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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후에 흡혈은 안 됩니다-114화 (114/307)
  • 제114화

    114화

    ‘새로운 떡밥인가?!’

    제이의 홈마는 서둘러 영상을 재생했다.

    영상에 붙어 있는 ‘공포’, ‘놀람 주의’ 키워드가 왜 달려 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시작부터 째깍째깍 움직이는 초침 소리가 심상치 않아서 금방 몰입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옆에 놓여 있던 박쥐 인형을 손으로 꼭 쥐었다.

    꿀꺽―.

    제이의 홈마는 마른침을 삼키며, 새까만 화면을 계속 들여다보았다.

    대략 5초가 지날 동안 초침 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그러다 서서히 새벽녘 거실 풍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토트윈 숙소인가?’

    서은우의 라이브 영상에서 몇 번 보았던 공간과 비슷했기에 그녀는 금세 영상의 장소를 유추해 냈다.

    ‘일상…… 영상인가?’

    ‘아이돌의 하루’ 뭐 그런 제목으로 올라오는 브이로그인가 싶어서, 그녀의 눈이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공포 키워드는 어느새 머릿속에서 지워진 상태.

    그렇게 몇 초가 더 지났을까?

    끼이익―.

    방문 열리는 소리가 불쾌하게 들려왔다.

    [ ……?? ]

    눈을 비비고 나오는 안단테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거실을 둘러보는 장면이 나왔다.

    “??”

    제이의 홈마도 똑같은 표정을 지은 채 안단테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 형들……? ]

    겁먹은 강아지처럼 불안한 눈으로, 다른 방의 문을 열어 보기도 하고 화장실도 확인한다.

    그리고.

    [ 뭐, 뭐야. 왜 이래. ]

    몇 번을 딸깍딸깍 눌러도 켜지지 않는 불.

    [ ……. ]

    안단테가 선 채로 굳었다.

    째깍 째깍―.

    초침 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고, 안단테는 숨을 훅 들이켜고는 자신의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 하, 하늘에 계신…… 우리를 보살펴 주시옵고~. ]

    그러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찬송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 언제 갈아입은 건지 외출복을 아무렇게나 걸쳐 입은 안단테가 방문을 뛰쳐나왔다.

    [ 윽. ]

    어두컴컴한 거실 풍경을 초점 잃은 눈으로 슬쩍 둘러본 안단테가 거의 뛰어서 나가려던 때.

    퍼어어엉―!!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들리고.

    [ 와아아악!! ]

    카메라 밖에서 괴상한 비명이 들렸다.

    “허업……!!”

    놀라서 그만 스마트폰을 떨어뜨릴 뻔한 그녀의 눈에 “홉화핳허핳!”이라고 외치며 제자리에 주저앉는 안단테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리고 카메라에 괴성을 지르며 등장한 두 개의 널찍한 등이 안단테를 덮쳤고.

    바로 옆에 있던 소파에서는 좀비 한 마리가 튀어나와서 삐걱대며 안단테 쪽으로 걸어간다.

    [ 아아악!! ]

    안단테가 귀를 막고 눈을 감은 채,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 푸하하핰핰. ]

    태현우의 방정맞은 웃음소리와, 민주혁의 큭 하고 웃는 사운드가 겹쳐서 들렸다.

    [ 놀랐잖아여!! ]

    “으허어…….”

    제이의 홈마도 바람 빠진 소리를 내다가 이내 안단테와 같은 의문을 가졌다.

    ‘……그런데 은우는?’

    상황을 보니까 안단테를 대상으로 한 공포 몰래카메라 같은데, 서은우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어디 천장 같은 데 뜯어서 숨어 있는 거 아냐……?’

    평소 엉뚱한 행동을 곧잘 하는 서은우였기에 제이의 홈마는 특이한 곳 위주로 그를 찾았다.

    하지만 그런 예상을 비웃듯, 서은우는 생각보다 뻔한 곳에 숨어 있었다.

    덥석―!!

    [ 흐이이이이익!! ]

    테이블 밑에서 손이 튀어나와 안단테의 발을 잡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스마트폰이 허공을 날았다.

    “악!!”

    이 정도면 안단테와 거의 일심동체가 아닐까 싶을 정도의 반응이었다.

    도대체 이런 편집은 언제 넣은 건지, 발목을 붙잡는 손을 확대까지 한 탓이었다.

    “허으…….”

    넋 나간 사람처럼 잠시 멍을 때리던 그녀는 다시 스마트폰을 붙잡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영상인데…….’

    이제는 거의 눈물까지 글썽이는 상태로 그녀는 영상을 10초 앞으로 되돌렸다.

    그 잠깐 사이에 8초나 지나가 있었기 때문이다.

    덥석―!

    똑같은 장면에서 똑같이 흠칫 놀란 그녀의 귀로 “생일 축하해.”라고 말하는 서은우의 웃음기 섞인 달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그와 동시에, 그녀는 그제야 이번 몰래카메라의 이유를 깨달았다.

    7월 27일, 안단테의 생일을 기념해서 멤버들이 깜짝 파티를 준비했던 것이다.

    ‘치우 생일 때는 모르는 척하는 몰래카메라를 했다고 하던데.’

    제이의 홈마는 조금 전까지 놀란 것도 잊은 채, 금세 흐뭇한 표정이 되어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생일 케이크를 나눠 먹고 맛있어서 놀라는 장면, 필요도 없는 선물을 주고 놀리는 장면 등.

    “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에 바로 직전까지 놀라서 쿵쾅대던 심장이 진정되었다.

    확실히 토트윈은 LAK와 다른 의미로 덕질 하는 맛이 났다.

    ‘귀여워.’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운 건지.

    분명 이번 영상도 팬들을 위해 기획한 것이 분명했다.

    ‘확실해.’

    안단테의 생일인 당일에 영상을 공개한 것이 아니라, 일부러 8월 중순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푼 것만 봐도 눈치챌 수 있었다.

    초동만 100만 장 넘게 팔아 치운 LAK의 저력에 가슴 졸이고 있을 팬들을 위해 이런 영상을 공개한 게 틀림없었다.

    ‘팬들을 생각하는 마음까지 기특해.’

    제이의 홈마는 본분을 잊은 채, 침대에서 데구르르 굴렀다.

    ‘이런 건 치우나 주혁이가 생각했을 것 같은데.’

    다른 그룹에 비해 인원이 적은 편임에도 착실하게 역할 배분도 잘되어 있다.

    ‘진짜 기대되네.’

    그녀는 8월 29일에 빨간 펜으로 별표를 쳐 놓은 달력을 바라보다가 ‘이브들의 쉼터’라고 명명된 오픈 채팅방에 접속해 오늘의 떡밥을 주제로 열심히 떠들었다.

    * * *

    ‘팬들 반응은 괜찮은 것 같네.’

    에르제는 이번 안단테 몰래카메라 영상의 반응을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일단 팬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컴백 전까지 무대 준비하는 것도 문제없는 것 같고.’

    확실히 장 대표가 능력은 있는지 일 처리 속도가 어마어마했다.

    토트윈의 자체 제작 곡을 제외한 나머지 4곡도 순식간에 완성된 상태로 며칠 만에 되돌아왔으니 말이다.

    ‘이렇게 되면, 김지원의 지원사격만 있으면 되겠어.’

    그렇지 않아도 김지원은 ‘쥐 죽은 듯이 살겠다’는 선택지를 골랐고.

    3일의 유예기간이 끝난 후에 에르제의 말대로 조건을 이행하겠다는 뜻을 보내왔으니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토트윈으로 성공하겠다는 에르제의 의지는 흔들림이 없었다.

    ‘일단 LAK 쪽 염탐이나 해 볼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저번 달에 보았던 명언집에 나온 말을 떠올리며, 에르제가 LAK의 직캠 영상을 틀었을 때였다.

    [ 로드……. 큰일 났습니다. ]

    세리나에게서 코코아톡이 날아왔다.

    “……?”

    큰일이라니?

    딱히 큰일이 날 만한 일은 없었기에 에르제가 고개를 갸웃하며 답장을 보냈다.

    [ 무슨 일인데? ]

    [ 김지원이 탈출했습니다. ]

    ‘뭐?’

    에르제는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김지원이 자력으로 탈출을 할 수 있나?’

    문득 든 생각이었으나, 에르제는 곧바로 이를 철회했다.

    세리나와 플랑이 자리를 비웠다고 해도, 김지원의 능력으로는 자신의 결계를 뚫을 수 없을 테니까.

    ‘……그럼 외부의 개입이 있었어야 할 텐데.’

    하지만 그렇게 여기기에는 어려운 점이 몇 가지 있었다.

    에르제는 몇 가지 가정을 세우고, 스스로 답을 찾는 일을 반복했다.

    김지원이 숨어 있는 곳을 누군가 알아낼 수 있나?

    ‘그건 불가능해.’

    설령 위치 추적기를 몸에 달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결계 내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세리나를 구하러 갔을 때 이미 확인했으니까.’

    하지만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방법이 있을 수도 있었기에 에르제는 세리나에게 빠르게 메시지를 보냈다.

    [ 결계부터 확인해 봐. 외부에서 개입한 흔적이 있는지. ]

    답장은 오래 지나지 않아 돌아왔다.

    [ 보이지 않는 곳이라서 찾는 데 애를 먹긴 했으나, 확실히 외부 개입이 있었습니다. 결계 일부에 구멍이 나 있습니다. ]

    “…….”

    일단 김지원의 위치를 우연히 발견했다고 가정을 해 보자.

    외부에서 결계에 구멍을 냈다면, 김지원의 위치가 들통난 건 사실이니까.

    ‘그렇다는 건 내 결계를 깰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있다는 뜻인데.’

    순간 제이의 얼굴이 떠올랐으나, 에르제는 고개를 저었다.

    제이는 확실히 지구에서 만들어진 뱀파리스다.

    그의 옅은 피로 자신의 결계를 뚫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 다른 누군가라고 한다면…….’

    그렇다면 대상은 많이 좁혀진다.

    하프나 쿼터가 아닌 순혈 뱀파리스일 것. 그리고 자신이 서은우의 그릇에 담아낼 수 있는 힘보다 더 많은 혈기를 사용할 수 있는 자일 것.

    그것도 아니라면, 자신의 결계 구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자일 것.

    ‘김지원을 탈출시킨 거라면, 뱀파리스 진영 쪽의 짓이 분명한데.’

    에르제는 미간을 좁혔다.

    자신은 지구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분명 이곳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뱀파리스는 분명히 존재할 터.

    ‘하지만 결계 구조를 알고 있을 뱀파리스는 에이리스 말고는 없을 테고.’

    그렇다면 로드의 힘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하는 자신보다 강한 혈기를 가진 놈이 있다는 것은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근본적인 의문에 부딪힌다.

    에르제가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김지원이 그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결계를 마주했다면, 분명 자신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을 텐데.

    여태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뱀파리스 쪽에서 굳이 김지원만 특별 취급을 했을 리가 없었다.

    만약 김지원이 필요했다면, 실종된 순간부터 찾으려는 움직임이 있었어야 했으니까.

    ‘……안병인이 다시 배신을 하거나 한 건 아닐 텐데.’

    안병인이 의도적으로 정보를 숨겼다면 모를까, 지금의 상황은 확실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후우.”

    에르제는 짜증스럽게 숨을 뱉어 냈다.

    ‘패 하나를 잃었어.’

    LAK의 발목을 잠깐이라도 붙잡아 줄 수 있는 패였는데, 패를 깔 적절한 시기가 오자마자 잃어버린 꼴이 되었다.

    ‘너무 결계를 과신했나.’

    에르제는 몸을 일으켰다가 다시 침대에 앉으며,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다가 차라리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세리나와 플랑이 없었던 게 다행이었을지 모르겠네.’

    결계를 뚫을 정도의 힘을 가진 뱀파리스와 맞닥뜨렸다면, 세리나와 플랑이 목숨을 잃었을 가능성도 높았으니까.

    그런 상대를 만나면 도망치라고 말해 두었지만.

    ‘말 안 들었겠지.’

    에르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세리나에게 톡을 보냈다.

    [ 네 근거지는 이미 들통난 것 같으니까 일단 거주 장소를 옮기자. 제일 중요한 건 너희의 안전이야. ]

    [ 알겠습니다, 로드. 괜찮은 장소를 찾는 대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김지원 추적은 따로 안 하십니까? ]

    [ 일단 내버려 둬. ]

    애초에 김지원, 아니 뱀파리스를 잡아온 목적 자체는 달성했다.

    제이에 관한 건 보너스 정도로 여기면 되니까 굳이 애써서 찾을 필요는 없었다.

    ‘세리나가 위험하기도 하고.’

    오히려 문제는 결계를 뚫고 들어올 정도의 뱀파리스가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김지원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어.’

    에르제가 손가락을 두들기며 고민하고 있을 때, 스마트폰이 다시 울렸다.

    [ 로드, 만약 현재 상황이 걱정되는 상태라면 새로 사귄 친구분께 도움을 청해 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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