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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후에 흡혈은 안 됩니다-106화 (106/307)

제106화

106화

“야, 이걸 꼭 봐야겠냐? 애도 아니고.”

“잔말 말고 따라와. 여자친구도 있는데, 왜 이렇게 투덜대냐? 한 표라도 더 팔아 주라고, 좀!”

대학생은 정말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았다.

과제 폭탄에다 지옥을 보여 주는 조원 탓에 학교 다닐 때는 맘 놓고 덕질을 하지 못했지만, 방학을 맞은 지금은 그동안 쌓인 한을 터뜨릴 때였다.

그래서 친오빠와, 그의 여자친구인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이브 언니’까지 영화관에 끌고 온 상태였다.

“하아, 그럼 팝콘은 네가 사셈.”

대학생의 오빠는 팔짱을 끼며 그렇게 말했다.

“오케이. 티켓 값 내줬으니까 팝콘은 내가 산다.”

대학생은 쿨하게 승낙했다.

그리하여 커플 두 사람은 예매한 표를 뽑기 위해 다른 쪽으로 이동했고, 대학생은 긴 팝콘 줄의 맨 뒤에 가서 섰다.

‘잘했을까?’

그녀는 토트윈이 더빙한 것을 상상하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팬들에게 이런 즐거움을 주는 것은 언제나 찬성이지만, 그렇다고 못해서 욕을 먹는 건 결코 보고 싶지 않았다.

‘애들 연기도 다 처음일 텐데…….’

대학생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자꾸만 그녀보다 영화를 먼저 본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서였다.

‘참아야 해. 참자!!’

대학생은 그 욕망을 스마트폰을 꽉 쥐는 것으로 대신했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지금 중요하지 않았다. 이따 열심히 팝콘 먹으면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못한 것 같으면 커뮤 안 보고, 잘한 거 같으면 바로 달려가야지.’

누군가가 ‘못했으면 와서 커버 쳐 줘야지!’ 하면서 찐팬이 아니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잘한 것만 이브들과 나누고 싶은데, 뭐 어쩌겠는가!

‘그리고 잘했겠지!’

장 대표가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오명이 있기는 해도, 일 처리를 못하는 편은 아니었다. 오히려 잘하는 편이라고 해도 될 정도.

장 대표는 충분히 가능성 있는 곳에 투자하는 편이었고, 애초에 남자 아이돌이 손대는 것마다 망했던 것도 그의 잘못은 아니었으니까.

‘헤헤, 기대된다.’

생각을 마친 그녀는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 바로 팝콘 값을 결제했다.

구매를 마치고 돌아오니, 나머지 둘은 영화 표를 들고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흐엉, 시사회는 떨어져서 너무 아쉬워요.”

“나도…….”

“영화만 보면 됐지. 무슨 시사회까지 가겠다고.”

“진짜 토알못이다, 그렇지?”

“저는 왜 이런 분이 오빠 같은 남자랑 사귀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어요.”

대학생의 말에 친오빠가 발끈했다.

“야! 내가 무슨 토알못이냐? 너 때문에 집에서는 하루 온종일 걔네들 노래만 나오는데.”

그렇게 말한 대학생의 오빠는 줄줄이 그들의 이력을 읊었다.

“HaLLo, Kill Shot, 그 시절의 너, 거기다가 어? 히어로 뭐시기랑, 알바 몬스터 예능에, 자체 콘텐츠도 너 때문에 다 시청했고. 솔직히 남자들 중에서는 내가 토트윈에 대해서 제일 잘 알 거다.”

“풉.”

대학생이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그 정도로 토며들었으면 그냥 이브 해라, 너도.”

“X소리 작작 좀. 제발 그냥 들어가자. 빨리 보고 게임이나 하러 가게.”

대학생의 오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팝콘을 뺏어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그에게 입장 안내를 맡은 여직원이 웃으며 물었다.

“이브신가 봐요? 저돈데.”

“예?”

“방금 엄청 크게 말하셔서 다 들렸거든요.”

그러고는 작게 속삭였다.

“저도 이따 일 끝나면 보려고요.”

“아……. 네…….”

차마 이브 앞에서 이브가 아니라는 말은 하지 못하고, 대학생의 오빠는 멋쩍게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야! 김현용! 같이 들어가!”

대학생은 먼저 들어가 버리는 오빠를 따라서 후다닥 따라 들어갔다.

곧 자리를 잡고 앉자,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성인들이 많이 보였다.

그녀와 같이 토트윈의 팬들도 있겠지만, 성인도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인 듯했다.

‘영화 자체 평가는 좋았으니까.’

미국에서도 그렇고, 한국에서 자막 버전으로 개봉된 것도 많은 호평을 받았던 영화였다.

‘제발 잘해라.’

하지만 대학생에게는 영화가 재미있고 없고가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토트윈이 더빙을 잘했기만을 바랐다.

‘오, 시작한다.’

‘쉿.’

영화가 시작하고, 옆에 앉은 김현용을 조용히 시킨 대학생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토트윈이 못하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했던 그녀의 걱정은 금세 기우로 판명됐다.

― 아앙? 눈 밑에 발톱 자국 남고 싶냐?

― 늑대라고 내가 쫄 줄 알았나 본데, 노래 똑바로 안 하면 그 잘난 송곳니 다 뽑아 버릴 줄 알아.

윤치우의 양아치 고양이 연기는 보는 내내 솜털이 설 정도로 리얼했고.

― 아하하핰!!

― 릴리! 릴리릴리릴리! 프로듀서가 너 찾아, 릴리! 어디 있어? 아! 거기 있구나!

웃음이 헤프고 정신 사나운 캐릭터인 너구리는 태현우의 활기찬 목소리와 딱 맞아떨어졌다.

‘진짜 성격인 줄 알겠어.’

문득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위화감이 없는 더빙 연기였다.

― 어디…… 가? 알았어…….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 나, 나 잘했어?

상처 많은 강아지 연기는 안단테가 맡았는데, 막내로 살았던 감성과 소심한 연기가 잘 어우러진 듯했다.

소심한 성격을 고치기 위해 시작한 노래를 아이돌을 하면서 마침내 극복했을 때.

대학생의 눈가에는 찔끔 눈물이 맺혔을 정도였다.

― 뀨잉! 뀨잉!

― 내애가아…… 뭐어라고…… 했지이……?

― 아안녀엉하아세요오! 우우리이는. 아…… 소오개에 끄읕났구우나아.

그리고 민주혁의 거북이 연기는 다른 의미로 눈물을 맺히게 만들었다.

“아하하하!!”

“푸흣.”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민주혁의 연기 때문에 관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부모와 함께 왔던 아이들이 “거북이 재밌어!”라고 떠드는 것도 신경에 거슬리지 않고 귀엽기만 했다.

그리고 마지막은 서은우의 연기였는데.

― 내가 초식동물이라고 무시했다고? 웃기지 마. 너희들이 먼저 나를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거잖아! 먼저 무서워하고, 그럴 거라고 미리 재단하고!! 그래서, 너희들이 원하는 대로 해 줬는데, 뭐가…… 뭐가, 그렇게 문젠데?!

― 잘못했어요. 제가, 전부…… 다 잘못했습니다.

― 노래가…… 하고 싶어요……!!

실제 배우와 성우인 이들에게도 결코 밀리지 않는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 주었다.

감동적인 장면과 슬픈 장면.

― Dreams on Stage

멀리 돌아가도 괜찮아.

혼자가 아니니까.

내 손을 잡아.

Dreams on Stage.

그리고 다 같이 노래하는 장면까지도.

서은우의 연기는 영화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였다.

“와…….”

안 그래도 최애가 서은우였던 대학생에게는 필요 이상의 행복이었다.

‘미쳤다.’

영화가 끝나고 건물 밖으로 나온 이후에도 멤버들이 보여 준 연기가 여운으로 남아 있을 정도였다.

“…….”

“…….”

그건 이브인 언니도 마찬가지였는지, 김현용을 제외한 둘은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았다.

“내일 한 번 더?”

“콜.”

둘은 내일 또 영화를 보기로 결정했고.

“아냐. 그러지 마.”

같이 끌려갈 가능성이 높은 김현용이 울상을 지었다.

* * *

― 민주혁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개웃기네.

― 영화 보고 울었음. ㅠㅠㅠㅠ 모카 뭐 하냐? 우리 애들 연기도 시켜라, 그냥. ㅠㅠㅠ

― 토트윈 사랑하지 않는 법 좀 알려 주실 분?

― 와! 서은우 연기력 미쳤다;; 크르르르, 소리 들었음? ㄹㅇ 늑대 그 자체.

┖ 진짜. 다른 멤들도 잘하긴 했는데, 서은우는 성우나 배우분들한테도 전혀 안 밀림.

┖ 올려치기 작작햌ㅋㅋㅋㅋ 그 정도는 아니었다. 너 같은 애들 때문에 괜히 애들이 욕먹는 거임.

┖ 이브도 아니면서 영화 봐 준 타팬……. 그저 빛.

┖ 뭐래, 나도 이브거든.

┖ (에붸붸 하는 표정 캡쳐) 뭐뤠, 나둬 이브궈든.

┖ 미쳤나. ㅋㅋㅋㅋ

― 토트윈 매력 언제 다 떨어지냐……. 이제 하다하다 자기들이 동물 캐릭터를 정해 주네. ㅠㅠ

― 윤치우 점잖은 느낌이었는데, 거친 느낌도 좋다……. 난 걍 둘 다 좋아…….

‘Dreams on stage’ 영화 상영이 시작되고, 커뮤니티에는 토트윈의 이름이 시도 때도 없이 언급됐다.

우리 애들이 더 잘한다면서 울부짖는 타 팬들도 있었고, 멤버들 갈라치기 하면서 누가 잘했니 못했니 하는 악성 개인 팬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토트윈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고 또 칭찬해 주었다.

팬들과 대중의 반응에 긴가민가하고 있었는데, 확실히 불호보다는 호가 훨씬 많았다.

항상 커뮤니티를 보며 대중의 반응을 체크하는 태현우가 멤버들에게 말했다.

“이 정도면 8월에 진짜 기대해 봐도 되겠다. D.D. 언급도 이거 때문에 거의 묻히는 분위긴데?”

“반응 좋아여!?”

나머지 멤버들은 개봉 이후 반응이 좋지 않을까 무서워서 스마트폰도 잘 보지 않았는데.

태현우의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오자, 금세 그의 옆으로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아!”

조금 전까지 춤 연습을 하고 있었던 터라 에르제는 그 안에서 비비적거리긴 싫어서 뒤로 슬쩍 빠졌다.

어차피 뱀파이어의 시력으로 충분히 내용을 볼 수 있기도 했고 말이다.

‘역시 내 연기력은 여기서도 죽지 않았어.’

그리고 자신에 대한 언급을 귀신같이 체크하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세계가 달라서 연기에 대한 해석과 반응이 다를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는데, 결과만 놓고 보면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그리고 영화의 성공적인 반응은 태현우의 말대로, 8월 말 3집 앨범을 눈앞에 둔 지금.

‘확실히 힘이 되겠어.’

에르제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저들끼리 떠든 토트윈은 이내 에르제까지 안으로 끌어당겼다.

“윽.”

인간보다 냄새에 예민한 에르제가 콧잔등을 찡그렸으나, 태현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이거 보이지?”

“?”

태현우의 말에 따라 커뮤니티의 한 글을 보니, 그곳에는 동물과 토트윈을 합성한 사진이 있었다.

각자 이번 애니메이션에서 맡은 캐릭터에 토트윈 얼굴만 조악하게 붙어 있는 합성 사진이었다.

‘아, 설마.’

불안함을 감지한 에르제가 황급히 몸을 뒤로 뺐으나, 우악스런 윤치우의 팔에 꽉 붙잡혔다.

“어딜?”

장난기 섞인 윤치우의 눈이 보였다.

“팬들이 이렇게 좋아해 주는데, 우리도 보답해야지.”

그래서 연습이 모두 끝이 나고 토트윈이 다시 숙소로 돌아온 그날 밤.

어디서 공수해 온 건지 동물 옷을 입은 토트윈의 단체 사진 하나가 공식 SNS에 올라왔다.

[ Trick or Treat!

오랜만에 이브님들에게 인사하는 것 같네요!

(조금 더 자주 근황을 전달하고 싶지만, 3집 앨범 준비로 너무나 바쁘답니다. ㅠㅠ)

다름이 아니라, 다들 영화를 재미있게 즐겨 주신 것 같아서! 2D를 3D로 한번 표현해 보았어요!

P.S. 치우 형 볼에 빨간 스크래치는 본인 요청에 의해 그려 넣었습니다. 무시무시해요! ]

( 동물 탈을 입고 있는 토트윈 사진 )

사진 속 토트윈의 모습은 그들의 말대로 3D 세계로 뛰쳐나온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흡사했다.

옷은 전단지 나눠 주는 인형 옷처럼 발까지 재현된 탈이었는데, 일부러 얼굴을 드러내기 위해 머리 탈은 쓰지 않은 상태.

사진 속의 토트윈은 무대를 마친 듯 엔딩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늘 늑대만 관련되면 울상을 짓던 에르제 또한 처음으로 환하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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