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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후에 흡혈은 안 됩니다-193화 (193/307)
  • 제193화

    193화

    보글보글 내에 있는 모카 엔터테인먼트. 그곳에 드디어 토트윈이 추가되었다는 소식은 팬들 사이에서 금세 퍼져나갔다.

    그렇지 않아도 토트윈은 나름대로 팬들에게 소식을 자주 전하는 그룹이었기 때문에 이브들은 부푼 기대감을 가지고 구독을 구매했다.

    대부분은 전 멤버들을 했으나, 특정 개인 팬.

    ‘아니면 나 같은 사람들.’

    그런 이들은 멤버 하나만을 구독하기도 했다.

    제이의 홈마, 아니 이제는 스스로 서은우 홈마라고 지칭하기 시작한 그녀는 누구보다 빠르게 서은우를 구독한 사람이었다.

    ‘은우가 아파서 활동도 하지 못하고……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하던데.’

    서은우의 홈마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왜 저번에도 비슷한 일이 한 번 있지 않았던가.

    다들 쉬쉬하며 아는 사람들은 입을 꾹 다문 일이긴 했지만, 그 직후에 있던 음방 무대에서 멀쩡한 모습이라 단순한 루머로 묻혔던 일.

    ‘그게 루머가 아니었던 거야.’

    당시에도 리허설 때 몸이 좋지 않아서 리허설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물론…… 토트윈의 거의 모든 팬들이 모르고 있을 내용이라 팬들은 단순히 과로나 그런 것들을 걱정하고 있었던 모양이었지만.

    서은우의 홈마는 그들과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쩌면 단순한 과로가 아닐지도 몰라.’

    그런 생각 말이다.

    분명 토트윈의 멤버들 중에서 제일 잘나가고 있는 것은 서은우가 맞다.

    그래서 광고를 더 찍는다든가, 예능을 더 나간다든가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정도가 조금 지나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사실 올해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콘서트 준비에, 곧바로 앨범 준비를 하는 거야 토트윈 애들이 다 같이 하는 거라고 쳐도…… 드라마 촬영에 예능까지 같은 시기에 밀어 넣은 건…….’

    역시 마이너스의 손인가,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걸그룹은 단 한 번도 구설수 없이 운영을 하면서도 유독 남자 아이돌 그룹만 망한 이유가 뭘까.

    ‘그러고 보니…… 처음부터 이상했어.’

    모카 엔터테인먼트에서 만든 뮤직비디오나 음악 퀄리티가 돈을 쓴 티가 많이 나서 흐린 눈을 하고 있었을 뿐.

    ‘응원봉도, 애들 줄 세우기 딱 좋게 만들었잖아.’

    서은우의 홈마는 무심코 방 한구석에 놓아둔 응원봉을 바라보았다.

    한 그룹을 응원하는 응원봉에 박쥐 날개가 달려 있다. 저것만 있는 건 아니고, 뭐 다른 멤버들을 상징하는 것도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그게 초반 인기에 따라 판매율이 달랐을 거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대놓고 서은우만 밀어주려고 했던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던 서은우의 홈마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아니, 아무리 소속사 대표가 미쳐도 그런 짓까지는 안 하겠지.

    나중에는 본인들이 잘못했다는 거 깨닫고, 응원봉도 정상적인 걸로 바꿨으니까.

    그냥.

    ‘그냥 일 더럽게 못하는 소속사.’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맞을 듯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나온 그룹들이 죄다 망했지.

    마약에 음주운전에 멤버 왕따설에다 학폭 논란까지.

    겉으로 보기에는 장 대표가 아니라 그룹들의 잘못으로 보이지만, 사실 진짜 내부 사정은 그 안에 있어야만 아는 거니까.

    “후우, 더워.”

    손부채질을 한 서은우의 홈마는 이내 눈빛을 날카롭게 벼렸다.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까, 이번 사태에 대해 더욱 불만이 생겼다.

    토트윈 전체가 아니라, 멤버 하나만 이렇게 혹사해서 인지도를 밀어주다가 결국에는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까지 하지 않았나.

    ‘……설마, 아무리 그래도 이런 걸로 노이즈 마케팅을 하는 건 아닐 테고.’

    토트윈이 이제 그럴 짬도 아니고, 그런 거 하지 않아도 충분히 인기도 많고, 팬도 많았으니까.

    특히 서은우 개인은 더더욱.

    ‘스읍, 지난번 일을 생각하니까 괜히 불안해지기는 한데.’

    그러나 다행히도 보글보글을 구독한 것으로 인해 그 의심은 금세 가실 수 있었다.

    [ 쓸개즙은 초록색이에요. ]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설마 쓸개즙이라도 역류해서 직접 봤다는 뜻이야?

    그녀 말고도 보글보글을 구독한 팬들이 많았는지, 알림이 울리자마자 채팅이 주르륵 올라왔다.

    거의 ‘서은우의 요리 교실’ 라이브을 켰을 때의 수준이었다.

    ― 오빠 몸 괜찮아요!?

    ― 쓸개즙!? 설마 쓸개즙 토했어요!?

    이런 걱정하는 글과 함께 이미 쓸개즙이 역류했다는 건 기정사실이 되었는지 그럴 때 좋다는 방법과 정보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와……. 화력 미쳤네.’

    서은우의 홈마는 코끝을 긁적이다가 제발 건강관리부터 하라고 채팅을 쳤다.

    3개밖에 칠 수 없어서 매우 슬프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안에 최대한 자신의 마음을 담아서 말이다.

    왜 이렇게 무리해서 일을 한 건지, 잠시 생겼던 서은우에 대한 원망이 금세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 쓸개즙은 정말 맛없어요. ]

    병원에 입원한 상태로 팬들과 소통이라도 하고 싶은 모양인지, 곧 서은우의 메시지가 또 날아왔다.

    “……?”

    다만 계속해서, 대부분의 팬들의 여론과는 관련 없는 이야기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 쓸개즙은 담즙이라고도 부른대요. ]

    [ 아! 그런데 쓸개즙이 역류하면, 의도하지 않아도 살이 빠지는 효과가 있다고 해요. ]

    [ 그러면 병원 밥 말고, 다른 걸 먹어도 체중 관리에 문제가 없지 않을까요? ]

    [ 여러분, 참고로 쓸개즙 역류에는 ‘우르소데옥시콜산’이라는 것을 먹으면 좋다고 하네요. ]

    이쯤 되면, 보글보글을 그냥 일기장처럼 쓰는 게 아닌가 싶다.

    ‘응……. 많이 써 줘서 좋긴 해. 좋기는 한데, 은우야.’

    서은우의 홈마는 터치패드 위를 서성이는 자신의 손가락을 발견했다.

    ‘그…… 쓸개즙 이야기는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겠니.’

    허허허허.

    그녀가 허탈한 웃음을 뱉어내며, 뭐라고 채팅을 쳐야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 아, 습관성 잔소리증후군을 앓고 있는 이윤 매니저에게 연락이 왔어요. ]

    “…….”

    [ 제발 쓸개즙 말고 다른 이야기를 하래요. 근데…… 어떻게 알았지? ]

    [ 혹시 이윤 매니저도 절 구독한 걸까요? 구독해 달라고 할 때는 싫다고 하더니. ]

    [ 아무래도 보고 있는 것 같으니 한마디 할게요. 저 무대에서 팬들 얼굴 보고 싶은데, 퇴원 빨리하면 안 돼요? ]

    ‘헙.’

    서은우의 홈마는 채팅을 치는 대신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 ……협상 실패했어요.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나쁜 인간(작은 글씨). ]

    치사량을 넘은 듯했다.

    * * *

    딱콩딱콩 소리가 병실을 울렸다.

    “형! 은우 아직 아픈데!”

    “아프기는. 아픈 애가 이러냐.”

    이윤은 눈에 쌍심지를 켜며 말하다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에르제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말했다.

    “아프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빨리 퇴원을 시켜 주는 게 어떨까요?”

    “어림도 없는 소리 하지 마.”

    “……그렇게 하지 않으면 팬들을 인질로 잡겠어요.”

    “뭔 헛소리야.”

    이윤은 에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가 이내 다시 고개를 저었다.

    “장 대표님이 너 완벽하게 몸 회복한 후 퇴원시키라고 하셨어. 너 예정일보다 빨리 퇴원시키면 내가 회사를 퇴사할 수도 있어.”

    “퇴원과 퇴사를 맞바꾸는 건 매우 합리적인 결과물이 아닐까요?”

    “뭐, 나 잘리기를 바라고 있냐.”

    에르제가 흥, 하고 어깨를 으쓱하자 이윤이 세모눈을 떴다.

    “하여간.”

    보글보글 때문에 또 습관성 삐짐증후군이 도진 것인지, 아니면 잔소리 쪽인 건지.

    태현우를 모자이크 싱어 촬영장에 데려다주려고 나왔다가 보글보글을 보고 이곳에 잠시 들렀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잠깐 의사와 이야기만 나누고는 이내 이윤과 태현우 둘 모두 돌아갔다.

    에르제는 둘 다 병원을 나가자, 이내 양팔을 벌린 채로 드러누웠다.

    “아, 갑갑해.”

    “조금만 참으십시오. 어차피 토트윈 음방 활동은 끝나지 않았습니까.”

    “그래도. 차라리 숙소에 있는 게 낫지.”

    “밤에 잠깐씩 들락날락하시지 않았습니까.”

    라하임이 픽 웃으며 창문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겼다.

    저번에 플랑이 아무 생각 없이 뚫어 버린 구멍은 라하임이 알아서 처리를 했고.

    지금은 멀쩡한 유리가 달린 창문이었다.

    그리고 에르제는 지난 며칠 동안 밤에 병원 밖을 날아다니다가 들어왔고 말이다.

    “결국 낮에는 이곳에 갇혀 있잖아.”

    에르제는 한숨을 푹 내쉬며, 이불자락을 꼭 붙잡았다.

    “할 일이 많은데.”

    앞으로 얼마나 더 이곳에 있어야 하는 건지.

    ‘그때 세리나 집에 갇혀 있던 김지원도 이런 심정이었으려나.’

    그것을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괜스레 미안한 감정이 생기기는 했다.

    문득 떠오른 김지원의 이름에 에르제는 라하임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

    “그나저나, 김지원은 우리 지부에서 잘 적응하고 있어?”

    “네. 뱀파리스 특유의 본성을 억제하는 훈련을 하고 있지만, 다행히 별문제는 없는 듯합니다.”

    그렇게 대답하던 라하임이 이내 ‘아!’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그 전에 하나 특이한 일이 있기는 했었습니다.”

    “무슨 일?”

    “왜, 전에 2장로가 죽임을 당했을 때 말입니다.”

    “아.”

    아직 추측이기는 하지만, 1장로에 의해 2장로가 죽었을 때를 말하는 듯했다.

    “그래서?”

    라하임이 잠깐 뜸을 들였다가 말을 이었다.

    “그때, 김지원이 바로 옆방에 있었다고 했었습니다.”

    “……김지원은 따로 공격을 받지 않았고?”

    “내부에 CCTV나 그런 것들이 설치되어 있지는 않아서 입증할 수는 없긴 한데, 그 시간에는 그냥 방 안에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것만이 아니라 딱히 이상한 소리를 들은 적도 없단다.

    그러나 에르제는 미간을 좁히며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왜 갑자기 위화감이 들지.’

    “그래서 녀석을 의심하기는 했는데…… 아무리 2장로가 무력이 약하다고 해도 김지원한테 당했을 것 같지는 않아서 그냥 넘어갔습니다.”

    “확실해?”

    에르제의 말에 라하임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 말을 덧붙였다.

    “예. 제가 술법으로 한 번 더 확인한 일입니다. 김지원은 실제로 방 안에 있었고,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한 게 맞았습니다.”

    “……그래?”

    확실히 라하임의 말에 따르면 이상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왠지 촉이 좋지 않았다.

    지금까지 김지원과 관련해서 일어났던 일들이 모두 우연일까?

    이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일들이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뭔가 걸리는 것들이 있었다.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의식적으로 밀쳐둔 정보들.

    그저 눈앞에 놓인 정보와 현상을 좇느라, 어쩌면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에르제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지서후는 왜 김지원이 죽었다고 착각했을까.’

    늑대인간은 그런 걸 잘못 볼 종족이 아닌데.

    ‘……만약 그게 착각이 아니었다면?’

    그래서 김지원이 정말 그때 죽었던 거라면.

    “지금 살아서 돌아다니는 게 김지원이 아닐 수도…….”

    “예?”

    중얼거리던 에르제의 말에 라하임이 놀라서 되물었다.

    “김지원이 아니라고 하심은…….”

    “라하임, 너도 1장로의 능력은 알고 있지?”

    “……!”

    원래 1장로는 뱀파이어든, 뱀파리스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살던 녀석이다.

    하지만 만약 녀석이 진심으로 에이리스에게 협력하고 있다고 한다면…….

    “도플갱어.”

    에르제가 주먹을 말아 쥐었다.

    “……곤란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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