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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후에 흡혈은 안 됩니다-110화 (110/307)
  • 제110화

    110화

    새벽에 이루어진 공포의 몰래카메라가 마무리되고, 멤버들은 테이블 위에 엎어 두었던 박스를 들어 올렸다.

    “와.”

    화려하기 그지없는 케이크의 자태에 안단테는 조금 전의 공포를 까맣게 잊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대박. 이거 제가 먹고 싶어 하던 건데……!”

    그러고는 빠르게 테이블 앞으로 가서 무릎을 꿇고 앉는다.

    그 모습에 윤치우가 말했다.

    “현우가 말해 줘서 우리도 알았어. 네가 그거 보면서 군침 흘렸다고 하던데.”

    “맞아여.”

    에르제는 딸기와 메론이 얼기설기 장식된 케이크를 보며 팔짱을 꼈다.

    ‘인간들은 이런 걸 좋아하는 건가.’

    저번에 윤치우 생일 때 줬던 케이크도 겉모습만큼 이름이 화려했는데, 이번 것도 마찬가지였다.

    ‘딸기와 메론이 비처럼 내린 고급 수제 우유 케이크’라고 하는데, 이래서야 인간들이 외우기는 할지 의문스러운 이름이었다.

    그래도 맛은 있는지, 촛불을 끄고 케이크를 한입 넣은 안단테가 “와아!!” 하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입에서 녹아여. 아이스크림인 줄.”

    “나도 먹어 볼래.”

    태현우가 잘라 둔 케이크 조각을 접시에 담고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와…….”

    그러고는 안단테와 똑같은 표정을 짓는다.

    “녹는다, 녹아.”

    먹방 요정인 태현우의 평가에, 민주혁과 윤치우도 참지 못하고 케이크를 입에 넣었다.

    그리고 지구의 음식이 훌륭하다는 것을 몸소 깨달은 에르제도 군말 없이 케이크를 섭취했다.

    ‘오!’

    태현우와 안단테가 왜 입에서 녹는다고 표현했는지 알 것 같은 부드러움이었다.

    딸기와 메론이 서로 조화가 될까 싶었는데, 둘의 미묘한 간극을 생크림이 채워 주는 느낌이랄까.

    ‘맛있다.’

    저번에 먹었던 초콜릿 케이크도 훌륭했는데, 에르제의 취향에는 생크림 케이크가 조금 더 잘 맞았다.

    ‘세리나랑 플랑한테도 사 주면 좋아하겠네.’

    에르제는 단숨에 케이크를 해치우고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크기가 그리 크지 않아서 5명이 나눠 먹으니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안단테는 생일 주인공 특혜로 2조각을 먹어 치우고는, 조그만 배를 두들겼다.

    “아침으로 든든하네여.”

    혼자 2조각이나 먹고는 그런 소리를 하다니.

    태현우도 에르제와 같은 감상이었는지, 안단테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약 올리는 거냐, 꼬맹이.”

    “누가 꼬맹이에여! 1cm 컸어여!”

    “네가 나무냐? 아직도 자라게?”

    “진짠데……!!”

    그러고는 평소처럼 티격태격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던 윤치우가 방으로 가서 자신의 선물을 들고 나왔다.

    “단테야. 이거.”

    그제야 아웅다웅을 멈춘 안단테가 윤치우의 선물을 받아 들었다.

    유명 브랜드의 후드티였는데, 배 쪽에 커다란 강아지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너랑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감사해여!!”

    다행히 안단테도 만족했는지 해맑게 웃으며 바로 몸에 대 보았다.

    “얼추 사이즈도 잘 맞는 것 같네. 다행이다.”

    “품도 커서 연습할 때 입어도 좋을 것 같아여. 감사합니다!”

    그렇게 선물 증정식이 이어졌다.

    민주혁이 선물한 것은 평소 안단테의 취향을 고려한 게임기였는데, 128가지인가 아무튼 그 안에 엄청 많은 게임이 들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태현우는…….

    “아.”

    안단테에게 책을 선물해 줬다.

    무려 3권이나.

    ‘키 크는 숙면’,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가’, ‘연장자에게 예의를 갖춰라’

    그런 제목의 책이었는데, 너무나도 감동적인 선물인지 안단테가 고개를 푹 숙였다.

    “후우.”

    안단테가 보기 드물게 진지한 얼굴로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연장자에게 예의를 갖춰라’라는 책이었다.

    “현우 형.”

    “그래. 말해 보거라.”

    “책 모서리로 관자놀이 한 번만 찍어도 될까여?”

    “안 되느니라.”

    “한 번만. 진짜, 딱 한 번만.”

    “어허.”

    태현우가 뒷짐을 지며 고개를 젓자, 안단테가 책 모서리를 세워 들었다.

    “엇.”

    태현우가 재빨리 몸을 돌려서 도망갔다. 안단테가 책을 들고 날래게 쫓아갔다.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네.”

    민주혁은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생일인데 한 번 맞아 줘.”

    그렇게 말하고는 부추기는 모습에 에르제는 피식 웃었다.

    ‘확실히 다들 많이 편해졌구나.’

    처음만 해도, 이런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게 아니면 내가 녹아들었거나.’

    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 마음 편한 곳이 그동안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에르제는 달리느라 헉헉대는 안단테에게 가서 선물을 내밀었다.

    커다란 박스였는데, 안단테가 무게를 가늠해 보곤 고개를 갸웃했다.

    “뭐예여?”

    “열어 보면 알아. 네가 엄청 좋아할 거라고 하더라.”

    이번에도 태현우와 같이 선물을 고르러 나갔는데, 안단테에게 제일 필요하고 또 좋아할 거라고 태현우가 얘기를 해 줬다.

    “왜 불안하지……?”

    안단테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박스를 열었고, 불안함은 현실이 되었다.

    “우유?”

    “응. 맛별로 구해 오느라고 엄청 오래 돌아다녔어.”

    “……그렇구나.”

    안단테가 박스에서 우유를 하나씩 꺼내 들었다.

    딸기 맛, 초코 맛, 메론 맛, 바나나 맛, 석류 맛…….

    온갖 종류의 우유들이 안단테의 손에 의해 박스에서 꺼내졌다.

    “……25개네요?”

    “응. 하루에 하나씩 챙겨 먹어.”

    악의 없는 에르제의 말에 안단테가 이내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먹을게여.”

    그러고는 태현우를 슬쩍 노려보는데, 대충 누구 짓인지 알겠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물론 에르제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별로인가?’

    그냥 그 정도로 생각한 에르제가 뒤이어 다른 방에서 선물을 가져왔다.

    “먹을 거로만 선물 주기 뭐해서 이것도 하나 더 준비했어.”

    “헉.”

    사람만 한 곰돌이 인형이었다.

    에르제가 인형의 배를 손가락으로 콕 눌렀다.

    “누르면 소리도 나.”

    ― 꺄르륵, 꺄르륵. 간지러워!

    뭔가 그로테스크하기도 한데, 잘 때 뭔가를 껴안는 습관이 있는 안단테에게 알맞은 선물일 것 같아서 하나 구매했다.

    안단테도 마음에 들었는지, 빠르게 인형을 낚아채고 꽉 껴안았다.

    “잘 때 써야겠어여. 감사해여, 은우 형!”

    “맘에 든다니까 다행이네.”

    이번에는 혼자 생각해서 고른 선물이었는데, 인간의 기준에 부합했다는 사실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깜짝 몰래카메라 생일 파티 대작전은 끝이 났고, 윤치우가 박수를 쳐서 분위기를 환기했다.

    “슬슬 정리하자.”

    그렇게 말하며 TV 쪽에 놓여 있던 카메라를 집어 드는 모습에 안단테가 기겁했다.

    “치우 형!”

    “응?”

    “혹시, 진짜 혹시나 싶어서 묻는 건데, 이거 다 찍었어여?”

    “……아니?”

    윤치우가 발뺌했다.

    “거짓말이져?”

    “……응.”

    결국 솔직하게 대답한 윤치우가 아하하, 하고 멋쩍은 웃음을 터뜨렸다.

    “팬분들이 좋아해 줄 것 같아서. 네 반응도 재미있게 나와서 올릴 생각인데.”

    “윽……!”

    팬들이 좋아할 거란 말에 안단테가 곰 인형을 세게 껴안았다.

    그 모습에 민주혁이 부연 설명을 했다.

    “네 생일을 써먹는 것 같아서 조금 미안하기는 한데, 이제 곧 LAK 컴백이니까 시기에 맞춰서 영상을 올려 보려고 생각 중이야.”

    “아! 물론 네가 싫다고 하면, 올릴 생각은 없어.”

    윤치우가 황급히 뒷말을 덧붙였다.

    안단테를 구슬리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이건 진실이었다.

    오늘 몰래카메라를 위해 잠깐 회의를 했을 때에도 ‘단테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깔았으니까.

    “영상 자체는 몰래카메라라서 말없이 찍기는 했지만, 올리는 건 네 허락을 받고 올릴 거야.”

    “그런데 왜 찍었냐고 물었을 때 아니라고 했어여?”

    예리한 안단테의 질문에 윤치우가 볼을 긁적였다.

    “아하하, 나도 모르게…….”

    보기 드문 윤치우의 모습에 안단테도 따라 웃음을 터뜨렸다.

    “저도 올리는 건 팬들이 좋아한다고 하면 상관없어여. 대신 올리기 전에 저 한 번만 보여 줘여. 좀…… 심한 장면은 삭제하게.”

    “알았어. 고마워.”

    기특한 대답에 윤치우가 안단테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었다.

    그러고는 다른 멤버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오늘 연습 끝나고, 회사에서 보내 준 곡들 중에서 4곡을 고를 거니까 어디 새지 말고 바로 숙소로 와.”

    “넵!”

    “알았어.”

    곧 기운찬 대답들이 이어졌다.

    * * *

    모든 연습이 끝난 뒤, 윤치우의 말대로 멤버들은 다른 곳으로 새지 않고 곧장 숙소로 모였다.

    컴백이 한 달 남은 시점, 소속사가 토트윈이 구상한 콘셉트에 맞추어 10곡을 보내 주었고, 그 10곡 중 절반 이상을 추려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윤치우가 멤버들이 다 모인 것을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

    “곡이 오늘 오기는 했지만, 우리도 빠르게 선택해서 앨범 구성을 짜야 해. 우리도 오늘 끝내자.”

    “연습할 시간은 충분할까여?”

    “괜찮을 것 같아.”

    안단테의 물음에 민주혁이 대답해 주었다.

    “우리가 만든 3곡은 그 전에 충분히 연습이 됐고, 그러면 남은 4곡 준비하면 되는 건데 다들 춤 외우는 건 4곡 다 해서…… 하루면 끝낼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윤치우가 민주혁의 말을 이어받았다.

    “그리고 윤이 형한테 들으니까 뮤비도 우리가 찍어야 하는 건 2개면 된대. 지금까지 해 온 게 있으니까 금방 해낼 수 있을 거야.”

    솔직하게 말해서 시간이 부족한 건 맞지만, 그래도 3집 컴백을 준비하는 만큼 그동안 쌓인 경험치들이 있었다.

    장 대표가 고심 끝에 뽑은 멤버들이기에 노래와 춤 모두 웬만한 아이돌 이상의 실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한몫했고 말이다.

    ‘원래였으면, 내가 구멍이었겠지.’

    애초에 적당한 수준의 노래와 춤 실력으로만 끌어올리고, 병풍 역할을 맡길 생각이었을 테니까.

    그러나 그 부분은 자신이 서은우의 몸에 들어오면서 깔끔하게 해결됐다.

    노래 실력은 메인 보컬로 서도 위화감이 없을 실력이고, 춤은 외우는 것만큼은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게다가 다들 실력도 많이 늘었어.’

    커뮤니티에서 떠돌던 말들이 채찍이 되었는지, 다들 그동안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매일매일 좋아지고 있음을 같은 멤버인 자신이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니까 준비 기간이 짧다는 것 정도는 큰 문제가 없었다.

    다른 멤버들도 분명 그것을 느끼고 있기에 이렇게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는 것일 테고.

    에르제가 만족스럽게 웃자, 대충 대답이 되었다고 여긴 윤치우가 멤버들을 집중시켰다.

    “그러면 한 곡씩 들어 보고 각자 순위를 매겨 보자.”

    “그럼 순위 높은 순서대로 정하게?”

    “아니.”

    윤치우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하면 베스트가 나오지는 않으니까 왜 좋은지, 혹은 어떤 게 별로인지도 다들 생각해 놔.”

    “아하, 오케이.”

    어찌 되었든 3집 앨범에 수록될 4곡이었다.

    ‘AM’, ‘FM’ 그리고 ‘ON AIR.’

    안단테가 작곡한 3곡과의 연계성과, 장점을 극대화시켜 줄 곡들을 골라야 하는 것이다.

    ‘그런 건 자신 있지.’

    음유시인이었을 때, 에르제는 그 방면에서도 충분한 경험을 쌓아 왔다.

    에르제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고.

    “MR 재생할게.”

    윤치우가 첫 MR을 재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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