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화
24화
첫 음악 방송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난 뒤.
토트윈의 데뷔 앨범은 inst 버전을 제외하고 2곡 모두 성공적으로 순항을 계속했다.
현재.
[ ‘ToT-win’ - ‘HaLLo’ ― 39위 ]
[ ‘ToT-win’ - ‘Kill Shot’ ― 61위 ]
이런 상태였다.
각각 39위, 61위였지만 모카 엔터테인먼트 내부에서는 금방 10위권 내로 들어갈 거라고 예측했다.
“애들 데뷔 무대의 반응이 워낙 좋아서 10위 안에 들어가는 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가 됐어.”
장 대표는 차트를 내리며 이윤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흡족하다는 듯이 웃었다.
“EW에서 오히려 우리한테 고맙다고 하더라. 그쪽 월 판매량, 이번 연도 최고 기록을 세웠다고.”
“그래요??”
이윤도 장 대표랑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그만큼 지금 토트윈의 초반 성적은 흐름이 아주 좋았다.
“원래 은우 자리가 구멍이었는데, 그게 또 봉합이 잘됐단 말이지. 올해부터는 나도 운이 좀 붙어 주려나?”
으흐흐, 하고 장대표가 웃고 있자.
-Under the blue sky~
이윤의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토트윈 멤버의 타이틀곡으로 벨소리를 해 놓은 이윤을, 장 대표가 아주 기특하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어어. 받아, 받아.”
너그러운 말투로 장 대표가 허락하자, 이윤은 양손으로 공손하게 전화를 받았다.
“네, 임 PD님! 오랜만입니다.”
이윤이 반가운 기색으로 전화를 받자, 장 대표의 귀가 쫑긋 섰다.
“네, 네. 아……!! 정말요?”
이윤은 통화를 하는 것과 동시에, 종이에 글을 써서 장 대표에게 보여 주는 놀라운 기술을 선보였다.
그리고 그 종이에 적힌 내용을 확인한 장 대표가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방금 대표님 허락도 받았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통화를 끊은 이윤에게 장 대표가 씩 웃으며 말했다.
“확실히 운이 붙는 거 같지?”
“네. 그러게요……. 저쪽에서 먼저 연락이 올 줄은 몰랐는데.”
하하, 하고 웃은 이윤은 장 대표에게 말했다.
“애들한테 말하고 올게요.”
“암. 기쁜 소식은 빨리 전해야지.”
어차피 앞으로 있을 토트윈 멤버들의 스케줄에 관해서 논의를 하려던 참이었는데.
운 좋게도 그 스케줄 하나가 제 발로 걸어 들어온 모양이니, 이윤을 더 붙잡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장 대표는 예능보다 중요한 것을 떠올리며 이윤에게 당부했다.
“애들한테 예능 이야기 하는 것도 중요하긴 한데, 알지? 초동 지나기 전에 그거 꼭 해야 하는 거.”
“알죠. 이미 일정 다 뿌렸는데요. 팬들도 알고 있을 겁니다.”
“오케이, 나가 봐.”
이윤은 장 대표에게 인사를 하고 서둘러 토트윈 멤버들이 있는 숙소로 향했다.
* * *
비슷한 시각.
― 내가 ‘뮤직 큐’의 스태프 하나랑 친하거든? 이채선이 토트윈 애들 타이틀곡도 모르면서 친한 척했다더라.
┖ 헐; 그거 아님? 저번에 그, 엘리베이터 갑질 논란. 그거 만회하려고 한 것 같은데, 지 무덤을 더 깊게 팠네.
┖ 걔네 원래 인성 좀 안 좋다고 소문 많더라.
┖ 물타기 하는 수준하고는. 어디 LAK랑 비비지도 못하는 토트윈 따위가 인성 어쩌고저쩌고 찌라시 풀고 있어――.
에르제는 본인이 유도한 상황에 대해 떠들고 있는 커뮤니티를 구경하는 중이었다.
이제 막 불이 꺼지려는 집에 기름을 들이부은 꼴이라 잘 타는 모양이었다.
‘너무 심했나.’
그 순간엔 이채선의 가식적인 모습에 짜증이 났던 것뿐이지만.
그 뒤에 서서 이채선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던 제이의 모습이 문득 생각났다.
‘흐음.’
심지어 LAK 컴백 콘서트에서 위화감을 잠깐 느끼기까지 했으니, 근래에 에르제는 제이에 대해서 따로 조사를 해 봐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그렇게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며 핸드폰을 보고 있던 중, 이윤이 숙소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얘들아!!”
밝은 목소리를 들으니, 이번에 무언가 좋은 소식을 물어온 것 같았다.
그냥 평범한 전달 사항이었으면, 코코아톡으로 ‘띡!’ 하고 올려 뒀을 테니 말이다.
“…….”
하지만 나가기는 귀찮은 에르제가 방 안에 엎드려 있자, 곧 벌컥 하고 문이 열렸다.
“은우야, 자니?”
“……드르렁, 푸우.”
“안 자는구나. 바깥으로 좀 나올래?”
고개만 반대편으로 슬쩍 돌려 확인하니, 자신을 데리러 온 것은 윤치우였다.
“윤이 형이 좋은 소식 가져왔다고 해서.”
“……나갈게.”
지금은 거실에 햇빛이 잘 들어올 시간대라 방 안에서 나가기 싫었거늘.
에르제는 윤소희 실장이 줬던 선크림을 덕지덕지 바르고 거실로 나갔다.
“어. 다 나왔지?”
이윤의 입이 근질거리다 못해 파도처럼 출렁거리고 있었다.
약간 상기된 얼굴로 이윤이 토트윈 멤버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너희, 첫 예능 나가게 됐다.”
“!!”
“정말요!? 어디요?? TSN? 아니면 3사!?”
태현우가 눈을 빛내며 이윤에게 물었다.
이윤이 놀라지 말라는 듯 씩 웃으며 말했다.
“TSN.”
“우왁!!”
안단테가 이윤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윤이 형!! 일 너무 잘하는 거 아니에여!? 진심? TSN 맞아여?!”
이윤은 원숭이처럼 자신에게 매달려 있는 안단테의 머리를 콩, 하고 쥐어박았다.
“어. 그리고 심지어 임재원 PD님이야.”
“대박!”
안단테가 고개를 들어 감격한 눈으로 이윤을 바라보았다.
물론 자신이 따 온 일이 아니라 토트윈이 잘해서 나온 결과물이기는 했지만.
이윤은 사실을 밝히는 대신, 자신의 위대함을 더 널리 알리고자 했다.
가끔씩 매니저도 이렇게 고충에 대한 보답을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이윤이 슬픈 행복을 누리고 있을 때, 에르제는 생각에 빠져 있었다.
‘예능?’
분명 예능도 TV에 나오는 것이라는 설명은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다.
거기서 이것저것 시키는 것을 잘 해내면 TV에 더 많이 나오게 된다는 것도.
그렇다면 무조건 나가야지, 라고 생각한 에르제가 손을 들었다.
“이윤.”
“어어. 그래, 은우야.”
“그럼 그 예능에 나가서 뭘 해야 하는 거예요?”
아, 맞다. 이윤은 그제야 자신이 본분을 다하지 않았음을 깨닫고 설명을 해 주었다.
“이번에 임 PD님이 새롭게 기획하는 예능인데, ‘히어로’라는 이름이래.”
왠지 불길하게 느껴지는 이름에 안단테가 슬며시 이윤에게서 떨어졌다.
“별건 아니고 거기에 고정 멤버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고, 너희들은 한 주씩 게스트로 출연하게 될 거야.”
이어진 이윤의 설명은 이랬다.
고정 멤버를 제외하고, 매주 2~3명씩 게스트가 나와 요즘 유행하는 히어로들의 분장을 한단다.
분장은 게스트들만 하게 되고, 그들이 팀장이 되어 고정 출연진들을 팀원으로 맞아 서로 팀전을 벌인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대결 주제는 매번 바뀌겠지만.”
이윤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예능의 내용 자체가 어렵고 그렇지는 않았으니까.
“음……. 그러면 단발성 예능이네요?”
민주혁의 말에 이윤이 아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는 하지. 그래도 너희들이 예능에 나가서 잘하는 모습을 보여 주면 다른 데서 또 찾아 줄 거야.”
그러니까 이번 ‘히어로’라는 예능을 디딤판으로 삼자는 이야기였다.
일단 뭐든 간에 예능 쪽으로 한번 길을 터 두면 이후로는 일이 더 많아질 거란 소리였다.
‘괜찮은 것 같은데.’
에르제는 그 계획이 썩 괜찮게 느껴졌다.
원래 자신이 무언가를 잘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는 일단 한 번 보여 주는 것이 우선이니까.
심지어 자신은 어떤 시련이 와도 잘 해결할 자신이 있었다.
여태까지 인간들과 섞이면서 안 해 본 일이 없었으니 말이다.
“저는 무조건 할래요.”
웬일로 에르제가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자, 멤버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것이 도화선이 되어 멤버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손을 들고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어차피 너희 5명 모두 나갈 예정이야. 문제는…… 너희들이 3명, 2명으로 나누어서 나가야 한다는 건데.”
이윤의 말에 멤버들이 서로를 돌아보았다.
생각해 보니 그랬다.
게스트로 5명이나 나가기에는 그쪽도 부담스러울 테니 말이다.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자, 이윤이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대표님이랑 얘기한 결과 첫째 주에 치우, 주혁이, 현우가 같이 가고. 둘째 주에 단테랑 은우가 같이 가는 거야.”
“엇, 저랑여?”
안단테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놀란 얼굴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안단테와 서은우가 묶인 적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응.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하기는 한데, 아직까지 네 캐릭터가 대중들한테 명확하게 잡히지는 않았거든.”
“아아.”
그의 말에 안단테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다른 멤버들의 이미지는 잘 각인이 되어 있었다.
리더와 맏형 이미지로 늘 멤버들을 잘 챙기고 팀을 이끌어 가는 윤치우.
지적이고 냉철한 모습이면서 메인 댄서로서의 실력을 유감없이 뽐내고 있는 민주혁.
그리고 태현우는 언제나 긍정적이고 밝은 분위기를 풍기며 또 서은우와 비슷한 수준의 뛰어난 노래 실력을 뽐내는 메인 보컬이다.
마지막으로 서은우 팀 내의 압도적인 비주얼을 뽐내며 노래까지 잘하는 상태.
게다가 최근 팬들에게 가장 많은 이슈를 몰고 다니는 이슈 메이커이기도 했다.
독특한 4차원의 캐릭터, 라는 이미지까지 생기기 시작했고 말이다.
그에 반해 안단테 본인은 ‘막내’라거나 거기에서 파생된 ‘귀엽다’라는 이미지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댓글에서 ‘안단테, 얘는 하는 게 뭐임?’이란 말까지 달리지 않았던가.
입술을 꾹 깨무는 안단테에게 이윤이 말했다.
“은우랑 같이 나가면 TV에 분명 더 많이 잡힐 거야. 그러니까 그때 팬들에게 네 매력을 최대한 많이 보여 줘. 요정이나 정령 같은, 그런 이미지를 연상할 수 있게. 아마 스스로 연구를 좀 더 해 봐야 할 거야.”
“……네……!”
안단테가 억지로 힘을 짜내서 힘차게 대답하자, 이윤이 그를 조금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그러면 첫 주에는 너희 셋이 먼저 나가는 걸로 얘기할게.”
이윤의 말에 에르제는 말없이 몸을 웅크리고 있는 안단테를 바라보았다.
의기소침해 있는 것 같아서 괜히 마음이 쓰였다.
‘흠.’
안단테 본인도 생각이 많은지, 눈에 초점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에르제는 볼을 긁적이며 입맛을 다셨다.
‘내가 뭘 해 줄 만한 게 없는데.’
사실 그들이 말하는 캐릭터라는 것도 정확히 뭔지 모르겠고 말이다.
게다가 출연한다는 예능도 정확한 파악이 어려우니 더더욱 그랬다.
‘아무래도 일단 첫 주에 멤버들이 예능을 하고 온 뒤 이야기를 들어 보는 게 낫겠어.’
에르제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이윤이 곧 웃고 있던 표정을 지우고, 진지하게 멤버들을 바라보았다.
“일단 예능은 촬영 일자가 나온 건 아니니까 나간다는 사실만 알고 있으면 되고.”
이윤이 숨을 들이마셨다가 후욱 하고 내뱉었다.
“다들 알고 있지? 너희…… 3일 뒤에 팬 사인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