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정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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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시진 후.
밥이 지어지고 무청을 넣고 끓인 된장국이 완성되자 나는 이들에게 밑반찬과 함께 밥을 나누어 주도록 했다. 그리고 고구마도 1인 당 하나씩 나누어 주도록 했다.
황 호와 통역들 그리고 우리의 강권에 씨족장마저 맛있게 먹는 것을 보던 이들도 하나 둘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이들의 반응은 놀라웠다. 특히 아이들이 그러 했는데, 취사반으로 쫓아가 고구마와 밥을 더 달라고 졸랐다.
그래서 내가 허락하니 여분의 밥과 고구마가 금방 동이 났다. 아이들은 이것을 가지고 일부는 저희들이 먹고 일부는 부모들에게 권하니, 부모들은 우리의 눈치를 보면서도 맛있게 잘 먹었다.
나는 이 기회를 빌어 다시 한 번 황 호에게 설명을 하도록 했다.
'이런 먹거리를 재배해 놓으면 우리가 사가겠노라고.'
물론 이들이 재배하는 것 중에는 양귀비라든가, 담배, 등과 같이 내가 이들은 먹지 않기를 바라는 작물도 있었다.
아무튼 일단은 죽이 되었든 밥이 되었든 우리의 목적을 설명하는 데는 1차적으로는 성공한 듯 했다. 그러나 이제 이들과 우리의 잠자리가 문제였다. 우리야 하루 쯤 잠을 안 잔다고 어디가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껏 잡아온 이들을 다시 풀어주어야 마느냐 하는 기로에 섰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안 풀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곧 결단했다.
나는 현장에서 즉시 명해 호적대장과 집의 위치를 그림으로 남기도록 했다. 그렇게 해야만 가족들이 집에 가 잠을 잘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리고 세 명의 통역의 협조 하에 즉석 호적대장과 그림으로 그려진 주소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아니면 저희들도 여기에 계속 묶여 있어야 된다는 사실을 알고는 차례로 협조하여, 아군 호위병들은 이들의 호적대장과 주소를 완성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것도 완성된 자는 곧 집으로 돌아가게 하니 서로 빨리 작성하려고 난리를 피우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그들에게 최후의 협박을 하도록 했다.
'여기에 기록을 남긴 자들 중, 밤새 달아나는 자들이 있다면, 다음 번 토벌에는 전원 총살이나 노예를 삼겠다'는 최후의 통첩을 하도록 한 것이다.
아무튼 나는 곧 임 선달에게 명하여 100명 단위로 촌락이 많이 형성된 곳에 파견하도록 했다. 밤새 감시를 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전령을 띄워 4여단 1대대를 이곳으로 불러들이도록 했다. 내일 아침 식사 후 출발하여 우리와 교대를 하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반 시진이 지나자 주위가 고요해졌다.
나의 주위에는 임 선달을 비롯한 삼백 명의 호위만이 나를 중심으로 화톳불 주위에 몰려 앉아 일부는 번을 서고 일부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를 위한 충정으로, 백 명 단위로 20곳으로 쪼개 보내야했지만, 열아홉 곳만 쪼개 보낸 임 선달을 더는 추궁할 수 없었다.
* * *
다음 날 사시가 조금 지나자 4여단 1대대가 우리와 교대를 하기 위해 왔다. 대대장은 전령의 말을 여단장으로부터 전해 듣고는 새벽밥을 지어먹고 왔다는 보고였다. 수고했다고 격려한 나는 현장을 떠나면서 나의 생각을 대대장에게 말했다.
"이곳에 한동안 거주해야 하니 집을 먼저 짓도록 하오. 하되 여기 있는 원주민들을 동원하여 지으시오. 그리고 이들에게 쌀로 품삯을 당일달일 지급하도록 하오. 품삯은 인 당 1되요. 알겠소?"
"네, 총사령관님!"
"하고 속히 이들을 안정시키고, 나의 명이 있으면 항구를 건설하는데 이들을 동원할 수 있도록 설득과 준비를 해주시오."
"알겠습니다. 총사령관님!"
"그럼, 수고 하오."
"충성!"
나는 가볍게 그의 인사를 받고는 우리의 본부가 있는 기륭 분지로 향했다. 그곳에서 하루를 쉰 나는 다음날은 1여단 전체를 데리고 지금 대만의 수도인 대북으로 향했다. 말에는 충분한 쌀과 취사도구 그리고 고구마와 감자, 말린 옥수수 등을 싣도록 했다.
외길로 난 오솔길을 따라 고갯마루 하나를 넘으니 탁 트인 거대한 분지가 나의 시야에 잡혔다. 종내는 하나로 합쳐지는 두 개의 큰 강이 흐르는 사이로 드넓은 평야지대가 펼쳐져 있었고, 동쪽과 남쪽은 큰 산으로 막혀있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이곳에 훗날 대만의 수도가 되는 대북이라는 곳을 알았다. 우리는 근 두 시진을 더 걸어 두 개의 큰 하천이 합류하는 삼각형 지점에 해당되는 곳에 큰 부락이 형성된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주변에도 작은 마을들이 군데군데 솟아난 작은 산을 끼고 형성되어 있는 것도 볼 수 있었다. 나는 곧 1여단장 박광옥에게 명하여 삼각주의 제일 큰 부락부터 점령하여 인근의 작은 마을에 분포한 원주민 모두를 잡아들이도록 했다.
우리가 큰 부락 가까이 가니 어쩐지 공기가 심상치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부락 입구에 다다라 보니 원주민들이 활과 창으로 무장한 채, 담과 집을 배경으로 우리와 대결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이는 필히 그동안 우리가 점령 활동을 벌이는 동안 기륭 부근이나 담수에서 탈출한 자가, 이곳에 와 알려준 관계로 이런 일이 벌어졌음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흉흉한 분위기로 보니 절대 말로서 설복할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비격진천뢰 사수 10명을 동시에 불러 명했다.
"일제히 하늘을 향해 진천뢰 10발을 동시에 발사하도록 해라!"
"네, 총사령관님!"
잠시 후.
장전이 끝난 비격진천뢰 10개가 대완구의 힘을 빌어 약간의 시차를 두고 동시에 하늘로 발사되었다.
콰콰쾅!
쾅쾅!
천둥 번개 이상의 굉음과 불길이 부락 입구에서 치솟았다.
놀란 원주민들이 모두 기겁을 하고 땅에 납작 엎드렸다. 무기는 팽개친 채 모두 귀를 틀어막고 있는 상태였다. 이번에는 천보총 100정을 일시에 하늘로 발사하도록 했다.
따다다다당 탕탕탕.........!
천보총 100정이 일시에 쏟아내는 소음도 굉장했다.
이어 이번에는 비격진천뢰 20발을 동시에 발사하도록 했다.
역시 아군마저 귀를 틀어막을 정도로 연속 터지는 폭음에 원주민들이 일제히 달아나 자신의 집으로 스며들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폭음에 간이 오그라들고 손발이 떨려 서있기 힘든 자들이 보인 행태였다.
나는 1여단장 박광옥에게 명하여 극도의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 않는 한 살상을 금하게 하고, 또 약탈과 부녀자 희롱을 절대로 엄금하도록 했다. 그리고 곧 진격을 명했다. 그리고 나는 뒤를 돌아보다가 깜짝 놀라 뒤로 달려갔다.
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떼를 써서 따라온 아내가 창백한 안색으로 귀를 틀어막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불상사가 생길까봐 단단히 말렸거늘, 오늘 큰 경험을 하는 아내였다.
놀란 가운데에서도 한편으로는 웃음이 나오는 것을 금치 못하며 아내에게 달려간 나는 얼른 아내를 부축해 일으키고는 품에 꼭 끌어안았다.
"많이 놀랐소?"
"네."
아내는 새파란 입술을 부들부들 떨며 제대로 대답도 못했다. 나는 다시 품에 꼭 끌어안고 토닥이며 말했다.
"그래서 내가 오지 말라고 했던 것이오."
"정말, 무섭네요. 이잉..........!"
"왜?"
아내가 빨개진 얼굴로 내 귓가에다 대고 속삭였다.
"오줌을 지렸어요."
"하하하.........!"
웃어서는 안 되지만 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금할 수가 없어서 대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여봇!"
"아야야........!"
웃는 내가 얄미운지 옆구리를 꼬집는 아내였다.
"그러니까 내 따라오지 말랬잖소."
"누가 이렇게 흉흉한 줄 알았어요. 다시는 안 따라다녀요, 이제."
"잘 생각했소."
"쳇!"
입을 삐죽이는 아내를 보니 어느덧 혈색도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우리가 이렇게 사랑 놀음에 빠져있는 와중에도 부락 안에서는 온갖 소음이 넘쳐나며, 가족 단위로 끌려나와 내팽개쳐지고 있었다. 이렇게 근 한 시진이 지나자 여단장 박광옥이 전부 제압했다고 보고를 했다.
수고했다고 격려한 나는 호적대장과 그림주소를 작성하라 하고, 호위병들에 에워싸여 아내와 함께 부락 안을 구경하기 위해 안으로 진입했다. 이들이 어떻게 살고 있나 아내가 궁금해 하며 구경하겠다고 해서 데리고 가는 길이었다.
어느 한 집을 들어가 구경을 하니 별로 특이할 것도 없었다. 농경민족의 특유의 살림살이들이 가득하고 제법 잘 사는지 물소도 외양간에 한 마리 메어져 있었다. 이렇게 이집 저집을 구경해보나 대동소이했고, 우리 민족과는 아무래도 의상에서 차이가 있었다.
아열대 기후이다 보니 아무래도 더위 때문에 옷의 길이가 우리보다 짧고 색감도 틀렸다. 그 외 열대나무들이 간혹 정원수로 심어져 있는 정도가 다르다면 달랐다. 그래도 계속하여 걷다보니 생각지 못한 시장이 안에 대규모로 형성되어 있었다.
생각하기에 나름 이곳이 부근에서는 중심지라 강을 타고 배도 들어오고, 높은 산에서 사는 즉 고산족(高山族)들이 물물교환을 하기위해 몰려드는 모양이었다. 대충 둘러보았다고 생각한 나는 이제 되었다고 판단해 아내의 의사를 물었다.
"더 가보고 싶어?"
"이제 됐어요. 사는 것은 어디 가나 다 비슷비슷 하네요."
"다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한 투쟁의 삶이지 뭐."
"그렇게 고상한 말 말고, 생활하는 모습들이 다 비슷하단 말이 예요."
"그 말이 그 말이지........."
"됐어요. 이제 우리 나가요."
"그래. 그런데 찝찝하지 않아?"
"이 이가 정말.........."
물어보는 내가 잘못이었다. 눈을 째리는데 이것은 장난이 아니었다.
"업어줄까?"
"됐네요."
한 마디하고는 삐죽 빼죽이는 아내였다.
한 마디 말실수로 삐친 아내였다. 나는 남장을 한 곱상한 사내(?)가 삐쳐서 입을 삐죽빼죽하고 있으니, 그 모습 또한 웃음이 비집고 나오나, 이번에 웃었다가는 며칠 독수공방 신세를 면치 못할 것 같아, 웃음을 참느라고 내 살을 다 꼬집어야 했다.
삐친 사람이나 안 삐친 사람이나 걷다보니 어느덧 원주민과 군사들이 집결해 있는 마을 밖으로 나왔다. 나는 곧 박광옥 여단장을 불러 이곳이 대만의 수도가 될 것이니, 영구적으로 살 수 있는 집을 짓되, 품삯으로는 쌀 한 되를 기준으로 감자나 고구마, 옥수수 등으로 계량하여 주도록 했다.
그리고 나는 임 선달을 불러 서둘러 천막 하나를 치고 아내의 소지품을 가져오도록 했다. 내 말이 끝나고 채 일다경이 되지 않아 우리는 소지품을 건네받아 천막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내가 문 입구에서 망을 볼 테니 얼른 갈아입어."
"정말 똑똑히, 단단히 지키세요."
"알았어. 얼른 갈아입기나 해."
그렇게 말하고 나는 밖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아무도 얼씬거리지 말도록!"
"네, 주군!"
곧 임 선달의 대답이 들려왔으므로 나는 안심을 하고 고개를 돌려보았다.
"어머.........!"
나를 아니 문 입구를 계속 주시했는지, 내 시선과 마주치자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고 마는 아내였다.
남장을 했기에 여자마냥 겉의 치마는 내버려두고 고의만 갈아입을 형편이 못되는 아내는, 전부 벗었다가 깜짝 놀라 주저앉는 바람에, 나는 더 멋진(?) 구경을 할 수 있었다.
"뭘 봐요!"
아내의 고함에도 나는 능글능글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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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고맙고 감사합니다!
^^
늘 즐겁고 유쾌한 날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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