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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궁궐 밖에서 한동안 기다려야 했다. 흥선과 함께 가기로 했는데, 그가 각부 장관과 인사를 나누느라고 아무래도 지체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에 자꾸 뒤를 돌아보는 경호 차장 곽재우였다.
내가 지방의 행차나 대규모로 움직일 때는 임 선달이 움직이지만 출퇴근이나 한양 내에서 움직일 때는, 곽재우를 중심으로 한 나를 오래 경호한 자들 일백여 명이 움직이는 것이, 정례화 된 요즈음이었다.
잠시 후, 흥선이 미안한 표정으로 헐레벌떡 달려왔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총리 각하!"
"아무 말 말고 앞장서세요. 다 이해 합니다."
"네, 각하!"
우리는 벽제 소리도 없이 빠르게 여각으로 질주해갔다. 나를 제외한 다른 고위 양반들은 평교자를 이용하지만 나는 이것이 답답하여 평교자를 이용한 적이 거의 없다. 현대의 속도감이 있는 나로서는 말을 이용해도 느린 감이 드는데, 평교자의 이용은 사람을 답답해 미치게 함으로 아예 생각해보지도 않은 이동 수단이었다.
아무튼 빠르게 마포나루를 향해 질주하자 황급히 길을 비키는 백성들이 보였다. 나는 곧 방 세 채를 터서 더욱 넓어진 옛날 나의 거처로 들어섰다. 방문 앞에는 수많은 신발이 놓여져 있어, 안에 모여 있는 자들의 수를 대략 짐작할 수 있게 해주었다.
"총리 각하, 입시요!"
흥선의 외침에 분분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람들이었다.
"다들 자리에 앉으세요."
"감사합니다. 총리 각하!"
예의를 차리고 자리에 앉는, 대충 헤아려도 근 60명이 되는 사람들이었다.
면면을 둘러본 내가 곧 인사말을 했다.
"경향각지에서 먼 길을 마다않고 왕림해주신 조선팔도의 내노라하는 상인 집단의 수장들과 부호님들께 먼저 감사의 인사드리겠습니다."
"여러 대방과 부호님들을 이 자리에 모신 까닭은 다름이 아니라, 기존 선투자하신 대방님들에게는 더 많은 투자를 그리고 새롭게 모신 부호님들은 새로운 투자처를 알려드리기 위함입니다. 곧 철도 산업이 그 분야입니다."
좌중을 쓸어본 나의 말이 이어졌다.
"경인선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것이 앞으로는 조선의 새로운 주요 운송수단이 될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조선이 더욱 발전하는데 일조를 하겠지만 그 과정이 문제입니다. 나라의 재정으로 모든 것을 충당하려니 솔직히 버겁습니다. 해서 여러분들의 투자를 권하는 것입니다."
"투자를 하시는 분에 한해, 서울역 앞 광장에 큰 석비를 세울 예정인데, 그 석비에는 이 철도 완공에 공이 많은 투자자들의 성명 석자를, 어느 곳에 사는 누구누구라 해서 크게 기록해 놓을 것입니다. 이는 명예도 되겠거니와 돈벌이도 지장이 없게끔 보장을 해드리겠습니다. 최소한 투자원금에 대한 연 2할5푼의 이윤을 보장해드리겠습니다. 만일 철도 운행으로 이 이윤이 안 들어서면 내각에서 이를 지급 보증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지켜보시면 아시겠지만 모든 이자는 2할5푼을 넘을 수 없도록 경국대전에 명문화해 규제를 할 것입니다. 그러니 기본 이익은 보장이 되는데다가, 더 많은 이익이 나면 더 많은 분배를 약속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는 꼭 사업상만이 아니라 내 명예를 널리 떨치는 동시에 가난한 자들에게는 자선사업도 되는 일석삼조의 사업이올시다."
"아니래도 올해 흉작이라 벌써부터 굶는 자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자들을 우선적으로 내각에서는 먼저 이 공사에 참여시켜 품삯을 지급합니다. 이는 만대에 복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니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하겠습니다. 단 쌀 10만 석 이상의 투자만 받겠습니다."
나의 발언이 끝나자 모두 긴 한숨과 함께 희색이 만면한 대방과 부호들이었다. 막말로 내가 강제로 기부하라 해도 꼼짝없이 참여해야할 이들의 입장이었다. 그런 것을 일정 이상의 이윤과 함께 명예도 세워주고, 좋은 일을 하라니 모두 즐거울 수밖에 없는 자리였다.
"어떻습니까? 모두 참여를 하시겠지요?"
"네, 총리 각하!"
모두 흡족한 표정으로 동의를 하는데 한 사람이 주저주저 입을 열었다.
"최소 금액을 좀 낮춰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총리 각하!"
"왜 그러시오? 그만한 금액이 없습니까?"
"좀 부족해서 땅이라도 팔아야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은행제도도 곧 활성화될 예정이니 땅을 담보로 부족분은 좀 빌리시죠. 한꺼번에 남북은 물론 한양에서 공사를 실시하다보니, 많은 자금이 필요해서 그런 것이니 양해를 좀 하시고요."
"은행 이자는........?"
평소 까다롭고 배짱도 좋은 자인지 나의 면전에서도 궁금한 것은 꼬박꼬박 질문을 하는 그 자였다.
"그 문제는 제가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나대신 흥선이 나섰다.
"모든 은행이자는 연 2할5푼을 넘을 수 없도록 규제되어 있습니다. 답변이 되었습니까?"
"네. 그렇다면 소인도 참여하도록 하겠사옵니다. 총리 각하!"
"좋습니다. 다른 분들은 이의 없는 것이죠?"
"네!"
"좋습니다. 여러분들의 도움에 감사드리는 뜻에서 박주산채나마 주안상을 준비하라 일렀으니 술 한 잔씩 하고 모임을 파하는 것으로 합시다."
이때였다. 나와 안면이 많은 송 대방이 질문을 했다.
"총리 각하! 곧 해금이 실시되어 자유롭게 무역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사실이옵니까?"
"역시 대방이라 그런지 정보력이 뛰어나군요. 그렇습니다. 곧 조보를 통해 자세한 사항이 보도될 것입니다. 이 외에도 획기적인 개선책이 많으니 한동안은 꼭 조보를 구해 읽어보기는 게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상세한 답변에 감사드립니다. 총리 각하!"
"저폐의 발행도 예정되어 있다는데 사실이옵니까?"
지금까지는 세곡선의 운행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던 경강상인을 대표한 자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변했다.
"철전은 무게와 부피 문제로 상업에 많은 애로사항을 초래한 것이 사실일 것입니다. 해서 상업을 활성화시키는 차원에서 내가 내각에 지시한 사항이기도 합니다."
"감사합니다. 총리 각하!"
"이거, 내각의 보안에 문제가 있는 듯한데, 곧 조치를 취해야겠소이다. 그려!"
나의 말에 찔끔하며 더 이상의 질문을 삼가는 대방들이었다. 그러자 한 부호가 나서서 발언을 했다.
"평안도에서 온 유 만철이라 하옵니다. 그 외에 우리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가 있으면 각하께서 알려주시면 더욱 고맙겠습니다."
나의 말을 비껴가는 교묘한 발언이었다.
"여러분들의 성의를 생각해 단 한 가지만 알려드리죠. 앞으로 광산 개발도 활성화 될 것입니다."
모두 입을 다물고 이해득실을 따지는 가운데, 내가 흥선을 돌아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내가 이미 내각에 약조했으니, 막걸리를 빗는 과정을 대규모로 진행해, 이를 시장해 내놓을 방안을 강구해보도록 하세요."
"네."
"하고, 재봉틀은 제1착으로 구매하여 누비솜바지 저고리는 물론 그 안에 오리털을 가공해 넣는 옷을 양산해 내는 방법도 생각해보도록 하고요."
"네, 알겠습니다. 각하!"
곧 주안상이 들어왔으므로 나는 입을 다물고 모두의 잔에 술을 따르도록 했다.
그리고 내가 말했다.
"여기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의 다복하심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모두 건배 한 번 합시다. 자, 잔들을 드세요."
"네!"
"건배!"
"건배!"
곧 술잔을 비우는 부호들이었다. 게중에는 술을 못하는지 우거지상이 되어 억지로 마시는 자가 있는가 하면, 마시다가 토악질을 하는 자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뭐라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성의가 고마웠다. 술도 타고 나는 것이라서 강권할 수 없었던 까닭이었다.
이렇게 해서 대규모 금액을 유치해 철도공사에 한시름 던 나는 그날 밤 두 다리 쭉 뻗고 잠을 청할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다시 업무보고가 속개되었다.
오늘 첫 발언자는 나의 사제이기도 한 체신교통부장관 최영경이었다. 원 역사에서는 정여립의 난에 연루되어 죽은 사람이었다.
"앞으로 동서남북축의 모든 열차가 완비될 것에 대비하여 역마제도를 보완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철도공사의 감리를 철저히 하여 하자 없는 공사가 되도록 하겠고, 열차를 운행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미리미리 기관사는 물론 역무원도 교육해 놓겠습니다."
"좋습니다. 이에 더하여 내가 드리고 싶은 말은 산하에 체신부와 철도부를 두어 이원관리 하시기 바랍니다. 체신부는 우표라는 것을 내각에서 발행하여 이를 붙이면 전국 어느 곳이든 갈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이를 시행하다면 면단위마다 배달부와 체신부 직원이 상주해 배달은 물론 우표를 팔고, 우체통 관리도 해야 할 것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내 개인적으로 상세히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하고 역무원이나 기관사, 체신 관리 등은 기존의 역에 배치된 관리들로 우선 충당하고, 재원 또한 역전(驛田) 즉 각 역에 딸린 공전의 수입을 기반으로 해 책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사옵니다. 총리 각하!"
다음은 보건복지부 장관 허준 차례였다.
"보고 드리겠습니다. 저희 보건복지부는 내의원, 전의감, 혜민서를 기반으로 하여 출발하되, 이를 전국적으로 보급 확대시키려면 더 많은 의원이 필요한 즉, 전문 의약분야의 의원 양성기관으로, 중등교육과정으로 지정해 주실 것을 건의합니다. 또한 사창도 저희 산하로 이관시켜 가난한 백성들을 돕는데 일조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주 좋아요. 중등교육기관을 세 곳으로 지정 확대하는 것은 물론 전문대학도 하나 만드세요. 해서 전 백성들이 장차는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사창도 관리하여 굶주리는 백성들이 없도록 일조해주기 바랍니다. 하고 산하에 전문 연구소도 설립하여 책의 편찬은 물론 의료기술을 향상시키는데 일조하도록 하세요."
"고맙습니다. 총리 각하!"
다음은 경찰청장 이항복이 발언에 나섰다.
"저희 경찰청은 의금부와 포도청을 기반으로 전국 면단위까지 지소를 두어 치안을 확보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유사시에는 치안 유지는 물론 국토의 방위에도 참여할 수 있는 준 군사집단이 되도록 평소부터 훈련에 철저를 기하고, 권력을 이용한 백성들의 착취가 없도록 각별히 신경 쓰도록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거기에 소방소(消防所)라는 것도 겸하여 운용하여 주세요. 특히 한양이나 각도의 주거 밀접지역에 집중 배치하여, 대형 화재가 났을 때 초기 진압할 수 있도록, 제반장비와 인력을 미리미리 준비하고 배치해주세요."
"알겠사옵니다. 총리 각하!"
다음은 군수조달청장 이덕형의 발언이 시작되었다.
"저희 군수조달청이 생긴 목적을 유추하여 보건데 이는 필시, 조기에 무기며 화약 전투선 등 전쟁 물자를 확보 비축케 함으로써, 유사시에 대비하고자 함이 아닌가 합니다. 해서 저희 부서는 이들의 조달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무기를 개량하고 연구하는데도 일조를 하고자 합니다."
"좋습니다. 가능한 최적의 예산으로 운영을 하여, 제일 많이 투자되는 국방비를 경감시키는데 일조해 주시기를 바라겠고, 무기의 개량을 위한 자체 연구소도 설립 운용하여 주세요. 아니 피복 전함 등 기존 모든 군수물자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예산 절감은 물론 효율화를 기하는데 일조하도록 하세요."
"명심하겠사옵니다. 총리 각하!"
다음은 원호청장 하항의 차례였다.
"본 원호청은 전몰유가족은 물론 중경상자 등 나라를 위해 애쓴 자들의 공적을 기리고, 그들 본인이나 가족들의 생계유지에 힘쓰는 것을 목표로 삼은 바, 이를 실현하는데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어느 나라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데, 가족들이 걱정된다면 마음 놓고 싸울 수가 없을 것입니다. 해서 본인은 군인은 물론 장차는 공무 중 순직한 경찰이나 여타 관리들도 이의 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지시합니다."
"감사합니다. 총리 각하!"
다른 부서의 장관들까지 머리를 조아리는데 나는 뜨끔했다. 전국 관리노조라도 출범할 것 같아서였다. 물론 이들의 의식이 거기까지 깨이지는 못했겠지만, 괜히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도 놀란다고 딱 내가 그 짝이었다. 이들이 집단으로 태업이라도 일삼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조선 팔도가 마비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현대병의 일종이었다.
'후후후.........!'
쓸데없는 생각을 지우며 나는 오전 회의를 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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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고맙습니다!
^^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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