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박인생-103화 (103/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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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연길 위 고두하옵고 아뢰옵나이다. 전하의 질책을 받자와 두려운 마음에 촌음을 아끼어, 육진의 현장으로 달려갔나이다. 가서 본 즉 저들의 약탈에 의해 처처에 백성들의 시체가 즐비하고, 불에 탄 곳이 더 많아 성한 곳이 오히려 드물었나이다.

분개한 신은 도순찰사와 함께 주상이 내려주신 정병 80과 5천 군사를 휘몰아 그들의 본거지로 쳐들어갔나이다. 그 전에 신은 우리가 여진에게 밀리는 것은 기동력이라 생각하옵고, 들에서 생산된 곡식과 맞바꾸어 여진 말 6천 필을 사전에 교환한바 있은 즉, 이들을 금번에 전부 동원하였고, 주상 전하도 아시는 바와 같이 개량한 조총 천여 정으로 아군을 무장시켰나이다.

설마 우리의 침공을 예견치 못했던 적들은 아군의 대규모 습격과 방포 소리에 놀라, 오줌을 지리며 천지사방 분간도 못하고 달아나기 바빴습니다. 그래도 신은 이에 만족치 못하고 곳곳의 여진 부락을 옮겨 다니며 그들의 가축을 약탈하고, 수천의 여진 포로를 잡았나이다.

이렇게 행하고 나니 적의 종적 찾을 길 없고 날은 점점 추워져 살을 에이는 지라 더 이상의 진무(振武)를 그치고 귀환하여 삼가 이 장계를 올리나이다. 금번에 주상의 은혜로 적병 2,367명을 포로로 잡았고, 노획만 말 또한 이와 버금갑니다. 여타 가축은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입니다.

허나 소신이 고두하옵고 죄를 청할 일은 도순찰사 정언신이 전투 도중 위중한 부상을 입어, 의식불명이라는 점이옵나이다. 허나 소신이 최선을 다하여 가료(加療)를 행하고 있사오니, 너무 심려 마옵소서.

폐일언하옵고 소신이 다시 한 번 아뢰옵건데, 이는 크고 높으신 주상 전하의 은혜와 더불어 금번에 파견해주신 정언신을 비롯한 갑병 그리고 육진에 주둔해 있던 아군의 활약 덕분이었던 바, 삼가 신이 다시 한 번 고두하여 아뢰옵건데, 이들을 항시 지금과 연길도에 주둔시켜, 앞으로의 피해도 예방할 수 있게 하여 주시옵소서! ]

나는 이렇게 적고 서신을 몇 겹으로 봉하였다. 그리고 급히 유성마 하나를 띄워 이를 상감께 보고케 했다.

조선조 개국 이래 고려에서 용인되던 사병이 혁파되었으므로, 나는 모든 공을 정언신과 조선군의 공으로 돌리고, 이들을 현지에 잡아 둘 결심을 했다. 또한 내가 넓인 땅을 보고해봐야 균과 신료들의 경계심만 자극할 것 같아, 허위보고를 작성해 올렸던 것이다.

이튿날 나는 정언신을 비롯한 조선의 장수는 물론 전 조선 군을 이끌고, 소위 저들이 말하는 연길도의 감영으로 향하였다. 귀환하자마자 나는 정언신을 비롯한 전 장수들을 초대하여, 특별 주연을 베풀었다.

나는 주연이 끝나는 자리에서 운검에게 비밀 지시를 내려 다음날 바로 이행하도록 했다. 다음 날 사시 나는 정언신을 비롯한 조선 장수들은 물론 내가 거느린 문관들을 이끌고 연무장으로 향하였다.

연무장에 도착하여 높고 넓은 단위에 우리가 좌정하자, 운검 제1사단 전원이 말에 올라 완전무장을 하고 집결해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뒤로는 영문 모르고 참관인이 된 조선 병사 오천 명도 질서정연하게 도열해 있었다.

"화력 시범을 선 보여라!"

"네, 연길 위님!"

씩씩하게 대답한 운검이 뒤돌아서서 명했다.

"전군 전투대형으로!"

"전투대형!"

짤게 복창한 예한 여단장들에 의해 신속히 움직이는 1사단의 용맹한 전사들이었다.

제일 먼저 화기 대대가 말을 이끌고 전방에 포진하기 시작했다. 말 위에 실려 있던 각종 포와 신기전이 신속히 조립되거나 방열되었다. 채 1각이 되지 않아 모든 준비가 끝나자 내가 명했다.

"방포(放砲)!"

"방포!"

나의 명에 운검이 복창하여 명하자 화기 대대장의 손에서 붉은 기가 잇따라 흔들리며 명이 떨어졌다.

"방포!"

"방포!"

복창한 사수들에 의해 각종 포가 일제히 방사되기 시작했다.

신기전은 물론 대포, 화차, 천자총통 등이 화력시범 장으로 조성해 놓은 동쪽 산언덕을 향해 일제히 불을 뿜기 시작했다. 온 연무장이 떠나갈 듯한 굉음과 함께 불이 번쩍 번쩍 하더니 동쪽 언덕이 순식간에 초토화되기 시작했다.

곳곳에 심어 놓은 짚으로 만든 인형은 물론 모형 전투마까지 아니 땅거죽마저 일제히 폭발하여 천지사방으로 비산하는 가운데 연속해서 뇌성벽력이 작렬했다. 이에 깜짝 놀란 조선병사들 대부분이 땅에 납작 엎드리는 가운데 일부 조선 지휘관들도 놀라 귀를 틀어막고 있었다.

이어 운검의 제2차 명령이 떨어졌다.

"공격 앞으로!"

"공격 앞으로!"

각 여단장의 명에 따라 여진 전사들이 일제히 각종 병기를 꼬나들고 달려 나갔다. 수천 필의 말이 일제히 기동하니 땅이 울고 하늘이 우는 듯 처음 보는 자들의 혼을 쏙 빼놓았다. 9천 기마의 대 질주에 이어 아군 총병들이 달려나가며 하늘 높이 총을 솨 올리자 이것은 완전히 한편의 장엄한 서사시였다.

어느 순간 조선 병사들은 모두 일어나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손에 땀을 쥐고 일대 장관을 구경하고 있었고, 정언신을 비롯한 조선인 장수들은 두려운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저들과 적이 되어 싸울 것을 가정하고 생기는 두려움이리라.

"그만!"

"원 위치로!"

"위치로!"

복명과 함께 대 전고가 울고 대형 깃발이 크게 흔들리며 아군의 귀환을 독촉했다. 채 일 각이 되지 않아 아군이 원래의 대형으로 순식간에 정리하자 정언신 이하 조선 장수들이 깊은 한숨을 뱉어냈다.

"휴우~"

"왜 그러시오?"

내가 짐짓 모르는 척 정언신에게 물었다.

"세상에 이런 군대가 존재한다는 것을 내 눈으로 보기 전에는 백 번을 이야기해도 믿지 않았을 것이외다."

"내게는 이만한 군세가 2집단이 더 있소."

"네?"

"이 일개 군단만 해도 적군 10만은 충분히 상대하겠거늘........."

"자, 이만하면 내 전과가 과장되지는 않았다고 생각이 되시지요?"

"너무 축소된 느낌입니다."

"사실이 그러 하오."

"네?"

정언신은 오늘 놀람의 연속이었다.

"내 그날 잡은 여진 포로들을 보여주리다."

나는 곧 이들을 이끌고 여진 포로들이 수용되어 있는 동쪽 초원으로 가, 포로로 잡혀 있는 여진 전사 2만 여명도 보여주었다.

이 모습을 본 정언신을 비롯한 조선 장수들은 놀람으로 전신을 부들부들 떨었다. 실제 우리의 강력한 전력에 놀라기도 놀랐거니와, 모든 것을 사실 그대로를 그대로 자신들에게 다 보여주었다는 것은, 비로소 곧 자신들의 목숨이 내 손아귀에 쥐어져 있음을 알고, 온 몸을 떨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 장수들과 달리 조선 병사들은 참관 후 환호 일색이었다. 모두 기대에 들떠 함성마저 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들에게 이런 개인 병기와 화기로 무장을 시켜준다면, 자신들의 목숨이 더욱 안전하리라 믿은 병사들과 장수들의 상반된 반응이었다.

이후 나는 운검 예하의 조선 병사들을 시켜 구 조선 영토에서 복무하고 있던 병사들을 잘 설득시켜 아군의 편을 만들도록 했다. 그와는 별도로 조선 장수들은 다시 연회를 개최하여 한 자리에 집결시켰다.

주연이 벌어지기 전 내가 말하였다.

"내 상감께 이미 청을 넣었소이다. 나암懶庵) 도순찰사는 물론 여러 장수들도 계속하여 북쪽 변방을 지킬 수 있게끔 해달 라고. 곧 주상전하의 비답이 올 테니, 기다려 봅시다."

"만약 주상 전하의 윤허가 떨어지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것이오?"

"글쎄요. 본 위의 생각으로는 주상전하의 윤허가 흔쾌히 떨어지리라 믿소."

내 말에 안색이 흐려지는 정언신이었다.

즉답을 회피하는 내 말에서 쉽게 자신이 놓여나지 못 할 것을 인지한 표정이었다. 정말 정언신의 말대로 주상의 윤허가 떨어지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 정언신을 이제 돌려보낼 수는 없었다. 바로 역모 죄로 발고되기 때문이었다.

사실 지금 내 입장에서는 역모가 두려운 것이 아니었다. 여차즉하면 바로 대궐을 점령하는 것은 여반장이었다. 해로로 인천으로 상륙하여 궁궐을 덮칠 수도 있고, 청 태종이 쓴 수법대로 조선군이 주둔하고 있는 성을 피해 바로 한양으로 말을 달린다면, 수일 내에 궁궐을 점령하는 것은 여반장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기호지세라 최소한 내가 실세로 등장하여 선조 균을 꼭두각시로 전락시키고 대신들의 무수한 반대를 무릅써야 했다. 상소는 빗발칠 테고, 나는 물러설 수 없어, 썩은 선비 집단 수만 명을 섬으로 모두 귀양을 보내던지, 아니면 바다 한가운데 수장시키는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신경 쓰이고 귀찮아서 외적만 치고 있는데, 나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지금의 심정으로는 절대 바라고 있었다. 지금까지 선조가 내게 해온 관례로 보면 내 뜻을 수용할 것으로 믿지만, 아니래도 최악의 수는 대비하여 정언신이 위중하다고 보고를 해놨으니, 최악의 경우 그가 사망하였다고 보고하면 그만이었다.

아무튼 이런 복잡 미묘한 상황 속에서도 연회는 진행되어 몇 순배의 술이 돌자, 장수들의 얼굴에는 일말의 두려움보다는 모종의 기대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런 무기로 무장한 군사들을 부려, 대공을 꿈꾸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정언신만은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이었다. 애초부터 무관 출신이 아닌 문관 출신으로 조정에 대한 충성심이 남 다를 뿐만 아니라, 이번 전투의 조선 즉 실질적 책임자로서, 상감께 부여받은 임무와 은혜가 있는지라 쉽게 변절은 생각도 못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일은 하늘의 뜻에 맡겨놓고, 다음날부터 조선군 장수들을 하나씩 내 집무실로 불러들여 그들의 뜻을 물었다. 병사들은 병사들대로 선무 작업을 병행한 결과 완전히 나의 수족이 되었다.

조선군 장수들 또한 내 예측을 벗어나지 않고 모두 흔쾌히 내 뜻에 따라주었다. 그러자 나는 이들을 곧 이일이 주관하고 있는 훈련소로 보내, 기마술은 물론 각종 화기를 다루는 방법, 또한 여기에 수전까지 익히게 했다.

이런 가운데 세월은 흘러 어느 날 선조 균의 비답이 답지했다. 그런데 어지와 함께 도착한 사람이 뜻밖에도 어의로 있는 허준이었다. 실로 오래간만의 해후였다. 당연히 내가 정언신이 위중하다고 보고 했으니, 그를 치료하라는 선조 균의 의중이 담긴 파견이었으리라.

나는 허준을 일단 집무실 한편에 앉혀놓고 선조가 보낸 비답을 펼쳐들었다. 벌써 시간이 늦어 촛불이 가물거리고 있는 시점이었다.

[ ......... 과인은 연길 위의 공을 크게 치하하여, 경의 뜻을 모두 가납(嘉納)하나, 도순출사 정언신만은 돌려보내기 바란다. 혹시 그의 상세 아직 위중할지 몰라 어의 허준을 동행시키니, 과인의 뜻을 받들라........]

온갖 미사여구로 꾸며져 있으나, 실질적인 내용은 위의 내용이었다. 선조 균의 비답에 나는 정언신의 처리를 놓고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차피 그를 돌려보낼 수는 없으니, 더 설득하여 내 사람으로 만들던지 아니면 허준이 보기 전에 죽여 없애버리는 수밖에 방법이 없었다.

아니면 멀리 피신을 시켜 감금해 놓던지, 그리고 이미 그가 죽었다고 허준에게는 이야기 하면 되니까. 여러 수를 놓고 고민했지만 일단은 그를 한 번 설득하기로 마음먹고, 일단은 허준의 잠자리부터 안내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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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감사드리고요!

^^

늘 행복한 날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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