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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후에 흡혈은 안 됩니다-122화 (122/307)
  • 제122화

    122화

    토트윈은 라이브로 진행되는 뮤직 큐의 인터뷰 스튜디오로 향했다.

    그곳에서 두 MC와 함께 라이브로 인터뷰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곧 토트윈이 도착하고 ‘ON AIR’가 되기 전까지 그들은 MC 뒤에서 잠시 대기했다.

    ‘특별한 건 없네.’

    에르제는 주위를 쓱 둘러보며 생각했다.

    저번에도 이곳에 와서 인사를 한 적이 있었으나, 그때와는 내부 구조가 바뀌어 있었다.

    조그만 방 안은 전체적으로 파스텔 톤으로 꾸며져 있었고, 왼쪽에는 커다란 거울 하나가 있어서 카메라에는 잡히지 않았으나 그들의 모습이 비쳐 보였다.

    ‘마지막으로 체크 한 번 하라고 설치해 둔 건가?’

    아니나 다를까, 에르제의 생각을 읽은 듯이 태현우와 민주혁이 거울을 보며 본인들의 상태를 최종 점검했다.

    ‘괜찮아?’

    ‘아니, 여기 삐쳐 나왔어.’

    태현우가 에르제에게 조그맣게 물었고, 에르제는 이 잡아 주는 원숭이처럼 태현우의 머리를 한 올, 한 올 잡아서 정리해 주었다.

    그러는 사이 이윽고 시작하겠다는 사인이 들어오고, 쿵쿵거리는 비트의 음악이 깔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2집 앨범인 ‘그 시절의 너’였다.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두 남녀 MC는 대본을 한 번 확인한 뒤에 입을 열었다.

    “이번에 만나 볼 분들은 바로 바로~.”

    “바로 바로~!”

    “8월 말에 컴백한 두근두근 할로윈, 토트윈입니다~! 그럼 바로 만나 볼까요~?”

    재기 발랄한 목소리로 말한 두 MC는 “어서 오세요~!”라는 멘트와 함께 양옆으로 갈라진 채 섰다.

    그렇게 생긴 공간 사이로 MC보다 조금 높은 계단에 서 있던 토트윈의 모습이 드러났다.

    윤치우가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둘, 셋.”

    “안녕하세요! Trick or treat! 토트윈입니다!”

    “이번에 뮤직 큐에 컴백과 함께 찾아 주셨는데요. 간단하게 곡 소개 좀 부탁 드려도 될까요?”

    “네! 이번에 3집 앨범으로 컴백을 하게 되었고요. 타이틀곡은 총 2곡입니다.”

    윤치우가 운을 떼고, 바로 옆에 있던 태현우가 찡긋 웃으며 마이크를 들었다.

    “하나는 조금 전에 여러분들을 만나 뵈었던 ‘FM’이라는 곡이고, 나머지 하나는 ‘AM’이라는 제목의 곡이에요.”

    간단한 소개에 MC 둘이 채근하듯 말했다.

    “FM과 AM, 마치 라디오 주파수를 말하는 것 같은데요. 앨범 제목도 ‘Radio Trip’이고요.”

    “맞아요. 저도 같은 생각을 했거든요. 아마 팬들도 곧 있을 ‘AM’ 무대를 굉장히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그럼, 조금 더 자세히 신곡 설명을 부탁드려 볼까요?”

    MC 둘이 슬쩍 자리를 다시 비켜 주고, 윤치우가 마이크를 잡았다.

    “여러분들이 예상하시는 게 맞아요. 라디오 형식으로 구성을 했고, 수록된 곡들을 들어 보시면 ‘Radio Trip’이라는 의미를 눈치채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윤치우는 에르제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씩 웃었다.

    “은우가 이번 앨범에 아이디어를 많이 내줬어요. 저희 그룹 아뱅이거든요.”

    “오오, 아뱅!”

    ‘아뱅이 뭐였더라.’

    전에 안단테가 아육시에서 저런 비슷한 말을 했던 것 같은데.

    아무튼 칭찬인 듯해서 에르제는 카메라를 향해 브이 자를 그려 주었다.

    보통 안단테나 태현우가 칭찬을 받을 때 카메라에 대고 많이 했던 포즈였으니 이 정도는 괜찮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짧은 인터뷰는 어느새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다.

    “‘ON AIR’도 많이 들어주세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MC는 대본을 왼손에 쥔 채 에르제 쪽으로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

    “?”

    에르제와 다른 멤버들이 뭔가 싶어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럼 마지막으로 서은우 님의 AM 삼행시를 듣고 인터뷰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어.”

    윤치우가 당황했다.

    삼행시에서는 평범한 대답을 기대할 수가 없다. 자기도 무슨 말을 할지 모르는 말이 튀어나올 테니까.

    하지만, 에르제는 오히려 태연한 얼굴이었다.

    “자신이 있으신가 봐요!? 그럼 바로 시작할게요!”

    MC가 짓궂은 표정으로 마이크를 들이밀며 운을 뗐다.

    “에!”

    “…….”

    당연히 ‘에’의 뒤를 잇는 말이 나와야 했는데.

    “삼행시가 뭐예요?”

    에르제는 눈을 동글동글 빛내며 되물었다.

    “……네?”

    “삼행시가 뭔지 모르는데, 알려 주시면 열심히 해 볼게요.”

    에르제는 의욕을 불태우며 역으로 물었다. 남자 MC의 눈동자가 잘게 떨렸다.

    “그……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해 드려야 하죠? 아니, 이걸 모르시지는 않을 텐데……?”

    당황한 그의 모습에 여자 MC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역으로 그에게 마이크를 내밀었다.

    “에!”

    “에…… 에이~~.”

    “이!”

    “이런 것도 모르는 사람이 어디에 있어요?”

    “오~! 좋다, 좋다!”

    토트윈이 옆에서 박수를 치며 응원했다.

    “엠!”

    “엠…… 엠……. 어우!”

    남자 MC가 손을 들어 올리며 포기를 선언했다.

    그러고는 익살스럽게 웃으며 에르제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제가 너무 어려운 걸 부탁드렸나 봅니다. 아하하, 도저히 생각이 안 나네요.”

    “맞아요!”

    토트윈과 두 MC가 웃음을 터뜨렸고, 에르제만이 혼자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상대방이 부르는 단어에 이어서 문장을 만드는 건가.’

    음, 이제 알겠다.

    “좋아, 해 보겠……!”

    에르제가 손을 번쩍 들면서 이야기하려는 순간.

    “그럼~! 곧 무대에서 만나요!”

    “지금까지 토트윈이었습니다~!!”

    ……인터뷰가 끝이 났다.

    “감사합니다!!”

    뻘쭘하게 한 손을 위로 들어 올린 자세로 서 있던 에르제는 허리를 숙이며 팬들에게 인사하는 멤버들을 따라 자연스럽게 인사했다.

    요즘 들어서는 잘 하지 못했던, 오른손을 아래로 내리면서 하는 고품격 인사였다.

    ‘……자연스러웠어.’

    아무도 삼행시에 도전하려고 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당장 옆에 있었던 멤버들과 MC도 몰랐으니까.

    ‘나중에 SNS에 팬들에게 단어 달라고 해서 삼행시를 해 볼까? 재미있을 것 같은데.’

    에르제가 보기에 삼행시는 뇌를 자극하는 아주 훌륭한 놀이가 분명해 보였다.

    그렇게 에르제는 옆에 있던 윤치우가 기겁할 만한 생각을 아무렇지도 않게 떠올리며, 멤버들의 뒤를 따라 발길을 옮겼다.

    * * *

    FM에 비해 AM은 무대를 보여 주기 조금 더 편했다.

    격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FM은 안무나 표정 등 신경 써야 할 요소가 많았지만, AM은 잔잔한 이별을 보여 주면 되기 때문이었다.

    안무도 몸을 많이 쓰는 것이 없었기에 토트윈은 오롯이 보컬에 감정을 싣는 데 집중했다.

    ― 너를 놓지 않게―

    지워지지 않게―!

    매일을 견뎌, 나.

    Cause I’m

    Amplitude.

    (Amplitude)

    때문에 자칫 심심해질 수 있었던 부분을 토트윈은 무대 연출로 해결했다.

    그들이 직접 의견을 낸 무대 세트와 소품들이 곡과 어울리게 배치되었고.

    조금 어두운 배경을 비추는 하얀색 조명과, 무릎까지 차오르는 하얀 연기까지.

    마치 뮤직비디오를 그대로 눈앞에 실사로 보여 주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대기실의 TV에서 지켜보고 있는 두 자색의 눈동자가 있었다.

    ‘아주 이를 갈고 나왔네.’

    제이는 소파에 기대듯이 앉아 피식 웃었다.

    ‘AM’이라는 제목의 무대를 소화하는 토트윈의 모습은 같은 아이돌의 입장에서 봐도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안단테가 작곡을 했다고 했던가.’

    곡의 구성과 안무는 흠잡을 데 없이 깔끔했고, 보여 주고자 하는 것들을 충실히 보여 준다.

    그리고 여기에 방점을 찍는 것이 두 강력한 보컬의 존재.

    ‘서은우랑 태현우.’

    하이라이트 부분을 나누어 맡은 둘의 보컬은 곡의 극적인 감정을 제대로 표현해 냈다.

    제이는 TV에 비친 서은우를 보며 혀를 찼다.

    ‘쟤는 비주얼 센터라고 하면서 왜 노래까지 잘하냐.’

    매혹의 힘으로 그런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기본기부터 해서 실력 자체가 좋았다.

    그러니 그 위로 매혹의 힘을 섞어 넣었을 때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매혹의 힘을 쓰지 않는 것 같던데.’

    혹시나 자신이 속해 있는 곳과 엮여서 조심하는 걸까.

    이런저런 추측을 하던 제이는 슬쩍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원래 있어야 할 LAK 멤버 대신,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는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도 제이처럼, 토트윈의 무대를 유심히 보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보며 제이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뭐 하러 여기까지 온 건지.’

    뱀파리스 내에서 그와 직급이 같았기에 굳이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었지만, 사실 제이는 그가 굉장히 껄끄러웠다.

    제 발로 찾아와 로드의 부하가 되기를 청한 그는 사실 오랜 기간 뱀파리스에게 적대감을 표했던 뱀파이어였다.

    직접적으로 이쪽을 건드리거나 하지는 않았으나, 자신과 부딪히는 뱀파리스들을 살려 두지 않았다.

    ‘그래서 몇 번 로드가 교섭을 하려고 시도했던 것 같던데…….’

    그때는 로드와의 대화를 내내 거절하더니,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제 발로 찾아왔다.

    그런 후 로드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독대였기에 알지 못했지만, 들리는 소문으로는 스스로 기억을 지워 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껄끄러워.’

    제이는 말없이 토트윈의 무대를 보고 있는 남자를 보며 눈썹을 찌푸렸다.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단 말이지.’

    이런 녀석들이랑 엮이면 굉장히 피곤해지기 마련이었으나, ‘데 캄’이 그를 도와주라고 명령했으니 자리를 피할 수도 없었다.

    ‘김지원 가지고 장난질 칠 것까지 데 캄 님이 말씀해 주셨으니, 딱히 거절할 명분도 없고.’

    “에휴.”

    제이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다가 남자의 시선을 따라 다시 TV로 고개를 돌렸다.

    어느덧 AM 무대도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다.

    ― Cause I’m

    Amplitude.

    (Amplitude)

    모든 멤버들이 카메라를 등지고 서자, 무릎까지 깔려 있던 하얀 연기가 자욱하게 그들의 위를 덮었다.

    허리, 어깨 그리고 머리까지.

    시야에서 토트윈의 모습이 사라지고, 그림자로만 언뜻 비치는 상태가 되었다.

    ― 치지지직

    그리고 라디오 주파수 맞추는 소리와 함께, 연기를 뚫고 손 하나가 밖으로 튀어나왔다.

    같이 밀려 나온 바람에 연기가 흩어졌다가 잠시 허공에 머물던 손이 다시 그 속으로 사라졌다.

    “?”

    그리고 살짝 불어오는 바람에 연기가 날아간 뒤, 그곳에는 있어야 할 토트윈은 보이지 않았다.

    ‘아까 팔에 문양도 그렇고, 무슨 마술을 무대에 접목을 시켰어?’

    제이가 헛웃음을 짓고 있으니, 사라졌던 토트윈이 백스테이지에서 다시 튀어나와서 팬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객석에서는 토트윈의 응원봉과 잭오랜턴 풍선이 격하게 흔들렸다.

    대기실에 있는데도 그들의 함성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했다.

    ‘……설마 음원 순위에서 우리가 밀리는 건 아니겠지.’

    괜히 불안한 마음에 제이가 고개를 꺾는 순간, 서은우가 크게 외치는 것이 TV로 들렸다.

    ― 팬 사인회에서 또 뵈어요! 이달그마~~!!

    ― 꺄아악!! 이달그마!!

    ‘이달그마?’

    제이가 고개를 갸웃하고 있으니, 조금 뒤에 앉아 있던 남자가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렸다.

    “이지러진 달빛이 그대의 마음에 깃들기를…….”

    이달그마가 그거였어? 뭘 이딴 걸 줄이고 있는 거야, 쟤는. 아니 팬들은 또 어떻게 알고, 답을 해 주고 있는 건데.

    어이없어하는 제이의 등 뒤로 남자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팬사인회라……. 머리를 좀 썼군.”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드러난 송곳니가 앞에서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모자를 더욱 깊게 눌러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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