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의 실질적 왕이 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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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양을 지켜보고 있던 내가 현관문을 열어주며 물었다.
"무슨 일인가?"
"급한 보고가 있다고, 묘율(苗栗)에서 전령이 도착했습니다. 이 자입니다."
묘율(苗栗)은 지난번 내가 신립에게 개척을 지시한 도원과 신죽을 지난 바로 밑의 개척지였다. 현재 신립은 대만 서부 전체 중에서 중간 지점쯤 되는 대중(臺中)을 개척하고 있었다. 아무튼 내가 전령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무슨 일이야?"
내가 눈을 치뜨며 물었다.
"충성! 제2사단 소속.........."
"됐고, 용무부터 보고해!"
"묘율에 주둔해 있던 제2사단 3여단 소속 2대대가 원주민들의 대대적인 피습을 받았습니다."
"뭣이! 상황은?"
"적을 격퇴하기는 했지만, 아군의 피해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새벽녘의 기습에 아군 사상자가 43명 발생했습니다."
"적들은?"
"300여구의 시체를 남기고 산속으로 달아나긴 했지만, 아직 생존자가 700여명 이상일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멍청하게 당했군."
"현재는 산속을 수색하고 있지만 원체 우거진 숲으로 인해, 애를 먹고 있습니다."
"알았다. 가서 옷 갈아입고 푹 쉬었다 가거라."
"감사합니다. 총사령관님! 충성!"
"그래!"
나는 전령을 보내고 나서 임 선달에게 지시했다.
"전 여단장급 이상 간부들을 집합시키도록 명하고, 집안으로 들어오오."
"전을 부치는 모양인데요?"
"그렇소. 아무리 급해도 바늘의 허리에 실 메어, 바느질할 일은 없잖소?"
"알겠습니다."
일은 벌써 벌어졌고 내가 부른 지휘관들이 한 두 시간 내에 도착할 것도 아니라서, 나는 준비된 상을 내오라 했다.
다음날 정오가 되어서야 전 여단장이 청사에 모두 집합했다.
나는 십 인의 여단장급 이상 지휘관을 노한 눈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묘율에서 사건이 터졌소. 새벽녘에 기습을 받아 아군 사망자가 43명이나 발생했다 하오. 습격자들은 어림짐작으로 천 명이 넘는 것 같소. 적들도 300구 이상의 피해를 보았다지만 이는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오. 대대적인 소탕 작전을 전개하기 전에, 각 지휘관들은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정신교육을 더욱 강화하고, 경계를 철저히 하시오."
여기서 말을 끊은 나는 긴장된 표정으로 나를 주시하고 있는 지휘관들을 향해 재차 힘주어 말했다.
"2사단장 신립은 2개 여단을 동원해, 이들을 발본색원 하시오. 하고 여기서 나오는 시체와 생포된 자들은 전원 각 여단에 나누어주어, 전 주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공개처형을 하도록 하시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단 두 가지. 곧 공포와 소망이요. 우리는 이들에게 희망도 주었지만, 이번에는 처절한 공포도 안겨 줄 필요가 있소."
"하고 이번 적의 근거지도 완전 소탕하여, 적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노예로 삼으시오. 알겠소? 신 장군!"
"네! 총사령관님!"
"내가 할 말은 여기까지요. 흩어지기 전에 다시 한 번 이번과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그 원인과 대책을 강구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오."
"네, 총사령관님!"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그곳을 벗어나 창가로 향했다.
맑게 갠 남국의 하늘이 푸른 강물과 어우러져 온통 푸르름 일색이나, 내 마음은 결코 푸르지 못했다. 현재의 심정을 색으로 표현하라면 무거운 톤의 갈색이었다.
아무튼 7월이라 숲은 우거지고 나뭇잎 또한 무성하여 적이 산속에 흩어져 은신하니 찾기가 어려웠다. 신립의 2개 대대가 동원되어 소탕 작전을 벌이고 있지만 성과가 미미하다는 보고만 계속하여 들어왔다.
아니 어느 때는 은신한 적의 화살 공격이나, 기습 공격에 아군이 희생되기도 했다. 이런 보고를 계속 접하는 나로서는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때때로 쏟아지는 폭우는 더욱 작전을 어렵게 했다.
답답한 마음은 잠자리에도 이어져 이리 뒤채고 저리 바로 눕는 날이 많아졌다. 그런 오늘 밤은 꿈자리마저 뒤숭숭하였다. 내가 해의 품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꿈을 꾸었다. 괴상한 꿈에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한동안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그래도 아내는 세상모르고 자고 있었다. 어지러운 마음을 털어버리고자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리끼리 물을 벌컥 벌컥 마시고, 커튼을 확 열어 제쳤다. 만월이 온 누리에 금빛 가루를 뿌리고 있었다.
나는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내 마음이 이렇게 어지러운지를. 적을 금방 토벌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것도 있지만, 근본 원인은 하나의 대책을 세웠으나 결단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것을 알았다.
화공(火攻) 즉 온 산에 불을 질러 그들을 튀어나오게 하던지, 불로 통구이를 만들지 하면 간단하게 해결될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경우 산불이 크게 번지지 않을까 하는 꺼리는 마음과, 전생에서 세뇌된 환경적 측면을 고려한 것이 나를 주저하게 만든 근본 원인이었다.
요즘 조금 성공을 하니 전생의 찌질이 근성이 다시 나오는 듯해 나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고 모질게 마음을 먹었다. 다음 날 날이 밝자마자 나는 전령을 띄워 적이 스며든 산에 대대적으로 산불을 놓으라 했다.
막상 결단하여 행하니 시원한 마음도 있었으나 완전히 즐거운 마음만은 아니었다. 나는 이런 기분을 조금이라도 가시게 하기 위해, 하녀를 불러 커피를 타오도록 했다. 이는 황 호가 구해온 양귀비와 커피 종자 중, 농가에 대대적으로 보급되고 남은 것을, 내가 기호 삼아 마시고 있는 것이다.
내가 막 하녀가 내온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있는데, 생각지도 못한 인물들이 줄줄이 들이 닥쳤다. 운검을 위시해 흥정은 물론 이순신 외에 육부로 개칭한 이율곡을 비롯한 모든 문관들이 들이닥친 것이다.
나는 직감적으로 큰 변고가 발생했음을 알았다.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하며 침착한 거동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큰일 났습니다."
운검이 말에서 내리지도 않고 마상에서 하는 말이었다.
"무슨 일이오?"
"정언신이 탈출하여 행적을 알 수 없습니다."
하늘이 노래지는 느낌이었다. 정언신이 제대로 탈출해 선조에게 고하는 날이면, 연길도에 기른 수많은 군사를 이야기 할 것이고, 조정은 틀림없이 나를 역적으로 규정하고 토벌에 나설 것임에 틀림없었다.
"........."
한동안 멍하니 서있는 내 귀에 운검의 말이 계속해서 들렸다.
"이는 조방장으로 따라왔던 박선(朴宣)과 은밀히 내통하여, 사전에 치밀히 준비한 것 같습니다."
"박선마저 없어졌다는 말인가?"
"네!"
"너무 방심했군."
"과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유성룡의 말에 나는 이미 마음에 결단이 섰으므로 북쪽의 일부터 물었다.
"연길도는 지금 어떻게 되어 있는가?"
"권율 사단장을 도병마사로 하여 그에게 모든 군사 및 행정을 일임했습니다. 이를 4사단장 올지가 보좌하고 있고, 함길주에는 정탁을 위시해 5사단장 김여물이 전 병력을 통솔하고 있습니다. 하고 우선 저의 사단 전부와 제6사단이자 수군 제독인 이순신의 수군 일부만이, 승선해서 이곳으로 왔습니다."
"이럴 때가 아니로군!"
낮게 중얼거린 나는 이미 안으로 들어와 내 곁을 지키고 있는 임 선달에게 명해, 관청에 있을 이일이나 박광옥을 불러오도록 했다. 또 이 소동에 밖으로 나와 우리의 모든 대화를 엿듣고 있던 아내에게도 짐을 꾸리도록 명했다.
잠시 후, 임 선달이 보낸 전령에 의해 허겁지겁 말에서 내리는 이일을 볼 수 있었다. 박광옥은 어느 현장으로 갔는지 없는 모양이었다.
"불러계시옵니까?"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잔뜩 긴장한 이일의 목소리였다.
"내 말을 명심해 잘 들으시오."
"네! 총사령관님!"
"앞으로 이곳의 일은 이 사단장이 전부 주관하시오. 정벌의 속도는 늦추어도 좋소. 안정에 주안을 두시오. 신립 사단은 곧 빠져나갈 테니, 그동안 인수인계에 철저를 기하고."
"무슨 일이 있었사옵니까?"
"아무래도 우리가 역신으로 몰릴 것 같아, 내가 곧 조선으로 출병을 해야겠소."
나의 말에 얼굴 두꺼운 이일마자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자세히는 몰라도 대충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을 잡은 모양이었다.
이때 간단하게 행장을 수습한 아내가 창백한 안색으로 두 하녀의 부축을 받으며 나타났다.
"갑시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선상에서 나눕시다!"
"네!"
* * *
모든 함정을 최고속도로 달리게 하니 우리가 대만을 떠나 인천항에 도착한 것은 나흘만인 칠월 스무 이튿날이었다. 달도 기울어 하현달이 막 동편에 떠오르는 것을 보니, 자정이 막 지난 무렵인 것 같았다. 그러면 벌써 날짜 상으로는 스물 사흘이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우리는 사전에 준비한 대로 중선(中船) 이하에 분승해 한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칠월이라 한강의 수위가 높아 그나마 중선까지 통행이 가능한 것이 다행이었다. 악 한 시진을 거슬러 올라가 우리가 마포나루에 당도한 시각은 축시 무렵이었다.
"가자!"
제 병력이 하선을 마치자 나는 제1사단 1대를 선봉으로 세워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조선의 국방이 얼마나 허술한지 지금까지 우리는 검문다운 검문 한 번 안 받아보고 여기까지 왔다.
중간에 연안을 오가는 배들과 군선을 만났지만 대선단의 항해에 놀라 무슨 보고를 할지 몰라도 우리보다 빠를 수는 없었다. 우리가 진격을 개시하자 순검을 돌고 있던 무리와 일시적으로 조우했으나, 사전 나의 지시에 따라 화살로 그들은 단번에 소리 없이 제압하였다.
빠르게 기동한 우리는 곧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에 당도할 수 있었다. 오는 와중에 몇몇 순라꾼을 만났지만 우리의 화살에 순식간에 제압되어 변고의 여지를 알릴 일은 더 더욱 없었다.
"문을 열어라!"
내가 고함을 지르자 문루에서 밖을 내다보던 자가 기겁을 해 말했다.
"무슨 일이오. 이 밤중에 열 수 없소?"
"방포하라!"
그 사이 진열을 마친 대포 3문이 굳게 닫힌 광화문을 정조준하고 있다가 나의 명에 따라 발사가 되었다.
쾅! 쾅! 쾅!
연속해서 3발의 포탄이 작렬하자 광화문 문짝이 걸레짝이 되어 천지에 비산했다.
"지금부터 항복하는 자는 살려주되 그렇지 않은 자는 사살해도 좋다!"
나의 명이 떨어지자 운검의 부대가 총성을 울리며 궁궐 안으로 난입했다. 나는 이천의 호위병에 에워싸여 진군하는 운검의 부대 뒤를 따랐다.
내 측근에는 남장을 한 아내는 물론 흥정 및 문관들이 줄줄이 따르고 있었다. 이순신만은 일부 수군과 함께 대 전함에 남아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탕 탕 탕!
또다시 앞쪽에서 여기저기 총성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맨 후미에 처진 4여단의 뒤에서도 총성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뒤늦게 변고를 깨닫고 여기저기서 나타난 자들인 모양이었다.
곧 경복궁 근정전을 지난 우리는 사정전에서 수십 발의 총성을 들으며 발길을 멈추어야 했다. 선조 균이 침궁도 아닌 사정전에 머물러 있었던 탓이다. 이때는 선조를 숙위하던 자들은 모두 총탄의 밥이 되었고, 내 주변에 내 호위병들과 문관만이 남았다.
나머지는 운검의 지휘 하에 사대문을 장악하러 갔다. 호위병들도 곧 내 지시에 의해 내전 곳곳을 장악하러 갔다. 그리고 내 주변에는 정예 삼백여 명만 남겨 놓았다.
나는 열린 문 사이로 벌벌 떨고 있는 선조 균을 볼 수 있었다. 나는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한 발짝 한 발짝씩 안으로 들어갔다. 선조 균이 이런 내 모습을 보고 발작적으로 외쳤다.
"한밤중에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 의빈!"
"너무나 보고 싶어 이역만리 먼 길을 단숨에 달려왔습니다. 전하!"
"아직 의빈을 역적으로 규정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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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고맙습니다!
^^
늘 기쁜 일만 가득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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