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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후에 흡혈은 안 됩니다-200화 (200/307)
  • 제200화

    200화

    서은우가 사실 대악마였고, 에이리스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게 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현재 에르제의 계획이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1장로를 유인해서 제이의 몸에서 혈석을 제거해 충분한 유예기간을 번 뒤.

    단숨에 에이리스를 공격해 들어가겠다는 계획.

    혈석만 없으면 홧김에라도 악마를 강림시킬 수 없을 테니 지금으로선 최선의 방법이었다.

    ‘서은우를 이 몸에 다시 불러오는 최후의 보루도 있으니까.’

    따라서 대마녀에 의해 제이의 혈석이 제거되고 있는 지금.

    다른 것들은 지서후와 늑대인간들에게 맡겨 둔 채, 에르제는 활동에 집중하고 있었다.

    예능과 드라마 촬영, 그리고 토트윈의 이번 분기 첫 디지털 싱글.

    강제로 가끔씩 휴식을 취하면서 드디어 토트윈의 음원이 공개되는 날이 다가왔다.

    ― 얼마 만이냐, 이게!

    ― 콘서트 약발로 계속 버티는 것도 힘들었는데, 드디어 ㅠㅠㅠ

    ― X바, 드디어 일하는구나, 모카……. 저번 정규 앨범 활동 끝나고, 계속 다른 곳만 뺑뺑이 돌려 가지고 짜증 났었는데.

    ┖ 장 대표, 제발 여돌 키우는 것처럼 좀 해 봐라…….

    ┖ ㅇㅈ 블링블링 데뷔했을 때랑 비교하면 속 터짐. 그나마 장 뭐시기가 돈을 쓰니 참는 거지…….

    ┖ 팬 입장에서는 좋긴 했는데, 사실 정규를 그렇게 쏟아 내는 것도 솔직히……. 애들 너무 굴리는 거 아닌가 싶어서 걱정되고 그랬음.

    ┖ 그러넼ㅋㅋㅋㅋ

    ― 저번에 하얀이랑 무대 하는 거 보니까 은우 컨디션은 좀 별로인 거 같던데, 이번엔 괜찮으려나.

    ┖ 저번에 ㅈㄴ 좋지 않았어?

    ┖ 솔직히 춤이랑 보컬 퀄리티보다는 얼굴이 다했지. 하얀이랑 할때는.

    ┖ 이게 맞다.

    자정에 공개되는 뮤비를 기다리는 팬들이 몇 달 만에 나오는 음원에 반가워했다.

    그러면서도 이전과는 댓글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는데.

    최근 들어서, 장 대표와 모카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불만이 조금씩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매번 남자 아이돌만 내면 말아먹던 장 대표가 드디어 자금을 쏟아붓는다면서 좋아했던 것도 한두 번이지.

    기존에 했던 모카 엔터테인먼트의 대응 방식에 슬슬 불만이 쌓이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별말 없던 초창기 응원봉이 오히려 최근 버즈량이 많아진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물타기를 당한 여러 팬들은 기존에 말하지 않았던 불만들을 쏟아 내는 중이었다.

    ― 장 뭐시기 마이너스의 손 모먼트 ㅈㄴ 많았는데 이브들 흐린 눈 하길래 에휴, 그래라~ 했더니, 이제 와서 그랬지, 그랬지, 하는 거 개꼴보기 싫네. ㅋㅋㅋㅋ

    ┖ 예. 그러면 그대로 나가 주시면 됩니다~.

    ┖ 솔직히 말 틀린 거 없음. 토트윈 애들이 잘해서 지금까지 버틴 거임.

    ┖ 은우 얼굴 추가요.

    ┖ 현실의 나 격하게 고개 끄덕이는 중.

    ― 솔직히 보글보글은 좋긴 한데, 그거 말고는 팬들이랑 소통하는 것도 별로 없음……. ㅠ 자컨도 초창기에만 하고 거의 1년간 뜸하지 않았냐.

    ┖ 솔직히 부처 수준이었다. 매 한 번 들 때 됐음.

    ┖ 원래 패야 말을 들어.

    ┖ ㄹㅇㅋㅋ

    에르제는 스마트폰을 내려놓으며, 분주한 멤버들을 바라보았다.

    자체 콘텐츠까지는 아니었으나, 뮤비 공개 전에 짧게 라이브 방송을 하려는 것이었다.

    조금 전에 본 것처럼, 요즘 댓글들이 많이 매워졌기 때문에 장 대표가 시킨 일이었다.

    윤치우가 카메라를 세팅하며 입을 열었다.

    “엄청 바쁘다가 최근에는 좀 널널해진 게 컸어.”

    “왜?”

    “쉬느라고 팬들이랑 소통 많이 못 했잖아. 우리 잘못이지.”

    윤치우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보글보글 하는 거 말고는 딱히 팬들이랑 소통한 게 없었으니까.”

    “벌써부터 스타병 걸려서 그래.”

    민주혁의 말에 태현우가 허리춤에 손을 올렸다.

    “나는 스타야.”

    “많이 해라.”

    민주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태현우는 상처받은 표정으로 털썩 주저앉았다.

    “어떻게 그런 무심한 반응을 할 수 있어.”

    “……뭘 바라는 거야.”

    “놀아 달라고 하는 거예여.”

    “바빠.”

    휙 옷을 갈아입으러 가는 민주혁의 모습에 안단테가 쿡쿡 웃었다.

    “변했어……!”

    그리고 태현우는 바닥과 거의 혼연일체가 되어 엎어지며, 주먹으로 바닥을 살포시 통통 때렸다.

    층간소음은 내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보였다.

    “얼른 일어나서 옷 갈아입고 와.”

    윤치우는 그런 태현우를 어르고 달래서 모두가 옷을 갈아입고 오도록 종용했다.

    에르제도 태현우와 같이 방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이번 디지털 싱글 음원, 그리고 뮤직비디오.

    그 콘셉트에 맞추어 입고 나온 옷이었다.

    각자 파스텔 톤의 밝은 색상을 기본 베이스로 잡고, 셔츠나 니트 등으로 캐주얼 분위기를 냈다.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옷은 아니었으나, 최대한 그 분위기를 내려고 노력했다.

    “이야, 다들 대학교 새내기 같구먼.”

    태현우가 멤버들을 돌아보며 박수를 쳤다.

    “음, 깔끔하네.”

    윤치우도 동의하며, 카메라를 만지작거렸다.

    “시작할까?”

    “네!”

    안단테의 힘찬 외침과 함께, 멤버들은 소파가 아니라 부엌에 모였다.

    자체 콘텐츠급으로 하지는 못해도, 뮤직비디오와 연관된 내용으로 라이브를 찍기 위해서였다.

    스포는 아니었고, 뮤직비디오를 보고 난 이후에 ‘그게 이거였구나!’라고 할 수 있도록 말이다.

    곧 라이브 방송이 시작되고, 소식을 듣고 찾아온 팬들이 빠르게 숫자를 더해 가기 시작했다.

    “와, 와.”

    엄청나게 빠르게 올라오는 채팅창을 보면서, 안단테가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민주혁이 그런 안단테의 옆구리를 쿡 찌르고 나서야 인사를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하나, 둘.”

    작게 숫자를 세는 윤치우의 목소리를 따라.

    “Trick or Treat! 안녕하세요! 토트윈입니다!”

    “와아아아!”

    “반가워여어!!”

    팀 인사와 함께, 멤버들은 각자 손을 흔들거나 무언가를 흔들면서 반가움을 표시했다.

    “야, 은우야. 뭐야, 그건?”

    그때 에르제가 반가움의 표시로 흔들고 있는 것을 본 태현우가 황급히 그의 팔을 잡아 내렸다.

    “안 무거워!?”

    그러고는 에르제가 들고 있던 토스트기를 양손으로 들어 보았다.

    “겁나 무거운데?!”

    “그걸 한 손으로 들고 흔들고 있었어?”

    태현우가 입을 벌렸고, 에르제는 별일 아니라는 듯 전완근을 보여 주었다.

    “평소에 열심히 운동한 덕분이지.”

    “……그게 되나?”

    윤치우를 제외한 모두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지만.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들어오자마자 빵 터졌네.

    ― 나는 무슨 종이 흔드는 줄.

    ― 토스트깈ㅋㅋㅋ 한 손으로 들리는 거였냐고? 우리 은우 근육 좀 보자!

    ― 은우 셔츠가 터지려고 해!

    팬들이 좋아하고 있으니, 그냥저냥 넘어갈 수 있었다.

    에르제는 열심히 전완근 자랑을 했고, 곧 본격적인 라이브 방송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여러분, 오늘 저희가 라이브를 켠 이유가 궁금하시죠?”

    윤치우의 말에 이브들이 각자 추측을 내놓았다.

    그리고 대부분은 뮤직비디오 때문 아니냐고 했다.

    에르제는 그중 다른 몇 개의 댓글을 보며 옆에 있던 민주혁에게 물었다.

    “소속사를 팬 효과 때문이라는 건 무슨 말이야?”

    “……음.”

    민주혁이 코끝을 긁적이다가 미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냥 모르는 편이 나을 거야.”

    “그래?”

    둘이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안, 윤치우는 다른 멤버들과 함께 팬들과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뮤직비디오 때문은 절대! 절대로 아니에요!”

    거짓말 못하는 티를 팍팍 내며, 윤치우가 라이브 방송을 켠 이유를 밝혔다.

    “사실 이번에 저희 MT를 오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옷을 차려입고, 미션 하나를 수행하려고 해요.”

    윤치우가 그렇게 말하며 신호를 주었다.

    미리 이야기가 되어 있었기에, 남은 멤버들이 카메라에는 잡히지 않는 바닥에서 초록색 병들을 꺼내 식탁 위로 올렸다.

    각종 술이었다.

    ― 얘들아, 술 먹게?

    ― 술 배틀을 미션으로 하는 아이돌이 있다……? 소속사 아직 덜 맞은 거야?

    ― 아니, 그것보다 MT인 거 맞냐고? ㅠㅠ 숙소잖아, 얘들아.

    ― ㅋㅋㅋㅋㅋㅋㅋ 숙소인 거 너무 잘 보임. 치우 거짓말 서툴러서 좋다.

    팬들이 치는 채팅을 빠르게 읽은 에르제가 빠르게 손을 내저었다.

    “미션, 그거 아니에요 여러분.”

    “맞아요. 술 배틀은 아니고.”

    윤치우가 씩 웃으며 말했다.

    “술에는 뭐가 필요할까요? 주혁 씨!”

    “안주요.”

    민주혁이 술안주로 어울리지 않을 밍밍한 말투로 대답했다.

    채팅창에 ‘치우 당황했다. ㅋㅋㅋ’라는 채팅들이 올라왔다가 다시 묻혔다.

    “이번에 저희가 MT를 왔기 때문에 술에 딱 어울리는 안주를 만들어 볼 예정입니다!”

    “먹방도 할 거예요!”

    “제발 은우 요리만 걸리지 마라.”

    “현우를 위하여.”

    각자 한 마디씩 그렇게 던진 이후, 멤버들은 본격적으로 요리를 하기 위해 부엌에 옹기종기 모였다.

    부엌이 그리 크지 않았기에, 비좁은 곳에 덩치 큰 남자 여럿이 모여 요리하는 건 아주 볼만했다.

    사실 팬들을 즐겁게 해 주려는 의도도 아주 많이 숨어 있었기 때문에 의도된 장면이기도 했다.

    물론, 좀 난리가 많이 나기는 했지만 말이다.

    “어허. 위험해. 내려놔.”

    “아! 형, 그거 내 칼이에여!”

    “아아아! 망했어!! 누가 내 냄비 뚜껑 열었어!”

    “얘들아, 저녁 시간이니까 조금 조용히 하자.”

    “혼란하다, 혼란해.”

    아마 혼돈을 시각적으로 보여 준다면 바로 이곳이 아닐까.

    에르제는 조금 멀찍이 떨어져서 그들을 지켜보았다.

    그는 거의 15분 만에 요리를 마친 덕분에 아주 여유로운 상황이었다.

    “현우가 지금 깍둑썰기를 시도하고 있는데, 사실 다지는 거랑 다름이 없네요. 아~, 단테는 또 칼을 빼앗겼어요.”

    그래서 에르제는 지금 대표로 팬들과 소통하는 중이었다.

    어떻게 보면 요리하는 모습만 나오면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데, 에르제의 재밌는 중간 해설 덕분에 오히려 소문을 듣고 찾아온 이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었다.

    “처음에는 약불을 이용해 버터를 바르고 그 위에 야채를 볶는 편이 더 좋았을 텐데. 주혁이가 평소에 요리를 잘 안 해서 그런 걸 잘 모르네요.”

    게다가 괴식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에 맞지 않은, 생각보다 해박한 요리 지식은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중간중간 에르제의 요리 해설에 갈고리들이 쏟아졌으니 말이다.

    “빨리빨리 좀 합시다, 여러분.”

    “자기는 제일 쉬운 거 해 놓고!”

    “그럼 제비뽑기를 잘했어야죠.”

    에르제는 멤버들을 놀리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곧 멤버들이 만든 안주가 식탁 위에 차례대로 놓였다.

    서로 어찌나 방해를 했는지 얼핏 보기에도 결과물이 썩 훌륭해 보이지는 않았다.

    ― 오! 드디어. ㅋㅋㅋㅋ

    ― 주혁아, 혹시 그거 제육볶음…… 인 거니?

    ― ㅋㅋㅋㅋㅋㅋㅋ 은우 게 제일 정상적으로 보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팬들의 반응을 뒤로하고, 곧 화면 속에 멤버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다.

    ― 와! 새 매형!

    ― 제6의 멤버 라하임 님 등장!

    ― 매니저가 등장하는데, 빛이 난다…….

    라하임은 카메라를 향해 어색한 인사를 하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안녕…… 하세요. 이렇게 인사를 드리는 건 처음인 것 같은데, 토트윈 매니저 라하임입니다.”

    “와! 박수!”

    멤버들의 박수갈채에 라하임은 헛기침을 하며 의자에 앉았다.

    “저희 초청 심사위원이에요.”

    윤치우가 오늘 라하임이 할 역할을 설명해 주었고, 에르제는 화면에 보이지 않게 주먹을 꽉 쥐었다.

    ‘괴식 아이돌, 그 오명을 오늘 반드시 떼고 만다.’

    오늘 편파 판정이란 게 뭔지.

    그리고 세상의 쓴맛이 뭔지 멤버들에게 확실히 보여 줄 작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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