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박인생-140화 (140/141)

<-- 대한제국의 황제가 되다 -->

6

건청궁으로 돌아온 장사유가 울음으로 익균에게 보고를 했다.

"폐하! 적장은 세 가지 조건을 거론했사온데, 첫째 황상께서 순순히 선양하실 것을 요구하셨고, 둘째로는 정 귀비마마를 첩으로 셋째는 내탕고를 봉하여 손대지 말 것, 하면 운남왕에 봉해 여생을 보장하겠다했나이다."

"확실히 그러 한가?"

"네, 황상!"

우선 살 수 있다는데 안도하여 익균은 자신이 그렇게 아끼던 정 귀비가 적장의 첩이 되거나, 그렇게 모으기에 힘썼던 재물도 아까운 기색이 없었다. 또한 열성조에 의해 면면이 이어온 사직이 무너지는 것에 대해서도 일체의 감정이 없는 듯 급하게 확답을 원하는 익균이었다.

"하면 빨리 빨리 추진토록 하라!"

"폐하! 통촉하여 주옵소서!"

장사유가 비분강해하며 대전 바닥을 이마로 찧어 피투성이가 되어도 익균은 눈살을 찌푸릴 뿐 책하지 않았다. 아니 실실 웃기까지 하였다. 아직 약관의 청년이라 하나 생명의 탐함이 지나쳐도 너무 지나쳤다.

이 마당에 더 눈물을 쏟고 피를 흘려봐야 자신만 바보가 된 것 같아서 장사유는 아무런 말 없이 대전 밖으로 비척비척 걸어 나가 이 사실을 만조백관에게 통보했다.

"황상께서 적의 요구를 받아들여 적장에게 황위를 선양을 하기로 했고, 당금 황상께서는 운남왕에 봉해지셨소이다. 하고 여러 문문관원은 적장의 이름으로 생명을 온전히 보존 받았소이다. 하니 일체의 소요를 일으키지 말고, 선양에 협조해주시길 바라오. 이 죄인 면목 없소이다."

말을 마친 장사유가 돌연 건청궁 뜰 위에 서 있는 돌사자에게 맹렬히 달려들었다. 머리가 부딪쳤다. 그의 머리가 수박처럼 터져 뇌수를 쏟으며 즉사를 했다.

"수보! 수보!"

뜻있는 자들이 애처로이 불러보나 한 번 간 사람이 다시 돌아 올리는 없었다.

이때 또한 기개 있는 자들이, 자신들이 꿇어 엎드려 있던 단단한 청석에 이마를 찧으며 나라의 멸망을 애통해 하는데, 안에서 비대한 몸을 간신히 이끌고 나타난 익균이 고함을 질렀다.

"뭣들 하는 것이냐? 어서 선양 의식 준비를 하지 않고. 하고 누가 가서 짐이 순순히 항복하겠다는 의사도 전해야 할 것 아니냐!"

말 같지 않은 소리에 일부는 노려보고 일부는 멸시의 눈초리를 보내나, 익균은 오불관언이었다. 또 일부는

'폐하!'

'황상!'

소리를 연발하며 실신하는 자까지 있으나,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선양에 필요한 의식 준비만 채근하는 익균이었다.

"신이 다녀오겠나이다!"

이때 마지막 임무를 자임하고 나서는 자가 있으니, 낙향하였다가 얼마 전에 이조 상서로 복귀한 조정길(趙貞吉)이라는 연로한 대신이었다.

"빨리 다녀와 결과를 짐에게 보고하라!"

"네, 황상!"

이때였다. 또 나서는 자가 있으니 3,000 어림군(御林軍)을 지휘하는 포숭덕(鮑崇德)이었다.

"신 또한 동행하겠나이다."

"허한다!"

몸을 돌려 건청으로 돌아가는 익균의 쾌락을 받은 포숭덕이 걸어가며 조정길과 무엇을 의논하였다. 연신 조정길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보아 그의 의사에 동의하는 것 같았다.

곧 포숭덕이 어느 곳으로 달려갔다. 3천 어림군이 포숭덕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황성과 황제를 포호하기 위한 최후의 패였다. 빈 말에 조정길을 올려 태운 포숭덕은 함께 보조를 맞추어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뒤로는 3천 어림군이 비장한 표정으로 따르고 있었다. 곧 외조(外朝)를 벗어난 이들은 오문(午門)을 지나, 곧 외성의 최후의 관문인 천안문(天安門)을 활짝 열어젖혔다. 그러자 금수교(金水橋) 너머 빼곡히 진을 치고 있는 조선군이 보였다.

결연한 표정으로 어금니를 꽉 깨문 포숭덕이 갑자기 조정길이 타고 있는 말을 채찍으로 힘껏 내리쳤다. 깜작 놀란 말이 방향도 모르고 옆으로 튀어 달아나자, 포숭덕의 입에서 고함이 터져나왔다.

"공격 앞으로!"

와아..........!

포숭덕의 명에 3천 어림군이 창칼을 빼들고 일제히 돌진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천안문을 열어젖힐 때부터, 일말의 의구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던 임 선달의 명령이 곧 떨어졌다.

"인정사정 보지 말라! 대항하는 자는 즉시 모두 사살하라!"

타당 타다다다당 탕탕!

기다렸다는 듯 천보총을 난사하는 것으로 복명하는 조선군이었다. 뿐만 아니라 비격진천뢰와 화차도 일제히 불을 뿜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자금성 앞 넓은 광장이 순식간에 적의 시체로 뒤덮였다. 선두에 서서 칼을 빼고 달려들던 포승덕의 시체 또한 아군들의 질주로 어육이 되어 알아 볼 수조차 없었다. 곧 사위는 정적을 회복했으나, 이를 보고 받고 진즉부터 피아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던 나의 입에서 고함이 터져나왔다.

"경호대만 나와 함께 안으로 진주한다!"

"네, 황상!"

벌써부터 황제에게 올리는 칭호를 사용하며 임 선달이 즐거운 낯빛으로 명을 받았다.

"아, 안 되옵니다!"

이때 말의 뜀박질을 간신히 다스려 나타난 조정길의 말에 나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향했다.

"너는 누구이며, 무슨 일 때문에 왔느냐?"

"항복 사자이옵니다. 황제가 귀측의 요구를 순순히 받아들였소이다."

"그래?"

그래도 경호대는 필요했기 때문에 나는 주저 없이 말했다.

"단 일체의 살상이나 재물을 탐하는 자는 즉참에 처할 것이니 그리 알라!"

"네, 황상!"

임 선달의 말과 같이 이들 또한 이 시점부터는 황제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내가 임 선달을 비롯한 1천여 경호대의 호위를 받으며 금수교를 건너자, 한 발 앞서 이를 안내하는 조정길의 눈에는 비감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뒷모습만 보고 있는 나로서는 다만 위풍당당하게 걸을 뿐이었다.

곧 우리가 오문과 태화문을 지나자 모든 의식이 거행되는 태화전(太和殿)이 떡 버티고 서서 우리를 맞았다. 태화전 앞 광장에는 대소 관료들이 품계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도열해 있었다. 그 앞 백대리석으로 만들어진 3층의 기단 위에는 동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향로가 있어, 흰 연기를 무럭무럭 뿜어내고 있었다.

곧 임 선달의 손짓에 따라 각 곳으로 흩어진 경호대가 곧 태화전 앞 광장은 물론 태화전 주변을 완전히 포위했다. 나는 12명의 최측근 경호대와 임 선달의 안내를 받으며 천천히 기단을 올랐다.

활짝 열어젖힌 태화전 안에는 거대한 용상이 보이고 그 앞에는 평복으로 갈아입은 익균과 그가 사랑했던 정 귀비, 또한 두 황태후마저 초췌한 모습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이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국 사절을 초청한 자리에서 성대하게 황제 즉위식을 거행하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명했다.

"선양의식은 제반 여건이 갖추어진 다음에 열겠다. 우선 익균을 비롯한 구 황족은 내정(內廷)에 거하고, 대소신료들은 예전 그대로의 직무를 수행하도록 해라!"

나의 유창한 한어에 이들은 해연히 놀라 나를 다시 한 번 바라보나, 나의 부릅뜬 눈에 황망히 고개를 조아리는 제 신하들이었다.

"망극 하옵나이다!"

제 신하들이 일제히 부복하는 가운데, 나의 명에 따라 익균과 황태후 등은 일부 경호대에 의해 건청궁 안으로 이끌려갔다. 대소신료들은 여전히 부복한 채였다. 나는 곧 각국에 사절을 파견하여 직접 왕이 입조할 것을 명했다.

특히 조선에서는 전 내각의 관료가 전원 참석할 것을 명했다. 또한 나의 아내들과 자녀, 만경에 계신 어머니 또한 모시고 오도록 했다. 여기에 이곳으로 향하고 있는 북방의 운검 부대에게는 특별히 명을 전하여 몽고를 항복받아오도록 했다.

이어 나는 황성을 포위하고 있던 군대에 명을 내려 포위는 풀되, 그대로 북경에 주둔토록 했다. 그리고 더 자세한 명을 내리기 시작했다. 내정은 500의 경호대를 풀어 전 궁내의 인물을 일일이 감시케 했으며, 대소 신료 또한 10인 이상의 경호대를 붙여 출퇴근은 물론 항시 감시 체제를 운용케 했다.

곧 직제도 발표케 했다. 이는 내가 평소 구상하고 있던 것으로 청대의 제도를 모방하여 조선인과 한인을 한 직책에 복수로 복무케 하고, 한글과 한자를 공문서에 병행하며, 말도 조선말과 명나라 말을 공용어로 삼게 했다.

체제는 명나라 제도대로 내각 수보를 임명하여 내각을 대표케 했다. 이어 나는 기존 명나라 관리들에 대한 정보를 모아 정보부장 송익필로 하여금 이들 관리들을 세세하게 조사토록 했다.

비위사실이 드러나거나 업무에 게으른 자는 모두 현직에서 내쫓고, 황제의 임명 전이라도 과거를 실시하여 널리 인재를 등용케 했다. 또한 기존의 명망 있는 자들을 대거 초빙하여 청신한 기풍을 일으키도록 했다.

이런 일을 일일이 내각에 지시하고 있자니 곧 황하 변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던 아군에게서 승전보가 날아들었다. 척계광의 30만 대군을 물리치고 대승을 거두었다는 보고에 덧붙여 상세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30만 명군 중 15만 명이 사살되었으며, 15만이 항복 내지 포로가 되었다는 보고와 함께 아군의 피해도 적시되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왜병 20만이 순직했다는 보고였다. 도강 중에 많은 피해를 입어 전례 없이 많은 인원이 희생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곧 북방에서도 승전보가 날아들었다. 달단의 칸 파한나길이 아무 조건 없이 우리의 무력 앞에 무릎을 꿇었음은 물론, 여타 대소 몽고 부족들 또한 우리의 통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에 나는 파한나길을 직접 북경으로 압송할 것이며, 일개 사단 병력을 제외한 전 군이 북경으로 귀대토록 했다.

또한 한족의 반란을 위려해 중국 전역 13개 성에 1개 사단을 파병해, 그들의 준동을 무력으로 억압하기로 했다. 예를 들면 호광에 김여물 사단, 절강에 신립 군단 중 예하 1개 사단 등을 주둔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또한 내가 황제 즉위 전에라도 명한 것이 있으니 성에 관한 문제였다. 여진과 몽고족에게는 곳곳에 새롭게 거대한 성을 축성케 했다. 그러나 반대로 왜에는 기존의 성을 모조리 허물도록 했다.

수렵과 목축을 위주로 하는 여진과 몽고족을 성 안에 거주케 하여, 그들의 야생성을 농경 문화로 다스리려함이요, 왜에는 반대로 혹시 있을 반란 무리들의 거점을 아예 없애기 위한 조치였다.

또 이곳에 진주한 왜병은 잘게잘게 쪼개 조선군 및 여진 군 예하에 모두 편입시키도록 했다. 또한 이들 왜는 물론 조선군복무자들 가족마저 장차는 중국 본토로 이주하여 살게끔 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렇게 어느 정도 나라를 안정시킨 나는 오래간만에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가을 달이 휘영청 밝아도 모른 채 깊은 잠에 취해 있었던 것이다.

--------------------------------------------------------

.. /작가의 말/..................................

이제 마지막 한 회 남았습니다!

^^

지금까지 후원해주신 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

이전글: 대한제국의 황제가 되다

다음글: 대단원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