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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인생-137화 (137/141)

<-- 대한제국의 황제가 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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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 해도 요동에서 촌각을 다투는 내용이 당도해 성상의 칙유를 받으려하나, 그는 끝내 건청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만력제(萬曆帝)가 이렇게 태정(怠政)을 한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타난다.

다음 대 황제 책봉 문제로 내각과 심각하게 대립한 외에도 그는, 누군가의 부축을 받지 않고는 혼자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비만이었고, 등과 다리가 굽은 신병(身病)을 앓아 움직이기를 싫어하게 되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실제 1958년 정릉(定陵)의 발굴이 이루어져 만력제(萬曆帝)의 유골이 복원되었는데, 상체가 심하게 굽어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하였다. 일부에서는 그가 아편 중독에 빠져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어려서 총명함을 보였던 그가 장거정(張居正)이 죽은 뒤에 급격히 정무를 게을리 한 사실을 두고 자신이 믿고 의지하던 인물을 잃음으로써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기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아무튼 장거정 사후 우여곡절 끝에 내각 수보가 된 장사유(張四維)는 촌각을 다투는 지라 임의로 스스로 명을 내렸다.

그는 먼저 장거정 생전 시 유능했던 장군들을 재기용하기 위해 그들의 소재 파악부터 했다.

왕숭고(王崇古), 담륜(潭綸), 척계광(戚繼光), 이성량(李成梁), 방봉시(方逢時), 유대유(兪大猷)

등이 그들이었다.

담륜과 유대유는 벌써 사망하였고, 왕숭고는 파직되어 고향에 내려가 있었으며, 척계광은 주로 장강 이남에서 날뛰는 왜구들을 제압하기 위해 광동에 파견되어 있었다. 방봉시 만이 우첨도어사(右僉都御使)로 조정에 재직하고 있었다.

물론 여기서 척계광이 진압하고 있다는 왜구 무리는 내가 시마즈 번에서 반란을 일으킨 무리들을 명나라 땅에 뿌려놓은 인물들이었다. 아무튼 장사유는 직권으로 광동의 척계광을 급히 휘하 군사와 함께 복경으로 돌아오라는 파발을 띄우는 한편, 고향으로 내려가 있는 왕숭고를 북경으로 불러올렸다.

그리고 며칠 째 퇴근도 않고 기단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나서야, 장사유는 만력제 익균을 볼 수 있었다. 약관의 청년 익균은 용상에 앉아 거만하게 자신을 내려 보는데, 무슨 약에 취한 사람처럼 초점이 일정치 않았다.

때로 무슨 환상을 쫓는 사람처럼 천정에 한동안 시선을 주다가, 실실 웃다가 아무래도 정상은 아닌 듯 보였다. 그래도 일이 다급한 이상 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요동에 조선군과 왜병 35만이 상륙하여 누루하치를 돕고자 한답니다. 이에 요동 총병 이성량이 해서여진과 연합하여, 누루하치를 선제공격하려 움직였다는 장계입니다."

"누루하치가 누구인고?"

"건주여진 인으로서 그동안은 조정에 충실한지라 용호장군에 봉한 자입니다."

"그럼, 그 자가 배신이라도 했단 말인가?"

"그렇사옵니다. 황상!"

"그래서?"

"신이 경망스럽게도 먼저 전 병조판서 왕숭고와 광동에 나가 있던 척계광을 불려 올렸나이다,"

"수보가 알아서 잘 처리하고 결과만 보고 해주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황상!"

"이만.........!"

자리를 물러나는 익균의 걸음걸이가 위태위태하다. 이에 내시 하나가 급히 익균을 부축해 건청궁을 빠져나갔다. 일단 주상의 윤허를 얻어 다행이나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답답한 마음에, 한숨만 내쉬고 들이쉬는 장사유였다.

괜히 관직에 오래 머물렀다고 후회가 되기도 하는 이 순간이었다.

장사유에 의해 병조판서에 제수된 왕숭고는 각 성의 도지휘사사에게 명하여 각 위소의 병사들을 집결시키라는 명을 내리는 한편, 북경 이북 특히 요동 쪽 만리장성 변의 군사를 점검케 했다. 아울러 북방의 전 장군들에게 비상령을 하달하여 경계를 철저히 할 것을 지시하였다.

또한 이조치의 일환으로 우도첨사 방봉시를 북변 총병으로 삼아 북방을 사수하도록 했다. 이 외에도 명장 척계광을 남방 총사령관으로 삼아 황하 이남의 전 군사를 지휘케 했고, 왕숭고 자신 스스로는 황하 이북의 북경으로 집결하는 군사를 지휘하기로 했다.

한편 이 성량은 강물이 불어 도하가 지체되자 전 여진 병사들을 동원하여 뗏목을 만들게 하였다. 이로 인해 수백 개의 뗏목이 만들어지자 이를 엮어 차례로 소자하를 넘었다. 이렇게 하여 이십만 병력이 집결하자, 이 성량은 소자하 성을 몇 겹으로 포위하고 이를 떨어트리기 위한 총공세에 나섰다.

성 공략이라 여진인 특유의 기병의 이점이 사라졌지만 이 성량은 여진족 병사들을 앞세워 연일 근접전을 시도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조선군의 대포와 신기전을 비롯한 각종 우세한 화기를 앞세운 포격전과 여름철 소나기처럼 퍼부어지는 화살 공격뿐이었다.

이렇게 별 성과 없이 시일만 지체되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그에게 사방으로 깔아 놓은 정찰병으로부터 보고가 들어왔다. 정찰병 장교 하나가 중군 군막 안으로 안내되어 들어와 보고를 했다.

"조선군을 비롯한 왜병 30만 이상이 이 성을 향해 몰려오고 있습니다."

"음.........! 알았다. 나가 보아라!"

"네! 장군님!"

부하의 보고에 내심 올 것이 왔구나 생각을 하는 이 성량이었다. 군영에 칩거하며 이 성량은 이모저모를 생각하였다.

포위를 풀고 몰려오는 남쪽의 군사를 상대하려니, 성안의 군사가 일시에 몰려나와 자신들의 배후를 습격하는 것이 두려웠다. 그렇다고 계속하여 포위전을 전개하다가는 이 또한 앞뒤로 협공을 받아 위험에 처하게 생겼다.

할 수 없이 이 성량은 소자하를 등지고 배수진을 치기로 했다. 죽기 살기로 한 번 싸워보자는 심산이었다. 이와 같이 이 성량이 칼을 벼르고 있는데, 아군 또한 작전 변경을 시도하였다. 총공세로 전환한 것이다.

운검은 조선군 4개 사단을 제일 후미로 돌렸다. 그리고 전면에 30만 왜병을 포진시켰다. 또한 누루하치의 여진 기병 8만을 각각 4만으로 갈라 약간 처진 양익으로 삼아, 언제든지 뛰쳐나가 전투를 벌일 수 있게 하였다.

이에 대항하여 이 성량은 여전히 여진 기병 10만을 앞세워 대회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각자 포진을 마치자 대화도 필요 없었다. 양군의 전고소리 드높은 가운데 공격의 깃발이 휘날리며 일제 격돌이 전개되었다.

공격의 북소리와 함께 갑자기 이 성량이 지휘하는 진형에 일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여진 기병이 갑자기 둘로 쪼개지며 아군의 측면으로 달려들고, 이어 이 성량의 본진이 달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맞서 아군은 양익의 누루하치 기병이 달려나가 여진 기병들을 상대하고, 세 무장 즉 이에야스, 히데요시, 미쯔히데가 지휘하는 30만 대병이, 일제히 이 성량의 요동군에 대항해 전진하기 시작했다.

왜병 중앙군 선두에는 각 무장이 거느리는 철포부대가 위치해 있었다. 삼열 횡대로 늘어선 이들이 순차 사격을 가하며, 일제히 달려드는 요동병들을 차례로 요격하기 시작했다. 이에 선두의 요동 병들이 픽픽 쓰러지는 가운데에서도 이 성량 군대는 계속해서 물밀 듯 달려들었다.

파부침주(破釜沈舟)라! 이때 이 성량은 이미 배수진을 친 외에도 군사들이 밥을 지어먹을 수 있는 큰 솥은 물론, 강물을 건널 뗏목마저 불사른 뒤라 돌아갈래야 돌아갈 수도 없었다. 아군 전체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은 뒤였던 것이다. 그러니 이들 또한 결사적(決死的)일 수밖에 없었다.

요동군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친 왜병의 조총부대가 거리의 이점을 상실하자, 이들은 뒤로 빠지고, 왜병의 장창 부대가 선두로 나섰다. 근 4미터에 이르는 장창부대가 빼곡한 밀집대형을 이루어 숲을 이룬 가운데로 적들은 거침없이 달려들었다.

선두 열이 꼬치가 되어도 끊임없이 밀려드니 장창부대도 큰 힘을 쓸 수 없었다. 그들이 곧 와해가 되었다. 이제 곧 양군의 진검승부가 시작되었다. 온 들판이 양군의 함성으로 귀가 먹먹한 가운데 치열한 백병전이 전개되기 시작한 것이다.

선두 열이 무너지면 다음 열이 달려들고, 그 열조차 궤멸되면 또 후속열이 가세하는 전투가 계속해서 전개되기 시작했다. 말이 30만 대 10만이니 이것은 소자하 강변의 드넓은 벌판이 인간으로 가득 차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빼곡한 콩나물시루를 보는 듯 했다.

병력의 우세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걸고 달려드는 요동병 때문에 30만 대병의 왜병이 수적 우위를 상실하고 있는 가운데, 여진 기병들 사이에서도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말과 말이 뒤엉키는 가운데 서로를 죽이기 위해 달려드니, 피아의 구분이 곧 모호해질 지경이었다.

이렇게 반나절의 전투가 진행되자 양군의 숫자가 대폭 줄어들었다. 사상자가 얼마나 많은지 벌써 양군의 숫자가 절반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온 들판이 시체로 산을 이루고, 흐르는 피로 질척해져 마치 늪지대를 방불케 했다.

뿐만 아니라 필생의 힘을 다해 싸우느라 양군 모두 반나절의 전투에 눈에 띄게 동작이 굼떠졌다. 이때 일대 포성이 온 들판을 떨어 울렸다. 그러자 갑자기 치열한 백병전을 벌이던 왜병들이 썰물 빠지듯 측면으로 비켜섰다.

조선군이 전면으로 등장한 것이다.

곧 수십 문의 대포와 신기전이 일제히 살아남은 요동병을 향해 불길을 뿜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수백 대의 화차에서 승자총통이 연신 불길을 토해내며 조란탄 수천 발을 퍼붓기 시작했고, 대완구에서는 비격진천뢰가 적군을 향해 발사되어 부근 일대를 초토화시켰다.

여기에 전열의 총병들이 살아 움직이는 물체에는 일제 조준사격을 가하니, 요동병의 숫자가 현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 모양을 맨 후미에서 독전대를 운영하며 지켜보는 이 성량의 눈이 핏물로 번졌다.

계속되는 고함과 지휘로 목은 이미 쉰지 오래였고, 이제 너무 화가 나 눈의 실핏줄마저 터진 모양이었다.

"오오........! 통재라! 내 여기서 일생일대의 영광을 묻겠구나! 정녕 지금까지 쌓아올린 내 명성을 헛되이 버려야하는가!"

제대로 말이 되어 나오지 않는 그의 음성은 마치 갈까마귀가 우짖는 듯했지만, 아무도 비웃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 노장의 비애에 모골이 송연해졌다. 한동안 비장한 표정으로 묵묵히 전면을 바라보던 이 성량이 돌연 외쳤다.

"아군은 모두 무기를 버려라! 적의 일방적인 도륙에 너희들을 더 이상 내 몰수는 없구나! 언제 조선군의 무력이 이렇게 막강해졌지! 그간 조선군에 대한 방비를 너무 소홀히 한 것이 한스럽구나!"

잠시 숨을 몰아 쉰 이 성량이 돌연 자신의 무장을 모두 풀어헤쳤다. 그리고 자신의 목을 향해 깊숙이 칼을 꽂아 넣었다. 그의 목에서 게락같이 피가 솟구치며 그의 둔중한 상체가 서서히 앞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전투 중지!"

"전투 중지!"

운검이 발한 명령에 일대의 소음이 확연히 줄기 시작했다. 그러길 일다경 피아로 갈라선 양군의 모습이 두렷이 대비를 이루었다.

이 성량이 거느렸던 요동병은 물론 여진 기병마저 모두 무장을 풀어헤치고 항복의 의사를 표명한 가운데, 조선군이 이들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열과 오를 맞추어 정렬을 시킨 것이다. 이에 반하여 나머지 아군들은 전장을 수습하기 위하여 빠르게 움직였다.

곧 소자하 강변에 정적이 내려앉고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까마귀 떼 무리만이 온 들판을 뒤덮었다.

이후 운검은 피아 가리지 않고 살아남은 전 군사를 소자하 성으로 입성시켰다. 이때는 이미 전장을 정리하고 피아의 인원 점검이 끝난 상태였다.

적 20만 중 살아남은 자들은 요동병이 겨우 3만, 여진 기병이 6만으로 총 9만이었다. 상대적으로 여진 기병이 더 많이 살아남았지만, 총병력 면에서는 어떻게 되었든 절반 이상이 장렬한 최후를 마친 다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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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지금까지 후원해주신 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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