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8화
168화
[ 토트윈의 첫 콘서트! 예매는 다들 잘하셨나요? ]
그렇게 시작된 서두에, 대학생은 마음 한구석을 후벼 파이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
“크흡, 그럴 리가 없잖니……. 5분 만에 2만 장이 나갔는데.”
대학생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뒷내용을 마저 확인했다.
그리고 곧 그곳에서 희망의 빛 한 줄기를 발견했다.
“……은우가 예매에 성공했다고?”
서은우와 안단테가 예매에 도전했는데, 안단테는 실패했고 서은우는 성공했다는 이야기였다.
“대박.”
덕질을 오래 해 왔고, 콘서트 예매도 몇 번이나 성공해 본 자신도 실패했는데.
그런 걸 한 번도 해 보지 않았을 서은우가 성공하다니.
자존심에 금이 가면서도 ‘우리 은우는 요리 빼고 못하는 게 없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심지어 순수하게 승리의 표정을 짓고 있는 서은우의 사진까지 올라왔기에.
“하, 너무 귀엽잖아.”
대학생은 순순히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어차피 중요한 건 이 이후에 적혀 있는 내용이었으니까!
[ 정말 우연의 우연이 겹쳐 예매에 성공한 은우의 단 한 장의 티켓을 추첨을 통해 팬분께 드리려고 합니다. 사인 CD와 함께 티켓을 배송해 드릴 예정이니 다들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
표와 함께 사인 CD까지 준다니.
‘어쩌면 내가 예매에 실패한 건……!’
이것을 받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고, 운명적인 외침이 그녀의 머릿속을 왕왕 울렸다.
물론, 현재 그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이브들은 셀 수 없이 많았다.
* * *
토트윈의 글이 올라온 이후.
모카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에르제가 운 좋게 뚫어 낸 피켓팅의 결과물을 추첨하기 위해 따로 응모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상당히 빠르게 일 처리가 되었는데, 기한은 4월 1일부터 3일까지.
1인당 한 번의 응모 기회를 주고, 그중에서 한 명을 추첨하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응모에 참가하는 듯하자, 모카 엔터테인먼트에서는 부랴부랴 다른 부가 상품들도 마련했다.
1등에는 티켓과 사인 CD, 그리고 추가적인 보상이 더 붙었고.
2등은 10명, 3등은 50명. 그런 식으로 단위를 늘려 작은 상품들을 배치했다.
그리고 당연히 응모에 참가한 대학생은 다른 상품 목록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4등 상품까지…… 그래도 100명이니까 이 중 뭐라도 되겠지!’
이미 부모님과 오빠 것까지 모조리 긁어모아서 응모를 걸어 둔 상태.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했겠지만, 그래도 확률을 최대한으로 높여 두었다.
“야, 그게 되겠냐?”
대학생의 오빠는 리모콘으로 TV 채널을 돌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니까 무슨 콘서트까지 가겠다고……. 그냥 무튜브랑 TV에서 보면 되지.”
“야.”
대학생은 짜증을 내려다가 희귀한 남팬에게 귀한 가르침을 내리기로 결심했다.
“네가 아직 콘서트를 못 가 봐서 그래. 진짜 보는 세상이 달라진다니까?”
“X소리 하네.”
“진짜 개가 뭔지 보여 줘?”
대학생이 이빨을 드러내자, 오빠가 손을 황급히 내저었다.
“아니, 미안.”
“처음부터 그럴 것이지.”
팔짱을 낀 대학생은 이내 응모 숫자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4월 말이면 개강 시즌이랑 겹치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주말이기에 더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모양이다.
‘제발!’
대학생은 그렇게 마지막 날에 응모를 한 뒤, 응모 결과가 나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리고 4월 5일.
드디어 추첨 결과가 나왔다.
“……아!”
대학생은 손으로 눈을 가렸다.
일단 자신은 500명에게 주는 5등 상품, 토트윈 달력에 당첨이 되었다.
‘아냐. 아직 몰라.’
그녀는 빠르게 아이디를 바꾸어 남은 추첨 결과를 확인했다.
일단 부모님 건 마지막 등수인 5등 상품에도 떨어졌다.
‘…….’
불안해진 마음에 심장이 쿵쿵 뛰었다. 대학생의 시선이 로그인하는 그녀의 오빠에게로 향했다.
‘설마 쟤 것도 망했나…….’
아니, 아닐 거야. 아니겠지. 최소한 4등 이상은 됐을걸.
대학생은 초조한 마음으로 오빠가 확인하는 것을 기다렸다.
“……오?”
오빠는 놀란 듯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더니, 이내 화면을 대학생 쪽으로 돌렸다.
“야, 이거 맞냐?”
그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말했고, 결과를 확인한 대학생도 손으로 눈을 비볐다.
“미친?”
그의 추첨 결과는 다른 것도 아니고 바로 1등이었다.
수천 명 중 단 한 사람에게만 허락되었던 것.
그것이 눈앞에 있었다.
‘역시……!! 역시!’
대학생은 주먹을 불끈 쥐고, 하이파이브를 하기 위해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나 오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네가 저번에 그랬지.”
“?”
“콘서트를 다녀오면, 세상이 완전 다르게 보일 거라고.”
“……야.”
불안감이 다시금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설마, 이런 식으로 티켓을 갖지 못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기에 충격이 컸다.
“진짜, 이건 아니지. 너, 나 아니었으면 추첨도 안 했을 거 아니야.”
“풉.”
오빠는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웃어?”
살기가 느껴지는 대학생의 말에 오빠는 스마트폰을 꺼내어 그녀에게 보여 주었다.
며칠 전에 온 코코아톡이었다.
“티켓 양도받은 거 있는데, 너 표 못 구했다고 하니까 주라던데.”
“이 X…….”
가까스로 욕을 참은 대학생이 피만 섞인 녀석의 멱살을 잡아챘다.
“그걸 미리 말을 해 줘야 될 거 아냐!!”
쩌렁쩌렁 울리는 대학생의 목소리에 그가 푸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덕분에 쫄깃쫄깃했잖냐.”
멱살을 잡은 손을 떼어 낸 그는 이내 컴퓨터 화면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그나저나 이거 1등 당첨된 거 어쩌지?”
“뭘 어째?”
대학생은 짜증과 분노를 천천히 가라앉히며 대꾸했다.
“방금 네가 콘서트 갈 거라며. 셋이 사이좋게 손잡고 가자.”
대학생 가족은 그 누구도 불행하지 않은, 최고의 결말을 맞았다.
* * *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토트윈은 별다른 사건 사고 없이 콘서트 당일을 맞이했다.
5월에 공개될 앨범 준비도 무사히 마쳤기 때문에 그들은 온전히 오늘과 내일 진행될 콘서트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뮤비, VCR, 포카…….’
근 몇 달간의 결과물을 떠올리며, 에르제는 고개를 뒤로 젖혔다.
방금 주차장에서 내린 참이었는데, 해를 피해 바라본 하늘은 굉장히 맑았다.
“날씨도 좋고, 오늘 뭔가 느낌이 좋아여.”
안단테도 같은 생각인지, 그렇게 말하고는 휘적휘적 걸어갔다.
민주혁과 윤치우, 둘과 보폭을 맞춘다고 발놀림 속도가 조금 빨랐다.
그러나 퍽 자연스러웠던 몸의 움직임은 딱 거기까지.
리허설에 들어가고 난 뒤, 에르제와 민주혁을 제외한 나머지는 몸이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야! 왜 이렇게 긴장을 했어?”
그중에서도 가장 긴장을 많이 한 것은 예상외로 태현우였다.
그동안 음악 방송이나 다른 무대, 심지어 시상식에서도 떨지 않고 웃어 대던 녀석이.
지금은 마치 목각인형이라도 된 듯 움직이고 있었다.
그나마 메인 보컬답게 목소리가 떨리지 않는 게 다행이었다.
민주혁은 태현우의 어깨를 꾹꾹 손으로 눌러 풀어 주며 다시금 물었다.
“왜 이렇게 긴장했냐고. 몸이 다 굳어서 춤 선이 제대로 안 나오잖아.”
“……그랬어?”
태현우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려다가 세팅된 머리가 흐트러질까 싶어 그만두었다.
“나, 왜 이러냐?”
태현우는 파르르 떨리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나 진짜 멘탈은 그대로인 것 같거든? 그냥 우리 연습 진짜 많이 했고, 그대로만 보여 줘도 성공이라고. 그러니까 걱정할 거 없다고 생각하는 중인데.”
그러나 태현우는 손을 더욱더 심하게 떨어 댔다.
“아 씨, 진짜.”
태현우가 손을 휙휙 털었다. 그러나 그런다고 떨리는 증상이 가라앉지는 않았다.
“원래 뇌가 메인 아니야? 내가 긴장 안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왜 몸은 자기 맘대로 움직이냐고?”
그러고는 답답한지 몸을 비틀었다.
‘머리도 같이 긴장했네.’
그리고 그런 그를 보며 에르제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였으면 낄낄 웃고 넘어갈 걸, 저렇게 주절주절 되는 대로 말을 늘어놓는 게 평소의 태현우답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사람한테 장난을 치며 긴장을 풀어 주던 녀석이었으니까.
‘음.’
윤치우와 안단테도 거의 토할 것 같은 상태이니 무언가를 바라기에는 무리고.
유일하게 긴장하지 않은 민주혁은 이런 쪽으로는 그렇게 믿음직스럽지 않고.
‘결국 나밖에 없네.’
에르제는 쯥, 하고 입술로 소리를 내고는 태현우에게로 다가갔다.
“태현우.”
“어, 왜?”
평소답지 않은 날 선 목소리의 대답이 들려왔다.
그러나 에르제는 아랑곳하지 않고, 태현우의 심장 부근에 손을 올렸다.
“……뭐 하냐?”
순순히 있던 태현우였지만, 목소리에는 경계심이 가득했다.
전형적으로 초조함에서 나오는 증상이었다.
‘역시 혈류가 비정상적으로 분산되어 있어.’
그러니 손이 그렇게 떨리지.
“나대지 마, 심장아.”
에르제는 예전 추억을 떠올리며 그렇게 말했고, 곧 태현우의 어깨가 조금씩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에르제가 근육 쪽으로 과하게 흐르던 혈류를 조절해 준 덕분이었다.
잔뜩 수축했던 몸의 근육이 조금씩 이완되어갔다.
“어…….”
태현우가 놀란 얼굴로 에르제를 바라보았다.
다른 멤버들은 몰라도, 태현우는 처음 겪는 경험이라 놀란 모양이었다.
“뭐지?”
더 이상 손이 떨리지 않는 것을 확인한 태현우가 그대로 손을 자신의 심장 부근에 얹었다.
“나대지 마, 심장아.”
“되겠냐.”
에르제는 피식 웃고는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러고는 리허설을 재개해도 괜찮다고 신호를 보냈다.
* * *
[ 내가 잘 찍어 올게. ]
세리나는 티켓팅에 실패한 장미영을 위로하며, 체조경기장 밖에서 입장을 기다렸다.
공연 시작까지 한참이나 남았음에도 벌써부터 기다리는 인간들이 많았다.
그 때문에 인증샷을 찍기 좋은 곳은 줄이 길게 늘어서 있을 정도였다.
‘놓칠 수 없지.’
세리나는 로드의 콘서트를 왔다는 인증샷을 포기할 수 없었고, 때문에 긴 줄을 기다려 꿋꿋이 인증샷을 찍었다.
그렇게 장시간 기다리고 난 뒤에 입장을 한 세리나는 2층 7구역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스탠딩석으로 가고 싶었지만, 교환에 실패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사진은 찍을 수 있어.’
그리고 뱀파이어이기 때문에 거리가 먼 것도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세리나가 위안을 삼으며 카메라를 세팅하고 있을 때.
“……큼.”
근처에서 남자의 헛기침 소리가 들리더니, 곧 그가 세리나의 옆에 앉았다.
‘?’
기운을 보니 인간인 듯했는데, 그 귀하다는 남자 팬인 모양이다.
남팬은 주위를 몇 번 두리번거리다가 이내 근처에 남자가 자신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고개를 아래로 푹 숙였다.
‘귀한 팬에게 좋은 기억을 남겨야지.’
세리나는 묘한 책임감을 느끼고 가방에서 손수 만들어 온 간식을 꺼냈다. 그러고는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남자 인간에게 그것을 건넸다.
“시작할 때까지 시간이 조금 남는데, 이거 좀 드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