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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후에 흡혈은 안 됩니다-18화 (18/307)
  • 제18화

    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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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트윈 데뷔 쇼케이스 후기

    ― 오늘 토트윈 보러 다녀왔는데…… 내 눈을 의심함.

    솔직히 나도 보정빨이 좀 있기는 있었겠지, 하는 마인드였거든?

    보정 때문이라 해도 난 실력파를 파는 주의라……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 아니더라.

    특히 서은우는 눈이 완전 정화되는 수준이었음. 어떻게 그 얼굴 크기에 이목구비가 다 들어가 있지?

    …….

    ┖ 그 정도임?

    ┖ ㅇㅇ; 나도 쇼케 다녀왔는데, 진짜 얼굴 천재가 뭔지 확실히 깨닫고 왔음.

    ┖ 서은우 말고, 다른 애들도 다 귀엽고 잘생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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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케이스가 끝나고, 음원까지 풀린 저녁 시점.

    토트윈의 데뷔 쇼케이스 후기들이 하나둘, 커뮤니티나 SNS상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각자 응원봉이나 티켓 등으로 인증했기 때문에 그들의 후기를 의심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다만, 쇼케이스를 보고 온 이들 중에서 좋아하는 이들만 있는 건 아니었는지 부정적인 뉘앙스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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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하고 갔는데, 좀 실망이었음.

    춤을 못 추는 건지, 아니면 노래가 구린 건지. 솔직히 쇼케 끝나고 나왔는데 걔네 얼굴 말고 기억 하나도 안 남;;

    이번에 모카에서 남돌 냈다길래 궁금해서 신청했는데, 티켓팅 한 시간이 아까울 정도였음.

    아, 참고로 본진 따로 없음. 오해 ㄴ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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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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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속사 존나 알못인가.

    애들 뽑아 놓은 기준이 뭔지 모르겠네.

    윤치우, 얘는 왜 여기에 껴 있는지 모를 정도로 춤이랑 노래 딸리던데. 안단테도 마찬가지고;;

    ┖ 인증 없으면 뭐다?

    ┖ ( 상품 사진 ) 깜빡할 수도 있지. ㅋㅋㅋ 내돌이라고 실드 치러 오는 것 보소.

    ┖ 딱히 토트윈 팬 아닌데? 그냥 후기 궁금해서 왔는데, 인증 없으니까 한 말임. 아무튼 진짜네. 그거 4등 상품인가로 준 거라던데.

    ┖ ㅇㅇ 맞음.

    ┖ 안단테;; 귀여운 멤 컨셉으로 하나 넣고 싶었나 본데, 솔직히 잘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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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지어는 쇼케이스를 다녀오지도 않은 이들이 이에 동조해서 토트윈을 까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수면 위로 올라왔어야 할 이 글들은 뜬금없이 다른 후기 글에 묻혀 버리게 되었다.

    3등 상품으로 잡지를 받은 한 팬의 후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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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등 상품을 받았는데, 행복함(별이 빙글빙글 도는 텍스트콘).

    우리 애들, 티저 이미지 찍으면서 EW 잡지사 쪽 화보도 찍었더라고?!

    그거 3등 상품으로 해서 총 10명 줬는데 나 당첨됐어!

    지금 한 장씩 감상하면서 행복 덕질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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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보면 별다른 것 없는 그녀의 글이 관심을 받은 것은 그녀가 올린 잡지의 사진 때문이었다.

    보통 한 장 찍은 것으로 인증을 했을 텐데, 그녀는 토트윈이 나온 모든 장수를 찍어 ‘모자이크 처리’를 해 버린 것이다.

    ― 아니……. 이보시오, 쓰니 양반. ㅠㅠ 죄다 모자이크라니! 내가 모자이크를 봐야 한다니!

    ― 새로운 종류의 기만에 한탄을 금치 못 하겠다…….

    ― 이 정도면 안티 아니야? ㅠㅠ

    ― (작성자) : 앗, 이렇게 인증하는 거 아닌가요……?

    ┖ 일단 잡지 줘 보세요. 제가 어떻게 하는지 알려 드림.

    팬들은 귀여운 해프닝 정도로 넘어가는 분위기였지만, 그녀의 글 때문에 예상치 못한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 모자이크 처리를 하니까…… 괜히 더 보고 싶어지는데, 이거 내가 이상한 거임?

    ┖ 나도 그럼. ㅋㅋㅋㅋ 지금 사러 나가는 중.

    ― 이거 사진 장수가 완죤 혜잔데?

    다들 데뷔 쇼케이스와 뮤직 비디오 등에만 화제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가.

    지금의 후기 글을 보고 난 이후, 화보에 대한 궁금증이 급격하게 커진 것이다.

    덕분에 모카 엔터도, EW 잡지사도 전혀 예측하지 못한 사태가 일어났다.

    “얘들아! 너희 화보 초판 물량 싹 나갔다!! 추가 주문 넣을 거래!!”

    이윤이 토트윈 멤버들이 머무는 숙소에 들어오며 크게 소리쳤다.

    “진짜요? 하루 만에?”

    윤치우가 깜짝 놀란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오~! 대박! 우리 화보 또 찍어여!”

    안단테가 방문을 열고 나오면서 “예에!!”를 외쳤다.

    “음……. 한창 재미있는 파트였는데.”

    민주혁은 금세 분위기가 소란스러워지자, 읽고 있던 책을 덮으며 안경을 벗었다.

    그러나 이윤의 말에 흥미가 생기기는 했는지 미세하게 몸이 멤버들 쪽으로 돌아가 있었다.

    “흐흐.”

    이윤은 데뷔 이후 터진 호재에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화보를 또 찍는 건 지금으로선 무리고, 일단 앞으로 있을 스케줄 일정이나 잘 소화해 보자.”

    “알겠습니다!!”

    토트윈 멤버들이 신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다가 곧 윤치우가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얘들아, 우리 M–라이브 켤까? 다들 잡지 리뷰 어때? 또 공지 사항도 오늘 우리가 발표하고.”

    “오!!”

    “좋아여!”

    “괜찮은 생각이네요.”

    팬들의 시선도 그쪽에 쏠려 있으니, 첫 라이브 방송 인사 겸 콘텐츠 소화로 나쁘지 않을 듯했다.

    겸사겸사 데뷔 쇼케이스를 잘 마무리한 기념도 하면서 말이다.

    이윤도 윤치우의 등을 두들기며 동조했다.

    “나쁘지 않은데? 잠깐만 기다려 봐!”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거실에 널브러져 있는 것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멤버들도 다 같이 합심해서 치운 후, 거실에 놓여 있는 탁자에 줄줄이 앉았다.

    탁자 위에는 리더인 윤치우의 핸드폰이 삼각대 위에 가로로 세워져 있었다.

    불과 30분 만에 M–라이브 방송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그들의 행동을 따라 하던 에르제가 볼을 긁적이며 물었다.

    “그런데, M–라이브가 뭐야?”

    “아, 이거~.”

    TMI의 요정 태현우가 에르제에게 자세히 설명을 해 주기 시작했다.

    “실시간으로 팬들이랑 소통할 수 있는 건데, 요기에 우리 모습이 카메라로 나올 거야.”

    “음……. 이렇게, 이렇게 움직이는 게 실시간으로?”

    에르제가 양손을 퍼덕거리자 태현우가 푸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어. 이따 팬들 들어오면 그거 한 번 해 줘라. 좋아하겠다. 나비 같네.”

    “나비가 아니라 박쥐였는데.”

    “박쥐가 그렇게 퍼덕거린다고?”

    이걸 직접 보여 줄 수도 없고.

    에르제의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이를 무시하며 태현우가 설명을 이어 갔다.

    “아무튼, 여기 팬들이 채팅 치는 것도 올라와. 그래서 소통도 할 수 있어.”

    “채팅?”

    “그냥 직접 보는 게 낫겠다.”

    윤치우가 둘의 대화를 끊으며, 시계를 바라보았다.

    벌써 저녁 8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너무 늦어지면 민폐니까.”

    “오케이.”

    태현우가 동의하자, 에르제도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보는 게 낫겠지.’

    그리고 또 하다 보면, 익숙해지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에르제라는 이름을 쇼케이스에서 알렸으니까 팬들이 여기로 들어온다면 녀석들도 올 수 있을 테고.’

    이 조그만 물건 안에 팬들이 어떻게 들어온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저 휴식 시간에 들여다보는 무튜브랑 비슷할 거란 추측을 하는 중이었다.

    “시작할게.”

    윤치우는 멤버들을 돌아보며 조심스럽게 라이브를 켰다.

    * * *

    토트윈의 팬덤은 이제 막 데뷔를 한 만큼 그리 강하지 않았다.

    그래도 모카 엔터테인먼트에서 발 빠르게 만들어 준 토트윈의 공식 카페 인원은 서서히 늘어가는 추세이기는 했다.

    그리고 그 공식 카페에 팬의 숫자를 더욱 가속화시킬 소식이 전해졌다.

    [ 얘들아!! 토트윈 M–라이브 켰음!! ]

    몇몇 팬들이 반신반의하며 어플을 켰고, 이내 그 글이 진짜라는 것을 확인했다.

    소식은 빠르게 퍼져 나갔고.

    곧 몇십 명이던 접속자가 천 단위를 뛰어넘었고, 순간 버퍼링이 걸릴 정도가 되었다.

    “와……. 늦은 시간인데 엄청 많이 와 주셨어여!!”

    안단테가 정신없이 올라가는 채팅창을 보며 해맑게 웃었다.

    ― 악! ㅠㅠ 단테 넘 귀여워.

    ― 볼 꼬집 하고 싶다!!

    태현우가 매의 눈으로 그 댓글을 발견하고는 와하하 웃으며 안단테의 볼을 잡아당겼다.

    “제가 대신 해 드릴게요!!”

    “악! 아파여!!”

    태현우의 장난에 조심스럽던 분위기가 스르르 녹았다.

    윤치우가 미소를 지은 채 멤버들을 바라보다가 살짝 눈치를 주었다.

    그 의미를 알아들은 멤버들은 빠르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Trick or Treat! 토트윈입니다!!”

    “안녕……. 트릭…… 트릭!!”

    혼자만 눈치채지 못한 에르제가 엉거주춤 거북목을 만들며, 멤버들을 따라 하다가 그만 말이 꼬여 버렸다.

    ― 안녕! 나는 트릭트릭!!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이고, 은우얔ㅋㅋㅋ

    ― 세계 최초 인사 틀리는 아이돌. ㅋㅋㅋ

    다행히 긍정적인 채팅 위주로 올라오자, 윤치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저희의 첫 라이브 방송이라서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찾아오실 줄은 몰랐는데, 정말 감사드립니다!”

    ‘치우, 어른스러운 게 딱 리더 체질.’ 같은 채팅이 ‘ㅋㅋㅋㅋ’의 향연을 뒤덮었다가 사라졌다.

    “이번에 저희가 데뷔 쇼케이스를 진행했는데, 다들 만족스러우셨는지 걱정이 되더라고요. 저희 공연 괜찮았나요?”

    ― 엄청 만족하고 돌아갔어요! 그날 공연 보고, 집에 와서 뮤비 100번은 더 본 듯!!

    ― 저는 못 갔어요. ㅠㅠ 친구한테 후기 듣는 신세가……. 본 눈 삽니다, 여러분.

    데뷔 쇼케이스에 만족했다는 채팅과 응원봉을 종류별로 다 샀다는 채팅 등등.

    이를 보는 멤버들의 입가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쇼케이스에 대한 평이 대부분 좋았다.

    특히나 머리띠가 너무 귀여웠다고 말해 주는 팬들이 많아서 아이디어 제안자인 민주혁이 허리를 바짝 세우기도 했다.

    “그거 주혁이 아이디어예요.”

    ― ?!

    그렇게 5분 정도 데뷔 쇼케이스에 대한 후기와 팬들과의 소통을 이어 나간 뒤에야 윤치우가 본론을 꺼냈다.

    “혹시, 쇼케이스에서 잡지에 당첨되신 분들 있나요?”

    그러자 당첨되었다는 사람 몇과 나머지는 서점에 가서 구매했다는 채팅이 올라왔다.

    구경도 못 해 봤다며 우는 채팅도 상당했다.

    “앗, 그렇군요. 저희가 더 많이 준비했어야 했는데…….”

    윤치우가 슬픈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잡지 몇 권을 들어 올리며 목소리 톤을 높였다.

    “그래서! 저희 토트윈이 여러분을 위해 추가 이벤트를 준비했어요! 매니저 형이랑 대표님도 허락해 주셨습니다!”

    그의 들뜬 목소리를 이어 받아서, 민주혁이 차분하게 이벤트를 설명했다.

    이벤트 내용은 굉장히 간단했다.

    책갈피 2개로 그들의 화보가 있는 구간이 나누어져 있었는데, 그곳에 나오는 인원을 맞추는 이벤트였다.

    물론 무수히 많은 정답자가 나올 수 있었기에 나중에 채팅 로그로 추첨해서 각자의 집으로 배송해 준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장면에 대해서 간단하게 멤버들이 리뷰를 할 예정이었다.

    “그렇게 해서 총 10분을 더 드리기로 결정되었습니다.”

    “와아아아!”

    짝짝짝짝!

    안단테와 태현우가 분위기를 띄우자, 팬들도 ‘우리 애들 너무 사랑스러운 거 아니야?’라고 하며 같이 행복해했다.

    ― 첫 라이브인데 선물까지 주는 아이돌이 있다?

    ― 곧 씹덕사 할 사람의 채팅입니다.

    ― 우리는 뭐 하냐! 우리도 뭐라도 보내자!!

    빠르게 올라오는 채팅은, 곧 가열차게 멤버들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 치우랑 현우 보여 줘!!

    ― 현우랑 단테! 제발!!

    ― 주혁이랑 은우 컷 부탁할게, 얘들아. ㅠㅠ

    그리고 그 와중에 에르제는 채팅창을 봤다가 멤버들을 봤다가…… 하면서 익숙하지 않은 탓에 정신이 점점 혼미해져 가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다 하고 있는 건지.’

    에르제도 팬들이 쓰는 채팅을 보고 대답해 주기 위해, 채팅창이란 곳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나도 팬들이랑 소통해 보고 싶은데…….’

    하지만 인간보다 뛰어난 동체시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모든 채팅을 다 읽는 것은 불가능했다.

    심지어 자신의 이름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다른 멤버들의 이름까지 부르니 더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에르제는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채팅 하나를 겨우 발견했다.

    ― 은우야! 너 때문에 누나 마음에 비가 온다……. 심장마비……!!

    “…….”

    음, 저건 고쳐 주지 못한다. 기각.

    ― 이렇게까지 해야 관심 얻을 수 있나 보네. ㅉㅉ 애쓴다, 애써.

    아까부터 멤버들이 모른 척 넘기는 시비성 채팅이다.

    굳이 자신이 나서서 대답해 줄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다른 먹잇감을 찾는 에르제의 시야에 다른 채팅 하나가 들어왔다.

    ― Lord!?

    “……?”

    그리고 그 채팅을 바라보는 에르제의 고개가 옆으로 기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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