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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인생-106화 (106/141)

<-- 대만 정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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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만 막았을 뿐 내부는 아직 흙을 다진 맨땅이었다. 그 위에 걸상을 놓고 일곱 사람이 앉아 있었다. 나를 중심으로 다섯 사람이 마주 앉아 있었고, 한 사람은 내 뒤에 앉아 있었다. 내 뒤에 앉아있는 사람은 나에 의해 군사(軍師)로 임명된 여진인 야율 청이었다.

반대편에 내 앞 제일 가까이 앉아있는 사람은 사단장 이일이었다. 그 뒤로는 조선인 여단장 2명과 여진인 여단장 2명이 있었다. 조선인 여단장 중에 한 사람은 처음부터 이일을 보좌하여 훈련병들을 키워낸 박 광옥이라는 금년 55세의 무장이었다.

원 역사에서 그는 김천일 휘하의 의병장으로 참여하여 혁혁한 공을 세운 사람이었다. 다음으로 그 옆에 앉아있는 조선인 무장은 오운(吳澐)이라는 무장으로 80명의 포수와 함께 정언신의 조방장으로 온 사람으로, 금년 나이 36세였다.

나머지 두 여진 여단장은 장백여진에서 항복한 부족장 출신으로 각각 에르데니와 가가이라는 사람이었다. 둘 다 사십대 중반의 사내들이었다. 나는 그냥 끓인 물만 먹기 뭣해 찻잎을 넣고 끓인 물을 각각 한 잔씩 나누어 주며 입을 열었다.

"맹물보다는 나을 테니 자시며 이야기 합시다."

모두 내가 권한 찻잔을 입에 대고 맛을 본다. 나 역시 한 모금 입에 물고 맛을 보았다. 무슨 차인지 몰라도 쌉싸롬한 게 풀잎냄새가 났다.

'이걸 무슨 맛으로 먹나?'

내심 중얼거리는 내 머리에는 전생에서 그렇게 좋아하던 커피 생각이 났다. 그 전에도 문득이 생각이 안 난 것은 아니었지만, 열대식물이다 보니 재배할 수도 없어, 잊고 있다가 이곳에 오니 생각이 난 것이다.

내가 알기로 온대에 속하는 이곳과 달리 대만 남부는 아열대에 속해 커피가 자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곧 이 작물 역시 구해다가 나도 맛보고 수출은 물론 내수 판매도 하기로 했다.

나는 곧 밖에 대기하고 있던 임 호위대장을 불러 문관으로는, 둘만 따라 온 이항복과 이덕형을 불러들이도록 했다. 멀리 있지 않았는지 내가 부르자마자 바로 두 사람이 들어왔다. 나는 곧 이들에게 문방사우를 가져오게 하여, 녹색 잎에 붉은 열매만 기억나는 커피나무를 그려주며 내가 아는 상식선에서 설명을 하고, 이를 구해오도록 했다.

물론 이들이 구해올 것이 아니라 무역을 담당하는 흥정의 일이긴 했으나, 흥정이 조선에 있으니 기억하고 있다가 그에게 전달할 것이다. 이왕 들어온 길에 두 사람도 배석시킨 가운데 나는 회의를 진행했다.

"본 위가 이 땅에 온 것은 자명하다. 이 땅을 정복하여 많은 농토와 자원을 얻기 위함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필연으로 이곳에 애초부터 살고 있는 원주민과 부딪칠 것이다. 나는 이들에게 두 가지 정책을 주문한다. 그 하나는 유화정책으로 이(利)로써 달래 공존 공영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을 끊고 장내 장수들의 반응을 살피며 여유 있게 차 한 잔을 마신 나의 말이 이어졌다.

"이를 거부하는 종족들에게 용서란 있을 수 없다. 타 종족이 아예 저항할 엄두를 못 내도록, 저항하는 자들은 모두 본보기로 도륙하고, 나머지는 잡아다 노예로 부린다. 전 종족이 그러면 다 노예로 삼아라. 인간이 부족하면 아프리카 노예라도 투입할 것이다. 알겠는가?"

"네, 총사령관님!"

이구동성의 답변에 만족한 표정을 지은 내가 재차 입을 열었다.

"장차는 여러분들의 가족도 이곳에 정착을 해야 할 것이다. 이를 반드시 염두에 두고 제반 기반시설을 갖추고, 최소한 자급자족 할 수 있도록 벼농사도 짓,고 여타 무와 배추 등도 재배하되, 나머지 밭은 전부 양귀비와 담배, 커피나무를 심어라. 이상! 건의할 말이 있나?"

"저항하지 않는 원주민은 쌀이나 생필품을 주어 이곳의 노동력으로 삼으면 제반 기반시설이 빨리 건설될 뿐만 아니라, 이 섬의 정복도 빨라질 것으로 생각되는데 총사령관님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2여단장 오운이었다. 이 사람이나 박광옥 여단장이나 기본적으로는 문관출신이었다. 따라서 머리에 먹물깨나 든 사람들이었다.

"내 말이 그 말이오. 근본적으로 회유책이라는 것이 공존공영을 목표로 하는 것이니, 이 외에도 이들의 풍속도 존중해주도록 하오."

"네, 총사령관님!"

"연길 위님의 말씀에 장차 가족까지 와서 산다고 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금과 같은 병영식이 아닌, 애초부터 가족 단위의 집을 지어, 군사들이 거주케 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내가 돌아보니 이 항복의 진언이었다.

"내 생각은 말이오. 점차 정벌하여 남쪽으로 내려가려 하오. 그 과정에서 1개 중대씩을 떨어트려 원주민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감시자요, 울타리로써의 역할을 하게 하려하오. 그러니 지금은 시기상조인 것 같소. 또 한 가지 첨언하자면 이 섬의 지형이 동부로 갈수록 거대한 산악지형이오. 그러니 처음에는 그곳까지 정벌할 생각을 마오. 우선은 서쪽의 낮은 지대부터 정복해, 평지는 논을 일구고 비탈진 곳은 전부 밭으로 일구어, 위에 열거한 식물들을 재배하도록 하오."

"네, 알겠습니다. 총사령관님!"

"다른 할 말 없소?"

"우리에게 말을 공급해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3여단장 에르데니의 말이었다.

"2차에도 곤란하고 3차에는 전 사단에 말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할 것이오."

"고맙습니다. 총사령관님!"

말 위에서 나고 죽는 민족답게 말부터 챙기는 에드데니였다.

"오늘은 이쯤하고, 수시로 할 말이 있거나 건의할 사항이 있으면 내게 들리도록 하오."

"네, 총사령관님!"

무장들이 군례를 올리고 빠져나가자 나는 의자를 뒤로 돌려 문관들을 바라보고 말했다.

"이곳도 기본은 마찬가지요. 우리와 함께 살기로 한 원주민이라면 기본적으로 호적대장을 만들고 호패를 발행하도록 하시오. 하고 그들의 숟가락이 있는지 몰라도, 숟가락 하나하나까지 파악하여 기록해놓도록 하오."

"네, 연길 위님!"

세 사람의 대답을 들으며 나는 웃음 띤 얼굴로 자리를 벗어났다.

* * *

이일의 제의에 의해 좀 고통스럽더라도 3여단 여진 인에게 먼저 말을 주어, 정찰과 함께 정복사업을 시작하도록 지시를 내린 그날 밤, 자시쯤 이었다. 아내를 안고 자느라고 늦게 잠든 내 귓가에 미약한 비명소리와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모른 채 하고 그냥 잠들기에는 아무래도 찜찜하여 잠든 아내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보고는, 살며시 몸을 빼친 내가 오구권총을 옆구리에 끼고 밖으로 나왔다. 수많은 호위병들이 철통같이 에워싸 번을 서고 있는 가운데, 나는 누구랄 것도 없이 호위병들에게 물었다.

"무슨 소리 못 들었나?"

"이상한 소리가 들려 몇 명을 소리가 들린 곳으로 급파하였습니다. 총사령관님!"

"그래?"

그때였다. 누구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화광이 충천하며 비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직감적으로 원주민의 기습을 예상한 내가 소리쳤다.

"비상! 비상이다! 전군을 깨워라!"

"네, 총사령관님!"

나의 명을 받아 숙위대장이 복명하는 가운데 사전 무슨 지시가 되어 있었는지, 10여명이 말을 타고 밖으로 달려 나갔다. 나도 내 전용 말을 끌고 오게 하여 숙소를 벗어났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불길이 치솟는 게 보였다. 원주민들의 괴상한 기성도 크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위치를 확인하니 좌측 제일 끝 여진족 전사들이 있는 진영이었다. 곧 총성도 귀가 따갑도록 울리기 시작했다.

우우우.........!

타타타타 탕탕탕! 펑!

"불이야, 불!"

"미개한 놈들이다. 죽여라, 죽여!"

무슨 늑대우는 소리 같은 기성이 들리는가 하면 총성과 비격진천뢰 폭발하는 소리,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와 조선말도 들려왔다. 나는 잠에서 깨어 아직도 눈을 비비고 있는 임 호위대장과 수백 호위병들의 경호를 받으며 현장으로 달려갔다.

현장에 도착하니 아군의 조직적인 반격을 받아 원주민들이 퇴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무리가 몇 십 명이 아닌 수백 명 정도 되어보였다. 그러나 그들은 멀리 달아날 팔자는 못 되었다. 점점 많아지는 아군 수천의 가세에 그들은 속속 총탄에 희생되어 쓰러졌다.

"그만! 항복하는 자는 살려주고 달아나는 자는 생포하도록 해라!"

내 호위병들까지 1만 4천의 병력이 수백을 제압 못해 적을 모두 사살했다는 것은 수치라 생각한 나는 곧 그들을 산채로 잡아오길 원했다. 그들로부터 알아낼 정보가 많았던 것이다.

그러길 2각 정도 지났다.

화재가 났던 곳도 모두 진화되었고, 습격을 했던 원주민들은 모두 생포되거나 항복을 해 내 앞에 끌려왔다. 대략 어림잡아 헤아려 보니 300명을 넘는 숫자 같았다. 당연히 모두 남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모두 포승에 엮이어 발치 밑에 굻려진 자들을 보고 내가 일갈했다.

"이 중에 한인(漢人) 아니 명나라 사람은 없나?"

중국어였다. 나도 이제 명나라 말은 물론 만주어, 왜어까지 유창하게는 아니어도 웬만한 말은 다 구사하고 알아들을 정도의 실력이 되었다.

내 말에 모두 내 얼굴을 주시하고는 있으나 멍청한 표정인데 비해 한 놈이 갈등하는 표정이 보였다. 사십대 중반의 사내였다. 내 시선이 그 자에게 딱 멎자, 그자는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네가 한인인 것을 안다. 앞으로 나와라!"

나의 말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그 자가 어기적어기적 걸어 나왔다.

"너는 누구냐?"

"복건 복청(福淸)에 살던 자로, 이곳을 내왕하며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좋다! 왜 우리를 습격했지?"

"조상대대로 이곳에 터전을 일구고 살던 사람들입니다. 대군의 진주에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두고 피난을 떠났으니, 분풀이를 한 것뿐입니다."

말하는 것을 보니 척 듣기에도 유식했다.

"글을 익혔나?"

"네!"

대답하는 것이 녹록치가 않았다. 군더더기의 말이 없었던 것이다.

"좋다! 너희들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이 방법 밖에는 없었나? 우선 평화적으로 접근해 요구 사항을 당당히 말 할 수도 있지 않았느냐 말이다."

"분한 마음이 앞서니 미처 그런 생각을 못했습니다."

"거기까지. 내 이들을 본보기로 모두 처형하겠다. 어떻게 생각하나?"

"부족이 이들만 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십니다. 이들 스스로 태아족(泰訝族)이라 부르는데, 광범위하게 퍼져 살고 있습니다. 이 섬의 1/3은 이들의 터전이 아닌가 합니다."

"흐흠.........!"

이 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문제였다. 이들을 처형하면 아무래도 이 부족 전체가 조직적으로 반항할 여지가 컸다.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친 것이다. 아군에게 피해를 입힌 자들을 살려두기도 그렇고, 이 부족 전체를 적으로 돌리기에는 너무나 많은 피와 오랜 세월의 정복사업이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 나였다.

쉽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 내가 명했다.

"일단은 모두 한 곳에 모두 수용하여 가두어 두어라! 이 자는 나의 집무실로 끌고 가도록 하고."

"네!"

불을 진화하는데 가담했는지 숯 검댕이 칠을 한 이일이 힘차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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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감사, 감사합니다!

^^

늘 행복한 날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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