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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후에 흡혈은 안 됩니다-202화 (202/307)
  • 제202화

    202화

    양옆에 늘어선 나무들, 푸른색이 만연한 길 위.

    5명의 새내기들이 깡충깡충 뛰고 있었다.

    웃는 얼굴 사이로 비치는 햇빛과, 그 너머에 펼쳐진 잔디 위에 돗자리를 깔고 웃고 떠드는 다른 학생들이 보인다.

    토트윈은 그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놀라기도 하고, 길의 끝에 있는 연못에 서서 그 안에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보며 해맑은 웃음을 짓기도 했다.

    곧 교정 안으로 들어오는 버스에서 학생들이 내리고,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한 민주혁이 얼굴을 굳혔다.

    그러고는 손가락으로 벽돌로 지어진 건물을 가리킨다.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 토트윈은 그대로 건물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배낭이 등에 부딪혔다 떨어지고, 길쭉한 다리가 땅을 멀리 짚었다.

    수업에 늦지 않기 위해 달려가는 토트윈의 모습이 점차 멀어졌다.

    그리고 곧 전환된 화면에 505호 강의실 내부가 보였다.

    이어서 흘러나오는 반주.

    통통 튀는 듯한 브라스 소리와 싱그러운 멜로디가 매력적인, 펑크 장르를 기반으로 한 사운드였다.

    강의실 문으로 진입하던 카메라가 왼쪽으로 회전하며 그 안의 책상과 의자를 비추었다.

    태현우가 양 손바닥을 펼친 채 보이지 않던 곳에서 미끄러져 나왔다.

    ― 지금까지와는

    분명히 다른 곳

    설렘이 가득해.

    마치 비누방울처럼

    여기, 저기, POP

    손을 오므렸다가 편 태현우를, 안단테가 손으로 살짝 밀어내며 Verse를 이어받았다.

    ― 문을 열고서

    들어온 이곳은

    웃음이 가득해.

    순서대로 하나씩

    Paper, scissor, Rock!

    그리고 다시 바뀐 화면에는 햇빛을 받으며 걸어가는 윤치우가 보였다.

    손으로 햇빛을 가리며, 윤치우는 들고 있던 캔을 구겨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멤버들이 서 있는 센터로 합류해 군무를 맞춰 추기 시작했다.

    근접으로 잡고 있던 카메라가 뒤로 쭉 물러나며 토트윈 전원을 잡았다.

    ― It’s our new Episode.

    다른 곳에 두고 온 어제는

    더 좋아질 오늘을 위해

    그리고 다시 난 현재를 구겨

    내일을 향해 던져.

    Cause now I’m on―.

    팔꿈치를 허공에 쿡 찍어 내렸다가 한쪽 무릎을 꿇고 앉는다.

    그러고는 그 자세 그대로 한 바퀴 뒤로 빙글 돌며 대형도 바뀌었다.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멤버들을 찍던 카메라가 위로 쭉 올라오며 그들의 모습을 비췄을 때.

    어느새 그들은 연못이 보이는 잔디밭 위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가장 앞에는 에르제가 꼿꼿하게 선 채 정면을 가만히 응시하며 입술을 뗐다.

    ― Prologue―

    Umm―

    Cause now I’m on―.

    기존과는 다르게, Cavi 부분이 굉장히 심플했다.

    브라스와 일렉 기타 소리가 비어 있는 가사의 빈 공간을 채워 주면서 오롯이 춤에 집중하게 만드는 방식.

    그리고 당연하게도 가사가 적은 만큼,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안무가 배치되었다.

    옆으로 몸을 튼 채로 양팔을 90도로 굽힌 채 달리듯이 몇 번 왔다 갔다 움직이고.

    발은 잰걸음으로, 하지만 경쾌하게 탭댄스를 밟듯 왼발과 오른발이 서로를 넘나들었다.

    그리고 왼발이 앞을 찍는 것과 동시에, 뒤로 쭉 빠지는 오른발과 몸.

    웨이브를 넣어 줌과 동시에, 통통 튀는 멜로디에 맞추어 몸을 움직였다.

    빠른 스텝을 제외하고서는 난이도가 그리 높지는 않은 편이었다.

    보고 있으면 왠지 따라 춰 보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안무 구성이었다.

    그렇게 대형이 빙글빙글 돌아가고, 멜로디도 다시 Verse A파트로 돌아왔다.

    태현우, 안단테로 이어졌다가 다시 윤치우.

    ― Cause now I’m on Prologue.

    Umm, Umm―.

    이번에는 양옆으로 책상과 의자가 치워진 장소에서 다시 중독성 강한 군무를 선보였다.

    그리고 마지막 하이라이트로 가기 직전의 브릿지 파트에서는 안무를 이끌던 민주혁이 앞으로 튀어나왔다.

    ― We follow the stars.

    So we can start.

    이제야 on step

    어제로는 stop

    뒤는 돌아보지 말고

    찍어 stamp and

    Stomp to tomorrow.

    낮게 깐 목소리로 했던 이전의 곡들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밝은 톤의 랩이었다.

    새로운 시작, prologue라는 곡의 제목에 어울리는 생기발랄한 톤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을 향해 가는 곡.

    마지막 하이라이트에서 에르제와 태현우 그리고 안단테, 이 세 보컬의 탄탄한 역량을 보여 주고 난 뒤.

    인스트루먼트도 서서히 빠지면서 소리가 작아지기 시작했다.

    곡이 끝났음을 알리는 듯했으나.

    이대로 끝난다면, 컨셉충의 면이 서지를 않는다.

    쿠우웅―.

    세로로 하늘까지 뻗은 문이 서서히 닫히기 시작하면서 그 틈으로 비치는 빛도 사라졌다.

    문득 저번 뮤직비디오에 등장했던 장면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1년 만에 지구를 찾아온 다른 세계의 토트윈.

    그들 뒤로 문이 닫히는 장면처럼 보였으니까.

    그리고 휙 하고 돌아간 화면에는.

    음악 소리가 아닌, 장작 타는 소리가 들렸다.

    나무로 만들어진 집과, 벽난로에서 타고 있는 장작 소리.

    그리고 그곳 가운데에 놓여 있는 고풍스러운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은 화장을 조금 진하게 한 에르제였다.

    의자 팔걸이에 팔꿈치를 올린 채, 턱을 괴고 있는 에르제는 입술을 꾹 다물고 있는 모습이었다.

    타닥, 타닥.

    5초 정도 벽난로를 바라보고 있던 에르제의 시선이 슬쩍 옆으로 돌아갔다.

    따라 돌아간 화면에는 커다란 관이 보였다.

    관은 반쯤 사선으로 열려 있었는데, 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 …….

    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에르제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벅저벅, 그가 관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러고는 관 뚜껑 위에 손바닥을 얹고, 아래로 힘을 주어 당겼다.

    쿵, 소리와 함께 뚜껑이 닫혔다.

    그 위를 탁탁 두들긴 에르제는 이내 몸을 돌려 밖으로 향했다.

    그러나 화면은 그를 좇지 않았다.

    여전히 닫혀 있는 관 뚜껑을 비추고 있을 뿐이었다.

    벽난로가 훅, 하고 꺼지면서.

    곧 뚜껑 위에 쓰여 있던 ‘Prologue’라는 글자가 마치 다 타 버린 재처럼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위로 새로이 글자가 새겨졌다.

    ― ‘Parados’

    직전 뮤직비디오와의 연계, 그리고 이미 예고되었던 다음 디지털 싱글.

    그것들을 연결하는 힌트를 보여 주면서 뮤직비디오는 그렇게 끝이 났다.

    * * *

    “와…….”

    뮤직비디오를 감상하고 난 뒤, 대학생은 한동안 멍하니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상큼상큼 대학생 토트윈도, 중독성 강한 안무도 모두 마음에 쏙 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대학생의 가슴을 뛰게 만든 것은 단연코 마지막 장면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냥 상큼, 청량 이런 콘셉트로 나온 곡인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그게 메인 디시가 아니었다.

    데뷔곡으로 처음 시작되었던 토트윈의 세계관이 이곳에서 다시 이어진 것이니 말이다.

    ‘어쩐지 이전 뮤비에서 마지막에 그런 장면을 넣더라니.’

    그때는 문이 열리고, 그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나왔었는데.

    오늘은 그 문이 닫혔다. 토트윈은 보이지 않았고.

    때문에 마치 다른 세계에 있던 토트윈이 빛의 문을 열고 완전히 지구로 넘어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긴, HaLLo 때 생각하면…… 약간 놀러 온 것처럼 느껴졌었지.’

    그대로 이곳에 머물렀다기보다는, 우연히 잠깐 지구에 들렀다는 느낌이 강했었다.

    ‘그래서 이번 제목이 Prologue이구나.’

    지구에서의 새로운 시작, 뭐 이런 뜻이려나?

    “흠흠~, 흐응.”

    대학생은 사비 부분의 중독성 강한 멜로디를 따라 하며, 뮤직비디오의 가장 마지막 장면에서 화면을 멈추었다.

    Prologue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던 곡이 Parados라는 단어로 끝이 났다.

    ‘그리고 은우가 관을 닫았지.’

    궁금해져서 그 밑에 달린 무튜브 댓글들을 살펴보니, 이런 의견들이 지배적이었다.

    ― 이전 세계에서의 잔재를 청산하고 이제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겠다는 뜻 아닐까?

    ― 가사를 보면 ‘다른 곳에 두고 온 어제’ 이런 식으로 표현했던데, 위 댓글의 추측이 맞는 듯!!

    ― 드디어 지구로 넘어왔구나!! 할미가 기다렸다!!

    ― parados는 prologue 뒤에 이어지는 구성으로, 아마 다음에 나올 음원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물론 이런 뮤직비디오 내용에 대한 추측보다는.

    ― 새내기 토트윈 때문에 심장 아파…….

    ┖ 그거 은우가 병원에 꼭 가 보라고 했음.

    ┖ ㅋㅋㅋㅋ미쳨ㅋㅋㅋ

    ― 이번에 춤 중독성 쩐다.

    ― 파스텔 톤 착장에다 백팩까지. 심지어 스니커즈 구겨 신은 연출도 개좋았음. ㅠㅠ

    ┖ 코디 누구야? 칭찬해.

    서사는 모르겠고 그냥 토트윈이 최고야! 하는 댓글들이 주를 이루었지만 말이다.

    “헤헤.”

    대학생은 악플을 제외한 모든 의견에 공감하며, 열심히 댓글을 탐독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공식 계정에 올라온 글로 인해, 대학생의 스마트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오, 이번에도 올라왔나.”

    매번 뮤직비디오가 공개되고 나면, 늘 토트윈의 모니터링 영상이 올라왔기 때문에.

    대학생은 알림 내용을 보지 않고도 무슨 글이 올라왔는지 이미 예상했다.

    그리고 역시는 역시였다. 다만, 글의 시작이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 안녕하세요! TOT! 토트윈입니다! 다들 저번 저희의 라이브 영상은 다 보셨나요? 사실 그때 여러분들께 말씀드리지 않은 게 하나 있었답니다!

    바로 벌칙! 우승자를 제외하고, 나머지 멤버들이 점수 순서대로 벌칙을 받았는데요.

    이번에 뮤직비디오 모니터링 영상에서 그 벌칙을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

    그렇게 시작된 서두, 빠르게 같이 올라온 영상을 확인한 대학생은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영상의 시작에는 무슨 패션쇼처럼 한 명씩 벌칙 의상을 입고 등장했는데.

    태현우, 안단테, 서은우 그리고 마지막으로 민주혁.

    벌칙의 정도가 약한 순서대로 영상 속에 등장하는 구성이었다.

    태현우는 무난하게 의상과 잘 어울렸고, 안단테는 귀여움이 폭발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푸흡.”

    그리고 그다음으로 나온 에르제의 모습에서 대학생은 결국 다시 한번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설마 잘 어울린다고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니야?”

    대학생은 킥킥 웃다가,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민주혁의 차례에서는 결국 침대 이불에 얼굴을 묻어야 했다.

    이불 사이로 끅끅 웃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하학!! 미치겠다, 진짜……!”

    예전에 시상식 플랜카드 사건 때도 민주혁은 수치심으로 죽으려고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에도 거의 그와 맞먹는 수준이었다.

    “하 씨…….”

    대학생은 새어 나온 눈물을 닦으며, 영상을 끝까지 시청했다.

    커다란 TV에서 보이는 상큼발랄한 토트윈의 모습과, 벌칙 의상을 입고 그것을 진중하게 바라보고 있는 토트윈의 모습이 대비되어 웃음을 참기 힘들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혹독한 웃음 참기 영상이 끝이 나고.

    또 떡밥 없나 하고 기웃거리던 대학생에게 새로운 영상이 도착했다.

    이번에도 공식 계정에 올라온 글이었는데.

    “응?”

    [ 윤이 형의 댄스 챌린지! ]

    그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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