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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후에 흡혈은 안 됩니다-32화 (32/307)
  • 제32화

    32화

    토트윈이 출연한 첫 예능은 첫 주 차부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 토트윈의 첫 예능 출연! 새내기들의 입담은? ]

    [ 숨 막히는 추격전! 그리고 두뇌 싸움! ]

    방송이 나가기 전부터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것이 TSN 쪽에서 내보낸 기사와 맞물리면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단순히 임 PD의 예능 혹은 TSN을 좋아하는 이들도 많이 시청했고.

    토트윈의 팬들도 같이 합류하면서 첫 주의 시청률은 예상보다 2배인 8.7%를 기록했다.

    먼저 출연했던 윤치우, 민주혁, 태현우는 서로 케미를 보여 주기도 하고 재치 있는 대답을 하면서 예능에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고.

    덕분에, 다음 주자인 에르제와 안단테가 출연한 회차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본 방송을 시청하기 위해 TV 앞에 모였다.

    그리고 당연히 토트윈도 거실에 모여 TV 모니터링을 하고 있었다.

    멤버들은 전주 1초만 듣고도 노래를 쉽게 맞혀 버리는 에르제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에르제와 안단테도 촬영을 마치고 온 뒤에 그들에게 따로 촬영과 관련된 내용을 스포 하지 않았기 때문에.

    멤버들도 그 장면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와, 저게 가능해?”

    “솔직히 저 바로 옆에 있었는데도 의심했다니까여. 윤이 형이 답안지 같은 거 몰래 준 줄 알았어여.”

    “그럴 만하다. 이거 시청자들도 짜고 쳤다고 할 수도 있겠어.”

    윤치우가 걱정스럽게 말했으나, 민주혁이 고개를 저었다.

    “요즘 리얼 아니면 사람들이 다 떨어져 나가는 거 알고 있어서 방송국에서 짜고 칠 리가 없어. 그래서 시청자들도 대부분 리얼로 믿어 주는 추세고.”

    “이야, 예능 박사야?”

    태현우가 엄지를 세우며 민주혁을 은근슬쩍 놀렸지만, 그는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TV에만 시선을 고정했다.

    그의 눈은 우물쭈물하고 있는 안단테에게 걱정스럽게 꽂혀 있었다.

    “단테는 한 문제 맞힌 거야?”

    “네에…….”

    안단테는 윤치우의 질문에 시무룩하게 대답했다.

    “그 정도면 충분히 잘했네. 그런 사람들이 있어. 조금만 들어도, 전체적인 노래가 들리는 사람들.”

    “그, 그렇져?”

    안단테가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우리도 저기 있었으면 똑같았을걸? 백 퍼임.”

    태현우가 분위기를 눈치채고, 안단테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면서 씩 웃었다.

    “아! 이거 세팅한 건데!!”

    “어차피 지금 밤인데, 뭔 상관.”

    뭐, 금방 또 티격태격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어지는 에르제의 상자 선택 장면에서 둘의 다툼은 그대로 멈췄다.

    “응?”

    “왜? 굳이?”

    다들 다른 것들을 내버려 두고 어째서 블랙 윈도우를 선택했는지, 의아해하며 에르제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몰라서 그랬다고 하기에는 애매해서 에르제는 그냥 당당하게 대답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히……어로라서!”

    “아……. 그렇구나.”

    윤치우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르는 게 확실하군, 이라며 다들 그렇게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그래도 그들은 서은우가 기억이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히어로 랜딩.”

    이라는 에르제의 등장 장면과 함께.

    [ 이 아이돌은 블랙 윈도우에 진심입니다. ]

    편집을 통해서 넣어 준 자막과 CG 때문에 멤버들은 그만 빵 터지고 말았다.

    “푸하하학!! 미쳤냐고!”

    “진짜…… 대단하다. 저걸 어떻게 했어?”

    “점프력 봐라…….”

    태현우는 소파가 무너질 듯이 데굴데굴 굴러다녔고, 윤치우는 신기하다는 듯이 에르제를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의 출연자였다면 입고 있는 옷만으로도 부끄러워하지 않았을까?

    검은색 쫄쫄이 슈트에다가 가발까지 썼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한참 웃다가, 이내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야, 근데…… 주혁아.”

    태현우는 현실의 에르제와 TV 속의 에르제를 번갈아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곳에는 블랙 윈도우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는 에르제가 있었다.

    “왜?”

    “얘, 왜 잘 어울리냐?”

    그 말에 민주혁이 입술을 꾹 닫았다.

    미간을 찡그렸다가 눈을 살짝 감기도 하던 민주혁은 이내 손가락으로 볼을 긁었다.

    “비주얼 센터잖아.”

    “아!”

    * * *

    멤버들의 반응과 마찬가지로, 히어로 랜딩에서 한참 웃던 팬들도 이내 그 사실을 깨달았다.

    ― 아니, 근데 서은우 왜 ‘블랙 윈도우’가 이렇게 잘 어울리냐. ㅋㅋㅋㅋ 거의 본인 등장인데?

    ┖ 아! ㅋㅋㅋㅋ 그래서 히어로 랜딩 한 거냐고.

    ― 이제 하다하다 서전트 높이에 치인다…….

    ― 가발 자연스러운 거 실화임? 서은우 미모 빛난다…….

    ┖ 회사에서 저거 고르라고 시켰다는 게 학교의 점심.

    ┖ 이거 ㄹㅇ 가능성 있는 듯. 아까 보니까 노래 퀴즈도 겁나 잘 맞히더만. 제작진이랑 모카 엔터 해명해라.

    ┖ 음모론자 벌써 등장했쥬?

    ― 와중에 단테도 아이런맨 잘 어울린다. ㅋㅋ 아이런맨 후계자 어린이 같은 느낌인데, 뭔가 하찮고 귀여워. ㅠㅠ

    ┖ TSN 차냥해……. 이렇게 귀한 걸…….

    이후 있을 추격전을 위해서 에르제가 가발을 벗자, 이를 아쉬워하는 팬들이 많을 정도였다.

    ― Je* * ** 님 계정 가면 벌써 보정한 사진 올라왔어요, 여러분!!

    물론 그 와중에 발 빠른 홈마들이 사진을 보정해서 올려 두었기 때문에 팬들은 아쉬움을 어느 정도 날려 버릴 수 있었다.

    다만, 대부분의 여론이 그렇다고 해서 분탕질이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아직까지는 팬덤의 크기가 큰 것도 아닌데, 데뷔부터 잘나가려는 조짐이 보이자.

    여기저기서 견제가 들어오기도 하고, 혹은 악개(악성 개인빠)들이 활개를 치는 것이다.

    ― 근데 노래 퀴즈 할 때 그냥 LAK라고 한 거 봄? LAK 선배도 아니고;;; 개념 ㅈㄴ 없네.

    ― 그 와중에 우리 안단테 TV에 1분도 안 잡힘. ㅠㅠ 솔직히 이건 썬이 배려해야 하는 거 아냐? 소속사는 뭐 하냐? 저런 거 미리 조언을 해 줬어야지.

    ┖ 진짴ㅋㅋ 공감 200퍼. 내가 썬이었으면, 안단테한테 히어로 랜딩 같이 하자고 했음.

    ― 또 정병들 와서 설치기 시작했네;; 우리 애들 알아서 사이좋게 잘 지내는데, 꼭 콩가루로 만들어요. 관리자 관리 안 하냐?

    ― 악개들 꺼져, 제발.

    사소한 태도 하나하나를 다 꼬집어 가며 시비를 거는 모습에 팬들은 PTSD를 겪으면서도 열심히 공격을 막아 냈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싸움이 활발해지고 있을 때.

    예능은 본격적으로 추격전을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 설치던 분탕질도 이때만큼은 쏙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에르제는 체력에 자신이 있었던 만큼 지치지도 않고 다른 팀을 쫓아다녀서 가장 많은 힌트를 얻어 내었다.

    지구를 지킬 수 있는 ‘코어’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는 힌트였는데, 대놓고 주어진 것은 아니고 대부분 퀴즈 형태로 주어졌다.

    [ 정원이 100명인 잠수함에 100명이 탔는데 가라앉았다. 그 이유는? ]

    에르제와 같은 팀으로 움직이던 출연자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손가락을 튕겼다.

    [ 임산부가 타서?! ]

    [ ……그러면 임산부를 찾아야 하는 거예요? ]

    에르제가 그를 어이없게 바라보는 장면도 ‘어이 X’라는 자막과 함께 코믹하게 방송에 비쳐졌고.

    곧 ‘!!’ 하는 느낌표 더미와 함께 에르제가 깨달았다는 듯이 말하는 장면도 나왔다.

    [ 잠수함은 원래 가라앉아요. ]

    [ 헉, 그러네!? ]

    [ 그러면…… 잠수함 같은 게 여기 있을 리 없으니까 원래 가라앉는 물건을 찾으면 되는 건가? 일단 수영장 쪽으로 가 봐요. ]

    [ 크으~! 은우 씨 너무 든든해! 내가 팀장을 잘 골랐어! ]

    TSN에서는 편집 과정에서 에르제를 ‘열혈’과 ‘두뇌’ 키워드로 밀어 주려는 모습인지 그 부분을 가장 중점적으로 보여 주었고.

    모카 엔터테인먼트 측에서도 악편이 아니라 좋은 쪽으로 밀어 준 것이기 때문에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물론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 우리 은우는 다 잘해!! 천재 기질이 확실히 있다고!

    ‘서은우 천재설’이 다시 한번 조명을 받는 사태에 이르기도 했다.

    ― 오, 단테도 안 밀리는데?

    게다가 다행히도 에르제만 주목을 받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그 모습에 자극을 받은 안단테가 엄청난 열의를 불태웠기 때문이다.

    [ 지금 이쪽 팀 여기 들렀죠? 그럼 여기로 돌아가서 대기했다가 힌트 뺏어 버리죠! ]

    [ 어…… 어떻게? 우리 보면 바로 도망가지 않을까요? ]

    [ 음……!! VJ님 옷 좀 빌려주세요! 카메라랑! ]

    에르제보다 부족한 체력은 아이디어를 이용해서 추격전의 재미를 더해 주었고, 에르제와 마찬가지로 ‘열정’과 ‘열의’ 등을 보여 주면서 팬심을 더욱 끌어올리는 데에 이바지를 했던 것이다.

    첫 주 차에 윤치우, 민주혁, 태현우가 나왔을 때는 재치 있는 입담으로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모습이었다면.

    에르제와 안단테는 승리에 굶주린 모습으로, 예능적인 측면에서의 재미를 더해 주었다.

    덕분에 1시간가량의 첫 예능 방송이 끝난 뒤, 그들의 예능 출연을 우려했던 이들까지도 좋은 반응을 보였다.

    덕분에 팬들은 더욱 신이 나서 영업에 열을 올렸다.

    ― 이야, 결국 서은우가 ‘코어’ 찾았네. 미쳤다, 미쳤어. 열정 보소.

    ┖ 토트윈은 이 에너지를 무대에서도 보여 줍니다! 이 아이돌은 다 해 줍니다!!

    ― 이번 토트윈 편 진짜 재미있었다. ㅋㅋㅋ 첫 주에 나온 피어싱 은발 존잘남은 누구죠? 말도 엄청 잘하던데…….

    ┖ 현우예요! 태현우! 팬싸에서는 깍지 요정이라고 불린답니다! 이참에 입덕 하시죠!

    ┖ 저…… 아이돌 덕질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 가지고.

    ┖ 누구나 처음은 있는 법.

    ┖ 토트윈 애들 다 사랑스럽고 예쁘고 잘생겼고 그래요. 아, 일단 한 입만 잡숴 봐.

    ― 역시 임 PD가 보는 눈이 있다니까. 나는 우리 애들 잘할 줄 알았어.

    TSN과 임 PD는 솔직히 토트윈의 예능적인 모습을 기대하고 그들의 출연을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임 PD 쪽은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최근에 데뷔로 핫한 토트윈을 초반 어그로로 이용하기 위해 쓴 것이고.

    모카 엔터테인먼트에서도 이를 알고 있었지만, 토트윈의 인지도를 위해서 예능에 출연시켰던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지금의 분위기라면, 이어진 안단테의 말이 신빙성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이러다가 우리 예능 쪽에서 연락 엄청 오는 거 아니에여?”

    안단테는 TV에 나온 자신의 모습이 퍽 마음에 들었는지 가슴을 펴며 말했다.

    “아쉬운 게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난 그래도 단테 말대로 이 정도면 우리가 처음 한 것치고는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

    윤치우도 멤버들을 보며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윤치우는 이번 예능에서 대중에게 그들의 모습이 잘 비쳐질까 연신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제야 그 짐을 내려놓은 듯 보였다.

    그렇게 다들 광고로 넘어간 TV 화면을 보면서 여운을 의미하고 있었다.

    에르제도 그런 그들의 반응에 공감하면서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 정도면 그래도 TV에 얼굴이 많이 비쳐진 것 같은데.’

    물론 얼굴을 비친 것만으로는 일족들이 자신을 알아볼 리 없겠지만.

    혹시나 그들에 대해서 찾아보게 된다면, 에르제라는 이름까지는 알게 될 가능성이 높았으니 말이다.

    그렇게 멤버들이 각자의 생각에 잠시 빠져 있자, 윤치우가 가장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제 자러 가자. 내일은 컴백 관련해서 회의 있으니까 잠 잘 자 두고 맑은 정신으로 회의에 참석해야지.”

    “오케이.”

    그 말과 함께 멤버들은 잠자리에 들었다.

    에르제와 같은 방을 쓰는 태현우는 1시간가량 핸드폰을 하다가 이내 새근거리며 잠이 들었다.

    에르제는 그가 자는 소리를 듣고 슬며시 눈을 떴다.

    ‘……잠이 안 오네.’

    뱀파이어로 오래 살아서 그런가, 최근까지도 일찍 자는 일이 아직 익숙하지가 않았다.

    ‘물이라도 한잔 마시고 올까.’

    그렇게 생각하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던 에르제는 문득 들려오는 소리에 눈을 가늘게 떴다.

    ‘……이 소리는.’

    에르제는 빠르게 침대에서 빠져나와서 소리가 들려오는 창가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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