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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후에 흡혈은 안 됩니다-43화 (43/307)
  • 제43화

    43화

    자체 콘텐츠로 공포 테마 촬영을 마치고 난 이틀 뒤.

    드디어 편집이 끝났는지, 토트윈 공식 계정에는 팬들이 기다리던 소식이 도착했다.

    [ ToT-win의 살벌한 흉가 탐험! ]

    이라는 제목과 함께, 예고편 하나가 올라온 것이다.

    예고편에 나온 토트윈의 모습은 각양각색이었다.

    ― 흐읍……!!

    ― 저리 가! 저리 가라고!! 여기 사람 없다고여어!!

    ― 아하하하하핫!!

    멤버들의 얼굴이 한 명씩 지나가면서 공포에 질린 얼굴과 웃음이 터진 얼굴이 번갈아 나왔다.

    ― 같이 가자아아!!

    영상만 보면, 태현우가 나머지 둘을 쫓는 귀신같았다.

    피식피식 웃으며 예고편을 보던 대학생의 귀로 예고편의 내레이션이 흘러나왔다.

    [ 도대체 이들에게는 무슨 일이?! ]

    두우우웅―.

    불길한 음악 소리와 함께 화면이 어두워졌다.

    블록버스터 영화의 예고편처럼 웅장하고 의미심장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끼끼끼끼끼―!!

    이어 그 위로 귀신의 웃음소리가 화면을 잠시 채우다가 사라지면서 영상은 끝이 났다.

    “으아, 소름 돋아.”

    예고편을 보던 대학생은 갑작스럽게 들려온 귀신 소리에 소름이 돋은 팔을 쓸어내렸다.

    그녀는 혹시나 싶어 핸드폰을 손바닥으로 누르고는, 고개를 휙휙 돌렸다.

    괜스레 바로 옆에서 귀신이 쳐다보고 있는 거 아닌가 싶어서였다.

    “큼큼……!!”

    헛기침을 한 번 한 그녀는 얼굴이 조금 붉어진 채로 공개 예정 시간을 확인했다.

    [ 07:55:48 ]

    지금이 딱 12시 04분이니, 오늘 저녁 8시에 공개된다는 이야기였다.

    ‘……얼마 안 남았네.’

    그녀는 남아 있는 시간을 보면서 일생일대의 고민에 빠졌다.

    공포 콘텐츠는 그녀에게 쥐약이었기 때문이다. 공포 영화는 물론이고, 친구들끼리 무서운 이야기도 하지 않는 편이다.

    “흐엉.”

    그녀는 울상을 지으며 그대로 침대에 엎어졌다.

    토트윈이 나오니까 보기는 봐야겠는데, 보고 나면 오늘 밤 잠은 제대로 잘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 07:52:30 ]

    줄어드는 시간을 멍하니 보고 있던 그녀는 이내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서 댓글창을 열었다.

    어쩌면, 그녀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동지가 있을지도 모른다.

    ― ㅋㅋㅋㅋㅋㅋㅋ 단테 무서워하는 거 봐.

    ┖ 요정단테 죽어욧~~.

    ― 예고편이 너무 짧다……. 일해라, 모카 엔터!!

    ― 예고편 공개하고 당일 방송이야? 이거 어디서 볼 수 있어요?

    ┖ 무튜브에 풀 영상으로 올라온댔음.

    ┖ ㄳㄳ

    ― 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진짜 귀신 나올 것처럼 생겼네, 흉가가.

    ― 아, 기대된다……!! 우리 애들 무서워서 벌벌 떠는 거 보고 싶어!! 나만 그래?! 어? 나만 그런 거냐고!?

    ┖ (조용히 손을 들어 올리는 이모티콘)

    ┖ (머쓱하게 웃는 이모티콘)

    ┖ 서은우만 혼자 마이페이스일 것 같아.

    ┖ 속보) 귀신한테 달빛좌 시전.

    그렇게 한참 동안 무튜브 댓글을 읽던 그녀는 결국 동지를 찾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막상 댓글을 보고 있었더니 기대감이 더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자체 콘텐츠로 소소한 브이로그만 찍어서 올려 줘도 감사할 판에 자기들끼리 이렇게 스케일이 큰 자컨이라니?

    입에 다 집어넣기에도 힘든 떡밥의 크기에 이브인 그녀로서는 그저 행복할 수밖에 없었다.

    입맛에 맞든 맞지 않든 토트윈이 팬들을 위해서 이런 이벤트를 열어 준다는 것만으로도 확실히 기쁜 일이니까.

    메말라 가던 덕생에 이처럼 단비 같은 아이돌이 내려올 줄이야.

    “흐응~ 흥.”

    그녀는 토트윈의 ‘HaLLo’를 콧노래로 흥얼거리면서 서은우가 대문짝만하게 박혀 있는 캘린더를 바라보았다.

    12월 중순에 큰 별표로 ‘기말고사’라고 적혀 있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의자에 앉은 그녀는 회로 책을 펼쳤다.

    “힘내자……!!”

    토트윈으로 힘을 얻었으니, 그 힘을 또 현생에 투자를 해야 한다.

    [ 07:21:08 ]

    그녀는 또다시 줄어든 시간을 확인하며 빠르게 펜을 움직였다.

    * * *

    토트윈 멤버들은 늘 그렇듯, 이번에도 거실에 모여 앉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다같이 볼 수 있을 정도로 큰 TV는 거실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블루투스를 이용해 무튜브 화면을 TV에 띄운 토트윈은 남은 시간이 0으로 바뀌는 것만을 기다렸다.

    “나 완전 겁쟁이로 나오는 건 아니겠지?”

    “편집팀에서 잘 편집해 주지 않았을까?”

    “그렇겠져……??”

    윤치우의 대답에 안단테가 제발, 이라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이돌, 게다가 신인인 그들이 편집의 영역에까지 간섭할 수는 없었다.

    악마의 편집이든 아니든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그래도 우리 회사에서 만드는 거고, 우리 그룹 홍보용인데 악편하거나 하지는 않겠지.”

    태현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근데…… 겁쟁이인 건 사실이라서…… 그렇게 나온다고 해서 악편인 건 아니지 않나~?”

    옳은 말이다.

    아마 안단테는 귀신을 보고 기겁하는 장면으로 온통 도배될지도 모른다.

    에르제는 태현우의 말에 동의하며 민주혁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차분한 표정으로 안경을 쓴 채 책을 읽고 있는 모습.

    에르제는 책상 위에 놓인 핸드폰을 가리키며 민주혁에게 물었다.

    “민주혁, 카메라를 너무 의식하는 거 아니야?”

    “…….”

    민주혁은 대답 없이 몸을 살짝 돌렸다. 그러고는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반응캠은 왜 찍는 건지 모르겠네.”

    “카메라가 돌아가는 중이었으면 그거 아주 위험한 발언이야.”

    “……짜증 나.”

    민주혁은 콧잔등을 찡그렸다. 덕분에 안경이 한 번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윤치우가 그런 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팬들의 댓글 봤잖아. 자컨 영상 끝나고, 우리 반응도 같이 올려 달라고 요청 엄청 들어왔어.”

    “이미 뭐 나오는지 다 아는데, 반응이 제대로 찍힐까 싶은데.”

    “그냥 우리끼리 영상을 보면서 떠드는 것 올려도 좋아해 주실걸?”

    “……아, 몰라.”

    그러나 민주혁은 여전히 툴툴거리며 책상 위에 올려진 핸드폰을 노려보았다.

    “나는 재미있게 못 해. ……말 걸지 마. 책 볼 거야. 저것도 안 볼 거야.”

    TV를 노려보던 민주혁이 한숨을 푸욱 내쉬며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솔직하게 무섭다고 하면 될 것을.’

    에르제는 무튜브의 시간이 [ 00:01:00 ]이 되자, 핸드폰 녹화 버튼을 눌렀다.

    “녹화 시작할게.”

    에르제가 그렇게 말하자, 다들 왠지 모르게 긴장했다.

    조금 전 민주혁을 달래던 윤치우도 마찬가지였다.

    에르제는 겁쟁이 1, 겁쟁이 2의 활약을 기대하며 편한 자세로 시청 준비를 마쳤다.

    그렇게 딱 1분이 지났을 시점.

    곧 ‘끼끼끼끼’ 하는 소리와 함께 토트윈의 흉가 탐험이 시작되었다.

    “읏…….”

    그 소리만으로도 몸서리를 친 안단테는 조심스럽게 에르제의 등 뒤로 숨었다.

    ‘어림없지.’

    반응 영상에 본인이 보이지 않게 하려는 모양인데, 노련한 자신에게 이런 어설픈 기술을 통하지 않는다.

    에르제는 등을 아예 소파에 기댄 채, 흉가 탐험을 시청했다.

    ‘……윤치우랑 내 분량은 별로 없으려나.’

    편한 마음으로 초반부 조를 짜는 모습을 보고 있자, 태현우가 TV의 오른쪽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여기에 팬들 실시간 채팅도 띄우자.”

    “좋은데? 지금 반응 영상도 같이 찍고 있으니까 라이브 방송을 하는 느낌도 날 것 같고, 소통도 하면서 보면 좋겠네.”

    윤치우가 곧바로 동의하자, 태현우가 신나서 실시간 채팅까지 같이 화면에 띄워 버렸다.

    ― 이 순간을 기다렸다!!

    ― 단테가 제일 무서워할 텐데, 그래도 주혁이랑 현우랑 같이 붙여 놨네. 할미 맘이 좀 놓인다. ㅠ

    ┖ 예고편 안 봄? ㅋㅋㅋㅋㅋㅋㅋㅋ

    ┖ 봤는데 왜?

    ┖ 민주혁도 엄청 무서워하는 것 같던데??

    ┖ 엥? 그냥 딱 왁! 하고 놀라게 하면 놀라는 수준 아니었어?

    예고편에서는 민주혁의 진가가 다 드러나지 않았다.

    이게 그 편집의 힘인가 뭔가 하는 그것이다.

    덕분에 ‘민주혁은 무서워하는가’에 대한 갑론을박이 채팅창에서 이어졌다.

    에르제는 책을 보는 척하고 있는 민주혁을 가리키며, 반응 영상에 조그맣게 속삭였다.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희 토트윈에는 겁쟁이 1과 겁쟁이 2가 있어요.”

    “?!”

    에르제의 목소리를 들은 민주혁이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야!!”

    민주혁이 다급하게 소리쳤지만, 에르제의 입은 멈추지 않았다.

    “놀랍게도 단테는 겁쟁이 2이고요, 겁쟁이 1은…… 민주……. 읍……!! 으읍!”

    소파 반대편에 있던 민주혁은 어느새 다가와 양손으로 에르제의 입을 막아 버렸다.

    물론 힘으로 풀어 버릴 수 있었으나 영상으로 남는 것이기 때문에, 에르제는 그저 검지를 세워 민주혁을 가리켰다.

    얼굴이 빨개질 대로 빨개진 민주혁이 에르제의 검지를 잡아채려 했으나, 안타깝게도 2팀 영상이 먼저 나오고 있었다.

    [ 으아아아악!! ]

    그리고 그것은 내내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던 민주혁이 무너진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 저리 가아아악!! ]

    얼굴이 일그러진 귀신에게 민주혁은 쫓겨서 멀리멀리 달아났다.

    [ ……주혁아……? ]

    태현우가 배신감에 물든 얼굴로 멀어지는 민주혁을 바라본다.

    [ 넌…… 무서워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는데……. ]

    [ 주혁이 형……. ]

    동지를 발견한 듯 안단테가 초롱초롱한 눈빛을 띠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3인방의 모습을 보고 채팅창에는 불이 났다.

    ― 시크 도도 민주혁? 도도가 도망가는 소리였네……. 도도도도도도.

    ― 뜻밖의 겁쟁이 동지 발견. ㅋㅋㅋㅋ 안단테의 눈이 초롱초롱해진 것 봐라. ㅋㅋㅋㅋ

    ― 예고편 썸네일은 약과였다…….

    ― 자막 레전듴ㅋㅋㅋㅋ 도망친 거리 20m랰ㅋㅋㅋㅋㅋㅋㅋㅋㅋ

    뒤에 이어지는 영상도 마찬가지였다.

    안단테는 “으악! 으악!” 소리를 지르면서 태현우의 등 뒤로 숨기 바빴고, 민주혁은 단거리 달리기만 10번을 넘게 했다.

    [ ……무서운 게 아니라 징그러워서 그런 거야. ]

    태현우와 안단테가 있는 곳으로 돌아올 때마다 뻔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바람에 채팅창에는 ‘ㅋz’으로 도배가 됐다.

    ― ㅋㅋㅋㅋ 아, 주혁이 무서워하는 거 하찮고 귀여워.

    ― 서은우랑 민주혁이 투 톱일 줄 알았는데. ㅋㅋㅋ 완전 정반대고여~. ㅋㅋㅋㅋㅋ

    ┖ 현우가 젤 신났음. ㅋㅋㅋ

    “……안 돼…….”

    민주혁은 무너지는 본인의 이미지에 절망해 소파에 털썩 쓰러졌다.

    에르제는 그런 민주혁의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물론 도망가는 효과음을 넣어서.

    “괜찮아. 시크 도도…… 도도도도 겁쟁이 1.”

    “…….”

    겁쟁이라는 소리를 하지 말라는 말도 못 하고, 민주혁은 온 세상을 다 잃은 표정으로 멍하니 TV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2팀이 3층에 도착했을 무렵, 이번에는 1팀인 윤치우와 에르제의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팬들의 예상처럼 윤치우와 에르제, 둘 모두 귀신을 그리 무서워하는 모습은 나오지 않았다.

    ― 치우 조금씩 움찔움찔하네. ㅋㅋㅋ

    딱 그 정도의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미 귀신 분장을 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에르제는 아예 미동도 없었다.

    오히려 윤치우에게 조용히 하라고 하고는.

    [ 와아아악!! ]

    [ 으허어억!! ]

    가만히 숨어 있던 귀신을 역으로 놀라게 만드는 연출을 선보였다.

    ― 하싴ㅋㅋ 서은우 저럴 줄 알았다.

    ┖ 저기 숨어 있는 건 어케 안겨?

    ┖ 그것이 뱀파이어의 감각.

    에르제는 흉가 탐험 영상을 꽤 흥미롭게 보고 있다가, 멤버들이 모두 그쪽에 정신이 팔린 것을 확인하고 핸드폰을 꺼냈다.

    그러고는 세리나에게 문자 하나를 보냈다.

    이번에 윤치우에게서 들었던, 새로운 정보를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의식이라면, 악마와 관련되어 있을 확률이 높겠지.’

    그리고 분명 이는 윤소희 실장과도 관련이 있었다.

    [ 악마와 관련된 단체, 그리고 마녀에 대해서 조사 좀 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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