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박인생-110화 (110/141)

<-- 대만정벌 -->

9

"한두 번 보남?"

"그래도 얼른 고개 돌려요."

이제 애원조로 나오는 아내였다. 그것이 또한 재미있어 계속 쳐다보다가 아내의 도끼눈과 마주쳤다.

"험, 험..........."

나는 얼른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얼른 옷이나 입으시오."

"고개 돌리지 말아요."

그 말은 무엇 때문에 해서 남이 더 돌아보고 싶게 만드는지, 원. 내심 아내를 탓하면서도 독수공방이 두려워 나는 문 입구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됐어요. 여보!"

"쳇.........!"

이제는 내가 삐친 형용을 하니 쪼르르 달려온 아내가 내게 매달려 아양을 떨었다.

"여보, 오늘 당신을 다시 보게 되었어요. 수많은 부하들을 거느리고 침착하면서도 단호하게 지휘하는 모습이 새삼 멋져보였어요. 게다가 천지가 뒤집어질 것 같은 굉음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당신의 강심장을 보고, 더 반한 것, 알아요?"

"그랬어? 오늘 따라 당신도 더 예뻐 보이는데?"

"정말이죠?"

"그럼. 그런 의미에서 우리 뽀뽀나 한 번 할까?"

"결론은 꼭 정해져 있어요. 자 한 번 해주세요."

아내가 과감히 입술을 삐죽 내미니 이것은 정말 재미가 덜했다. 그래도 내가 꺼낸 말이 있어 나는 가볍게 아내의 볼을 훔치고 말했다.

"사랑하오! 여보!"

"저도요. 여보!"

살며시 기대오는 아내를 끌어안고 잠시 그렇게 나는 둘만의 온기를 나누었다.

어느덧 저녁이 되었다. 오늘 따라 날씨도 포근하여 영상 18도 정도로 따뜻했다. 나는 줄줄이 늘어선 천막 한 가운데 마련된 큰 천막 안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자 여단장 박광옥을 불러들였다.

"내일부터는 말이오. 세 조로 분류해서 일을 처리하시오. 일개 조는 이곳 원주민을 동원하여 살 집을 짓고, 일 개조는 주변의 원주민을 토벌하도록 하시오. 그리고 나머지 한 개조는 부락 앞의 큰 강을 조사해 주시오."

여기서 말을 끊고 한 호흡 돌린 나는 부차적인 설명을 계속해나갔다.

"내가 보는 견지로는 이 강이 담수와 통할 것 같소. 그러니까 강이 어떻게 흐르는지 그 물길을 파악하는 게 첫째고 두 번째는 강의 수심을 측정해 보오. 얼마만한 배의 크기까지 드나들 수 있는지를 알아보려는 게 그 목적이오. 아시겠소?"

"네, 총사령관님!"

"그리고 이곳의 기후와 지형조건을 보니 벼농사에 아주 적합하오. 넓은 평야를 더욱 개간하여 논을 더욱 조성하고, 비탈진 곳은 개간하여 밭을 만들었으면 좋겠소. 밭에는 이미 언급했듯이 이들만 소비할 수 있는 구황작물 외에는 모두 양귀비, 커피나무, 담배를 심되, 담배는 조선에서도 재배를 하고 있으니 그 면적을 좀 줄이는 게 좋겠소."

"그리고 또 하나 이는 어느 곳을 가던지 제일 먼저 시행할 일로 우리와 말이 통할 수 있는 자를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가 아닌가 하오. 지금까지 한인 세 명으로 대화가 유지되고 있으나, 너무 적은 숫자 아니오. 내 생각에는 이 원주민 가운데에서도 분명 외부와 교류를 하고 있으니, 우리와 말이 통하는 자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지오. 그 증거로는 박 여단장도 보았겠지만 제법 큰 장터가 조성되어 있질 않았소?"

"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의문이나 건의할 사항 있소?"

"없습니다. 총사령관님!"

"그럼, 경계를 철저히 하도록 다시 한 번 지시하시고, 피곤할 테니 이만 쉬도록 하오."

"충성!"

"수고하시오."

그렇게 그날 밤이 깊어갔다.

다음 날 오후였다.

기륭에서 전령 하나가 나타나 보고 하길 나의 통역을 맡고 있는 한인 황 호의 동생이 나타났다는 보고였다. 이에 내가 황 호에게 어떻게 된 연유인지 그 이유를 캐물으니 황 호의 대답은 이러했다.

"지난번에 제가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 가족은 마카오에 거점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부모님이 이곳에 필요한 물품을 준비해주면 동생은 배로 그것을 이곳까지 실어 나르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가끔 출몰하는 해적들에게 당하는 경우가 있어서, 총사령관님께 보호를 요청했던 것이기도 하죠."

"그렇게 된 일이군."

중얼거리듯 말한 내가 곧 내 생각을 피력하기 시작했다.

"좋다! 내가 약속한 바는 철저히 지킬 것이다. 아니 너희 가문을 마카오 제 일 상단이 되도록 적극 지원하고 키워 줄 것이다. 그러니 너도 더욱 협조를 잘 하도록 해라."

"네, 총사령관님!"

"그 일환으로 나는 앵속의 종자와 커피나무 씨앗을 원한다. 앵속과 커피나무가 무엇인지는 아느냐?"

"네, 총사령관님! 해적들 중에는 아편을 하는 자도 종종 보았고, 마카오에 거주하는 포루투칼 인중에는 커피를 상음하는 자들도 많습니다. 그러니 그 종자를 구하려들면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좋아, 아주 좋아! 전령을 통해 동생을 이곳으로 불렀으면 하는데, 너의 생각은 어떠냐?"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

"알겠다. 내 전령을 통해 그렇게 지시하도록 하겠다. 하고 너희 가문이나 다른 상인중에 이곳 원주민들과 말이 통하는 자가 있으면 내가 대거 고용하고 싶은데 너의 생각은 어떠냐?"

"많지는 않사오나 구하려 들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동생에게 그렇게 일러놓도록 하겠습니다."

"고맙다. 하고 내 다음 우리의 배가 들어오면 내가 운영하는 상단의 책임자를 소개해주겠다. 그와 만나보면 서로 교역할 품목이 많을 것이다. 그와 의논하여 서로 좋은 일이 될 수 있도록 하라."

"고맙습니다. 총사령관님!"

"용무는 여기까지다. 나가서 일 보도록 해라."

"네, 총사령관님!"

곧 황 호가 물러나자 나는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편이나 커피 종자를 흥정에게도 간접적으로 부탁해 놓았지만 그는 모든 상행을 관장하므로 언제 그것을 구해올지 알 수 없어, 황 호에게 부탁을 해 놓으니 더욱 마음이 놓였다.

그날 저녁이 되자 황 호의 동생이라는 황 지(黃 芷)가 말을 타고 전령과 함께 왔다. 나는 곧 황 호의 소개로 그를 소개 받고 앞으로 우리 일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을 당부했다. 그의 긍정적인 공손한 대답을 들으며 나는 만족한 표정으로 간단한 주연을 베풀었다. 이 자리에는 그간 술에 굶주렸던 임 선달도 초대를 하여 그의 욕구를 풀어주기도 했다.

다음 날.

나는 아침부터 원주민들을 동원하여 집을 짓고 있는 현장으로 가보았다. 자세히 현장을 살피니 기륭마냥 통나무집에 흙으로 외부를 도배해 외기를 차단하는 형태의 집을 짓고 있었다.

나는 그 현장을 보면서 문득 이상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이 세기의 말이면 이 대만 섬에 쳐들어오는 네덜란드 인들이 첫 번째로 연상이 되었고, 그들을 연상하자 붉은 벽돌집과 그들이 해안을 향해 설치한 포대가 연상이 되었다.

나는 이 생각을 하며 깊은 생각 속으로 빠져들었다. 내가 알기로 붉은 벽돌은 점토를 일정한 틀에 넣어 벽돌모양으로 찍어내고 별 수 없이 불에 구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곳에서도 충분히 가능했다. 점토는 아주 이 섬에 풍부했으니까. 문제는 이를 굽는 과정이다. 이것은 아무래도 도자기 기술자들이 잘 해낼 것 같아, 그들을 불러 들여 붉은 벽돌을 만들기로 했다.

또 붉은 벽돌을 쌓아올리려면 몰타르가 필요한데, 몰타르가 무엇인가? 시멘트에 모래를 적당한 비율로 섞어 물로 배합한 것 아닌가. 그렇다면 시멘트가 필요한데 시멘트야 조선에서 실어와도 되고 장차는 이곳에서 자체 생산해도 될 것이다. 내가 아는 상식으로 다른 것은 몰라도 대만의 동쪽 산지에는 수많은 석회석 광산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까.

조선에서 시멘트를 실어오는 것도 한 두 집도 아니고, 전문적으로 수십 척의 선박을 배치해야 겨우 수많은 집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그러게 한가할 때가 아니니, 이는 대만이 완전히 자리를 잡은 후에나 벌일 공사로 미루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니 자연스럽게 돈이 굴러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우선은 견본으로 미관이 수려한 주택을 지어 원주민들의 욕구를 항상 충동질 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이들이 점차 안정화되면서 수입이 늘면 분명 이를 따라 지으려 할 것이다.

인류의 보편적 욕구대로 살림이 풍족해지면 보다 좋은 주거 환경을 원하는 것은 당연한 심리 일터, 이를 이용해 그때는 본격적으로 동부의 석회석 광산도 개발해 시멘트도 만들고, 대대적으로 조선의 도자기공도 불러들여 붉은 벽돌을 양산해 내는 것이다.

이 밖에도 집을 지으려면 기본적으로 필요한 목재와 여타 건축자재도 대량으로 양산해 공급하면 나는 이것만으로도 큰 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꿈속을 헤매던 내가 단꿈에서 빠져나온 것은 여단장 박광옥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왜, 여기에 나와 계십니까?"

"음.........! 이곳에 내 거주용으로 붉은 벽돌집을 지으면 어떨까?"

"붉은 벽돌을 구할 수 있어야지요?"

"내 그것은 공급을 해 줄 테니, 멋지게 하나 지어보시게."

"알겠습니다. 총사령관님! 자재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지요."

"그래, 그렇게 알고 나는 다른 곳을 둘러보아야겠네."

"충성!"

나는 박광옥의 경례를 건성으로 받으며 다른 곳을 향했다.

며칠이 흐른 어느 날.

박광옥이 내게 보고를 해왔다.

물길을 자세히 조사해 보니 물길은 담수를 지나 바다로 흘러간다는 것이었다. 또 수심은 우리의 중형선박이 드나들 정도로 깊다는 것이었다. 이에 나는 이곳에 부두를 조성함은 물론 담수에도 장차 항구를 건설하기로 하고, 박광옥과 담수의 지휘관에게도 통보를 했다.

* * *

이렇게 세월이 흐르는 가운데 어느덧 20일이 지나 흥정이 신립이 지휘하는 제2사단을 싣고 돌아왔다. 내가 지시하기는 말을 대규모로 싣고 오라한 것 같은데, 2사단을 싣고 오느라 이번에도 말은 천여 필밖에 싣고 오지 못했다.

나는 다시 기륭으로 돌아가 제 2사단의 입국 신고식을 받았다. 신고식이 끝나자 나는 나의 집무실로 이들을 불러들여 대화를 나누었다. 이 자리에는 흥정, 군사 야율 청과 황 호, 이항복과 이덕형이 배석했고, 신립 사단장 외에 네 명의 여단장이 참석했다.

네 명의 여단장은 제1여단장 최경회(崔慶會)를 필두로, 2여단장 장의현(張義賢), 3여단장, 니탕개(泥湯介), 4여단장 투을지 등 두 여진인도 포함되어 있었다.

잠시 이들을 소개하면 1여단장 최경회는 내가 선조에게 부탁하여 빼내온 인물로 원 역사에서는 김천일 휘하의 의병장으로 크게 활약한 외에도, 진주 남강에서 왜장과 함께 강물로 뛰어들어 유명한 논개의 서방이 또한 이 사람이기도 했다.

그의 후처인 논개는 그가 장수현감을 할 때, 논개의 숙부가 민며느리로 팔아버린 것을, 논개의 어머니가 다시 찾게 된 송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 이들 모녀가 거처할 곳이 없음을 하소연하자, 최경회는 관청에서 이들 모녀가 함께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이후 무장현감으로 임명될 때도 이들을 데리고 갔다.

그리고 그의 특색 중 하나는 그가 지휘하는 부대의 지휘기에는 '골(鶻)' 자가 크게 씌어있는 것이었다. 이 '골(鶻)' 자는 골입아군(鶻入鴉群)의 준말로, 송골매가 까마귀 무리 속으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즉 용감한 자가 약한 무리들의 떼를 쳐서 흩어버린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2여단장 장의현은 부령부사 출신의 장수로 지난번에 내게 귀의한 사람이었다. 그의 부친 장필무(張弼武) 또한 유명한 무신으로 경상좌도 병마절도사를 지낸 사람이기도 했다. 내가 알기로 장의현은 전술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문관 출신 무장이었다. 호가 삼계(三溪) 또는 오류정(五柳亭)이다.

3여단장 니탕개는 원 역사에서 니탕개의 난을 일으킨 유명한 인물로 그 또한 원래는 조선에 귀화한 번호이다. 그러나 누적된 불만이 폭발하여 난을 일으켰지만 금번 함길도 난에 관여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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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지금까지 후원해주신 님들께 진신으로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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