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2화
112화
언론이나 기자들 중 D.D.나 LAK에 우호적인 이들이 있는 반면, 토트윈에게도 우호적인 이들이 분명 존재했다.
그리고 그들 중 하나인 ‘KI 매거진’에서는 이번 3집 앨범 컴백을 앞두고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
KI 매거진은 아이돌 위주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잡지로, 규모도 상당하고 인기도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일정으로 꼽혔다.
그래서 이윤은 인터뷰 당일, 멤버들을 부랴부랴 메이크업 숍에 보내고 ‘가만히 있어도 빛이 나는’ 메이크업을 부탁했다.
“영상 형태로 인터뷰 나가는 거고, 기사로도 나갈 거니까 예쁘게 보여야지.”
그렇다고 하더라.
때문에 아침 6시에 일어나 준비를 시작한 토트윈 전원은 메이크업부터 의상 그리고 예상 인터뷰 질문과 대답까지 숙지를 하고 나서야 겨우 이윤에게서 풀려날 수 있었다.
“치우가 리더니까 네가 최대한 대답을 많이 해 주고, 각자 맡은 부분은 과하지 않게 대답해. 그리고 은우는 웬만하면 말 아끼자.”
‘달빛좌’부터 시작된 에르제의 전적이 있기에 이윤은 윤치우에게 에르제의 입단속을 부탁했다.
“이번 인터뷰 엄청 중요해. 알지?”
D.D.와 LAK. 두 그룹을 염두에 둔 이윤의 말에 토트윈 전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맞아요. 어차피 인터뷰 질문도 보내 줬잖아요.”
“그렇기는 한데…….”
이윤이 말끝을 흐리며 인터뷰 준비를 하고 있는 인영 하나를 바라보았다.
토트윈에게 우호적인 것은 맞는 듯하지만, 어쨌든 저쪽도 인터뷰 진행자다.
현재 남자 아이돌 간의 화제성을 이용하려는 생각이 분명 있을 거란 뜻이다.
그리고 민주혁도 같은 생각인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이윤의 말을 받았다.
“저쪽도 땅 파서 장사하는 건 아닐 거니까 아마 우리한테 미리 알려 주지 않은 질문도 있을 거야. 좀…… 자극적인 걸로.”
“아.”
윤치우가 짧은 신음을 내뱉자, 이윤이 주위를 살피며 작게 말했다.
“그러니까 그럴 때는 치우나 주혁이가 잘 커트해 줘. 나도 저쪽에서 지켜보고 있을게.”
“음……. 노력해 볼게요.”
윤치우가 에르제를 슬쩍 보며 말했다.
그리고 곧 저쪽에서 인터뷰를 시작하겠다는 의사를 보내왔다.
“가자.”
윤치우의 뒤를 따라 토트윈 전원이 인터뷰하는 장소로 이동했다.
인터뷰를 하기로 한 장소는 꽤 큰 스튜디오였는데, 오늘 촬영도 해야 해서 방송국에서 쓰는 곳을 하나 빌린 듯했다.
때문에 안으로 제법 걸어가고 나서야 조명이 설치된 널찍한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진행을 맡은 이는 자기소개를 하며 토트윈에게 하나하나 악수를 청했다.
“이혜원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상호 간 동방예의지국의 예를 다하는 시간이 지나고.
“오늘은 저희 ‘KI 매거진’에서 토트윈분들을 모시고 인터뷰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본격적인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시간이 참 빠른 게 벌써 데뷔한 지 1년이 돼 가요?”
“하하, 10월 31일이 넘어가면 저희도 2년 차가 되겠네요.”
처음에는 인터뷰 초반인 만큼 가벼운 질문들이 이어졌다.
처음 데뷔를 했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 첫 팬사인회는 어땠는지 등.
보통 처음 무언가 했을 때의 감정에 대해 물어보는 질문들이 많았다.
‘긴장을 좀 풀어 주려는 건가.’
아무래도 멤버들이 좀 딱딱하게 있으니, 추억을 회상하는 방법을 택한 듯했다.
덕분에 에르제도 데뷔 초 기억을 상기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좀 정신이 없을 때이기는 했는데.’
아무 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화보도 찍고, 열심히 데뷔 준비를 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열심히 한 덕분에 세리나와 플랑도 찾았으니 성과는 괜찮았다는 평가를 스스로 내렸다.
그렇게 슬슬 멤버들의 긴장이 풀어졌을 때, 이혜원은 인터뷰 예상 질문에 없던 것을 물어왔다.
“사실 제가 토트윈 데뷔 초를 좀 조사해 왔어요.”
그녀는 씩 웃으며, 의자 밑에 준비해 두었던 사진 패널을 한 개 들어 올렸다.
데뷔 타이틀곡인 ‘HaLLo’의 뮤직비디오 장면이었는데, 그곳에는 멤버들의 얼굴이 5개로 분할되어 박혀 있었다.
“아……!”
곧, 에르제를 제외한 멤버들의 얼굴이 민망함으로 달아올랐다.
각자 종족의 머리띠를 한 뮤직비디오와 데뷔 쇼케이스 사진 모음이었다.
이혜원이 그런 그들의 모습에 살짝 웃음기를 띤 채 말했다. 놀리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데뷔할 때 당시의 사진들인데, 신인다운 패기와 열정이 느껴지는 모습이에요. 머리띠도 굉장히 귀엽고요.”
“큼, 크흠.”
민주혁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대표님 아이디어였는데, 아무래도 기존에 없던 세계관이라 이미지를 좀 강렬하게 가져가자고 하셨어요.”
멤버들 중에서 이런 것에 가장 약한 민주혁이었으나, 그래도 차분하게 대답을 이어 갔다.
“게다가 데뷔곡이기도 하고, 저희도 그때는 한창 으쌰으쌰 할 때여서…….”
“아하, 그랬구나.”
이혜원이 일부러 패널을 카메라 가까이에 들이밀었다.
“여기 보시면 민주혁 씨가 뿔을 달고 있는 모습이…….”
“윽.”
민주혁이 차마 못 보겠다는 듯 손으로 눈을 가리고, 나머지 멤버들은 그 모습에 잠깐 폭소가 터졌다.
그제야 사진 패널을 다시 바닥에 내려놓은 이혜원이 풋 하고 웃으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런데 사실 2집 타이틀곡을 듣고 나니까 이해가 되더라고요. 이게 토트윈의 색깔이구나 하고.”
“맞아요.”
윤치우가 그녀의 말을 받아서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어쩌면 과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쉽게 시도할 수 없는? 팬들도 저희 그룹만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해 주시는 것 같아요.”
“혹시…… 그러면 3집 앨범도……?”
이혜원이 조심스럽게 3집 앨범에 관한 화제로 전환시켰다.
그리고 윤치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1집이나 2집과 콘셉트가 겹치지는 않지만, 저희만의 색깔을 녹이기 위해 많이 노력했어요.”
“여름 시기를 노린 LAK와 콘셉트가 겹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많은데요.”
“하하. 저희도 그런 팬분들의 반응을 보았는데, 그 부분은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이번에 단테가 작곡한 곡이 여름의 다른 분위기를 잘 담아냈거든요.”
“오~. 그 말만으로도 토트윈을 좋아하는 팬분들은 충분히 기대하실 것 같아요. 8월 29일, 저도 컴백 날짜를 달력에 적어 놔야겠네요.”
이혜원은 부드럽게 휘어진 눈으로 다른 질문들을 이어 갔다.
슬슬 앨범과 관련한 부분에서 벗어나 팬들이 궁금해할 만한 것들이었다.
멤버들 간의 사이는 어떤지, 서로 불편한 점은 없는지 등등…….
전체적으로 무난한 질문에 무난한 대답이 이어졌다.
다만 너무 무난했기 때문에 이혜원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아무래도 자극적인 부분도 필요했기에 ‘좀 약한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렇기에 이혜원의 타깃이 에르제가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요거는 저도 궁금했던 건데요. 사실 LAK는 선배 아이돌이기도 하지만, 경쟁자이기도 하잖아요?”
이혜원이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에르제에게 물었다.
“그런데 제이씨랑 서은우 씨, 두 분이 친하다는 제보가 들어왔어요?”
“……네?”
뜬금없는 소리에 에르제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혜원은 그런 에르제의 반응에 아까 들지 않았던 패널 3개를 들어 올렸다.
그곳에도 아까처럼 사진 몇 개와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글 하나의 캡처본이 있었다.
“여기 보면 두 분과 관련된 사진과 제보가 좀 있는데요.”
이혜원이 하나씩 짚어 갔다.
LAK 콘서트에 참석한 토트윈 모습, 이채선 갑질 논란 때 에르제 편을 들어준 제이의 이야기, 아육시에서 에르제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제이의 사진…….
그리고 마지막으로 압구정에서 찍힌 사진과 제보까지.
‘이건…….’
윤치우 선물을 사러 나갔을 때인가?
에르제는 조금 당황하며 헛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꽁꽁 싸매고 나갔는데, 어떻게 또 알아본 건지.
‘하긴……. 아예 알아보지 못할 거였으면 마트에서 그런 일도 없었겠지.’
그것 때문에 ‘혼자 마트 가기 금지령’까지 내려졌으니, 에르제는 인간의 동체 시력에 대한 평가를 조정해 주었다.
에르제가 그러고 있으니, 이혜원이 마지막 사진을 손가락으로 콕 눌렀다.
“그리고 이건 LAK의 제이씨가 컴백 이후 SNS에 올린 글인데요.”
[ ……팬 여러분 덕분에 컴백 첫 무대를 무사히 마칠 수 있어서 너무 기쁩니다.
아! 그리고 곧 토트윈이 컴백한다고 하는데, 저도 좋아하는 후배 그룹이라 많은 기대를 하고 있어요. 연락도 자주 주고받고 있답니다.]
( 코코아톡 대화방 캡처 )
대충 그런 식의 글이었는데, 에르제도 진즉에 확인했던 내용이었다. 코코아톡 내용도 굉장히 쓸데없는 내용이었고.
다만 이를 해석하는 방향이 서로 달랐다.
‘저거 선전포고…… 인데.’
에르제는 제이의 도발이라고 확신하고 있었으나, 이혜원에게는 뭔가 다르게 보인 듯했다.
“사적인 연락을 주고받을 정도면 정말 친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 사실 별말 안 하는데.”
“원래 친한 사이끼리 그러지 않아요?”
도대체 어떤 결론으로 가려고 이렇게 빌드업을 하는 건가.
에르제가 고민하고 있을 때, 이혜원이 입꼬리를 올리며 카메라를 손으로 가리켰다.
“그런데 서은우 씨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서 팬들이 섭섭해하고 계신 것 같더라고요.”
“?”
“그러니까 이번 기회에 제이씨한테 영상 편지 한 번 남겨 보는 거 어때요?”
갑자기?
멀리서 이윤이 손으로 X자를 그리다가 스태프한테 끌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에르제가 되물었다.
“영상 편지요?”
“네!”
이혜원이 은근한 압박을 줬다.
“두 분 사이를 궁금해하는 팬들도 많으니까요.”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지.’
제이도 SNS로 선전포고를 했으니, 자신도 선전포고를 해야 하나?
‘목 닦고 기다리고 있으라고 하고 싶은데.’
이건 또 너무 자극적인 것 같기도 하고.
에르제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으니, 옆에 앉아 있던 윤치우가 작게 속삭였다.
“그냥 덕담이나 서로 잘해 보자 그런 거 이야기하면 돼. 어차피 재미없으면 편집할 거야. 달빛 그런 말은 하지 말고.”
“음.”
에르제는 대충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숙여 주라는 뜻이구나.’
또 괜한 소리를 했다가 팬들끼리 싸움이 날 수도 있고, 그걸 찍어 누르기에는 아직까지는 토트윈의 위치가 그 정도는 아니라는 뜻이겠지.
‘3집 앨범으로 뒤집으면 되니까.’
에르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제이에 대한 것을 떠올렸다.
따로 덕담을 할 만한 내용은 떠오르지 않았으나, 그래도 이야기하기 좋은 소재가 떠올랐다.
‘안 그래도 건강 쪽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까 걱정해 주면 되겠지.’
카테이아 대륙에 있을 때도, 친한 인간들끼리 서로의 안부를 묻고 걱정해 주는 일이 일반적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윤치우가 걱정하던 달빛 이야기는 애초에 할 생각이 없었다.
‘적에게 축복과 감사를 담을 필요는 없어.’
할 말을 고른 에르제는 이혜원이 가리킨 카메라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번에 시기가 겹쳐서 같은 무대에 서게 될 것 같은데, 기대해 주신 만큼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저번에 압구정에서 만났을 때, 제이 선배님께서 연예인병에 걸렸다는 말을 들었어요. 쾌차하시기를 바란다고 이번 기회를 빌려 꼭 말하고 싶어요.”
“……?!”
“!!”
옆에서 멤버들이 놀란 토끼 눈으로 에르제를 바라보았고, 이혜원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