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제국의 황제가 되다 -->
4
아군 또한 막심한 피해를 입어 왜병은 13만으로 줄어들었고, 누루하치가 거느리던 여진 기병 또한 6만으로 줄어 있었다. 조선군이야 뒤늦게 전투에 참여했고 백병전을 전개한 바가 없어, 몇 몇이 부상을 입은 외에는 피해가 거의 없었다.
대승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자들 모두 침울한 가운데, 운검 주관 하에 피아 가리지 않는 엄숙한 위령제가 거행되었다. 이렇게 소자하 성에서 삼 일을 머물며 제반 편성을 다시 마친 아군은 빈들이나 다름없는 요동 벌을 거침없이 지나 만리장성으로 진격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항복한 적을 받아들인 아군의 병력은 총 34만 명이었다. 조선군이 6만, 왜병이 13만, 여진 기병이 12만이었다.
행군하는 내내 왜 측 세 무장은 침울한 얼굴로 일체 말을 하지 않았다. 비로소 조선군의 계략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화력이 우세한 조선군을 선봉에 세웠으면, 분명 자신들의 병력이 이렇게 궤멸적인 타격을 입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조선군 지휘자 운검은 전투 내내 시종 방관만 하다가, 자신들의 병력이 대폭적으로 들어들자 그제야 겨우 전투의 전면에 나섰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아군을 일개 소모품으로 전락시키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그렇다고 이제 와서 반항을 할 수도 없었다. 자신들 전체가 달려들어도 조선 군 앞에서는 당랑거철의 형세였고, 여기에 자신들과 비등한 병력의 여진 기병들이 합세해 있으니, 전혀 승산이 없음은 삼척동자라도 알 일이었다.
이제 처분은 그들에게 맡기고, 죽으나 사나 끝까지 한 덩어리가 되어 작은 공이라도 세울 수 있다면, 더한 바람이 없겠다는 생각을 하는 왜 측 세 무장들이었다. 이들의 생각과는 아랑곳없이 거대한 장벽 만리장성은 이들 앞에 시시각각 달려들고 있었다.
이때 나는 전투 결과를 보고 받고 외무부 장관 황윤길을 북방으로 파견했다. 몽고족을 항복받기 위해서였다. 당시 북방의 몽고족의 세력은 크게 두 부류로 대별되었다. 즉 와자(瓦刺)와 달단(韃靼)으로 분할되어 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서쪽은 나라를 이루어 아직도 세력이 제법인데 비해 동쪽은 부족 끼리 흩어져 단일 세력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내가 황윤길을 파견한 곳은 당연히 서쪽으로 이때 이곳은 명나라로부터 순의왕(順義王)에 봉해진 알단 칸이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때의 알단 칸은 너무 나이가 많아 죽음을 목전에 둔 상태였다.
그래서 실질적인 통치는 그의 손자인 파한나길(把漢那吉)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알단 칸과 파한나길 사이에는 한 여자를 두고 재미있는 일화가 얽혀있었다.
파한나길은 그의 사촌이 되는 여성과 결혼했는데 미인 중에서도 뛰어난 미인이었다. 그런데 노망이 들었는지 알단칸이 이를 빼앗아갔다. 그 여성이 또한 알단칸에게는 외손녀가 되는 사람이었다.
화가 날 때로 난 파한나길은 그 길로 마구 말을 달려 명나라에 투항해버렸다. 이에 알단칸이 가만히 생각해보니 손자에게 미안한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손자가 가여웠다. 그래서 그는 명나라에 제의하였다.
'파한나길을 돌려주고 조공무역을 재개한다면 명나라에서 가장 바라는 것을 들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명나라에서 가장 바라는 것은, 명나라를 배반하고 달단으로 투항한 조전(趙全) 등 9명의 병사를 돌려받는 것이었다.
협상결과 알단칸은 명나라로부터 순의왕(順義王)에 책봉되고, 마시(馬市)는 재개되었다. 또한 조전 등 명나라 병사는 압송되어 책형(磔刑)에 처해졌다. 파한나길이 돌아오자 알단칸은 그 여성을 다시 파한나길에 돌려주는 한편, 파한나길을 소용장군(昭勇將軍)에 봉해 명예를 회복시켜주었다.
이런 애증이 얽힌 두 사람이지만 세월의 무게에 한 사람은 내일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해져 병상에 누워있었고, 한 사람은 그를 대리하여 전 국사를 주관하고 있었다. 이럴 때에 황윤길이 조선의 특사로 파견된 것이다.
협상의 결과는 달단은 엄정 중립을 지키겠다는 것이었다. 결코 조선에 항복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결코 명나라도 돕지 않겠다는 파한나길의 다짐을 받은 것이다. 나는 이 조건에 만족하고 황윤길을 돌아오도록 했다.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내가 원래의 계획대로 몽고족을 먼저 정벌하고 난 다음 만리장성으로 군사를 내지 못한 것은, 의외로 척계광의 남방 병사가 빠르게 북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왕숭고의 명을 받은 척계광은 자신 휘하의 3만 병사는 물론 왕숭고의 명에 의해 소집된 각 성의 군사를 소집된 대로만 휘몰아, 북으로 빠르게 북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이로써 운검의 대군이 만리장성과 대치하고 있는 순간에도, 이순신이 지휘하는 아군 함대는 연일 왜와 조선의 군사를 명나라로 실어 나르기에 바빴다. 왜의 군소 영주의 병력 15만에 조선에 남은 나머지 중앙군을 차례로 애초의 계획대로 발해만으로 상륙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조선의 남은 군대로는 신립 군단 예하의 2개 사단, 김여물 예하의 2개 사단, 권율 예하의 2개 사단, 수도권을 방위하는 임 선달 예하의 1개 군단 및 운검 휘하의 예비 1개 군단 외에 궁성 경호 병력 1개 사단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이 중에서도 신립과 김여물이 거느린 2개 사단은 황하 변 고동에 상륙시킨 왜병 35만을 지휘하기 위해 파견된 상태였다.
나는 나머지 군단과 사단을 전부 애초의 계획대로 발해만으로 상륙시켰다. 즉 임 선달 예하의 1개 군단과 운검 휘하의 예비 1군단 여기에 일본에 남아있는 권율 예하의 2개 사단이 그들이었다. 그 결과 한양에는 곽재우가 지휘하는 1개 궁성 사수 병력 1개 사단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총력전인 것이다. 나는 제 관료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직접 발해만으로 출전하기로 했다. 임 선달이 자신의 예하부대를 거느리고 왜의 15만 병력을 지휘하기 위해 먼저 선발대로 떠났고, 나는 나머지 5개 사단을 직접 통솔하여 제일 늦게 발해만의 당고(塘沽)에 상륙했다. 이에 이제 이순신 함대와 왜의 전선들은 각 전선의 군량 보급을 위해 조선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아무튼 이때는 이미 남과 북에서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태였다. 운검의 부대가 만리장성을 돌파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고, 신립의 부대 또한 도강해 오는 척계광의 부대를 맞아 계속하여 요격을 벌이고 있는 시점이었다. 하지만 두 전선 공히 아군의 우세 속에서 치열한 교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편 병조판서 왕숭고는 황하 이북의 하북, 산서는 물론 섬서, 감숙의 일부 군사 외에 북직례의 병사까지 총 30만 군사를 모아, 가장 위태로운 북쪽의 만리장성으로 보내려 할 즈음이었다.
이때 아군의 발해만 상륙 소식을 들은 왕숭고로서는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휘하 30만 병사를 휘몰아 천진으로 내닫기 시작했다. 이에 양군이 조우한 것은 천진(天津)과 랑방(廊坊)의 중간 지점인 드넓은 들판이었다.
더 정확히는 황화점(黃花店) 북쪽 영정하(永定河) 물줄기를 남으로 두고, 뒤로는 결코 높다할 수 없는 이름 모를 야산을 끼고, 그 중앙의 넓은 벌판에 양군이 대치하고 있는 것이다. 아군은 중앙에 10여만 조선군을 두고 양익으로 왜병 15만을 양 갈래로 나누어 배치를 끝난 상태였다.
이에 대항해 왕숭고 군단은 각성 단위별로 선봉, 중군, 후군으로 나누어 배치를 끝낸 상태였다. 이때였다. 백기를 든 전령 하나가 적의 진영에서 아군 진영으로 달려와 말을 전했다. '왕 병판께서 대화를 나누자고 하십니다' 나는 제안을 수락했다.
곧 나는 일백인의 최정예 경호대에 에워싸여 서서히 전장의 중앙으로 나아갔다. 왕숭고 또한 중군에서 무장들의 경호를 받으며 중간의 위치로 나왔다. 먼저 말문을 연 것은 대화를 제의한 왕숭고였다.
"너는 누구길래 감히 대 명국을 침범하여 상국의 땅을 어지럽히느냐?"
"나는 대 조선의 영의정 윤 흥이다. 상국 운운하지 말고 어서 말에서 내려 삼고구두를 행하라! 하면 내 네 잔명은 물론 네 군사들의 목숨마저 여벌로 보존해주겠다."
총리라 하면 못 알아들을까봐 나를 영의정으로 소개한 것이다.
"발칙한..........! 내 네 이름을 들으니 기억이 난다. 전 대국의 칙사가 너희 소국을 방문했을 때, 대표로 접대한 총리라는 간특한 자가 네, 아니 더냐?"
"하하하........! 맞긴 맞다만, 간특하다는 말은 듣기 거북한 걸.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빨리 항복여부나 결정해라!"
나의 말에 노구 왕숭고의 흰 수염이 부르르 떨렸다.
"허허허........! 버릇없는 아해가 아직 뜨거운 맛을 못 봐서 미친개가 달보고 짓듯, 왕왕 거린다 만은, 내 곧 너를 이 벌판에 개처럼 기어가게 만들리라."
"하하하.........! 입담은 제법이다 만은, 상국이라 으스대던 명국의 실력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 볼까?"
"발칙한..........!"
"돌아가라! 너랑 더 이상 잡담하기 싫다. 곧 실력의 우열이 드러날 것이다. 그때 다시 이야기 하자! 흥!"
"저, 저 놈을..........!"
왕숭고가 뭐라 하던 나는 더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등을 돌렸다.
나는 돌아와 중군에 안착하자마자 곧 공격 명령을 내렸다.
"방포하라!"
"방포하라!"
나의 명에 일찍 준비를 끝내고 기다리던 아군 지휘관들이 각각 자신의 소속부대에 공격 명령을 내렸다.
쾅 쾅쾅!
펑 펑펑!
일제히 아군의 대포와 신기전 수백 문이 불길을 토해내자 적들도 맞대응을 해왔다. 수만 발의 화살과 몇 십 문의 어설픈 홍이포로 대항을 해왔으나, 사거리가 현저히 짧아 아군 진영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반해 아군의 대포와 신기전은 적의 중군에까지 이르러 주변을 완전히 초토화 시켰다. 아비규환의 생지옥 속에서 이를 피하기 위해 이리 저리 움직이나 빼곡한 밀집 대형에서 될 일이 아니었다.
이렇게 약 일각이 경과하자 도저히 자신의 병력을 전진시키지 않고는 싸움이 되지 않음을 깨달은 왕숭고가 일제히 공격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아군의 포격 각도도 달라졌다. 적의 중군이 아니라, 개미떼같이 몰려오는 적의 선두 열을 향해 집중 포화를 퍼붓기 시작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백 대의 화차와 비격진천뢰 그리고 제일 일선에 포진한 총병들이 일제히 사격을 개시했다. 이에 따라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뒤집히는 굉음과 지세 속에서 적들은 떼죽음을 당하며, 아군 진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적군은 마치 인해전술을 시행하듯 계속하여 밀려들었다. 이에 대항하는 아군들의 포격과 총격전이 더욱 치열해지는 가운데 적은 벌써 군사의 수가 반 동강이 난 것 같았다. 그래도 끊임없이 밀려들어 이제는 적과 아군이 백병전을 전개하게 생겼다.
이에 나는 측면 왜병들에게 총공격 명령을 내리니, 15만 왜병이 사기충천하여 온 들판을 뒤덮었다. 이제 아군은 조금 뒤로 후퇴하여 원거리포만 작동시키고, 단병접전은 왜병에게 맡겼다.
왜와 명의 일대일 대결에서도 명군은 계속하여 밀렸다. 왜병들은 전란을 통해 실전으로 다져진 백전용사인데 반해, 명군은 그야말로 제대로 훈련도 안 된 오합지졸이기 때문에 압도적 열세에 놓이기 시작했다.
-----------------------
.. /작가의 말/..................................
고맙고 감사합니다!
^^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
이전글: 대한제국의 황제가 되다
다음글: 대한제국의 황제가 되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