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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후에 흡혈은 안 됩니다-215화 (215/307)

제215화

215화

윤치우를 제외한 토트윈 멤버들은 이윤의 호출에 모두 숙소 거실에 모였다.

“무슨 일이야?”

“나도 몰라.”

에르제는 옆에 앉아 있던 태현우에게 물었으나, 그도 전혀 모르는 모양이었다.

멤버들은 다소곳이 앉아서 이윤이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이윤은 꽤나 고심을 하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차피 너희들도 곧 알게 될 것 같아서 치우 허락을 받고 말해 주는 거야.”

“치우 형한테 무슨 일 있어여?”

안단테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이윤은 쯧 하고 혀를 차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렇게 대답한 그는 SNS에 떠돌아다니는 글 하나를 보여 주었다.

윤치우가 병원으로 들어가고 있는 사진이었는데, 최초 글 게시자는 우연히 그 근처를 지나가다가 찍은 모양이었다.

“최대한 숨기고 있었는데, 하필 치우를 알아본 팬이 있었던 모양이야.”

이윤은 그렇게 이야기하며 스마트폰을 다시 집어넣었다.

“지금 이 글은 팬들 사이에서 퍼져 나가고 있는 상태고, 회사에서도 고민이 많아. 이걸 어떻게 이야기하는 게 좋을지.”

“…….”

“…….”

정확히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회사에서도 고민하고 있을 정도면 큰일인 듯했다.

‘최근에 계속 표정도 좋지 않았고, 멤버들을 대하는 태도도 좀 그랬는데.’

혹시 그것과 관련이 있는 걸까?

에르제는 얼굴을 굳히며 이윤에게 물었다.

“그래서,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건데요?”

“후우.”

이윤은 조금 망설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치우 어머니가 많이 편찮으셔.”

“!”

“네!?”

멤버들은 놀라서 대답했다.

안단테는 거의 엉덩이가 소파에서 떨어졌을 정도였다.

“왜여?! 얼마나여?!!”

걱정에 비례해 소리가 커졌는지 안단테의 목소리는 숙소 거실을 쩌렁쩌렁 울렸다.

“그냥, 수술하셔야 한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어라.”

“……그럼 치우 형은 어머니 계신 병원에 들른 거고요?”

“응. 보호자가 계속 옆에 지키고 있어야 해서 시간 날 때마다 치우가 곁에 같이 있는 중이야.”

씁쓸하게 대답한 이윤이 말을 이어 갔다.

“수술 날짜가 내일로 잡혀 있어서 치우는 오늘밤 돌아오지 못할 거고.”

“…….”

“아무튼 사진까지 찍힌 마당이고, 치우도 이거 보고 그냥 너희들한테 알려 주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해서 말해 주는 거니까…… 너희들은 웬만하면 너무 티 내지 않도록 조심해.”

“……네에.”

“알았어요.”

시무룩한 대답들이 이어졌고, 이윤은 쉬라고 말하고는 숙소를 나갔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코코아톡이 아니라 직접 전달하고 간 거였다.

“어떡해여, 치우 형.”

이윤이 나가고 난 뒤, 안단테는 거의 울먹거리며 말했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모습에 태현우는 가만히 그의 등을 토닥토닥 두들겨 주었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많았을 텐데, 말도 못 하고. 저는…… 저는 그냥, 치우 형이 우리한테 뭔가 마음에 안 드는 거라도 있는 건가 싶어서…… 고민만 하고 있었는데…….”

어느덧 훌쩍거리는 안단테는 그대로 태현우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야, 눈물 묻어.”

태현우는 태연한 척 말하며, 안단테를 데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으로 가자, 방으로. 네 옷 줄 테니까 거기다 대고 울어.”

“패앵!”

“야!”

위로인지 뭔지, 아무튼 태현우는 그렇게 안단테와 함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뭐…… 말은 저렇게 해도 마음은 따뜻한 녀석이니, 아마 안단테를 달래 주려는 게 아닌가 싶었다.

‘본인의 마음도 심란할 텐데.’

냉혈한 밤의 일족인 자신도 마음이 좋지 않은데, 인간인 태현우는 오죽하겠는가.

“착잡하네.”

옆에 앉아 있던 민주혁도 같은 마음인지, 다리를 모아 앉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수술…… 은 잘되겠지?”

그도 가족과 관련된 일들이 있었기 때문인지, 조금 더 공감하는 모양이었다.

“잘될 거야.”

에르제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이럴 때일수록 모두가 기운이 처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했다.

“지구의 의학 기술은 매우 발달하여 힐 마법이 없어도 그에 준하는 수준의…….”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응.”

에르제는 코 밑을 손가락으로 쓱 훑었다.

“아무것도 아냐.”

어이없어하는 표정이 민주혁의 얼굴 위로 스쳐 지나가고, 곧 둘 사이에 침묵이 감돌았다.

거실이 조용하니, 방 안에서 안단테와 태현우의 소리가 조금씩 밖으로 새어 나왔다.

안단테는 꺼이꺼이 울기 시작했는데, 태현우는 그 와중에 “울보래요!” 하면서 놀리고 있었다.

‘……달래 주는 거 맞나?’

에르제가 합리적인 의심을 하면서 방 쪽으로 시선을 두고 있자니, 한참이나 말이 없던 민주혁이 갑자기 그에게 물었다.

“그런데 은우야.”

“?”

“혹시, 그냥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에르제가 민주혁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그는 멍하니 바닥을 바라보며 말하고 있었다.

“내 아버지가 기억을 잃었던 것도 그…… 악령 때문이라고 했잖아.”

“그, 그랬지.”

큼! 하고 헛기침을 하더니, 민주혁이 바닥에서 에르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럼, 혹시 치우 형 어머니도…… 그런 거 아닐까? 악령이 붙어 있다거나, 뭐 그런…….”

“아!”

그 말에 에르제는 잠시 고민했다.

일단 악령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했다.

악령은 인간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거나 생명 에너지를 빼앗아 갈 뿐, 물리적인 피해를 입히지는 않으니까.

‘의사가 수술해야 한다고 판단했으면, 악령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아.’

하지만.

악령이 아니라고 해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었다.

뱀파이어는 피를 이용한 술법에 능했고, 이를 이용한 회복 술법 또한 능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마침…… 윤치우는 내가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알고 있고.’

그렇기에 윤치우의 어머니에게 자신의 술법을 사용하는 것을 눈치 볼 필요도 없었다.

“……!”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에르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럴 수도 있겠어. 아주아주 나쁜 악령이 붙었다면 말이야.”

“아주아주 나쁜……?”

“그런 게 있어.”

에르제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다가 민주혁을 향해 작게 속삭였다.

“지금 윤치우한테 다녀올게. 너는…… 내가 나갔다는 거 말하지 말아 줘.”

“……? 현우랑 단테는 바로 알 것 같은데?”

“잔소리 대마왕에게서만 지켜 주면 돼.”

“잔소리 대마…… 아, 윤이 형?”

에르제가 고개를 끄덕이니, 민주혁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다른 멤버들한테는 뭐라고 해, 그럼?”

“으음……. 라하임 매니저랑 할 이야기가 있어서 잠깐 요 앞에 나갔다고 해 줘.”

“그럼 윤이 형한테도 그렇게 말하면 되지 않아?”

“그거 가지고도 뭐라 할 것 같은데.”

에르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을 덧붙였다.

“악령을 퇴치하러 가는 거야. 네 도움이 필요하다고.”

“!”

그 말에 민주혁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멤버들 중 가장 현실적인 민주혁이 악령 같은 것을 이 정도로 믿게 될 줄이야.

문득 든 생각에 속으로 웃음을 삼킨 에르제는 빠르게 외투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뒷일은 맡기마.’

민주혁에게 건투를 빌어 준 에르제는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에 박쥐로 변해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 * *

톡톡톡―.

에르제는 4층 높이에 위치한 창문을 발톱으로 두들겼다.

그러자 에르제에게 미리 연락을 받은 윤치우가 황당하다는 얼굴로 창문을 열어 주었다.

파드득.

1인실 안으로 날아 들어온 에르제는 바로 본체로 돌아와 윤치우 앞에 섰다.

“……허.”

윤치우는 당황한 숨소리를 내뱉으며 말했다.

“박쥐로…… 변할 수도 있네.”

“직접 보는 건 처음인가?”

에르제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그런 그를 바라보던 윤치우는 이내 의아하다는 듯이 그에게 물었다.

“그런데, 병원에는 왜 몰래 오겠다고 한 거야? 그것도 굳이 창문으로.”

“이윤한테 이야기를 들었거든.”

에르제는 슬쩍 윤치우의 어머니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너희 어머니 편찮으시다면서?”

“……나중에 따로 소속사에 말하고 멤버들과 같이 병문안 오거나 하면 되지.”

“내일 수술하신다면서?”

에르제는 그렇게 말하며, 윤치우를 지나쳐 그의 어머니가 누워 있는 침대 근처에 섰다. 그의 어머니는 잠에 깊이 빠져든 상태였다.

“그 전에 나한테 말하지 그랬어.”

“……!”

그제야 에르제가 왜 이곳을 찾아왔는지 그 의미를 알아챈 윤치우가 잰걸음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자, 잠깐만.”

윤치우가 에르제를 돌려세우며 물었다.

“설마……. 아니, 진짜…… 네가 우리 어머니를…….”

“일단 확인부터 해 보고.”

회복 술법이라고 해서 만능은 아니었다.

다만 그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아서 찾아왔을 뿐.

어쩌면 지구의 의학 기술이 자신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기대는 하지 마. 혹시나 싶어서 온 거라고 생각해 줘.”

“……그래도 고맙다.”

윤치우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침대 옆에 놓여 있는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러고는 씁쓸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재생불량성 빈혈이라는 병 알아?”

“아니. 처음 듣는데.”

“나도 이번에 처음 들었어. 희귀병이라고 하더라.”

윤치우는 병원 침대의 끝부분을 꾹 부여잡았다.

“처음에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셨는지 말씀을 안 하셨는데, 점점 심해지신 것 같더라고. 그래서 병원에 오니까……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뇌출혈까지도 올 수 있었다고 하더라.”

“…….”

“뭘 이식해야 한다고 하던데, 다행히 이모가 해 준다고 하셨거든. 근데…… 완전히 낫는 것도 아니고, 이식하고 나서 적합성도 봐야 한다고 하고…….”

그 말을 한 윤치우는 에르제에게 고개를 숙였다.

“아무튼, 가능…… 하다면. 부탁, 할게.”

말을 하면서 울컥했는지, 윤치우의 목소리가 잘게 떨려서 나왔다.

에르제는 그를 안쓰럽다는 듯이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럼 잠시 나가 있어 줘. 끝나면 알려 줄게.”

윤치우는 그의 어머니를 보고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에르제의 손을 꾹 한 번 잡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최소한 잘못되는 일은 없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만약 위험하다 싶으면, 그냥 이곳 병원 의사에게 맡길 작정이었다.

‘그래도 뭐시기 빈혈이니까 피와 관련된 병 같은데, 그럼 더 할 만하긴 해.’

뭐 어차피 의학을 알고 치료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문제 있어 보이는 걸 파괴하거나 없는 걸 새로 만드는 정도의 일이었다.

달칵, 하는 문소리와 함께 윤치우가 밖으로 나갔고, 에르제는 곧바로 양손에 혈기를 끌어올렸다.

확실하게 하기 위해 로드의 힘까지 끌어올린 그는, 정신을 집중해 윤치우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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