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정벌 -->
6
나는 시선을 돌려 운집한 제군들을 보고 물었다.
"오늘 4여단 소속, 습격을 받은 중대장은 누구인가?"
"네, 중대장 박찬일(朴贊溢)입니다."
"자체적으로 경계를 섰겠지?"
"네, 그렇습니다. 총사령관님!"
부동자세로 바짝 군기든 모습의 조선인 중대장 박찬일의 답변이었다.
"어떻게 경계 근무를 섰길래, 뚫렸나?"
"신속히 조사하여 답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자네말대로 2각 이내에 조사하여 바로 내게 보고하도록."
"넵, 총사령관님!"
"각자 해산하여 침구를 정리정돈 하고, 이각 후에 전부 재 집합하도록, 해산!"
"해산!"
운집했던 병사들이 신속히 자신의 천막으로 향했다.
채 일각이 지나지 않아 박찬일 중대장이 내게로 왔다. 직속상관인 여단장 가가이와 대대장도 동행한 상태였다.
"어떻게 되었지?"
"번을 서던 자들은 모두 목이 잘린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졸았다는 반증 아닌가?"
"소장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총사령관님!"
"피해 상황은?"
"18명의 전사자가 발생했습니다. 중경상자는 없습니다."
"흐흠........! 작지 않은 피해로군."
"그렇습니다. 총사령관님!"
"경계를 담당했던 소대장과 분대장은 살아있나?"
"소대장은 살아있으나, 분대장은 전사했습니다."
"당장 소대장을 체포해와!"
"네, 총사령관님!"
나의 고함에 여단장 가가이까지 군기가 바짝 들어 부동자세로 답하고 신속히 뛰어갔다.
잠시 후.
중대장 박찬일에 의해 여진족 소대장이 포승줄에 엮이어 왔다. 이때는 내가 전군을 재 집합을 명한 이각이 다 되어, 이일은 물론 전 여단장이 나의 집무실로 와있는 상태였다.
"끌고 따라와!"
"네!"
나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전 병력이 집합해 있는 넓은 밭으로 짐작되는 곳으로 갔다.
누구의 지시에 의해서인지 조악하나마 통나무로 만든 임시 단도 설치되어 있었다. 다섯 지휘관을 거느린 내가 서서히 단으로 올라갔다. 곳곳에 화톳불이 타올라 주변이 대낮같은 가운데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오늘 우리는 오자마자 불행한 일을 당했다. 자고 있던 전우들이 경계 소홀로 인해 생목숨을 잃고 만 것이다. 자고로 전쟁에 패한 지휘관은 용서가 되어도, 경계에 소홀한 지휘관은 용서를 받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뒤집으면 그만큼 군기가 해이해진 자는 용서를 받을 수 없다는 말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자신의 맡은 바를 게을리 하여 전체에게 피해를 준 지휘관을 나는 용서할 수 없다."
"박찬일 중대장!"
"네, 총사령관님!"
"소대장을 끌고 단위로 올라와라!"
"넵!"
박찬일이 포승에 묶인 여진족 소대장을 끌고 오려는데 무슨 눈치를 챘는지, 그 자가 움직이지 않으려 저항을 했다. 이 모습을 본 내 속에서 천불이 솟아올랐다.
"당장 끌고 와!"
내 호통에 네 여단장이 황급히 단에서 뛰어내려 그 자의 사지를 하나씩 들고 올라와, 단위에 팽개쳤다.
"당장 이 자를 총살형에 처하도록! 집행은 중대장이 직접 시행한다."
"넵!"
나의 명에 의해 급히 단위에 통나무가 세워지고 그 자가 거기에 비 끌어매어졌다.
"시행해!"
"넵!"
나는 다섯 지휘관을 데리고 단하로 내려가며 명했다.
박찬일이 손짓을 하자 부관인지 부하 하나가 박찬일의 총을 갖다 주었다. 삼 보 밖으로 물러난 박찬일이 총구를 겨누었다. 손이 아니 팔 전체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살려줘!"
탕! 탕! 탕!
시차를 두고 세 발의 총성이 연속해서 울렸다.
박찬일이 단위에 주저앉아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나는 차가운 시선으로 이를 주시하고 있다가 다시 단 위로 올라갔다. 이일 사단장을 비롯한 네 여단장도 굳은 표정으로 나를 따라 단위로 올라와 부동자세로 뒤에 섰다.
"보았나?"
"네!"
전 군사들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앞으로도 경계에 태만한 자는 용서할 수 없다. 그 하나로 인해 전 사단에 피해가 오는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박찬일 중대장 또한 지휘 책임을 물어, 오늘부로 전사의 최하위 계급인 이등병으로 강등한다. 하고, 직속상관인 대대장은 보직해임, 여단장은 주의를 준다. 이상!"
나는 말을 끝내자마자 찬바람이 쌩쌩 부는 표정으로 단위를 내려왔다.
"지금 이 순간부터 불침번의 숫자를 배로 늘린다. 피해를 입은 곳은 신속히 복구하고, 나머지는 들어가 취침하도록! 이상!"
이일 사단장의 말을 나는 귓등으로 들으며 뚜벅뚜벅 나의 집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집무실로 돌아왔으나 기분이 얹잖아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나는 구금되어 있는 한인을 불러오도록 명했다.
그 순간 내 마음 속에는 이미 태아족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결심이 서 있었다. 호위병을 따라 한인이 들어오자 나는 호위병을 내보내고 그를 의자에 앉혔다. 그리고 물었다.
"이름이 무엇인가?"
"황 호(黃 虎)입니다."
"좋다! 지금 이 순간부터 내 통역을 하라."
"........"
대답이 없었다.
'요것 봐라!'
처음부터 느낀 생각이지만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봉록을 주겠다. 한 달에 백미 한 가마를 주겠다."
"제가 장사를 하면 그 20배 이상을 벌 수 있습니다."
"무슨 수로?"
"제 근거지는 마카오입니다. 그곳에 제 부모와 형제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물건을 받아다 이곳에 비싸게 팔고 있었습니다."
"무슨 물건이냐?"
"담배와 고추, 고구마와 여타 양이의 물건들입니다."
"종자로 팔고 있는 것인가?"
"그러니까, 비싸게 팔수밖에 없습니다. 얼마 후에는 그 장사는 못 하게 될 테니까요."
이 세기 말이면 황 호가 언급한 작물이 모두 중국에 들어간다. 약간의 시차를 두고. 그러니까 마카오와 가까운 이곳에 미리 유입되었다고 해도 하나 이상할 게 없었다. 아무튼 내가 또 물었다.
"포루투칼 인들과 관계를 맺고 있나?"
"그렇습니다."
"흐흠.........!"
잠시 그에 대해 생각하던 나는 그의 이용가치가 많을 것 같아 비싼 값을 불렀다.
"네가 내 말이 잘만 따르면 한 달에 20가마도 줄 수 있다."
나의 말에 나를 빤히 바라보는 황 호였다. 비로소 나를 자세히 살피는 모양새였다.
"내가 조선의 제일 부자라면 믿겠나?"
"아무나 이만한 신식 군대를 거느릴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계약은 성립된 것인가?"
"한 푼도 안 받겠습니다. 그 대신 군사력으로 저를 보호해주십시오."
'요것 봐라!'
갈수록 태산이었다. 그러나 결코 기분 나쁘지 않았다. 점점 더 이용가치가 커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좋다!"
"감사합니다."
이 시점에서 내 마음은 이미 태아족의 처리문제에 관한한 결론이 나 있었지만 그의 의견도 한 번 들어보기 위해 지나가는 말로 슬쩍 황 호에게 물어보았다.
"태아족을 어떻게 처리했으면 좋겠나?"
"저라면 우선 노예로 삼겠습니다. 그리고 숨통을 틔워주겠습니다."
여기까지 말하고 은근히 나의 표정을 살피는 황 호였다.
"계속하라."
"저들을 처형하면 태아족 전체와 척을 지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냥 살려준다면 장군의 체면이 서지 않을 것입니다. 노예는 절충선이죠. 그 대신 그들이 일정한 공을 세우면 노예에서 풀어준다고 하면 그들이 알아서 처신할 것입니다."
내 생각을 집어내 듯 일치하는 그의 의견이었다. 다시 한 번 이 자에 대한 생각을 하며 나는 무표정한 표정으로 표정관리를 하고 물었다.
"너와 같은 인물이 이 섬에 또 있나?"
"제 동생도 가끔 드나들고 장사치나 이주해온 복건 사람들도 꽤 될 겁니다."
"그래?"
하긴 배를 타면 이틀거리 밖에 되지 않는 것이 복건과 대만의 거리였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왕래가 없다는 것이 이상할 것이다. 그렇게 나라에서 탄압을 해도 밀무역이 성행하고 있는 명나라 백성들이고 보면.
"되었다. 피곤할 테니, 물러가 자라."
"네! 편안히 쉬십시오."
그를 보내놓고 나는 이 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음날 아침.
나는 아침 식사가 끝나자마자 황 호와 여단장 급 이상의 지휘관들을 내 집무실로 불러들였다. 모두 걸상에 앉자 내가 말했다.
"어제 항복하거나 포로로 잡힌 자들은 전부 우리의 노예로 삼도록. 알겠소?"
"네, 총사령관님!"
나는 시선을 돌려 황 호를 노려보듯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어제 우리를 습격한 자들의 거처를 알 것이다. 안내하라. 거부한다 해도 우리가 노예들을 심문하면 금방 알 수 있다."
나의 말에도 흔쾌한 기분은 아닌지 머뭇머뭇 주저하는 황 호였다.
"내 말 못 들었는가?"
"알겠습니다."
내가 재차 언성을 높이자 마지못해 대답하는 황 호였다.
"어제 우리를 습격했던 무리들의 피난처인지 본거지인지는 몰라도, 그곳에는 총 몇 명의 인원이 있지?"
"이곳과 이 부근에 살던 사람들입니다. 장정들은 없고, 1,500명 내외 일 것입니다."
협조하기로 해서인지 제대로 대답을 하는 황 호였다. 나는 다시 시선을 돌려 이일 사단장 외에 4명의 여단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들었소?"
"네, 총사령관님!"
"어제 피해를 본 4여단이 가면 감정적일 델 테니까, 박광옥 제1여단이 여기 있는 황 호를 따라가, 그 자들을 전부 생금해오되, 인원은 알아서 데려가시오. 하고........"
박광옥 제1여단장에게서 시선을 뗀 나는 전 지휘관을 돌아보며 말했다.
"노파심에서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우리가 이 땅에 온 목적은 정복 사업을 해서 그들의 노동력을 이용하자는 것이오. 즉 우리가 원하는 작물을 심게 하고, 우리는 그 상품을 가공하여 더 많은 이익을 남기자는 취지요. 또한 우리가 그들을 외부의 적으로 보호해주는 대신 1할의 세금을 받도록 하겠소."
"고로 우리가 궁극적으로 이곳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이 땅과 이 땅에 거주하고 있는 원주민들의 노동력이오. 그렇지만 우리의 뜻을 거스르는 자들은 필요 없소. 이 대만 섬 전체를 외부에서 충원되는 노예들로 가득 채우는 한이 있더라도, 반항하는 종족에게는 본때를 보여주도록 하오. 알겠소?"
"네!"
"그럼 가서 각자 일을 보되,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주겠소. 첫째 각 병사들이 거주할 수 있는 막사를 최우선으로 건설하시오. 둘째 앞으로 우리가 들어온 항구를 통해 계속 물자가 오가야하므로, 제대로 된 항구를 건설하시오. 셋째 기 파견나간 정찰대 외에 남은 말을 이용하여, 어제의 사건도 있고 하니, 제4여단부터 정찰을 나가도록 하시오. 알겠습니까?"
"네, 총사령관님!"
정찰을 나가서 고생 좀 하라는 말이었다.
"의문점이나 건의사항이 있으면 말하시오."
"제4여단장 가가이입니다. 우리가 제일 먼저 원주민들을 정찰 또는 토벌하러 나간다면 이곳에 막사를 지을 필요가 없는 것 아닙니까?"
"토벌이 아니라, 정확히는 선무공작(宣撫工作)이요. 그래도 지으시오. 후속 사단도 올 것이고, 여단 전체가 한꺼번에 가지는 않을 것인즉, 그 안에는 지금과 같이 춥게 지내겠단 말이오?"
"이쯤의 추위쯤은 추위도 아닙니다. 화톳불을 피우고......."
"내 명대로 하시오."
중간에 말을 자르고 내가 불쾌한 낯빛으로 말하자, 가가이 여단장이 곧 부동자세로 복명했다.
"네, 알겠습니다. 총사령관님!"
"각자, 위치로."
"위치로. 충성!"
"충성!"
현대의 군 체제와 인사법까지 동원한 나는 그들의 인사에 가볍게 거수경례로 답했다. 모두가 나가자 나는 아내가 거처하는 내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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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지금까지 후원해주신 님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올립니다!
^^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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