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의 실질적 왕이 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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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여의 여론전에 이어 악역을 자처한 장어영 대장 임 국성에 의해 결국 선조는 내 뜻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매일 선조를 겁박하던 임 선달이 정월 스무 사흗날 묘시 초 무렵이었다.
이 날은 아예 작정을 했는지 임 선달은 무엄하게도 신발을 신은 채 강녕전 침궁(寢宮)으로 뛰어들어, 아직도 자고 있는 선조를 깨워 왕위를 선양하던지, 아니면 상징적 왕으로 남던지 택일하라 얼러대었다. 이에 그동안의 신고로 몸과 마음이 많이 심약해진 선조는 어쩔 수 없이 입헌 군주제를 받아들였다.
이에 선조로부터 조각권을 위임받은 나는 곧 조각에 착수했다. 나는 이 부분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사람을 인선하는 것보다 직제와 국호 문제 때문에 많은 심력을 소모했던 것이다. 마찰을 줄이려 차선책으로 변형 군주제를 채택하기는 했지만, 내 마음속에는 독자 연호를 쓰는 '대조선제국(大朝鮮帝國)' 이라는 국명을 쓰고 싶었다. 또한 직제도 좀 더 세분화된 현대의 직제로 교체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 문제를 측근들과 의논하니 나의 예상대로 한결같이 독자연호를 쓰고 국명을 바꾸는 데는 반대했다. 상국인 명나라가 있으니 불가하다는 이야기였다. 내심 하품이 나왔지만 공공연히 아직 명나라를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으로 나 또한 그 문제는 양보를 했지만, 직제는 내 뜻대로 바꾸기로 그들의 양보를 받아냈다. 이에 곧 인선에 착수하여 선조의 동의를 얻어내니 다음과 같았다.
국무총리: 윤 흥
비서실장: 정여립
정보부장: 송익필
경호실장: 임국성
경호차장: 곽재우
총무처장관: 정철
외무부장관: 황윤길
재무부장관: 이이
국방부장관: 정인홍
내무부장관: 성혼
법무부장관: 김효원
문화교육부장관: 김우옹
농수산부장관: 유성룡
광공업부장관: 이원익
상업부장관: 윤흥선
건설부장관: 이발
과학기술부장관: 이산해
체신교통부장관: 최영경
보건복지부장관: 허준
경찰청장: 이항복
군수조달청장: 이덕형
원호청장: 하항
내각의 구성이 끝나 나는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였다. 이 국무회의에서 내가 제일 처음 처리한 일이 직제개편안이었다. 위의 장차관 외에도 전국 팔도에는 도지사를 두고 그 밑에는 군수, 군수 밑에는 현을 면 단위로 바꾸어 면장을 두는 직제 및 군현제 개편안이었다.
또 군제(軍制)도 개편하여 국방부장관 밑에 육군참모총장과 해군참모총장을 신설했고, 육군의 예하부대는 군단 및 사단체제로 편성하였다. 계급도 참모총장은 대장, 군단장은 중장, 사단장은 소장, 여단장은 준장으로 호칭하도록 했다. 군의 면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았다.
육군참모총장: 운검
해군참모총장: 이순신
제1군단장: 권율
제2군단장: 신립
제3군단장: 이일
제4군단장: 김여물
제5군단장: 올지
이 과정에서 몇몇은 주둔지가 변경되기도 했다. 대만에서 귀국한 신립의 사단이 충청도에 주둔하고, 김여물은 연길도 주둔 사령관이 되었고, 올지가 함경도를 담당하게 되었다. 이일은 대만에 주둔하고 있지만 원주민들로 된 2개 사단의 병력을 모집하여 훈련시키도록 했다.
이뿐만 아니라 각 군단은 예하에 자체 훈련소를 설치하고 정규 징집대상자를 소집하여 2개 사단씩을 각기 훈련시켜 배출토록 했다. 한양과 경기도도 예외가 아니어서 먼저 훈련을 받은 2개 사단이 편제 완료되었지만, 추가 2개 사단을 받아들여 배치토록 했다.
그리고 이 훈련이 끝나면 각 군단 포함하여 3개 사단의 협력 하에, 가급적 농한기에 30만의 지방군을 훈련시켜 배출토록 했다. 모든 직제개편이 끝나자 나는 조보를 통해 각 직제개편안을 자세히 알렸다. 그 명칭은 물론 그 부서 장관의 소개 그리고 고유의 업무가 아주 상세하게 소개되었다.
직제개편안을 통과시키자 나는 서둘러 한양 역을 향해 전 국무위원과 함께 출발했다. 오늘이 마침 인천과 한양을 잇는 경인선이 개통되는 날이라 선조는 이미 그 식장으로 출발한 뒤였다.
어가의 행렬이라 아무래도 속도가 늦기 때문에 먼저 출발한 것이다. 우리가 지금의 서울역 자리에 준공된 한양 역에 당도하니, 그 부근은 인산인해를 이루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으로 빼곡했다. 마치 콩나물시루와 같은 조선팔도에서 모여든 백성들로 인해, 흰 꽃이 핀 것 같은 장엄한 광경이 연출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우리 일행이 한양 역사 앞에 마련된 광장의 단상에 오르자, 선조 균은 이미 제일 상석에 임하여 물끄러미 우리 일행의 등단을 바라보고 있었다.
"강녕하셨습니까? 전하!"
나의 인사에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하는 선조 균이었다. 그런 그를 보고 있자니, 그와 함께 했던 지난날의 정리가 새록 새록하여 내심 울컥 치밀어 오르는 것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모질게 마음을 먹고 애써 참아냈다.
곧 정오를 알리는 북소리와 함께 멀리서 우렁찬 기적소리와 함께 증기기관차가 시꺼먼 연기를 내뿜으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칙칙폭폭 칙칙폭폭 요란한 소리와 함께 빈 열차 다섯 량을 매단 기관차가 긴 경적음을 올리며 들어오자 백성들의 함성이 천지를 진동했다.
와아아..........!
만세다!
만세! 만세! 만만세!
천세! 천세! 천 천세!
백성들의 환호에도 묵묵히 앉아 있는 선조를 보고 내가 말했다.
"백성들의 환호에 답례를 하셔야지요."
그제야 마지못해 자리에 일어나 손을 흔드는 선조의 손은 여인의 손보다 더 고왔다. 하지만 그의 손은 결코 힘이 없었다. 허깨비가 흔들리듯 그저 건성으로 마지못해 흔들고 있었다. 그래도 백성들의 환호는 천지를 진동했다.
영의정 만세!
어느 젊은 백성의 이 소리에 곳곳에 육모방망이를 매달고 순찰하던 포졸 아니 이제는 경찰이 그를 연행해가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물론 그 자야 바로 훈방 조치되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기관차 앞에 '경축 경인선 개통'이라 쓴 플랜카드를 매달고 기관차가 서서히 한양 역에 들어오자, 백성들은 모두 놀라 눈이 휘둥그래진 가운데에서도 더욱 큰 함성을 지르며 이를 맞았다.
"오, 세상에 저런 기물이..........!"
"힘이 천하장사인 까만 소구먼, 까만 소!"
"이제 사람이 저걸 타고 다닌단 말이지?"
"사람뿐 여, 온갖 것을 다 실어 나를 수 있다던데?"
"그런데 왜 이렇게 소리는 크댜?"
"하하하........! 곧 화통을 삶아먹었나 하는 말이 유행하겠어!"
백성들의 말이 아니더라도 그간 조보를 통해 이 증기기관차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과 승차요령 등 상세한 안내문이 게재되어 있었기 때문에, 전 조선의 백성들이 다 잘 알고 있었다.
마침내 기관차가 한양 역에 멎자, 나는 선조를 안내하여 제일 첫 칸 첫 좌석으로 그를 인도했다. 그 뒤를 따라 전 국무위원들이 열차에 오르고 나머지 네 량에는 전국 팔도를 대표한 유림은 물론 토호, 서얼 일반 백성은 물론 심지어 관청의 공노비 일반 사노비까지 대표로 선발되어 열차에 탑승을 했다.
곧 탑승이 완료되자 단정하게 제복을 차려입은 역무원의 불은 기가 흔들려지고, 이에 따라 기관차는 높고 긴 경적 음을 울리며 힘차게 서울역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점점 속도를 높인 열차가 한양을 벗어나 추수가 끝난 황량한 벌판과 띄엄띄엄 조성되어 있는 촌락을 지날 때였다. 그제야 표정이 조금 풀린 선조 균이 신기한 눈으로 차장을 바라보다가 옆 좌석의 나에게 물었다.
"정말 이게 흑탄이라는 놈의 힘만으로 달리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전하!"
"허허, 그 참 신기할세."
선조의 말이 아니더라도 전 국무위원들 또한 얌전히 자리에 앉아 있지를 못하고, 차장 가에 매달려 연신 감탄사를 쏟아내기 바빴다.
"정말 기물은 기물일세!"
"암, 기물이고 말고, 이걸로 보면 총리각하야 말로 하늘이 조선에 보내준 보물이지."
"쉿! 전하께옵서 들으시겠네!"
"이제 대 조선이 상국인 명나라를 능가할 날도 머지않았음이야!"
"동감일세!"
나는 젊은 이항복과 이덕형의 대화를 들으며 늙은 몸으로 비금도에 유배되었다가, 채 적응을 못해 곧 숨졌다는 전 영의정 홍섬과 오늘날의 나를 있게 한 공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정언신을 떠올렸다.
나의 단상과는 상관없이 열차는 대 조선의 산하를 빠른 속도로 누비며 곧 인천역에 도착할 것이다.
칙칙폭폭! 칙칙폭폭!
빽...........!
긴 기적소리를 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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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거듭된 실수에 이번 장 끝을 무료로 올립니다!
^^
거듭 사과와 감사를 드립니다!
^^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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