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그 안에서 민주혁과 안병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숨었나.’

하긴 도시가스 검침원이라고 해도 얼굴을 마주치고 싶지는 않을 거다.

어쨌든 연예인과 대기업 회장이니, 일반인들도 얼굴을 알아볼 거라 생각하고 조심하겠지.

날카로운 눈으로 거실을 훑은 양선호는 이미 몇 번 해 보았다는 듯 익숙하게 할 일을 마쳤다.

“원래 아주머니가 오셨는데?”

“오늘 그분의 몸이 좀 안 좋으셔서 제가 대신 왔습니다. 하하.”

양선호는 사람 좋은 웃음을 보이고는 인사를 꾸벅하고 밖으로 나왔다.

둘이 한집에 있다는 걸 직접 목격한 것도 아니고 대화를 들은 것도 아니었음에도 양선호는 히죽히죽 웃으며 차로 돌아왔다.

그가 매번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그렇게까지 자세히 캘 수 있었던 이유는 이번 검침과 관련이 있었다.

늘 그들의 가족을 이용해서 지금처럼 대화를 엿듣는 도청 장치를 설치할 수 있었으니까.

다른 기자들은 모르는, 그만의 숨겨 둔 비장의 한 수였다.

물론 도청은 불법행위였지만, 어디까지나 그걸 증거나 기사에 첨부했을 때의 이야기.

‘안 들키면 그만이지.’

자신은 그냥 들은 얘기를 그럴듯하게 기사로 써서 내보낼 뿐이다.

그들이 안전하다고 생각한 곳에서 털어놓은 비밀을 자신은 그저 글로 바꿔서 세상에 내놓을 뿐.

심지어 뇌피셜이나 거짓말도 아니니 해명하는 건 불가능하다.

결국 인정하고, 자숙하고 뭐 그런 루트를 밟게 되더라.

그럴수록 자신의 주머니는 점점 두둑해졌고.

“푸하하.”

목소리가 잘 들리는 것을 확인한 양선호는 승리의 웃음을 터뜨리며 곧 그들의 대화에 집중했다.

그리고 몇 분 되지도 않아서 양선호는 모든 일의 전말을 알게 됐다.

‘민주혁의 아버지가 안병인이다.’

그리고 안병인은 민주혁이 어렸을 때 그들을 버리고 떠났고, 그 뒤로 사업을 성공시켜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민주혁이 어머니 밑에서 컸다는 건 진짜이긴 한데, 그 내부 사정이야 모르는 거지.’

어쩌면 안병인이 지속적으로 양육비 같은 걸 보냈을지도 모르고.

‘특종이다.’

양선호는 입가에 경련이 일어나는 것을 느끼며, 펜을 잡은 손을 수첩 위로 빠르게 움직였다.

― 안병인은 민주혁이 어렸을 때 가족을 버리고 떠났고, 자신의 인생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돈을 보내 입막음을 했다. 청화의 토트윈을 향한 기업 후원도 그 일환일 가능성이 높다.

( 민주혁 사진 ) ( 안병인 사진 )

민주혁이 새로 이사한 집에서 이 두 사람이 만나는 광경이 포착되었고, 이번 랜덤 댄스 예능에 청화가 대대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것도 민주혁이 그들의 관계를 밝히지 않도록…….

양선호가 기사를 쓰기 위한 초고를 잡는 도중, 옆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들었다.

아직 해가 떠 있는 시간 아닌가? 왜 갑자기 어두워진 거지?

운전석 창가로 고개를 돌린 양선호는 자신을 무섭게 노려보고 있는 한 남자를 볼 수 있었다.

“우왁!! X발, 놀랐네!!”

너무 놀라서 저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으며 몸을 조수석으로 뺀 양선호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남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사람이 정말 맞나 싶을 정도로 비대한 근육들과 붉은 안광 때문에 흡사 좀비 게임에 나오는 탱커 좀비 같은 모습이었다.

“뭐, 뭐야.”

여태껏 토트윈의 뒤를 캐던 양선호는 곧 그가 누구인지 알아챌 수 있었다.

‘토트윈 경호원이 왜 여기에…….’

설마 민주혁을 따라다니는 게 들켰나?

마른침을 꿀꺽 삼키니, 남자는 한숨을 내쉬며 창가에 커다란 손바닥을 댔다.

그러고는 입 모양으로 말했다.

‘문을 열어라.’

미쳤냐?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양선호는 곧 자신의 대답을 후회했다.

유리가 무슨 설탕으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손바닥을 민 행위에 그냥 부서져 버린 것이다.

“미친……!! 다, 당신 경찰! 경찰 부를 거야!!”

잔뜩 겁먹은 양선호는 조수석으로 완전히 넘어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으나, 남자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그럴 시간은 없을 거다.”

남자는 밑도 끝도 없이 대낮에 대담하게도 양선호를 기절시켜 어디론가 데려갔다.

“끄응…….”

한참 후 양선호가 눈을 떴을 때는 범죄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지하실로 보이는 어두컴컴한 공간과 묶여 있는 몸, 그리고 여유로운 태도로 서 있는 남자까지.

“……!!”

자신을 기절시켜 이곳으로 끌고 온 것은 토트윈의 경호원이 분명했다.

‘이름이…… 뭐였더라.’

양선호는 슬쩍슬쩍 눈치를 살피며 고개를 아래로 푹 숙였다.

도대체 어쩌다가 이런 상황에 처한 건지 머리로는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X발……. 아무리 연예인 뒤를 밟았다고 납치까지 하는 경호원이 어디 있냐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문득 뇌리를 스치는 것이 하나 있었다.

‘……설마, 저 경호원도 혹시 청화에서 붙인 사람이라면…….’

말로만 듣던 대기업의 횡포가 이런 건가.

왜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대기업 회장들이 비서를 시켜서 사람을 죽이고 비리를 감추는 장면들이 나오지 않던가.

‘내가……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양선호는 이를 아득바득 갈며 몸에 묶인 밧줄을 풀기 위해 발버둥쳤다.

“이익……!!”

어떻게든 벗어나야 한다. 저 괴물 같은 덩치의 남자에게서 도망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가만히 있나 도망치나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은 여전했다.

“그런다고 안 풀린다.”

남자는 코웃음을 치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후회하게 해 주마.’

기자들 사이에서도 독종이라 불리던 자신이다.

까득, 이를 깨물며 전완근에 힘을 주고 있을 때였다.

“고생했어, 플랑.”

“별거 아니었다.”

당연히 청화의 사냥개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왜?”

그를 마치 아랫사람 대하듯 하며 지하실로 들어온 건 토트윈의 비주얼 센터 에르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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