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화
46화
갑자기 공식 계정에 올라온 노래에 팬들은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였다.
― 뭐야? 벌써 컴백이야?
― ??
구체적으로 ‘팬송’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올린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래를 재생한 팬들이 댓글을 달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 선생님들, 이거 팬송입니다!
┖ 팬송이라고? 갑자기?
┖ ㅇㅇ 가사가 딱 팬송인데.
― 은우가 기획하는 자컨이 아직 남아 있었잖아. 그건가 본데?
┖ 이렇게 큰 선물을. ㅠㅠㅠㅠ
┖ 노래 진짜 좋아. ㅠㅠ 토트윈, 영원히 사랑해.
― 그 와중에 은우 파트 가사…… 설……레 주면 되는 거지?
┖ 그럴걸. ㅋㅋㅋㅋㅋㅋ
┖ 근데 자꾸 그 부분 반복 재생하게 됨……. 뭐지?
┖ 나도;;
┖ 제 목덜미 여기 있습니다…….
― 뱀파은우는 진리다. 반박 안 받는다.
┖ 22222222
┖ 3333
┖ 3333333
┖ 아, 순서 지키세요. 선생님들.
대부분은 팬송이라고 확신하며 반복 재생을 하는 듯했지만.
늘 그렇듯 팬들의 신경을 박박 긁어 대는 댓글들도 쉬지 않고 올라왔다.
― 근데 그냥 사랑 노래 아님? 왜 팬송이라고 확신하냐?
┖ 제목부터가 할로이브잖아;;
┖ ㅋㅋㅋㅋ 이브 들어가면 다 팬들 이야기임? 진짜, 이 정도면 망상 아니냐?
┖ 타 팬들 부러워서 또 난입하네. 꺼지세요, 제발!
― 솔직히 팬송이었으면 팬송이라고 공지 올라왔겠지. 그냥 디싱일 수도.
┖ 디지털 싱글을 누가 무료로 푸냐?
┖ 애초에 노래 길이가 1분 조금 넘는데, 무슨 신곡이야;
― 서은우 자컨으로 팬송? 서은우가? ㅋㅋㅋㅋ
┖ 키스 날리기 할 때부터 팬 엄청 챙겨 주는 우리 애한테 웬 시비?
┖ 악개 등장했네, 또.
― 팬송이었으면 팬송이라고 같이 공지가 올라왔겠지. 그냥 노래만 띡 올라왔는데, 무슨 팬송. ㅋㅋㅋ
┖ 심지어 노래는 할로 멜로디 거의 따 왔음. ㅋㅋㅋ
┖ 아, 진짜네. ㅋㅋㅋ 모카 엔터는 신곡을 재탕해서 만드나 봐요. ^^
┖ 진짜 병먹금 해야 하나.
팬송이다, 아니다. 그러면 신곡은 왜 할로랑 비슷하냐…….
토트윈과 이브를 까 내리기 위한 글들이 절반은 될 정도였다.
슬슬 이브들이 노래를 제대로 즐기기가 힘들어질 정도로 PTSD를 겪기 시작할 즈음.
추가적으로 영상 하나가 공식 계정에 올라왔다. 거기엔 토트윈이 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같이 적혀 있었다.
[ Trick or Treat!! 사랑하는 이브들에게 전하는 Fan Song입니다. ‘HaLLo’에 ‘Eve’에게 전하는 우리의 마음을 담아서 부른 노래예요.
늘 토트윈을 사랑해 주고 믿어 주어서 고마워요!
넌 나의 Fantasy―!
**원래는 1위를 하게 해 준 이브 여러분께 더 빨리 불러 드렸어야 했는데, 이번에 멤버 서은우 씨의 의견으로 자체 콘텐츠로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같이 올라온 영상은 메이킹 필름이랍니다. ]
토트윈이 직접 적은 글에 댓글의 우세가 곧바로 뒤집혔다.
― 이제 누가 망상이지?
― 오피셜 팬송이네. ^^ 배 아파서 온 타 팬분들 돌아가 주세요~! 우리끼리만 즐기게.
― 가사부터 감동이었는데. ㅠㅠ 1위 한 건 너희들이 최고이기 때문이야!! 1위 하지 않아도 좋아! 늘 그 자리에서 원래의 모습으로 그대로 있어 주면 돼! 나도 사랑해!!
┖ 진짜루. ㅠㅠ 1위 필요 없어. 지금 모습 그대로 변하지만 마라.
┖ 우리 애들 팬 사랑은 찐이야…….
― 아니, 여러분 이럴 때가 아님. 우리 애들이 메이킹 필름까지 올려 줬다잖아!
┖ 순간 행복해서 잊었다. 바로 보러 간다.
┖ 이성 찾은 이브 님, 감사합니다.
물론 아직까지도 발악하는 이들이 남아 있기는 했지만.
― ㅋㅋㅋㅋ 딱 보니까 댓글 여론 보고 팬송이라고 말 바꾼 거네.
┖ 정병들 먹이 주지 마셈.
그들의 발악은, 안타깝게도 메이킹 필름 11초 부분에서 곧장 차단당했다.
[ 하나, 둘, 셋. 이브 여러분, 안녕! 토트윈이에요! ]
메이킹 필름은 녹음을 하기 위해 녹음실에 모인 토트윈이 등장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태현우가 에르제에게 기대에 찬 얼굴로 물었다.
[ 오늘 저희가 모인 이유는 이번 기획 자컨의 마지막. 서은우 씨의 기획 때문인데요! 그게 뭔지 알려 주세요! ]
[ 저희는 팬송을 녹음하러 회사 녹음실에 오게 되었습니다. ]
[ 그렇다고 합니다. 여러분, 이거 보이시죠? ]
태현우는 그렇게 말하며, 각자 손에 들고 있던 종이를 흔들었다.
그것은 오늘 올라온 노래의 가사가 적혀 있는 가사지였다.
[ 각자 HaLLo의 파트에 콘셉트에 맞게 개사를 해서 부를 예정이에요. 물론 편곡은 놀랍게도……! 우리 단테가 했답니다. ]
[ 흐, 흐흠……! ]
안단테가 부끄러워서 얼굴을 돌렸다.
[ 아, 아직 공부 중이라……. 팬분들이 좋아…… 하실지는 모르겠지만여. ]
[ 자신감을 가지게나! ]
태현우가 안단테의 등을 팡팡 두들기며, 에르제에게 신호를 줬다.
그 뜻을 알아차린 에르제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그럼, 시작해 볼까요? ]
그러고는 화면이 전환되고 멤버들이 각자의 파트를 녹음하는 장면이 차례대로 나왔다.
각자 녹음실에 혼자 들어가서 녹음하는 장면도 있었고, 멤버들이 들어와서 장난을 치는 장면들도 교차 편집이 되어 있었다.
― ㅋㅋㅋㅋ 아, 애들 너무 귀엽다.
― 아닠ㅋㅋ 서은우 노래 부를 때 헤드셋 뺏어 가는 거 실화냐고? ㅋㅋㅋㅋ
┖ 나는 들을 테니, 넌 노래를 부르거라!
┖ 서석봉이냐곸ㅋㅋ
― 무대 의상 말고 이런 평상복 모습도 너무 귀하다. 누가 빨리 짤 생성 좀.
메이킹 필름의 영상 자체는 짧았지만, 팬들에게 훈훈한 토트윈의 모습을 보여 주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멤버들이 녹음실에서 녹음하는 장면에 마스터링이 끝난 팬송이 겹쳐 흐르기 시작했다.
― 내 심장은 오직
너를 향해 뛰고 있어.
Dragon Heart.
절대 부서지지 않을 내 마음.
영원히 우리 기억은
마법으로 남아―.
― 네가 없는 하루
상상도 할 수 없어.
숲에 울리는 내 목소리는
멀리, 네가 있는 곳으로
화살보다 빠르게 가고 있어.
― 나는 세상 모든 것들에
하나씩 깃들어
언제나 너를 지켜보고 있을 거야.
네 마음에 늘 내가 있듯이
나도 마찬가지.
작지만 누구보다 큰 나야―.
원래 Cavi의 시작은 태현우였으나, 이번에는 둘의 위치가 바뀌었다.
Verse의 산뜻한 느낌에서, Cavi의 어두운 느낌으로 반전을 주기 위한 콘셉트 포인트였다.
― HaLLoween Eve――――.
어둠만이 가득한 이곳에서
그대를 만나러 갈 시간.
내가 더 강하게, 크게
너를 지킬 수 있게
이 지옥에서 하루하루 버텨 내.
HaLLo―! (eve)
― 널 유혹하겠어.
대가는 Bloooood―.
달콤한 네 피를 원해.
내 멈출 수 없는 욕망이
널 다치게 할지도 몰라.
날 보며 달아오른 피는
모두 다 내 것.
―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면
이런 내가 좋다면
말하고 싶어.
넌 나의 Fantasy.
HaLLo―, Eve.
마지막인 원래 에르제가 고음을 지르던 부분은 다 같이 노래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고음이 아닌 차분한 멜로디를 따라서 마지막 가사인 ‘HaLLo, eve’에서는 멤버들이 산뜻한 미소로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한 명씩이 아닌 다 같이 녹음실 안에 모여 손을 흔드는 장면이었다.
[ 악! ]
에르제의 카메라를 향해 흔들던 손이 태현우의 머리를 가볍게 때리고.
[ 아, 손이 미끄러졌네. 500년 만의 실수……. ]
[ 야!! ]
태현우가 도망가는 에르제를 쫓아갔다.
그 모습을 마지막으로 천천히 블랙아웃이 되면서 하얀색의 두꺼운 글씨가 떠올랐다.
[ ToT-win ― HaLLoeve ]
[ Sound Clap에 오늘 자정 무료 공개 예정 ]
‘…….’
‘…….’
메이킹 필름을 끝까지 본 팬들은 깊은 여운에 빠져서 쉽게 헤어 나오질 못했다.
토트윈이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가사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감사, 고마움, 미안함, 다짐, 사랑.
멤버들은 각자의 파트에서 그런 감정들을 표현했다.
다른 이들에게는 오글거릴 수도 있는 가사였지만, 이브들에게는 분명히 최고의 연말 선물이었다.
― 흥허어어엏엉ㅎ엏ㅎㅇ 나 주거. ㅠㅠㅠㅠ
┖ 진짜. ㅠㅠㅠㅠ 세상에 이런 아이돌이 어디에 있냐고오.
┖ 너희들이 내 선물이다. ㅠㅠㅠ
― 오늘부터 목 파인 옷 입는다. 겨울이지만 입는다.
― 은우 오빠!! 제 피 달콤해요!! 모기도 맨날 제 피만 빨아요!! 증명된 피예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매일 밤마다 모기와 싸우는데, 저도 조심스럽게 입후보합니다.
― 찐감동……. ㅠㅠㅠㅠㅠㅠ
┖ 심지어 각자 세계관 컨셉까지 가져와서 개사해 줬어. ㅠㅠ 치우야, 니가 우리 마법이야. ㅠㅠ
― 우리 애들 사이좋은 거 봐라. 제발…… 악개들…… 힘 합쳐도 모자랄 판에. ㅠ
┖ 진짜 싫어.
― 이거 콘서트 때도 해 주나?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 오, 뮤비 때처럼 각자 캐릭터 살려서 의상 입고 팬송 불러 주면 나 자지러질 듯.
┖ 좋다, 좋다.
┖ 만약 안 해 준다? 모카 엔터 총공 갑니다.
연말에 이런 선물을 받으리라는 생각도 못 했는지 팬들은 적잖이 감동을 받은 모양이었다.
게다가 같이 올라왔던 메이킹 필름이 팬들에 의해 무튜브를 떠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멤버들끼리 장난치는 모습, 그리고 라이브로 노래하는 모습 등.
각종 편집 기술로 재탄생한 영상과 노래는 일반인들에게까지 널리 퍼져 나갔다.
― 얘네 누구? 노래 잘하네.
┖ ToT-win이에요! 우리 애들 라이브 때 호흡도 안 흔들립니다.
― 흑발 요염남 누구……?
┖ 토트윈 서은우입니다! 기차 출발 안 했어요! 빨리 타세요!!
― 원래 아이돌 관심 없기는 한데, 얘네들은 실력도 좋고 사이도 좋아 보여서 보기 좋네.
대부분은 긍정적인 댓글이 많았고, 팬들은 이때다 싶어서 열심히 영업을 했다.
한참 동안이나 팬들의 반응을 보고 있던 에르제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훌륭해.’
지금처럼 무튜브든 어디든, 계속해서 토트윈의 이름과 자신의 이름이 퍼져 나가는 것은 좋은 일이다.
서은우가 에르제라는 것을 곧바로 알아채지는 못하더라도, 관심이 생긴다면 알 수밖에 없는 구조였으니 말이다.
게다가 다른 멤버들도 이번 팬송 콘텐츠가 마음에 들었는지 희희낙락하며 하루 종일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
숙소에서 대부분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던 민주혁이 10시간 내내 핸드폰을 붙잡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다만, 조금 거슬리는 것은 민주혁의 표정이 꽤 심각하다는 것 정도.
‘또 악성 계정들이 판을 치고 있나.’
슬슬 아이돌에 관한 지식이 늘어나고 있는 에르제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오랜만에 이윤이 맛있는 것을 사 들고 숙소를 찾았다.
“와! 과일!!”
안단테가 제일 먼저 쪼르르 달려가서 이윤의 손에 들려 있던 것을 낚아챘다.
멍하니 빈손을 바라보던 이윤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 대표님께서 너희들 자체 콘텐츠 잘 짜고 잘 준비했다고 주시는 거야. 알아서 양 잘 조절해서 먹어.”
“네에!”
안단테가 해맑게 대답했고, 다른 멤버들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망고도 있나.’
에르제도 무슨 과일이 있나 확인하려던 그때, 이윤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아, 그리고 은우야.”
“?”
“이주현 씨가 회사로 찾아오셨어. 너는 지금 나랑 같이 나가야 해.”
그 말에 에르제가 미간을 좁혔다.
‘이주현? 날 찾아온 건가?’
그러나 딱히 기억에 남은 이름은 아니었다. 에르제는 멀뚱히 서서 이윤에게 물었다.
“이주현이 누군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