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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후에 흡혈은 안 됩니다-164화 (164/307)

제164화

164화

스마트폰의 카메라 렌즈는 에르제를 향하고 있었고, 태현우의 뒤로 다른 멤버들이 미어캣처럼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

에르제는 고개를 갸웃하며, 무슨 일이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때문에 태현우는 되레 당황한 표정으로 안단테를 바라보았다.

“우리 들킨 거 아니었어?”

“음……. 솔직히 알아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여…….”

그러나 에르제가 전혀 모르는 표정을 짓고 있으니, 그제야 태현우가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 입을 벌렸다.

‘기억, 기억.’

그러고는 고개를 뒤로 돌려 멤버들에게 입 모양으로 말했다.

‘아……!’

그제야 눈치챈 멤버들은 서로 눈치를 주고받은 뒤, 에르제에게 “와아!” 소리를 내며 다가갔다.

태현우도 스마트폰을 그에게 들이밀며 말했다.

“팬들에게 인사해 주세요, 서은우 씨!”

“팬들??”

에르제가 미간을 좁히자, 태현우가 손가락으로 스마트폰의 윗부분을 가리켰다.

“지금 라이브 방송 중입니다~.”

“아! 팬 여러분, 안녕하세요.”

얼떨결에 인사를 한 에르제가 그에게 물었다.

“그런데 웬 라이브? 오늘 뭐 해?”

“그건 나와 보시면 압니다!”

태현우는 꿋꿋이 존댓말 버전을 유지하며 에르제를 거실로 이끌었다. 그런 에르제의 뒤로 멤버들이 졸졸 따라 나왔다.

태현우는 조금 전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던 부엌으로 그를 안내했다.

그리고 부엌 풍경에 에르제가 태현우를 돌아보며 물었다.

“……전쟁이라도 했어?”

“했지. 전쟁. 치열했다.”

태현우가 스마트폰을 돌려서 그에게 보여 주자, 라이브를 시청 중인 팬들의 실시간 채팅이 빠르게 위로 올라왔다.

― 은우야, 차라리 괴식 아이돌이 나은 것 같아.

― ㅠㅠㅠㅠㅠㅠㅠ 제발 단테랑 주혁이는 요리하지 마.

― 치우만 겁나 고생했엌ㅋㅋ

― 현우도 나름 하라는 거 열심히 했음.

뛰어난 동체 시력으로 순식간에 지나가는 채팅을 모두 읽은 에르제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요리했어?”

“응. 험난했지만.”

그의 말에 이번 요리의 최고 죄인, 안단테와 민주혁이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이 또 영상에 나오는 바람에 채팅창에는 키읔으로 도배됐다.

‘평소에는 관심도 없는 것 같더니.’

에르제는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자체적으로 요리 대회라도 연 건가.’

그럴 거였으면, 내가 나갔을 때 할 이유가 있나?

자신의 요리 실력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무서워서 대결을 피한 것일 수도 있기는 하지만.

‘그게 아니면, 쪽수를 맞추려고 한 걸 수도 있겠네.’

그렇다면 당연히 자신의 역할은 하나밖에 없다.

심사위원이구나!

그렇지 않아도 TV에서 하는 요리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심사위원을 해 보고 싶었는데!

맛있는 요리를 원 없이 먹을 수 있지 않는가!

“무슨 상황인지 알겠다.”

에르제는 씩 웃으며, 일부러 부엌에 가지 않고 거실에 앉았다.

그곳에 있는 탁자가 멤버들의 요리를 올리기에 더 편할 듯해서였다.

“아.”

그러고 보니, 멤버들의 요리 실력이 형편없다고 하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심사위원인 것이 더 안 좋은 거 아닌가?

괜히 불안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에르제는 견뎌 내기로 했다.

어쩌면 괴식 아이돌 타이틀이 다른 멤버들에게 넘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기대감 때문이었다.

“점수는 어떻게 매기면 돼? 100점 만점으로 해 줄까?”

그러나 곧 이어진 태현우의 말에 에르제는 자신의 예상이 모두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갑자기 웬 점수? 무슨 상황인지 알았다면서.”

“응.”

“2월 22일. 이래도 몰라?”

“2가 세 개인 날?”

“……모르는 거 맞네.”

태현우는 풋 하고 웃음을 터뜨리고는 부엌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냄비 하나를 가지고 탁자 위에 올렸다.

겉면이 새까맣게 탄 냄비였다.

‘……어제는 저렇게 탄 부분이 없었던 것 같은데.’

에르제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태현우가 거실의 불을 껐다.

멤버들이 에르제의 주위로 모여들었다.

“?”

곧 어디 갈 데가 있다던 라하임이 거실로 커다란 박스를 하나 들고 왔다.

30센티미터 정도는 될 듯한 높이의 박스였는데, 라하임은 후후 웃으며 그것을 탁자 위에 같이 올려 두었다.

“구하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라하임은 자신 있는 표정으로 박스에서 내용물을 꺼냈다.

5단 케이크였다.

“널 사랑하는 나의 마음은 5단으로도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나의 정성만큼은 받아 주지 않을래?”

“?”

“???”

예상치 못한 거대한 사이즈와 라하임의 말에 에르제를 포함한 모두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모두의 시선을 받은 라하임이 큼큼, 헛기침을 하고는 얼굴을 붉혔다.

“이 케이크의 이름입니다.”

“아, 네……!”

태현우가 당황하는 모습은 오랜만에 본 듯하다.

에르제는 케이크와 냄비, 그리고 멤버들을 번갈아 바라보며 볼을 긁적거렸다.

‘갑자기 케이크는 또 왜 등장했지?’

모르겠다. 지금의 상황은 한 치 앞도 예상이 가지 않는다.

하여 에르제가 멀뚱멀뚱 이를 바라보고 있으니, 태현우가 멤버들과 눈치를 맞췄다.

퍼어엉!!

곧 뒤에서 폭죽 터지는 소리가 들리고.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은우 형의~~.”

고급스러운 화음까지 얹은 생일 축하 노래가 실시간 라이브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제야 에르제의 딱딱했던 표정이 풀어졌다.

‘……생일? 내 생일?’

정확히 말하자면 서은우의 생일이겠지만, 어쨌든 지금 생일 축하 노래의 주인공은 자신이었다.

‘라하임이 그래서 케이크를 사러 나간 거구나.’

부엌에 들어오지 말라고 한 것도, 라이브를 켠 것도 그래서였다.

퍼즐이 들어맞고 머리가 개운해지자, 에르제는 같이 박수를 쳐 주었다.

엇박자로.

짝, 짜자자작, 짜작.

“생일 축……하…… 아오…….”

결국 박자를 놓친 민주혁이 눈을 흘기고 나서야, 생일 축하 노래가 끝이 났다.

채팅창에도 박수 치는 이모티콘이 줄줄이 올라왔다.

에르제는 초에 붙은 불을 후, 하고 끄며 태현우의 손짓을 따라 냄비 뚜껑을 열었다.

“마트에서 사 온 재료들로 갈비를 한번 만들어 봤어.”

“……이게 갈비?”

에르제는 숯처럼 보이는 걸 손으로 가리키며 되물었다.

“갈비라고?”

“……으응.”

태현우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시선을 피했다. 그 와중에 대답은 꿋꿋하게 했다.

에르제는 가만히 갈비라고 불리는 것을 내려다보았다.

성의가 있으니 맛을 봐야 할까?

먹으면 죽는 것은 아닐까?

에르제의 손이 망설이고 있으니, 채팅창에도 의견이 분분했다.

다들 ‘ㅋ’을 열심히 치면서 먹으라는 말이 반, 먹지 말라는 말이 반이었다.

“그래도 한번 맛이라도 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결국 라하임이 나서서 에르제에게 말했다.

말과는 반대로 얼굴에는 음흉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자기 일 아니라고 지금…….’

에르제의 이마에 힘줄이 솟았다.

그러나 결국 선택지가 없었기에 에르제는 조심스럽게 갈비 한 점을 젓가락으로 집어 입안에 넣었다.

“쿨럭.”

넣자마자 전해져 오는 탄 양념 맛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맛에 에르제는 낮은 기침을 토했다.

그 와중에 갈비의 속은 제대로 익지도 않았는데, 그것이 오히려 에르제에게는 다행이었다.

피 맛이 다른 맛을 조금 중화시켜 준 덕분이었다.

겨우겨우 삼키다시피 갈비를 먹은 에르제는 곧바로 케이크에 같이 딸려 온 플라스틱 칼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곧바로 케이크를 8등분했다. 능숙한 칼 솜씨였다.

말없이 케이크를 입에 쑤셔 넣고 있으니, 윤치우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는 나름대로 레시피대로 하기는 했는데…….”

“……누구 레시피? 이게 레시피대로 만든 게 맞아? 잘못된 거 아니야?”

“우리 어머니 레시피인데.”

에르제의 물음에 민주혁이 코끝을 긁적이며 대답했다.

“아, 음.”

케이크로 입 청소를 마친 에르제가 잠시 침묵했던 입을 열었다.

“보니까 레시피 잘못은 아니네.”

“푸하하, 서은우 당황했다.”

태현우가 낄낄 웃었고, 에르제는 말없이 젓가락으로 갈비를 집어 들었다.

“널 갈비형에 처한다.”

근엄한 에르제의 말투에 죄인 안단테가 말없이 태현우의 양팔을 뒤에서 붙잡았다.

“어……! 야!”

“제 생일 선물이에여, 은우 형.”

“고마워.”

에르제는 몸부림치는 태현우의 입을 손수 벌려 갈비를 넣어 주었다.

뱉지 못하게 입을 막고, 저작 운동도 도와주었다.

강제로 갈비를 씹고 삼킨 태현우는 바닥에 엎어졌다가 재빨리 일어나 에르제처럼 케이크를 입안에 마구 쑤셔 넣었다.

“왜! 맨날! 난데!!”

태현우의 서글픈 외침은 허공에 무의미하게 흩어졌다.

* * *

[ 죄인 라하임을 노동형에 처한다. ]

생일 축하가 끝나고, 숙소를 나와 집으로 돌아가던 라하임에게 그날 온 메시지였다.

“후우.”

라하임은 씁쓸하게 스마트폰을 집어넣고, 고개를 위로 들어 올렸다.

며칠 전에 이 메시지를 받은 뒤에 라하임은 실제로 노동형에 처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바쁜 매니저 일과 더불어, 뱀파리스를 직접 잡아들이라는 명령까지 받은 것이다.

로드에게 먹을 수 없는 갈비를 권한 죄로 그의 진노를 사 버린 탓이었다.

명령이었기에 거절하지도 못한 라하임은 슬픈 얼굴로 오늘 같이 일할 이를 기다렸다.

그와 마찬가지로 로드의 진노를 산 파트너라고 하던데, 심지어 같은 날 그랬다고 한다.

괜한 내적 친밀감이 들었기에 라하임은 기대하는 마음으로 파트너를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곧 새로 옮긴 뱀파이어 지부에 들어오는 차 한 대가 보였다.

직접 차를 운전해서 오는 모양이었다.

그쪽으로 가까이 다가간 라하임은 차에서 내리는 이를 보고 걸음을 멈췄다.

“……지서후 님?”

“하이.”

지서후는 손을 흔들며 운전석에서 내렸다.

오늘의 죄인 동지는 늑대인간 지서후였다. 로드의 친구라고 하던…….

라하임은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죄를 지으셨던 겁니까……?”

“모기라고 계속 놀렸더니 삐쳤어.”

“아.”

그건 그럴 만했군. 라하임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니, 지서후가 투덜댔다.

“모기라고 했다고, 그렇게까지 삐칠 일인가.”

“개X끼.”

라하임은 주저 없이 그렇게 말해 주었다.

“……뭐?”

지서후의 얼굴이 순식간에 험악해졌다. 피부가 찌릿찌릿할 정도였다.

“늑대인간에게 그렇게 말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

지서후가 기운을 누그러뜨리며 입술을 짓눌렀다.

“인정.”

그는 쉽게 수긍하며 손을 휘휘 내저었다.

“그래서, 오늘 뭐 잡으러 가야 해? 너랑 나, 그리고 저기 플랑까지 같이 갈 정도면 웬만한 뱀파리스는 아닌 모양인데.”

“아, 참고로 이룸이라는 뱀파이어도 같이 갑니다.”

“……넷이나?”

“네.”

라하임은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위로 으쓱 올렸다.

“2장로를 납치하러 가야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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