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3화
123화
3집 앨범의 음악 방송 무대 이후, 댓글창은 그야말로 한바탕 난리가 났다.
― 헐 뭐야? 저거 어케 한 거임?
┖ 모름. 근데 개쩌는 건 확실함.
― 나 왼손 손목 위로 문양 생겨날 때, 입 틀어막았다. 개신기해.
┖ 2222222
┖ 어케 한 건지 안 알려 주겠지?
┖ 나중에 3집 활동 끝나면 알려 주지 않을까? ㅋㅋㅋ
― 서은우 눈 색깔 변할 때랑 AM 마지막에 연기 속에서 사라지는 것도. ㅠㅠㅠㅠㅠ
┖ 맞아. 나도 이거 언급하려고 왔음.
― 우리 애들 이렇게 다재다능하다고요. ㅠㅠㅠㅠ
― 나 분명 아팠거든? 진짜 몸 으슬으슬하고 머리 지끈지끈했거든? 근데 무대 보고 다 나았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미친. ㅋㅋㅋ
┖ 본격 아이돌계의 화타.
처음에는 신기함 때문이었는지 무대 연출과 관련된 언급이 제일 많았다.
아무래도 퍼포먼스에 제일 먼저 눈이 갈 수밖에 없었고, 또 실제로 화려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나도 궁금한데…….’
대학생은 토트윈의 음악 방송 무대를 TV로 관람했다는 사실에 서글퍼졌다.
‘ON AIR 무대도 보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던 대학생은, 이내 조금 전 팬들의 채팅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최근 들어 악플 비슷한 것들이 거의 안 보이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악개나 비계가 나왔다 싶으면 우르르 몰려가서 뚝배기를 깨니까.’
아마 이 정도 크기의 팬덤 중에서는 그래도 분위기가 제일 클린한 편일 것이다.
‘실제로 깔 게 없기도 하고!’
처음에야 가벼운 견제구에도 팬들의 심장이 쿵쿵댔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이제는 작사와 작곡까지.
게다가 2집 앨범 때 보여 줬던 기조를 생각하면, 어떠한 콘셉트도 모두 소화할 수 있겠다는 안도감.
아육시와 같은 일이 터지더라도 절대 흔들리지 않을 거라는 믿음.
이제는 토트윈과 이브 간의 보이지 않는 끈이 더욱 단단하게 묶여 버린 듯했다.
그렇게 1집 앨범과 2집 앨범이 나왔을 때를 떠올리던 대학생은, 생각지도 못한 발견에 “아!” 하고 탄성을 내뱉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앨범의 더블 타이틀곡 모두…… 평범했다.
아니, 진짜 평범했다는 뜻은 아니고.
‘1집 때 판타지 콘셉트, 2집에서는 중2…… 아니, 하이월드 콘셉트.’
그런데 이번에는 토트윈의 판타지 세계관을 ‘모종의 마술 기법’을 응용해 녹인, 평범한 아이돌들이 할 법한 곡이었다.
음악 방송 마지막 즈음에 나왔던 ‘AM’은 슬프지만 담담한 이별 노래였고, ‘FM’은 섹시함을 무기로 삼아 이별의 상실감을 격하게 표현한 노래였다.
가사도 그렇고 안무도 이전에 덕질 하던 아이돌의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허어.’
대학생은 의미 없이 펜을 끄적거렸다.
이번 앨범은 ‘Radio Trip’이라는 이름 아래, 그에 맞춰서 유기성 있게 구성했다고 했다.
‘그렇다는 건 다른 노래도 그렇게 확 튀는 게 없다는 거겠지.’
대학생의 펜 놀림이 멈췄다.
‘2집 때는 아육시 애들을 견제하기 위해서 아무나 할 수 없는 곡을 타이틀로 냈다고 치면…….’
앞으로는 대중적이고, 이번 앨범과 같은 곡들을 주력으로 밀겠다는 뜻일까?
‘좋은데……. 좋기는 한데.’
뭔가 토트윈만의 감성이 사라지는 것은 조금 아쉽다는 기분이 들었다.
‘뭔가 그게 경쟁력을 더 강하게 해 주는 느낌이었는데.’
그룹의 색깔, 누군가가 토트윈을 떠올렸을 때 곧바로 떠오르는 이미지.
‘뻔뻔함’, ‘오글거림’, ‘판타지 캐릭터’, ‘대리 수치’ 등등…….
어쩌면 앞으로의 활동에 의해 기존의 이미지들이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되면 그런 이미지는 은우가 독식할지도 모르겠네.’
물론, 매우 잘 어울리기는 하지만.
피식 웃은 대학생은 손에서 빙그르르 돌리던 펜을 내려놓았다.
“아~~, 모르겠다.”
어덕행덕이라고 괜한 것 의식하고 생각하지 말자.
대학생은 기지개를 켜며, 핸드폰을 켰다.
― 애들 FM 할 때, 옷도 너무 FM으로 입은 거 아니야? 마지막에 숨쉬기 좀 힘들어하는 것 같던데.
┖ 오늘 무대 했을 때 불편했으면, 아마 코디나 소속사에 따로 이야기할 듯. 치우가 그런 거 칼같이 잘해.
┖ ㅇㅈㅇㅈ
― 어! 이번 주 ‘알바 몬스터’ 선공개 떴다!
“엇.”
대학생은 무릎을 쭉 폈다가 그대로 굽히며, 그 반동을 이용해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야!”
그러고는 그녀의 오빠를 크게 불렀다.
“…….”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뭐야, 뭐 해?”
대학생은 성큼성큼 방으로 걸어가서 문을 벌컥 열었다.
“……!!”
헤드셋을 낀 채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던 그녀의 오빠는 화들짝 놀라며 알트 탭을 눌렀다.
마치 과제를 하고 있었다는 것처럼 바뀐 화면에 대학생이 눈썹을 찡그렸다.
“너, 설마?”
“야! 그건 아니다!”
대학생의 오빠가 손을 내저었으나, 이미 헤드셋에서는 보고 있던 영상의 정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대학생은 빠르게 알트 탭을 다시 눌렀다.
― Cause I’m
Amplitude.
(Amplitdue)
토트윈의 AM 직캠 영상이었다.
“……아닌 척하더니.”
“아니, 그게.”
대학생의 오빠가 큼큼거리다가 다시 조용히 알트 탭을 눌렀다.
“잘하더라고.”
“그러시겠지~.”
대학생은 피식 웃으며, 희귀한 남덕 탄생에 박수를 쳐 주었다.
안 그래도 ‘알바 몬스터’에 나오는 서은우가 웃기다면서 매주 챙겨 보더니, 결국에는 그대로 감긴 모양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 흥미로운 소식을 얼른 전해 줘야지.
덕질 초짜가 자기보다 이 소식을 빨리 발견했을 리는 없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뭔데? 노크도 없이 왜 내 방에 들어온 거냐?”
“알바 몬스터 이번 주 선공개 영상 떴어.”
“어! 진짜? 링크 줘!”
어지간히도 재미있게 보고 있던 건지, 급하게 링크를 달라는 모습에 다시 한번 웃음이 터져 나왔다.
“방송국 홈페이지 들어가면 바로 뜨거든?”
“아, 맞네.”
대학생의 오빠가 한 손을 들어 올리며 헤드셋을 집어 들었다.
“아무튼, 그 뭐냐. 알려 줘서 땡큐.”
“어어.”
대학생은 다시 방문을 닫고 거실로 나왔다.
대학생은 소파에 털썩 앉고는 다시 닫힌 방문을 보며 쿡쿡 웃었다.
‘여동생과 여자친구가 토덕인데, 어딜 일코하려고.’
덕메이트가 늘어났다는 사실에 대학생은 남은 뮤직 큐 무대를 기분 좋게 감상했다.
* * *
“은우야! 시작한다!!”
“응.”
토트윈은 이번 주 ‘알바 몬스터’를 보기 위해 모두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어느덧, 매주 이렇게 ‘알바 몬스터’ 본방송을 다 같이 모여서 보는 게 한 주의 행사가 되었다.
토트윈은 에르제에게 조언도 해 주고, 이런 건 좋았다 나빴다 피드백을 해 주기도 했다.
물론.
“은우야, 여기서는 30cm 더 앞으로 뛸 수 있지 않았을까?”
“웃을 때 입꼬리가 조금 처졌다. 방긋! 방긋! 이런 느낌. 따라 해 봐.”
그렇게 도움이 되는 피드백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만.
‘마음이 중요한 거겠지.’
에르제는 다리를 꼬고 앉아 방송 시작 전의 광고를 보는 멤버들의 뒤통수를 구경했다.
최근에 ‘탈모’에 관한 다양한 지식을 설명해 주는 무튜브 영상을 보았는데, 멤버들에게 그런 징조가 있나 없나 확인해 보고 싶어서였다.
‘……다를 멀쩡하네.’
아무리 뱀파이어라고 해도 탈모를 고치지는 못한다.
재생 능력으로 머리카락이 자라지는 않는 것 같더라고.
‘하지만 성기(聖氣)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그쪽으로 충분히 도움이 되겠지.’
나중에 탈모로 고생하고 있는 동료가 있다면 조언을 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아 장 대표가 최근 탈모 때문에 고민이라고 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러고 있으니, 윤치우가 에르제의 옆에 앉으며 강제로 그의 꼰 다리를 풀었다.
“다리 꼬지 마. 골반 틀어져.”
“괜찮은데. 이건, 금방 고쳐져.”
“……그래?”
윤치우가 잡아서 내려놓았던 다리를 다시 반대편 다리 위에 얹어 주었다.
“땡큐.”
에르제가 유창한 발음을 뽐내자, 태현우가 그들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은우야, 시작한다. 피드백 들을 준비하고.”
“……그래.”
촬영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안다면 이렇게 말하지 못하겠지만…….
어차피 방송으로는 나오지는 않을 터.
에르제는 품 안에 있는 것을 만지작거리며 TV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 * *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서 알바 몬스터 촬영 당일.
이번 아르바이트 행선지는 여름 시즌을 저격한 것이 분명한 ‘놀이공원’ 아르바이트였다.
그것도 국내 최고의 놀이공원이라고 평가 받는 ‘다이 랜드’로 새벽부터 모인 상태.
‘둘이서 타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로 재밌다고 하던데.’
그래서 다이 랜드라고 이름을 붙였단다.
에르제는 지도 위의 기구들을 손가락으로 하나씩 눌러 보며, 신기하다는 듯이 눈빛을 빛냈다.
스릴을 즐길 수 있는 롤러코스터부터 하강과 상승의 무한 반복을 느낄 수 있다는 바이킹,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죽는구나를 깨닫게 된다는 자이로드롭 등등.
‘재미있겠다.’
에르제는 머릿속으로 놀이 기구들을 상상하며 웃음을 머금었다.
“은우야, 벌써부터 그렇게 미모 뽐내지 마라. 오프닝부터 형 기 죽는다.”
옆에 있던 MC 정원형이 지도를 보느라 수그려 있던 에르제의 어깨를 붙잡아 세웠다.
“괜찮아요.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그래.”
정원형이 어휴, 라고 한숨을 쉬고는 앞쪽을 가리켰다.
“그리고 임 PD님 설명도 좀 듣고.”
“그럴게요.”
에르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침까지 튀겨 가며 설명하는 임 PD를 바라보았다.
“자, 오늘 우리 촬영 팀은 일반인인 척!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찍을 겁니다. 편하게 놀이공원을 찾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는 없으니까요.”
임 PD는 출연진들을 쓱 둘러본 이후, 말을 이었다.
“혼자나 둘이서 놀이 기구 하나씩 맡아서 아르바이트를 할 겁니다. 기본적으로 멘트를 쳐야 하거나 몸을 쓰거나 하는 곳에 배치할 거니까 다들 편하게 꿀빨 생각은 하지 마시고.”
“우우~. 언제는 안 힘들게 해 주셨나!”
“어허, 정원형 씨. 그렇게 나오면 제일 힘든 곳에 보냅니다?”
“죄송합니다.”
정원형이 얼른 한 발 뒤로 물러서자,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무튼! 형평성을 위해서 2시간마다 로테이션으로 위치를 바꿀 예정이니까 너무 걱정들 하지 마시고.”
임 PD는 에르제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럼 우리 막내부터 어디로 배치될지 알려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