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7화
167화
[ 토트윈의 첫 콘서트는 올림픽 체조경기장, 신인상 수상 이후 또 하나의 커다란 발걸음! ]
[ 4월 28, 29 양일 토트윈 단독 콘서트가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개최 ]
[ 체조경기장에서 공연한 아이돌 TOP 10 ]
토트윈의 단독 콘서트가 열리기 약 한 달 전.
예매 날짜가 코앞으로 다가온 현재, 그에 발맞추어 잠시 잠잠했던 토트윈 콘서트에 관한 기사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모카 엔터테인먼트의 홍보 팀과 안병인이 이끄는 청화의 역할도 작지 않았다.
장 대표는 스크롤을 내렸다. 기사 내용이 우호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그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윤아.”
“예, 대표님.”
이윤이 그의 옆에서 대답했다.
“이번에 단콘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나면,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별명도 좀 떨어져 나갈까?”
“음…….”
이윤이 쓴웃음을 지었다.
“예전에 만드셨던 그룹도 콘서트까지는 잘했었는데요. 그 이후에…….”
“아, 그 마약 X끼들.”
그룹 멤버 7명 중에서 무려 3명이나 마약 사범으로 걸려 들어가 그룹이 해체되었던 사건이었다.
마약을 하지 않은 4명도 함께 매장되었는데, 그룹 멤버 중 3명이나 마약을 하는데 옆에서 그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연히 장 대표와 소속사도 욕을 한 바가지 먹었고.
“그렇기는 한데, 꼭 그 이야기를 지금 해야 했니?”
“방심을 하지 말자는 뜻에서…….”
“……그래.”
장 대표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가, 이내 낯빛을 바꾸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체조경기장에서 하잖냐. 그때 그놈들이랑 팬덤 크기부터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나는데, 좀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건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리고 안병인 회장님이 콘서트 여는 데에 투자도 많이 해 주셨으니까.”
“덕분에 VCR 영상 퀄리티가 엄청 높아졌다고 합니다.”
“그렇겠지.”
장 대표는 손가락으로 마우스를 딸각거렸다.
“일단 대중이랑 기사 반응 같은 건 괜찮아 보이기는 하네.”
혹시나.
데뷔한 지 고작 2년밖에 안 된 아이돌이 무슨 체조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하냐고.
체조경기장은 10,000석이 넘어가는데 양일 20,000명 이상을 채울 수 있겠느냐며 시비를 걸어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물론 물밑 댓글이야 다른 팬들이 와서 그렇게 이야기는 하겠다만, 그만큼 팬덤 크기가 웬만한 아이돌 수준을 넘어섰다는 뜻이었다.
“이번에 좌석만 다 팔려 주면, 1티어 확정 지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지.”
장 대표는 조금 불안한 눈빛을 하며 이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 티켓은 다 팔리긴 하겠지?”
“그렇지 않을까요? 주말이라 양일 다 보러 오시려는 팬분들도 계실 거고요.”
“음…….”
장 대표는 화면에 떠 있는 토트윈의 무대 사진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제발 단콘도 무사히 잘 끝내고, 그 이후에도 누구든 제발 사고 치지 마라.”
장 대표가 양손을 모으고, 거의 기원하듯 중얼거렸다.
* * *
예매 당일 저녁 7시.
토트윈은 초조한 기색으로 거실에 하나둘씩 모였다.
모이자고 한 것도 아니었는데, 다들 마음이 싱숭생숭한 모양이었다.
에르제는 혼자 거실로 나가기 싫은 태현우에 의해 강제로 끌려온 상황.
‘……다시 들어갈까.’
관 다음으로 좋은 침대에 눕고 싶은 마음이 샘솟아서 에르제는 슬쩍 눈치를 보았다.
어차피 태현우가 자신을 끌고 온 건 거실에 혼자 있는 게 싫어서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지금 윤치우, 민주혁, 안단테 무려 셋이나 거실에 나와 있었다.
‘기회는 지금뿐!’
에르제는 1cm씩 소파에서 꼬물거리며, 방 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렇게 13.4cm 정도, 정말 티 나지 않게 움직였을 때였다.
안단테가 손가락 끝을 서로 맞부딪치다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멤버들에게 물었다.
이전까지는 준비와 연습으로 바빠 생각할 겨를도 없었는데, 막상 예매 당일이 되니 초조해진 모양이었다.
“체조경기장에서 하게 되어서 좋기는 한데, 자리 다 채워지겠져?!”
“…….”
그 말을 들은 민주혁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 걱정할 정도 아니야. 신인상도 받았잖아.”
그렇게 말하며 그는 턱 끝으로 고이 모셔져 있는 신인상 트로피를 가리켰다.
매일 3시간에 한 번씩, 민주혁이 정성스럽게 관리하고 있는 만큼 번쩍번쩍 빛나고 있었다.
“그렇기는 한데…….”
안단테가 말끝을 흐렸다.
“서바이벌 예능으로 팬덤 엄청 끌어모은 D.D.도 서울 콘 할 때는 체조경기장보다 더 작은 곳에서 했었잖아여…….”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그때보다 팬덤 크기가 훨씬 많이 늘었잖아! 이번에 신인상 탄 거랑 골든테이프 무대 때도 팬들 유입 엄청 많았고.”
민주혁은 안단테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다. 그의 머리가 산발이 됐다.
“읏!”
안단테는 황급히 양 손바닥으로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너는 항상 걱정이 너무 많아. 반대로 생각해. 우리 이런 곳에서 단콘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하다, 어려운 일 해냈다, 이렇게.”
“…….”
“정 궁금하면, 직접 예매 한번 해 보든가. 네가 예매 성공하면, 원하는 거 준다.”
민주혁의 말에 안단테의 눈이 급격히 반짝반짝 빛났다.
“정말여?”
“어.”
자신만만한 민주혁의 태도에 안단테의 열정이 불타올랐다. 조금 전까지 걱정으로 축 처져 있던 녀석이 어디 갔나 싶을 정도였다.
민주혁의 정면에 앉아 있던 윤치우가 그에게 엄지를 세워 주며 ‘잘했어. 고마워.’라고 입 모양으로 말했다.
에르제는 원하는 걸 준다는 말에 민주혁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는 그에게 물었다.
“민주혁, 내가 성공하면 나도 원하는 거 줘?”
“넌 두 개 준다.”
“…….”
안단테보다 나를 더 낮게 치다니.
그 자만심을 후회하게 만들어 주지.
에르제는 곧장 노트북을 가지고 와서 전원을 켰다.
저번에 윤치우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것이었는데, 최근 미디 작곡하는 것을 안단테에게 배우고 있는 중이다.
“저도여!”
그러고 있으니 안단테도 자신의 작곡용 노트북을 가지고 와서 에르제 옆에 앉았다.
이제 남은 시간은 고작 10분.
‘……근데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네.’
에르제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안단테가 하는 대로 따라 했다.
예약 사이트를 열고, 회원 가입을 하고, 홈페이지에 있는 시간이 흐르는 것을 가만히 기다렸다.
다른 멤버들도 흥미가 동했는지, 그들의 뒤쪽에 앉아 예매하는 모습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준비됐어여?”
“응. 59분 지나고부터 하면 된다고?”
“넵. 그리고 새로고침 같은 건 신중하게 해야 해여. 기다리는 게 좋을 때도 있고, 새로고침을 해야 좋을 때도 있어서……. 형 느낌대로 하면 되여.”
“내 느낌대로?”
“네. 은우 형은 그 전에 티켓팅 해 본 적 없잖아여.”
“그렇지.”
에르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우스를 만지작거렸다.
경험이 없으니 느낌대로 하라는 뜻인가 싶었다.
‘새로고침은 F5 키.’
에르제는 F5의 위치를 눈으로 확인했다.
곧 59분, 그리고 8시 정각이 되었다.
“……!”
기다려 달라는 창이 뜨고 그대로 멈췄다.
화면에는 현재 대기 인원도 같이 떴는데, 그 숫자가 어마어마했다.
‘이 사람들이 예매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가?’
슬쩍 옆을 보니, 안단테가 매의 눈으로 사냥감을 바라보듯 화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쪽도 저쪽 나름대로 집중하고 있는지라 에르제는 그냥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혔다.
‘새로고침을 하지 마시오.’라는 글자가 보였으나, 그는 F5 키를 한 번 눌러 보았다.
화면이 하얗게 변했다가 대기를 했다가, 또 새로고침을 눌렀다가.
멍하니 그 작업을 반복하고 있으니 옆에서는 “윽. 제발.” 하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려왔다.
그렇게 30초~40초 정도 흘렀을까?
“어.”
다음 화면으로 넘어간 에르제가 안단테의 어깨를 툭툭 쳤다.
“좌석을 선택하라는데?”
“헐, 뭐야. 뚫었어여?”
안단테가 대박, 그렇게 중얼거리며 말을 이었다.
“빨리 좌석 아무거나 눌러여. 이 정도 서버렉이면 아마 원하는 데 못 앉을 거에여.”
“그래도 이왕이면 좋은 자리가 좋을 것 같은데.”
그러나 좋은 자리가 어디인지 모르겠다. 무대랑 가까우면 좋으려나?
고개를 갸웃한 에르제는 무대 근처의 좌석을 눌러 댔다.
이미 선택한 좌석이라는 문구가 눈을 어지럽혔다.
“이선좌의 늪이 시작됐구먼.”
뒤에서 태현우가 얄밉게 낄낄댔다.
하지만, 그 순간.
딸각, 딸각.
2층 7구역까지 올라온 에르제의 마우스에 의해 결제창까지 넘어가게 되었다.
“오, 됐다.”
좋은 좌석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에르제는 화면에서 하라는 대로 열심히 따라가 결제까지 끝마쳤다.
“뭐야, 성공했어?”
“진짜여??”
아직도 첫 화면에서 멈춰 있던 안단테가 털썩 엎어졌다.
“저는 물 건너간 것 같아여…….”
안단테의 표정도 상당히 슬퍼 보였지만, 에르제의 성공에 그보다 더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민주혁은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씁쓸한 말투로 물었다.
“뭘…… 원하냐?”
“네 골반. 양쪽 하나씩 두 개 줘. 나도 춤 잘 출래.”
민주혁의 몸이 그대로 굳었고, 에르제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농담이야. 나중에 좋은 거 생각나면 말할게.”
에르제는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였다.
“두 개야. 말 바꾸지 마.”
“골……반만 빼고. 응.”
민주혁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에르제는 승리의 기쁨을 누리다가 이내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예매에 성공했으면…….’
에르제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혹시…….’
에르제가 떨리는 시선으로 멤버들을 바라보았다.
“?”
급격한 그의 표정 변화에 멤버들의 얼굴에 물음표가 생겼다.
“그런데…… 말이야. 내가 콘서트를 보러 가야 하는 거면, 내 무대는 누가 해?”
* * *
같은 시각, 안단테와 똑같이 패배감을 느끼고 있는 이가 하나 있었다.
대학생은 컴퓨터 모니터를 양손으로 붙잡은 채, 앞뒤로 흔들고 있었다.
“제발! 정신 차려! 정신 차리라고!!”
하지만 핸드폰으로 확인까지 한 결과, 이미 예매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마음속으로 깨달은 상태.
곧 초연한 표정이 된 대학생은 이브들과 같은 슬픔을 공유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냈다.
‘나도…… 나도 팬송 부르고 싶었는데……!!’
그리고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이브들도 커뮤니티 세계에서 펑펑 울고 있었다.
도대체! 2만 석이나 되는데! 어떻게 실패할 수가 있단 말인가!
대학생은 컴퓨터를 떠나 소파에 누워 통곡의 주먹질을 박아 넣었다.
평상시보다 강한 괴력에 소파가 움푹 패었다가 위로 천천히 솟아올랐다.
“야! 망가져.”
예매 시도조차 하지 않은 그녀의 오빠가 핀잔을 주었지만, 그녀의 귀에는 어떠한 말도 소용없었다.
퍽! 퍽!
그렇게 분노의 주먹질을 몇 번 더 했을까.
지이잉, 울리는 스마트폰에 대학생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빠르게 그것을 집어 내용을 확인하니, 토트윈이 직접 올린 글 하나가 공식 계정에 올라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