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박인생-108화 (108/141)

<-- 대만정벌 -->

7

"아침 식사는 했소?"

"네, 여보!"

삼십 대 중반의 아내 김 씨는 점점 세월이 갈수록 통통하게 살이 불어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어머니는 갈수록 복스러워진다고 하겠지만, 나는 별로였다.

"많이 불편하겠지만 자청한 벌이니, 참고 견뎌야지 어쩌겠소?"

"호호호.........! 당신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어떠한 고난도 견딜 수 있어요."

처음부터 나랑 살을 부대끼고 살아서인지, 아니면 나의 물이 직간접적으로 들어서인지는 몰라도, 현대인 못지않게 사랑 표현에 능한 아내였다.

"불편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오. 들어줄 수 있는 것은 다 들어줄 테니까."

"따뜻한 이곳의 날씨도 마음에 들고, 음........ 현재로서는 없어요. 단지 이곳의 이곳저곳을 당신과 함께 구경하고 싶어요."

"아직은 안 되오. 어젯밤에도 원주민들의 습격이 있어서, 아군 열여덟 명이 희생될 정도로 극도로 위험한 곳이니, 나중에 그런 기회를 갖도록 합시다."

"어머! 그런 일이 있었어요? 설마 이 부근은 괜찮겠죠?"

"내 전담 호위병들을 붙여줄 테니, 병영 내에서만 움직이도록 하시오. 가급적 남장을 하여 시선을 끄는 일이 없도록 하고."

"호호호.........! 알겠어요. 여보! 그런데 벌써부터 아이들이 보고 싶어요."

"모든 것을 다 얻을 수는 없는 것이 인생살이 아니겠소. 감내해야지 어쩌겠소?"

"당신은 아이들이 보고 싶지 않은가 봐요."

"자고로 남자는 설령 그런 감정이 든다고 해도, 표현을 자제하도록 배웠고, 또 그렇게 행할 뿐이오."

"하긴 부정이 없는 아비가 어디 있겠어요. 저는 괜찮으니 나가서 일 보세요."

"알겠소."

나는 아내의 볼에 가볍게 뽀뽀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오자 대기하고 있는 호위대장 임 선달을 향해 내가 말했다.

"삼백 정도는 아내의 호위병으로 돌리시오. 그러면 3교대가 가능하겠지?"

"네, 주군! 그런데 언제 연회는 개최하지 않습니까? 요새 술이 많이 고프군요."

"하긴 주당이 술을 마신지 오래 되었으니, 그럴 만도 하겠구료. 이곳이 안정되는 대로 동이 째 안겨줄 테니 기다려 보오."

"네, 알겠습니다. 주군!"

비로소 희색이 만면해진 임 선달이었다.

* * *

그날 저녁 무렵이었다.

제3여단 1개 대대가 동원되어 어젯밤 우리를 습격했던 가족들을 모두 나포하여, 병영으로 끌고 왔다. 황 호의 말대로 1천5백 명 쯤 되는 무리였다. 대부분이 어리거나, 부녀자들 아니면 중년 이상의 노약자들 이었다.

젊은 놈들은 모두 어제 습격 사건에 가담한 듯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나는 어제의 포로들은 물론 이들을 전부 노예로 선언하고, 병영건설이나 항구개발에 동원하기로 했다. 단 의식주는 우리 군사들이 먹는 정도로 영양 상태를 유지케 해주고, 협조적인 가족은 훗날 노예에서 풀어주도록 주문했다.

그리고 어제 전사한 원주민들의 처는 어제 이들을 막는데 공헌한 아군 병사들의 첩으로 주도록 했다. 대신 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며, 그에게서 나은 자식은, 남 녀 둘 중의 하나가 조선인이면, 후대 또한 조선인 신분을 획득한다는 연길 위 법에 따라, 조선인으로 인정하도록 했다.

첩에 가족들만 얹어주고 생계를 책임지라하면 포상이 아니라 지옥이 될지도 몰랐다. 해서 나는 어제의 공로자에게는 1계급 특진과 함께 3호봉을 특별 승진시켜, 더 많은 봉록을 주도록 했다. 이렇게 되자 병사들의 눈이 붉게 충혈 되었다.

앞으로 기를 쓰고 공을 세우려 할 것이 눈앞에 훤히 보였다. 아니 우려스러울 정도였다. 아무튼 나는 노예들의 거주지는 별도로 한 곳에 조성하여 주도록 하고, 포상 받은 자들은 이 거주지 안에서 출퇴근하도록 했다.

가급적 한 내무반에 넣어 위화감을 조성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그날 밤이 저물고 또 새날이 밝았다. 오늘은 아침부터 좋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정찰을 나갔던 한 무리가 귀대하여 소식을 알려온 것이었다.

나는 그 정찰병들의 정보를 토대로 제4여단을 젖히고 이번에는 내가 직접 출전을 하기로 했다. 다른 예하부대는 자신들이 거주할 막사를 짓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데, 내 호위병 2천4백 명은 짓기는 짓되 건성이었다.

이들에게는 나의 호위병이라는 특권의식이 항상 내재되어 있음을 평소에도 나는 뚜렷이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제대로 밥값도 못하는 놈들을 데리고, 출병을 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아내를 지키는 삼백 명의 병력은 열외였다.

아무튼 정찰병들은 남서로 방향을 잡아 안내를 하기 시작했다. 현대의 지도로 보면 대만의 수도인 대북(臺北) 바로 북쪽인 담수(淡水)였다.

해발 800m 정도 되는 제법 높은 산을 돌아 나오니 앞이 탁 트였다. 오른쪽으로는 쪽빛 바다가 그림 같이 펼쳐져 있고, 남으로는 올망졸망한 산과 하천 그리고 평야가 한 폭의 풍경화처럼 펼쳐져 있었다. 그 가운데 원주민들의 가옥이 보이고 엉성하게 일군 밭에서 일을 하는 원주민들도 보였다. 벌써 봄 농사를 준비하는 듯했다.

나는 가만히 움직이지 않고 한참을 그 광경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저들은 저들 나름대로 행복해보였다. 내 욕심이 이 땅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는 감상적인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렇다고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하면 내 뜻을 저 사람들에게 빨리 관철시킬 수 있을까? 우리가 필요로 하는 작물들의 종자를 저들에게 나누어주고, 그것을 생산하면 우리가 그것을 높은 가격에 사들이겠다. 이것을 실천한다는 것이 말을 쉽지만 저들을 이해시켜 믿음을 얻기까지는 얼마의 세월이 소요될까?

오랜 세월을 두고 행한다면 분명 가능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이를 빠른 시간 내에 이루어낸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기대 난망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래도 일단은 시행해보자고 나는 생각했다.

훗날 생각해보면 이것은 나 자신을 기망 내지는 합리화시키기 위한 명분 축적용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 가소롭기조차 했다. 그러나 이 순간만은 나는 진실했고, 그렇게 믿고 행했다.

나는 말이 통하는 황 호와 최정예 100인의 호위를 받으며 산등성이를 내려갔다. 가면서 내가 황 호에게 물었다.

"전에 네가 나에게 말하기를 고구마와 담배 고추 씨앗을 저들에게 팔았다고 했다. 지금도 가능하겠는가?"

"가능은 합니다만 시간에 제법 걸리는 일입니다. 저들에게 그 작물의 효용성을 설명해서, 저들이 그 작물이 좋다는 것을 알고 사게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고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그래도 해보거라."

"네!"

답을 하고 내려가는 황 호를 따라 우리도 그 뒤를 쫓았다.

100여 명이 이르는 우리가 동행을 하니 원주민들이 겁을 먹고 달아나는 바람에 대화조차 쉽지 않았다. 결국 황 호 혼자 보내 설득을 하는데, 우리는 무한정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평화적인 방법으로 행하니 참으로 비효율적이었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하릴없이 시간을 죽이며 그이 입 하나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현대를 경험한 나로서는 참으로 비효율적으로 느껴져 답답했던 것이다. 그나마 한 시진이 경과했어도 성과는 전무였다.

'수단은 목적을 합리화 한다'는 논리가 있지만, 거꾸로 나는 목적을 위해 수단을 합리화 할 필요성을 느꼈다. 즉 나의 목적을 달성하고 저들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한다는 미명 하에, 그 지름길인 강제성을 띠기로 한 것이다.

나는 고심 끝에 산등성이에 대기하고 있던 2천여 전 호위병을 한군데로 불러 모았다. 그리고 명했다.

"원주민들을 무조건 잡아들인다. 단 극단적인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 않는 한,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 정 저항하는 자는 상해 정도는 입혀도 된다. 특히 부녀자를 희롱하거나 절대 약탈을 자행해서는 안 된다. 이를 범하는 자는 반드시 군법에 회부해, 총살형을 시킬 것인즉 그리 알라. 그럼, 시작하라!"

"실시!"

"실시!"

각 대의 대장의 명에 따라 일제히 2천여 명이 산과들로 달려 내려갔다. 나는 이 모습을 보면서 쓴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나도 일백여 명의 호위를 받으며 담수의 중심이라 할 만한 곳으로 천천히 향했다. 가는 내내 아낙과 아이들의 울부짖음 소리, 사내들의 욕설과 반항의 몸짓을 보며 나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중앙에 위치한 원주민 부락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곳도 먼저 간 병력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집단으로 몰이 되어 끌려와 있었다. 나는 마을 공터 중앙에 앉을 것을 내오라 하여 앉고는, 서서히 지는 해를 묵묵히 바라보았다. 길지 않은 겨울 해가 지고, 밤이 찾아오자 마을 공터에는 말하지 않아도 대형 화톳불이 곳곳에 타오는 가운데, 외부로 나갔던 호위병들이 자신들이 잡은 원주민들을 앞세워 각 조별로 모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 초경 정시 무렵이 되자, 전 호위병들이 모두 모였다는 보고를 해왔다. 이때쯤에는 마을 공터가 비좁아 문전옥답까지 잡아온 원주민들로 초만원을 이루고 있었다. 대충 헤아려도 오천은 넘는 숫자 같았다.

일부는 우리의 행태를 보고 산으로 들로 숨은 자들도 있을 것이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내 예상치보다 많은 숫자는 아니었다. 나는 황 호에게 내 말을 통역하도록 했다.

"이 중에 한인이 있으면 특별대우를 해주겠다고 해라."

"네!"

황 호가 나의 말을 받아 원주민어로 뭐라고 지껄였다. 한동안 장내가 조용했으나, 곧 2명이 눈치를 보다가 앞으로 나왔다. 나는 그들에게 원주민들과 말이 통하냐고 물었다. 그들은 그렇다고 답했다.

나는 곧 그들 중 나이 많은 자에게 물었다,

"이곳의 추장이나 씨족장이 있을 것이다. 그가 누구인지 나오도록 해라."

나의 말에 눈치를 보던 사십대 후반의 한인이 총칼의 위협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씨족장을 불러내기 시작했다.

통역의 몇 번에 걸친 부름에 키는 크지 않았으나 옆으로 퍼진 50대의 씨족장이 앞으로 나왔다. 나는 그에게 통보하듯 말했다.

"앞으로 여기에 서 있는 한인을 역관 겸 부 씨족장으로 삼아 우리의 연락을 담당케 해라."

씨족장이 마지못해 알겠다는 답을 해왔다. 이어 나는 황 호에게 우리의 뜻을 원주민들에게 설명하도록 했다. 우리의 진중에 머문 지 오래되어 내 뜻을 확실하게 알고 있는 황 호가 이들에게 한동안 우리가 하고자 하는 뜻을 충분히 전달했다.

그러나 그들의 겁먹고 때로는 분노한 표정이 가시지는 않았다. 내가 이들에게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였다. 나머지는 모든 것이 세월이 해결해주리라 믿고, 곧 가지고 온 식량으로 저녁을 짓게 했다. 또한 고구마도 함께 삶도록 했다.

처음부터 이들에게 피해를 입힐 필요도 없고 이들의 음식이 입에 맞을 것 같지도 않아, 나는 애초에 출발할 때 기본적인 취사도구와 쌀과 밑반찬은 챙겨오도록 했다. 밑반찬은 요즈음 주로 여진 인들이 많이 재배하는 콩잎을 된장에 오랫동안 박은 것과, 장아찌 그리고 멸치조림이었다.

곧 많지 않은 말 등에 실려 있던 취사도구와 쌀이 내려지고 저녁준비가 시작되었다. 나는 취사 당번병들에게 이들의 밥까지 여분으로 짓도록 했다. 내가 산에서 내려다보았을 때나 이곳까지 오면서 봐도 논이 없었다.

이들이 벼농사를 짓지 않는 것은 확실한 듯했다. 그래서 나는 해방 후나 육이오 직후 미군들이, 건빵이나 밀가루, 우유 등으로 한동안 한국인들에 환심을 샀다고 했던 부모님의 말을 상기하고, 이들에게 우리 쌀로 지은 밥을 먹여보려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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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감사드리고요!

^^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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