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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인생-141화 (14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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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원

9월 9일 중양절.

예로부터 양이 성한 이날은 동양에서는 매우 길한 날이었다. 나는 이 날을 내 황제 즉위식으로 결정 공포했다. 이때는 이미 일본의 국왕은 물론 조선의 국왕 균, 몽고의 칸 파한나길 또한 모두 황궁 내에 입성해 있었다.

뿐만 아니라 나의 명에 의해 어머니는 물론 세 부인과 자녀들 그리고 내 휘하에서 조선의 내각을 구성했던 면면들 또한 모두 입궐한 상태였다. 나는 즉위식 전이지만 내각의 중요요직을 인선 발표했다.

내각 수보에는 이이를 임명하고, 각부의 상서에는 이조상서에 정철, 호조상서에 성혼, 예조상서에 김우옹, 병조상서에 정인홍, 형조상서에 김효원, 공조상서에 유성룡을 임명하여 나와 함께 소생한 구신들을 예우하였다.

또한 즉위식도 중국 전례의 예에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조 마지막 황제 순종의 예에 따라 간단하게 진행하도록 식순을 짰다. 나부터도 번잡한 예절과 지루한 식순은 질색이었으므로 내각에 명에 그렇게 하기로 강요했던 것이다.

또한 국호도 새로 제정하니 '대한제국(大韓帝國)'이라 칭하도록 했다. 조선 말 왜에 침탈되기 직전의 국호로 약간의 꺼림칙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그보다는 비운의 역사에서 배운다고 동아시아를 일통한 작금, 다시는 그런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나의 각오가 가미되어 작명된 국호라 할 것이다.

아무튼 9월9일 중양절 이날도 어김없이 날은 밝았고, 즉위식 예정시간인 사시 정이 곧 되었다. 즉위 식전에 이미 태화전(太和殿) 앞뜰에는 나에 의해 임명된 한족과 조선족 관리들이 품계에 따라 질서 정연하게 도열해 있었다.

또 3층의 백대리석 기단위에는 각국의 왕이 의자에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측에는 조선국왕과 왜왕, 좌측에는 운남왕으로 격하된 익균과 몽고의 칸 파한나길이 앉아 식순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사시 정이 되자 웅장한 9번의 북소리와 함께 장엄한 음악이 장내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예조상서 김우옹의 주관에 따라 즉위식이 거행되기 시작했다.

"식순에 따라 먼저 대한제국의 황제이신 윤 흥 폐하께서 입장하시겠습니다."

김우옹의 발표에 따라 내각 수보인 이이가 태화전 바로 다음에 있는 중화전(中和殿)까지 마중을 나온 가운데, 나는 임국성과 곽재우의 호위를 받으며 천천히 입장을 했다. 오색찬란한 면류관에 곤룡포를 입고 내가 보무도 당당히 입장하자,

'대한제국의 황제 폐하께서 입장하십니다!'

는 김우옹의 안내 말과 함께, 의자에 앉아 있던 왕들은 전원 기립을 깊숙이 허리를 굽혔고. 열 지어 서있던 제 신하들 또한 일제히 부복해 나를 맞았다.

"감축 드리옵니다! 폐하!"

"감축 드리옵니다! 황상!"

사방에서 들려오는 축하 인사에 나는 손을 번쩍 들어 답례를 하고 각국의 왕들은 자리에 앉도록 지시를 했다. 나 또한 중앙에 마련된 옥좌에 자리를 잡았다.

다음으로 운남왕에 봉해진 익균이 나와 나에게 삼고구두를 행하고, 옥새를 받치는 것으로 황통을 인계했다. 이때 명나라 구신들의 흐느낌이 간간히 들렸지만, 조용히 하라는 김우옹의 호통에 그 울음소리도 잦아들었다. 인수인계를 끝낸 익균이 자리로 돌아가자, 즉위식에 즈음한 나의 연설이 행해졌다.

"짐은 이런 의식에서 길게 말하는 것을 싫어한다. 해서 짧게 말하겠다. 대한제국은 모든 주변국과 선린우호를 바탕으로 명과 같이 조공무역을 행할 것이다. 해금정책은 포기하여 누구든지 자유롭게 바다로 나가 상업에 종사하고 고기도 잡게 할 것이다. 백성들의 삶의 질을 제일 으뜸으로 삼아 보살필 것이며, 관료들에게는 말단 세리에 이르기까지 실질적인 봉록을 지급하여 비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 여타 제반 정책은 추후 차례대로 발표될 것이니라. 이상!"

다음으로 내각 수보 이이의 축사가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이어졌고, 곧 이어 만세삼창이 행해졌다.

"대한제국 만세!"

"만세!"

"만세!"

"만만세!"

"황제폐하 만세!"

"만세!"

"만세!"

"만만세!"

만세 삼창이 끝나자 김우옹의 발표가 이어졌다.

"곧 이어 보화전(保和殿)에서 황제 취임을 기념하여 대 경축연회가 열리겠사오니, 대소 신료들과 국왕은 그곳으로 자리를 이동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단 조선국왕께서는 중화전으로 가시기 바랍니다. 황제 폐하의 단독 면담이 있을 예정입니다."

김우옹의 말이 끝나자 수군수군 대며 제 관리들이 보화전으로 자리를 옮기는데, 나는 제일 먼저 장중한 주악이 울려 퍼지는 속에서, 자리를 떠나 중화전으로 자리를 옮겼다. 나의 말에 따라 선조 균이 들어왔다.

"폐하, 감축 드리옵니다!"

먼저 허리 굽혀 축하인사부터 건네는 선조 균을 넉넉한 웃음으로 바라보며 나 또한 인사를 건네었다.

"잘 지냈소?"

"황상 덕분에 온 나라가 태평성대를 맞고 있습니다."

"짐이 직접 조선을 통치하지 않는 다고해서 개혁이 후퇴해서는 안 될 것이오. 조선은 나의 영원한 본향(本鄕)이니까 말이오."

"명심하겠나이다. 황상!"

"내게 하고 싶은 말은 없소?"

지금도 나는 '짐'이라 해야 옮으나 초보 황제가 되다보니 평소에 쓰던 용어가 그냥 나왔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닌지라, 선조 균도 자신의 할 말만 했다.

"선대왕께서 익선관을 가지고 시험하실 것을 예측하시고, 그에 맞는 방법을 가르쳐주신 때가 엊그제 같사온데 벌써 많은 세월이 흘러, 이제 폐하께오서는 명실 공히 동방의 패자가 되셨사오니 실로 경하드릴 일 이옵고, 조선 국왕으로서는 더한 경사가 없나이다."

"하하하.........! 그런 일이 있었지요. 격세지감을 금할 수 없지만, 이것이 다 국왕의 도움이 있어서 가능했던 터,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리는 바이오."

"하하하........! 어찌 그게 저의 공이겠사옵니까? 폐하! 다 영명하신 황상의 선견지명과 노력 덕분이었지요. 아무튼 다시 한 번 제국의 황제가 되신 것을 감축 드리옵나이다. 폐하!"

"고맙소. 다른 사람들이 기다릴 테니, 이만 자리에서 일어납시다."

"네, 폐하!"

나는 곧 선조 균을 데리고 연회가 열리는 보화전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일각 정도를 머무르며 제국을 건설하는데 공이 컸던 장군들과 제 문관들이게 일일이 술을 따라주고 받은 나는 곧 그 자리를 물러나왔다.

그리고 나는 건청궁을 거쳐 후원으로 향했다. 후원에서도 곤명호(昆明湖)로 향한 것이다. 그곳에 나의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곤명호에서도 나는 석방(石舫)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외부를 대리석으로 치장하고 내부는 목재로 질감을 살린 이 거대한 배는, 원래는 청 건륭제 때 만들어지는 큰 배이나, 내가 이것이 생각나 급하게 만든 배였다. 배라고 하지만 움직일 수는 없고 단지 이곳에 승선해 경치를 감상하거나 작은 연회라도 열기 위함이었다.

아무튼 이곳에는 어머니는 물론 나의 세 부인과 자녀들 그리고 새롭게 얻은 후비들이 이곳에 함께 있었다. 내가 이곳에 도착하니 세 부인들이 나를 맞으러 나왔다. 제일 처음의 아내 김 씨를 비롯하여, 윤 연, 인순공주까지. 나는 이들 세 부인 중에서 제일 처음 나의 아내가 된 김 씨를 황후로 책봉했다.

조선의 서열상으로는 당연히 인순공주가 황후가 되어야 옳으나, 조선 또한 내 신하 국이 된 이상 내가 누구를 황후로 책봉하든 일언반구 입에 올릴 게재가 못되었다. 인순공주 또한 이 소식을 듣고 3일 간 조석을 걸렀으나, 나의 뜻이 그러하니 어찌 할 것인가. 결국은 수용하고 다시 옛날과 같이 지금은 조신하게 나를 잘 따르고 있었다.

"감축 드리옵니다. 황상!"

"고맙소!"

"어머니는?"

"어머니가 아니라 이제는 태후마마가 아닌가 합니다."

"하하하........! 그런가?"

나는 황후 김 씨의 입바른 소리에 웃으며 어머니를 찾으니, 어머니는 다만 잔물결이 이는 호수를 멍하니 바라보고 계셨다. 벌써 팔순이 넘으셔서 기력이 많이 쇠하셨지만, 아직도 건강에 큰 이상은 없으셨다.

"태후마마!"

"나는 황상이

'어머니!'

라 불러주시는 것이 더 좋아요. 태후마마라는 말은 왠지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을 듯 어색하고, 또 이 궁중 생활이 답답하기만 하니 어찌 하면 좋겠소. 나는 지금이라도 만경의 그 넓은 들을 바라보며 조석을 맞았으면 좋겠소."

"그러시면 아니 되시옵니다. 태후마마!"

황후 김 씨의 말에 어머니가 빙그레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도 그곳으로 돌아가 일찍 돌아가신 남편의 봉분에 봄가을로 풀을 뽑으며 드넓은 만경 평야를 바라보는 것이 가장 편하다오. 그러니 제발 그렇게 해주오. 황상!"

내가 난감하여 황후 김 씨를 바라보니, 그녀는 살며시 고개를 흔든다. 그러나 나는 생각이 달랐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어머니의 의중을 확인하는 뜻에서 재차 물었다.

"정녕 그렇게 하시길 원하시옵니까?"

"내 황상께 빈말을 할 까닭이 없잖소. 내 소원이 정녕 그러하니 부탁하오."

"알겠사옵니다. 어머니! 명년 봄에는 꼭 그러하도록 하겠사옵니다. 어머니!"

"고맙소, 황상!"

우리가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속에서도 아이들은 석방 내를 뛰어다니며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기도 하고 저희들끼리 장난을 치기도 했다.

나는 잠시 이들을 바라보다가 석방의 이층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나에게 귀비의 관작을 받은 후비들이 머물고 있었다. 일본 오이찌의 세 딸 즉 차차를 비롯한 세 자매와 만력제 익균의 여동생 서안공주(瑞安公主) 그리고 파한나길의 여동생이 그들이었다.

그러나 내게 요구했던 정 귀비는 이곳에 없었다. 내가 남이 데리고 살던 여자를 무엇 때문에 데리고 살겠는가. 익균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기 위한 행동이었으나, 밸도 없는 그자에게 차라리 다시 던져주고 말았다.

아무튼 나의 등장에 다섯 명의 귀비들이 일제히 고개를 조아리며 나를 뵈었다.

"황상 폐하를 뵈옵나이다."

"예를 거두시오!"

나의 말에 일제히 고개를 드나, 차마 나는 이제 열 살인 고우에게는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다. 저것이 언제 커서 한 사람의 여인 노릇을 할지, 현재로서는 까마득한 일이라 오히려 내가 더 미안했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즐거운 날이니 한껏 즐기도록 하오!"

"네, 황상 폐하!"

다시 고개를 조아리는 다섯 여인을 돌아보고 나는 다시 일층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나는 갑자기 어머니를 들쳐 업었다.

"어머니, 소자의 등에 업히신 기분이 어떻사옵니까?"

"어느 등보다 따뜻하고 든든하오."

"그런데 소자의 눈에 눈물이 흐르는 것은 어인 일입니까? 너무 어머니의 몸무게가 새털 같이 가볍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어머니!"

"호호호.........! 다 때가 되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순리, 어미도 이제 잎 떨군 앙상한 고목이 되었으니, 가벼운 것이 당연지사 아니오? 너무 슬퍼도 너도 괴로워할 일도 아니지요. 다만 자연에 순응해 살다가, 햇볕에 이슬이 걷히듯 조용히 스러지면 그뿐 이지요. 이를 보더라도 황상께옵서는 지금부터라도 지나친 욕심은 자제하는 것이 좋겠소."

"명심 하겠사옵니다. 어머니!

"그만 이제 나를 내려주오. 어지럽단 말이지요."

"네, 어머니!"

"오늘 같이 기쁜 날 어인 눈물이오?"

어머니는 손수 내 볼 위의 눈물을 닦아주시며 말씀하셨다.

"너무 상심할 것 없소. 황상!"

이렇게 말씀하신 어머니께서 갑자기 환한 표정을 지으시며 말씀하셨다.

"오늘 같이 기쁜 날, 어찌 술이 빠진단 말이오. 내 황상께 이 나라가 천년만년 편안하고, 황상 또한 만수무강 하시라고 한 잔 올리고 싶소."

"그러시죠. 어머니!"

나의 눈짓에 대기하고 있던 내관들이 종종 걸음으로 술상을 가져다 받쳤다.

"제가 어머니의 만수무강을 위하여 먼저 한 잔 올리겠사옵니다. 어머니!"

"그것도 좋겠지요."

빙그레 웃음 띤 얼굴로 내 잔을 받아 입만 축이신 어머니께서, 다른 잔을 청해 내게도 한 잔을 손수 따라주셨다.

"황상! 오래 오래 살아, 이 나라를 반석에 올려주시고, 또한 이 나라의 백성들을 가엾이 여겨 배곯는 이가 없도록 해주오."

"명심하겠사옵니다. 어머니!"

나는 어머니가 따라 준 술을 단숨에 마시고 다시 빈 잔을 어머니께 내밀며 말했다.

"어머니! 황후에게도 한 잔 따라주시죠. 열여섯에 내게 시집 와 고생만 많이 한, 큰며느리 아니겠습니까? 어머니!"

"호호호........! 그럽시다!"

"고맙습니다. 어머님!"

어머니가 따라 준 술을 두 손으로 공손히 받은 아내 김 씨가 감사를 표하며 고개를 돌리고 술잔을 비우는데, 목이 메는지 몇 번에 걸쳐서야 간신히 한 잔을 다 비웠다.

이어서 어머니는 두 아내에게도 나를 잘 모시라고 신신당부를 하며 술 한 잔씩을 내리셨다. 그러던 중 소슬바람이 부니 부지불식간에 으스스한지 가볍게 몸을 떠는 어머니셨다.

"안 되겠사옵니다. 어머니! 그러시다 몸이라도 상하시면 안 되니, 이만 궁으로 들어가시죠. 어머니!"

"그럴까요? 황상!"

"어머니, 제 등에 다시 한 번 업히시겠습니까?"

"그것도 좋지요. 황상!"

나는 정말 새털같이 가벼운 어머니를 다시 한 번 들쳐 업고 어머니의 침전이 있는 곤녕궁(昆寧宮)으로 향했다. 원래는 황후의 침전이었던 곳이나, 황후는 건청궁에서 보다 가까운 교태전(交泰殿)에 기거케 하고, 내가 보다 가까이서 모시기 위해, 그곳을 어머니의 침전으로 정한 까닭이었다.

내가 어머니를 업고 한 걸음 한 걸음 곤녕궁으로 향하자, 세 부인은 물론 여러 자식들과 귀비들까지 천천히 내 뒤를 따랐다. 오늘 따라 하늘은 유독 푸르렀고, 가을 햇빛은 더 없는 온기로, 우리가 가는 길을 따사롭게 비춰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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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지금까지 긴 여정 함께 해주시고 후원해주신 님들께 진심으로 정중한 감사의 인사올립니다!

^^

감사했습니다!

^^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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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입니다.

읽어주시는 독자님들 모두 댁내 두루 평안하시고 건강하시리라 믿습니다.

다름 아니라 금번 제가 이 글을 미리보기 신청했기에 이 글을 올립니다.

이 시스템에 대해서는 잘 아실 테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원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후원을 해주시는 분들께는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받겠습니다.

연재일은 화, 목, 토요일로 하였습니다.

계속적인 성원 부탁드리며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

매검향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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