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3화
113화
KI 매거진에서 진행한 토트윈의 인터뷰는 방송사와 무튜브에 따로 영상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영상과 더불어서 KI 매거진에서는 따로 Q&A 형태로 정리한 기사를 추가로 게재했다.
영상을 보지 않는 사람이나 빠르게 요점만 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배려였다.
Q. 데뷔한 지는?
A. 10월 31일이 되면 만 1년이 됩니다.
시간이 참 빠르네요. (웃음)
Q. 이번에 LAK와 비슷한 시기에 컴백하게 되었는데?
A. 아무래도 8월, 여름 시기를 노리는 그룹이 꽤 많은 것 같아요.
Q. 부담이 되지는 않는지?
A. 열심히 해야죠.
Q. 이번 앨범의 콘셉트는?
A. 스포가 될까 봐 자세히 말은 못 하지만, 저희 색깔을 입혀서 다른 그룹과 차별점을 두었어요. 팬분들이 걱정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 그리고 조만간 재미있는 영상으로 여러분들을 찾아뵐 계획입니다.
(아쉽게도, 말을 많이 아끼는 모습이었습니다. 8월 29일을 기대하게 만드네요.)
앨범과 관련된 이야기도 빼먹지 않았고.
Q. 데뷔한 지 1년이 되어 가는데, 각자 멤버들의 장점과 단점을 얘기해 본다면?
A. 윤치우 : 다들 정말 착해요. 제가 잔소리를 많이 하는데도 다들 별다른 불평 없이 잘 따라와 주곤 합니다.
민주혁 : 태현우랑 안단테가 거실에서 시끄럽게만 하지 않으면, 크게 불편한 점은 없는 것 같습니다. 책 읽는 데 방해가 돼서…….
태현우 : 성격적으로 크게 부딪히는 부분은 없는 것 같아요!
( 태현우 씨는 누구와 있어도 잘 어울릴 것 같은, 진한 인싸 바이브가 물씬 풍겼어요. )
안단테 : 막내라고 특별히 대해 주는 건 없는데, 오히려 그게 좋아여. 아! 그리고 은우 형이 이번 앨범 작업을 할 때 많이 도와줬어여. 평소 멘탈 관리를 해 주기도 하고여.
서은우 : 일단 태현우의 장점은…… 항상 자신감이 넘친다는 거? 어떤 일을 하든 실패를 두려워하거나 주눅 드는 일이 없어요.
아, 그런데 그 자신감에 근거가 없다는 게 단점이겠네요.
태현우 : 야!!
( 옆에서 난입하는 바람에……. 네. 뒤의 이야기는 영상에서 확인해 주세요. )
Q. MBTI 테스트해 보셨는지?
A. 일단 저(윤치우)는 ENTJ고요, 주혁이는 INTJ, 현우가 ESTP, 단테는 ISFP, 마지막으로 은우가 ENTP입니다.
( 신기하게도 다 달랐답니다! )
Q.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이지러진 달빛이 그대의 마음에 깃들기를.
(서은우 씨의 대답이 멋있어서 유일하게 발췌했습니다.)
그 외에도 팬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들과, 토트윈과 관련된 질문들이 쭉 이어졌고.
마지막은, 에르제가 제이에 관해 했던 말이 실려 있었다.
“…….”
“…….”
장 대표는 ‘연예인병’이란 말이 나오는 순간부터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더니, 결국 Q&A를 다 보고 난 이후에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윤아.”
“……예.”
“안 말리고 뭐 했니?”
“열심히 말리기는 했는데, 그쪽에서 제가 개입하지 못하게 막는 바람에…….”
장 대표는 이윤의 말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도 알고 있었다. 이윤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쯤은.
그래서 다른 멤버들이 최대한 대답을 하게끔 교육을 시킨 것이었고, 예상 질문지도 달달 외우게끔 한 거니까.
그러니까 이건 ‘어쩌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발생하고 보니 골치 아픈 사고’였다.
장 대표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탈모를 가속화하려 하자, 이윤이 황급히 말했다.
“은우는 제이가 진짜 병에 걸린 줄 알고, 진심으로 낫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랬다고 하던데요.”
“……그래?”
선제 도발이라도 한 줄 알았더니.
예상외로 멋지게 사회생활을 해냈다는 사실에 장 대표의 시름이 더욱 깊어졌다.
“일단…… 그래. 이거 방금 올라온 거지?”
“네.”
“사람들 반응부터 체크하자.”
반응이 안 좋다고 ‘우리 은우는 좋은 마음으로 그랬어요!’라고 반박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소속사 사장으로서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
장 대표는 이윤을 옆으로 오라고 하고는, 먼저 무튜브 영상 댓글부터 확인했다.
― MBTI 메모, 메모.
― 자신감에 근거가 없댘ㅋㅋㅋㅋㅋㅋ
― 애들 서로 불만 없이 친하게 지내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ㅠㅠㅠ 일상 영상 같은 것들 좀 올려 주면 좋겠어.
┖ 맞아. ㅠㅠ 얘들아, 라이브 좀 켜 줘……. 기다리다가 목 빠질 것 같아.
┖ 곧 재미있는 영상 있다는데, 뭐지?
― 앨범 기대해도 되는 거지……? 나 안 불안해도 되는 거지……??
┖ 치우가 그렇다면 그런 거임.
― 뒤에서 후광 나오는 것 같아. 숍 바뀌었나? 애들 미모 실화인가 눈을 의심했다.
일단 다행히 대부분의 여론은 인터뷰 내용 전체에 관한 것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영상이라서 마지막 자극이 덜한 것…….
“은 개뿔.”
조금 내리니 바로 그에 관한 댓글들이 보였다.
장 대표는 10년 정도 늙은 얼굴로 댓글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 연예인병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하앀ㅋㅋㅋㅋ 뻘하게 터졌네.
― 둘이 친한 거 진짠가 보네. ㅋㅋㅋㅋㅋ 이 정도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면 ㅋㅋㅋ
― 둘이 같이 예능 나오면 좋겠다. ㅠㅠ
반응은 장 대표가 걱정하던 것과는 정반대였다.
서은우가 선을 넘었다는 등의 댓글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둘의 친분을 과시한 형태로 바뀌어 있었다.
“……잠깐만?”
예상외의 상황에 장 대표가 무튜브 영상을 재생시켰다.
그리고 곧 사람들의 반응이 왜 이랬는지 수긍했다.
KI 매거진에서 편집을 최대한 신경 써서 해 준 덕분이었다.
제이와 서은우가 친하다는 사실과 증거를 먼저 보여 주고, 분홍색 폰트의 ‘ㅋㅋㅋ’ 같은 것을 넣어서 영상 편지 자체를 유쾌하게 풀어냈다.
게다가 서은우가 ‘XXXX’라고 말을 하자 이혜원이 ‘네?!’ 하는 과장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썸네일로 만들어 웃음 포인트로 삼기도 했고 말이다.
‘아무래도 그쪽도 이걸 예민한 문제로 만들고 싶진 않았나 본데.’
그게 아니라면, 저쪽도 애초에 ‘친한 사이니까’ 정도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영상 쪽의 반응이 좋으니 장 대표처럼 Q&A에서 오해한 사람들의 편견도 그들이 바로잡아 주고 있었다.
“아, 담배 당겨.”
장 대표가 안도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털었다. 그리고 눈을 또렷하게 빛냈다.
걱정거리였던 것이 뜻밖의 결과를 낳은 덕분에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기 때문이다.
“윤아.”
“예, 대표님.”
“혹시 애들 예능 방송 제의 들어온 것 없냐?”
“음……. 몇 개 있긴 한데, 어떤 것 때문에요?”
“저쪽이랑 이야기해서 제이랑 은우 같이 TV에 출연 좀 시킬까 해서.”
“아……!”
이윤이 장 대표의 의도를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두어도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지만, 현재 그들이 파악한 댓글은 양지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음지에서는 어떤 욕을 먹고 있을, 또 어떤 루머가 돌게 될지는 모르는 상황.
“둘이 친하다는 걸 더 보여 주려고 하시는 거죠?”
장 대표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렇지. 어차피 바로는 힘들 거고, 3집 앨범 활동하면서 TV에 한 번 출연하면 어떨까 싶은데.”
“그러면 1회 분량만 나가는 게 좋을 거고, 관찰 예능 종류가 좋겠네요. 그쪽으로 최대한 알아보겠습니다.”
“음, 좋아.”
장 대표가 데스크톱에 방금 이윤이 했던 말을 메모장에 적어 두며, 근심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은우가 그래도 예능에서는 사고 치고 그런 일은 없긴 했는데, 제이랑 둘이 있을 때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교육은 철저히 시켜 둬. 나 오늘 불면증 도질 뻔했다.”
장 대표가 책상 위를 손가락으로 두들기며 말을 이었다.
“그 있잖냐. 이번에 앨범과 음원으로 경쟁하게 된 사이지만, 그 뒷면에는 우정을 쌓는 선후배, 그런 그림 알지?”
“네. 촬영 들어가기 전에 예능 플롯에 맞춰서 잘 교육시키겠습니다.”
“그래.”
장 대표는 한시름 놓았다는 듯 마른세수를 하며 입을 열었다.
“일단은 이번 3집 앨범부터 성적 잘 내 보자. 예능은 그 이후에 성적 보고 결정하고.”
* * *
[ LAK ‘Sea Through’ 일간 차트 10위권 진입 ]
[ 뜨거운 상승세의 LAK, 이대로 1위 남자 아이돌 그룹으로 직행하나? ]
[ 여름 음원 석권, 놀랍도록 빠른 질주. ‘Sea Through’ 포함 5곡 모두 차트 상위권 ]
컴백한 LAK의 기세는 좀처럼 누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때문에 LAK와 관련된 기사가 연예계 쪽을 거의 점령하다시피 했다.
당연히 LAK의 팬인 Lakoon은 좋아할 일이었고, 토트윈의 팬인 Eve는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는 상황.
그나마 인터뷰 영상으로 불안감을 조금 해소시켜 주었다고는 하지만, 원래 사람의 마음이 그렇지 않던가.
직접 보고 겪기 전까지는 온갖 상상을 하면서 쓸데없는 불안감을 키우니까.
“으아…….”
그리고 제이의 홈마는 양쪽 모두의 감정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도대체 왜 시기가 겹쳐서는……!!”
LAK가 잘하면 잘하는 대로, 또 못하면 못하는 대로.
어느 쪽도 응원할 수가 없었기에 제이의 홈마는 침대에 온몸을 파묻었다.
‘토트윈이 데뷔할 때도 겹치기는 했는데.’
그래도 그때는 조금 상황이 달랐다.
하나는 이미 국내에서 입지가 탄탄한 아이돌이었고, 하나는 이제 막 데뷔한 신생 그룹이었으니까.
파이를 조금 나눠 먹게 되기는 했지만, 이번만큼은 아니란 뜻이다.
그래서 팬들끼리 댓글에서 싸움이 더 자주 일어나기도 했고.
“흐엉, 안 그래도 더운 여름을 왜 너희들끼리 더 달궈 놓는 거니.”
제이의 홈마는 울상을 지으며, 최근 토트윈에서 공개한 인터뷰의 마지막 부분을 재생시켰다.
그녀에게 유일한 위안인 ‘서은우와 제이가 친해 보이는’ 영상이었다.
“흐흐흫.”
안 그래도 인터뷰 영상 내내 토트윈 멤버들끼리 사이도 좋고 친하게 지내는 것 같아서 마음이 따뜻해졌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두 그룹의 멤버가 또 서로 친하다고 하니까 기분이 좋지 않을 리가 없었다.
현재 LAK의 음원을 ‘숨스’ 하는 중인데, 그 죄책감이 조금 덜어지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제이의 홈마는 서은우의 얼굴을 떠올리며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특이한 면도 있긴 하지만, 영리하기는 해.’
아마 연예인병에 관한 이야기는 일부러 한 것일 거다.
실제로 둘 사이에 그런 이야기가 오갔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서은우는 두 그룹 간의 과열된 팬들의 경쟁심을 냉각하기 위한 방편으로 말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제이도 그걸 알아차렸기에 SNS에 ‘은우 씨, 저한테 옮지 않게 조심해요.’라고 올리며 서은우를 태그했을 터.
‘둘 다 아이돌의 나라에서 온 게 분명해.’
제이의 홈마는 히죽히죽 웃다가 이내 즐거운 상상으로 넘어갔다.
‘둘이 같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꽁냥꽁냥 해 주면 좋을 텐데.’
혼자만의 망상은 아니었다.
다른 팬들도 댓글로 비슷한 글을 적기도 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스마트폰을 뒤적거리던 때.
“……? 깜짝 놀람 주의?”
토트윈 공식 계정에 새까만 썸네일의 영상 하나가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