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박인생-132화 (132/141)

<-- 왜국 정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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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쿠리쿠 방면의 시바타 가쓰이에 군단.

나카센 방면의 오다 노부타다 군단.

주고쿠 방면의 하시바 히데요시 군단.

시코쿠 방면의 오다 노부타카 군단.

혼간지 방면의 사쿠마 노부모리 군단.

오다 노부나가를 위시한 다키가와 가즈마스 군단 등이 일제히 깃발을 펄럭이며 아군을 향해 밀물 듯이 쇄도해 오고 있었다.

다만 기나이 방면의 아케치 미쯔히데 군단과 도카이도 방면의 도쿠가와 이에야스 군단의 깃발만이 전면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2차 저지선에 포진되어 있는 것 같았다. 아무튼 적의 갑작스러운 기습에 아군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내가 누구인가!

내가 오구 권총을 빼들고 총성을 울리며 지휘를 하기 시작하니, 평소의 작전 위치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아군 군사들이었다.

우선 조선군 군사 자체부터가, 들고 나가며 신속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속에 상관없이 경화기 부대는 전면에 포진하고, 중화기 부대는 신속히 후면으로 빠져 포진을 완료했다. 좌우로는 평소 일러 둔 포진대로 각각 아군 왜병이 위치하기 시작했고, 최외각에는 조선 기병 전력 1개 사단이 각각 좌우로 포진했다.

그 사이 적은 코앞까지 쳐들어 왔다. 아군의 천보총에서 쏟아지는 사격 소리가 곧 콩 볶는 소리를 내었다. 미처 대완구에 장착하지 못한 비격진천뢰가 적의 밀집 대형에 떨어져 거대한 폭발음과 사방을 휩쓸었다.

뿐만 아니었다. 수백 대의 화차에서 쏟아지는 승차총통의 조란 탄이 새까맣게 하늘을 뒤덮었다. 또한 그 사이 준비한 수백 문의 대포와 신기전들이 일제히 화염을 뿜기 시작했다. 하늘은 온통 비행하는 불체들로 장엄한 불꽃놀이 겸 천지번복의 무시시한 굉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처음 이런 무시무시한 광경을 접하는 왜병들은 순간적으로 청각이 마비되고 시각을 빼앗겨, 자신이 지금 서 있는 위치와 환경도 모르고 멍청한 방관자가 되었다. 일시 행동불능 상태에 빠졌다.

코앞까지 쇄도했던 적들도 멍청해지는 마찬가지라, 마치 일시 정지 화면을 보는 듯했다. 이러니 아군의 좋은 표적 아니 먹잇감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속에서도 아군의 공격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어 더 많은 총격과 포탄을 퍼부었다. 기후 벌판이 온갖 소음으로 가득 찼다. 아비규환의 참상이 곳곳에 연출되고 전장은 순식간에 생지옥으로 변했다.

펑, 펑, 펑 퍼펑 펑펑............!

쾅, 쾅, 쾅 콰르르 쾅쾅...........!

따 다다다 타당 타다당 탕탕.........!

피융, 피융 핑핑.........!

치지직 펑펑.........!

으악, 큭큭, 켁

어머니, 나 좀 살려줘!

히히힝...........!

온갖 굉음과 온갖 소음이 난무하는 속에서 인간이 지르는 소리는 그저 거대한 음파 장벽에 막힌 듯 했다. 그 안에서 움직이는 인간 군상들은 그저 실에 의해 조정되는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

나는 이 장면을 보면서도 무심한 얼굴로 제일 후면에 위치한 높다란 지휘대에 올라 전군을 통제하기 바빴다. 나의 지시에 의해 수십 개의 청기가 일제히 흔들리자, 좌우 측면의 아군 왜병들이 그물을 조이듯 오다 노부나가 군의 측면을 향해 쇄도하기 시작했다.

이어 녹색기가 흔들리자 각각 양측 면에 대기하고 있던 1개 사단의 기병 전력이 일제히 적진으로 내달으며, 기총 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빙글빙글 어지럽게 돌며 벌써 퇴각하는 일부 군사들을 죽음 속으로 몰아넣고 있었던 것이다.

이 모양을 가장 후면에 위치해 보고 있던 오다 노부나가는 낙심천만한 얼굴로 도저히 안 되겠다고 판단했는지 고개를 흔들며 후퇴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전원 퇴각하라!"

그들의 음성은 거대한 전장의 소음과 광기에 묻혀 들리지 않고, 오직 요란한 깃발 신호만이 어지럽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오다 노부나가 자신부터 도도히 흐르는 강물 속으로 잠겨들듯 스며들었다.

뒤를 따라 각 군단의 후면에 위치해 있던 지휘부가 속속 퇴각하기 시작했고, 이를 따라 후미에 선 군사들이 속속 퇴각의 길에 올랐다. 그러나 중간 열부터 그 앞에 해당하는 자들은 전쟁의 광기에 홀려, 오직 불을 보고 달려드는 부나방처럼 앞으로 달려들며 자신의 목숨을 재촉할 뿐이었다.

그리고 일각이 지났을까 이제는 아군이 서서히 진형을 옥죄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나의 명을 받아 적에게 항복을 권유하기 시작했다.

"항복하라!"

"항복하라!"

조선군과 아군 왜군의 말이 동시 다발적으로 터져 무슨 말인지 모를 줄 알았더니, 그 말은 용케 알았는지 전장은 순식간에 항복하는 노부나가 측 왜병들로 도미노 현상을 이루었다. 나는 그런 그들을 보며 빨리 항복한 왜병들을 조처하고 전장을 정리하도록 했다.

일부 저항하는 치들도 있어 그들 또한 전장 정리 차원에서 아군의 집중 사격을 받고 순식간에 집단인형처럼 쓰러져갔다. 이렇게 전장 정리에 매달리는데 갑자기 적진에서 변고가 발생했다.

천신만고 끝에 도강하여 목책 너머에 이른 아군을 향해 목책의 문이 열리는 것이 아니라, 아군을 향해 갑자기 목책에 의지해 있던 총포대가 조총을 난사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미쯔히데의 군이었다. 정말 결정적일 때 반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를 방관만 하고 있는 도쿠가와 이에야스 군이었다. 그동안 미쯔히데가 이에야스를 포섭한 모양이었다. 아니래도 압도적인 전쟁 양상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흔들렸을 도쿠가와 이에야스 일진데, 달콤한 독주가 여간 잘 먹혔겠는가.

아무튼 이에 노부나가의 분노의 고함이 하늘을 찌르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총격 아니면 화살 세례뿐이었다. 꼭지가 돌도록 화가 치민 오다 노부나가가 괴성을 지르지만, 그것은 미쯔히데가 보기에는 미친놈의 발광에 지나지 않았다.

오도 가도 못하는 퇴각한 군사들이 우왕좌왕 하는데, 속속 전장 정리를 마친 아군이 속속 강변에 포진하기 시작했다. 이 모양을 보고 있던 내가 단안을 내려 항복을 권유케 했다. 다시 아군 진영에서 메아리치는 함성이었다.

"항복하라!"

"항복하라!"

이에 제일 먼저 뉘어지는 깃발이 있으니 제일 후미 열에 위치한, 표주박을 고유 문장으로 삼는 하시바 히데요시의 문장 기였다. 영민한 자로 시세 판단이 굉장히 빠른 자였다. 이를 따라 속속 항복하는 자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그렇지 않은 자들도 있으니, 이자들이 자체 항복병을 향해 총격을 가하는 것은 물론, 덤벼들기 조차하니 졸지에 자중지란의 전쟁터로 변한 조카마치(城下町) 앞 벌판이었다.

"그만 하라!"

버럭 역정을 내며 항복병들에게 총질을 가하는 아군을 향해 소리 지르는 오다 노부나가였다.

"내 꿈을 여기에서 접어야 되는가! 아 하하하..........!"

나직한 중얼거림에 이어 갑자기 하늘을 향해 광소를 터트리는 오다 노부나가였다. 그러더니 돌연 그의 고개가 뚝 꺾이듯 떨어졌다. 그리고 중얼거리듯 말했다.

"항복하지 않은 장수들을 불러 모아라!"

"네, 주군!"

옆을 지키고 있던 모리 란마루가 비통한 울음으로 이를 받았다.

그리고 곧 사방으로 전달을 했다.

곧 사방에 포진해 있던 항복하지 않은 일단의 장수들이 모여들었다.

시바타 가쓰이에, 오다 노부타다, 오다 노부타카, 사쿠마 노부모리, 다키가와 가즈마스 등의 면면을 둘러본 오다 노부나가가 의기소침한 음성으로 말했다.

"내 식구들끼리 싸우는 것을 더 이상은 못 보겠다. 이미 항복을 굳힌 자들은 내버려두고, 너희들도 항복을 하여 남은 생명을 보존토록 해라!"

"안 됩니다. 주군!"

시바타 가쓰이에가 울음 섞인 음성으로 말하나, 오다 노부나가는 고개를 흔들며 체념한 표정으로 말했다.

"대세는 이미 기울었다. 잔명을 보존토록 해라!"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역시 비통한 음성으로 소리치는 다키가와 가즈마스를 돌아보며 노부나가는 쓸쓸한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내가 이 순간 가장 비통한 것은 전쟁에 패한 것보다도, 내가 가장 믿고 아낌없이 베풀었던 자들의 배신이다. 하시바 히데요시, 아케치 미쯔히데, 맹방이라 여겼던 도쿠가와 이에야스......."

더 이상의 말 대신 다시 한 번 고개를 흔든 오다 노부나가의 표정이 돌연 비장해졌다.

"뒤를 부탁한다. 란마루!"

"네, 주군! 뒤를 따르겠습니다!"

눈물을 글썽이며 비통한 표정으로 노부나가의 명을 받드는 모리 란마루였다.

"주군! 안 됩니다!"

"안 됩니다! 주군!"

그러나 쓸쓸히 고개를 저은 오다 노부다가는 어느새 무장을 풀어헤치고 맨살을 내놓고 있었다. 그리고 평소 아끼던 애검을 빼들어 이를 바라보고 빙긋 웃더니 돌연 자신의 복부에 애검을 깊숙이 쑤셔 넣었다. 그리고 좌에서 우로 한 바퀴 돌렸다.

"안됩니다! 주군!"

"주군!"

"주군! 용서하세요!"

여기저기 울음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모리 란마루 칼이 괴로워하는 오다 노부나가의 목을 마지막으로 치고, 그동안 발치에 쓰러져 신음하는 무장도 있었다. 이 때였다.

이를 물끄러미 먼발치에서 지켜보고 있던 하시바 히데요시가 돌연 울음을 터트리며, 오다 노부나가의 시신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흑흑흑.......! 잘못했습니다. 주군! 용서하세요! 엉엉.........!"

"에이! 더러운 놈!"

시바타 가쓰이에가 시퍼런 장도를 빼들고 히데요시를 베려하자 이를 말리는 무장이 있는가 하면, 더러운 놈, 배신자라고 욕을 하며 히데요시에게 발길질을 하는 무장도 있었다.

"윽.........!"

또 어느 무장이 오다 노부나가를 따라 할복을 감행하고, 이에 목을 쳐주는 무장이 있는가 하면, 할복을 하기 위해 무장을 해제하는 자도 있었다.

잠시 후.

피비린내 나는 광기도 진정이 되고, 아직도 죽은 오다 노부나가를 잊지 못하는지 표표히 휘날리는 '천하포무(天下布武)'의 깃발을 바라보며, 눈물짓는 모리 란마루가 최후로 장도를 빼들었다.

그런 그를 진즉에 일어나 무표정한 눈으로 바라보던 하시바 히데요시가 돌연 달려들어 그의 칼을 쳐내며 말했다.

"자네마저 죽으면, 주군의 가족들은 누가 챙길 것인가?"

"주군? 하하하.........! 배신자, 네가 잊지 않은가?"

"고얀.........!"

노한 눈으로 바라보던 하시바 히데요시가 돌연 미친 사람처럼 껄껄 웃어 제쳤다. 그러다가 돌연 웃음을 뚝 멎더니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총애를 입었으면 총애를 입은 사람답게 굴어. 죽음만이 능사는 아닐세!"

"히히히.........! 네가 나를 놀리냐?"

미친놈처럼 히죽 웃던 란마루가 갑자기 히데요시의 검을 탈취해 자신의 복부를 깊숙이 찔렀다.

"부탁해!"

한마디를 남기고 서서히 앞으로 쓰러지는 모리 란마루였다.

"하하하.........!"

돌연 광소를 터트리던 히데요시가 갑자기 웃음을 머금고, 멀리 달아나 있는 란마루의 애검을 주워들어 그의 목을 단숨에 처날렸다.

"하하하..........!"

그러고는 또 다시 미친놈처럼 광소를 터트리는 하시바 히데요시였다. 그러나 어느 새인가 그의 눈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를 아무 것도 모르는 물새 떼만이 강변을 비행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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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고맙고 감사합니다!

^^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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