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박인생-96화 (96/141)

<-- 여진정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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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었다.

이 북방에서는 있는지 없는지 더욱 빠르게 사라지는 계절이 가을이었다. 나는 비옥한 땅으로 인해 생각보다 많은 소출을 올리는 농촌을 구경하다가, 이번에는 연구소와 우리의 중요 시설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나는 그 중에서도 제일 먼저 리어카가 생산되고 있는 공장을 가보았다. 현대식 시멘트 블록과 양철지붕을 이은 현대식 공장이 분업화를 행하고 있었다. 분업이 언제부터 시행이 되었는가?

내 기억으로는 포드 자동차가 그 효시다. 그런데 벌써 이곳에서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증기기관 발전기가 생산해낸 동력으로, 기계장치가 구동되자, 컨베이어 벨트가 흐른다. 그 위로 리어카 한 대가 지나가면 양쪽의 흑인노예들이 각자 맡은 부품을 빠른 손놀림으로 끼워 넣는다.

이 생산 과정에서 내게 제일 애를 먹은 것은 리어카 바퀴를 제조할 때였다. 나는 처음에 그냥 고무만 성형하면 타이가 되는 줄 알았다. 그것이 아니었다. 실험 끝에 황을 첨가해야 제대로 된 고무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그 다음부터는 쉬웠다. 주물로 림을 만들고 쇠살을 조립하면 바퀴가 완성되었으니까. 아무튼 넓은 평원에서는 이 리어카가 큰 몫을 해낼 것이다. 지게를 지지 않아도 되고, 많은 농작물을 적재할 수 있을 테니까. 또 우마의 힘을 빌릴 필요도 없으니, 얼마나 편리한가.

그래서 나는 애초부터 도로를 설계할 때 넓게 설계하도록 했고, 개간한 농경지도 최소한 리어카 한 대가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게 했고, 집과 집 사이의 공간도 충분히 확보해, 마차의 통행에도 지장이 없게 했다.

아무튼 나는 그곳을 나와 이번에는 먼 곳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 배를 타고 조선소가 있는 청진항을 가보기로 한 것이다. 다음 날, 나는 세 명의 문관과 호위들을 데리고 배를 탔다. 당연히 청진항을 가기 위해서였다.

거의 하루를 배에서 시달리다가 청진항에 내리니 저녁 참 무렵이었다. 그곳에는 흑인 노예들과 납치되어온 왜놈들이 거대한 배를 만들기 위해 새까맣게 매달려 있었다. 거대한 거중기가 연신 자재를 들어 올리고 곳곳에 배치된 조선인 감독들의 고함소리가 노예들을 아연 긴장시킨다.

나는 잠시 이들을 바라보다가 길주에서 하바로브스크까지의 철도 건설 현장을 찾기 위해 전원이 말을 타고 남하했다. 철도건설을 시작한지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아, 청진까지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더 남쪽으로 내려가야 했다.

우리 일행은 결국 그날은 철도건설 현장을 보지 못하고, 날이 저물어서 경성에서 하루를 묵어야 했다. 다음날 우리 일행은 아침 일찍 출발하여 명천에 이르자, 벌써 거기에 이른 노선을 보게 되었다.

내가 현장에 이르니 앞서나가는 인공제방 공정이 보이고, 다음으로는 그 위에 자갈을 까는 인부들이 수없이 많았다. 그 뒤로는 침목을 깔고 있었고, 그 뒤로 본격적인 레일을 까는 공정이 시행되고 있었다.

내가 현장 책임자들은 물론 심지어 그 밑에서 일하는 흑인노예들과 왜놈들까지 격려를 하고 있는데, 멀리서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전령 하나가 전력 질주해 오는 것이 보였다. 게거품을 물고 있는 말은 신경 쓰지도 않고 전령이 급히 마상에서 내리며 말했다.

"연길 위님!"

"말하라!"

"남, 북 양쪽으로 여진 놈들이 침입해 노략질을 하는 것을 아군 정찰대가 보고 싸움이 붙었다는 보고입니다."

"그래?"

이럴 때가 아니었다. 열심히 훈련해온 군과 지휘관이 있지만 나는 이번 기회에 아주 본대를 보여줄 결심을 하고 서둘러 귀환 준비를 했다.

"가자!"

나의 명에 따라 일제히 마상으로 올라 연신 채찍질을 가하는 호위병들이었다. 그런데 세 문관만이 처져 나를 애먹였다.

그것도 그것이지만 아오지탄광과 무산철광을 가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이곳은 전적으로 왜놈들만이 잡혀와 수용되어 있었다. 아무리 그들이 노예생활을 한다지만 나는 배를 골리면서까지 착취를 하지는 않는다.

힘이 없으면 능률도 안 오를 뿐만 아니라 수명이 길지 못하니 사업적으로도 손실이다. 그래서 나는 먹는 것에 한해서만은 충분히 먹이도록 했다. 그리고 그들에게도 일말의 희망을 주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자는, 좀 더 나은 즉 편안한 일터로 옮겨주기로 했다.

그랬더니 서로 그곳을 벗어나려고 저 죽을지 모르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보고였다. 아무튼 우리 일행이 죽어라 말을 달렸으나 그 보람도 없이 청진항에서 근 반 시진을 더 기다려야 했다.

세 문관들이 고문관이 되어 뒤늦게 승선했기 때문이었다.

* * *

여진족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눈다. 먼저 누르하치가 속한 압록강 위의 건주여진이 있고, 또 길림 위 흑룡강 일대에 퍼져 사는 해서여진이 있다. 또 한 부류는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흥개호 주변을 중심으로 그 북쪽 하바로브스크 일대에 사는 후르하부 족을 비롯해, 서쪽의 영고탑, 위지부, 또 하나는 남서쪽에 사는 와르카브 족을 포함한 야인 여진이 그들이었다.

이 외에도 좀 더 세분을 하면 두만강 일대에 사는 장백여진을 들 수 있다. 아무튼 내가 급히 관아로 돌아와 병조 즉 병부(兵部)로 개명한 부장 정인홍의 보고를 받으니, 금번에 침입한 족속들은 최북단의 후르하브 족과 남서쪽의 와르카브 족이었다. 그래서 운검과 권율이 대장이 되어 각각 이들을 토벌하러 출동했다 한다.

"어떻게 발단이 된 거예요?"

"우리가 정찰 병력 4개 중대를 운용하고 있지만, 전 지역을 다 보호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야 그렇지요."

"이놈들이 그 빈틈을 파고든 모양입니다. 습격당한 마을 자경단원의 신고를 박고 제일 먼저 출동한 것은 기동력을 갖춘 부근의 정찰대 1개 중대였습니다. 그런데......"

"계속하시죠."

"우리 중대원이래야 175명인데 적은 그 세배 쯤 되는 500여명이었답니다."

"그래서요?"

"곧 양군이 조우하여 치열한 전투가 벌여졌고, 우리의 압도적인 화력에 적들이 패퇴하여 물러갔지만 아군도 50명의 전사자가 발생하는 최악의 전투였답니다. 이를 보고 받은 운검대장이 곧 물러가는 적을 추격하기 시작했고, 그 이상의 보고는 아직 없습니다."

"전투를 벌인 그 정찰대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전사자와 중상자는 할 수 없지만 나머지 잔여 병력은 추격전의 선봉이 되어 길을 안내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북쪽은 요?"

"최초에 적의 습격 보고에 이어 권율 대장이 출전했다는 소식 외에는 아직 이렇다 할 보고가 없습니다."

"잘 알겠소이다."

나는 그길로 관아를 물러나와 출동 준비를 서둘렀다. 주인 된 입장으로서 가만히 앉아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한 곳에 가보기로 한 것이다. 운검이 간 남서쪽 와르카브 족과의 전투 현장을 찾기로 하고, 무기고에서 비격진천뢰를 다섯 상자를 꺼내 여분의 말에 싣고 곧 출발을 했다.

운검이 지휘하고 있는 병력은 3개 대대 2,100명이었다. 여기에 기동정찰대 1개 중대가 새롭게 가세했다는 출발 직전 정인홍의 보고였다. 이 정도 인원이면 그 어떤 적도 물리칠 수 있다는 생각에 나의 마음은 처음과 달리 그렇게 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상황은 나의 예상을 벗어나 있었다. 적은 의도된 습격이었는지 아군을 그들의 집결지까지 깊숙이 끌어들여 내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넓은 평원과 구릉이 반복되는 지형 중에서, 한 구릉과 구릉 사이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나는 구릉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적이 생각보다 많았다. 아군 앞에 말과 사람의 시체로 사람을 이루고도 아직 3천의 전사는 생존해 싸우고 있는 것 같았다. 이에 대항해 아군 1개 대대가 전면에 나서서 대항을 하고 1개 대대는 바로 그 후면에서 지원사격을 하고 있었다.

또 1개 대대는 양쪽으로 갈라져 측면 경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위치한 정상에는 각 대대의 화기 중대가 위치해 신기전과 각종 총통류 그리고 대완구로 비격진천뢰를 발사해 적을 대량으로 살상하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전투가 벌어진지 그래 오래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적이 정면 돌파를 시도해 아군의 압도적인 화력 앞에, 수많은 희생자를 내고 말과 아군 전우의 시체가 이제는 장애물이 되어, 더 이상 정면 돌파를 어렵게 하고 있었다.

이때였다.

"끼아아~!

적의 부족장인 듯한 자의 입에서 기성이 터져 나오며 적의 진형이 갑자기 일변하기 시작했다.

정면 돌파를 중지하고 이제 양 측면으로 일부는 배후로 돌아서고 있었다. 이를 보고 운검이 즉각 명령을 하달했다.

"2대대는 빨리 정상으로 올라가 후면을 경계해!"

"네!"

대대장의 대답이 이어지고, 그의 명령에 따라 2대대가 급히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나 또한 즉시 배후로 돌아오는 자들의 제1선 공격목표가 되었음을 간파하고 호위병들에게 명령했다.

"전투준비!"

"전투준비!"

내 명을 받아 임 호위대장이 예하 호위대원들에게 재차 명령을 내릴 때였다.

이곳으로 왔다는 보고는 받았으나 그동안 눈에 띄지 않던 아군 기동정찰대원들이 좌측 측면에 나타났다. 그들의 말안장 위에는 많은 나무들이 실려 있었다. 운검이 만약에 대배해 통나무를 구해오라 했으나, 연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서 되는 대로 나무를 구해 온 듯했다.

아군정찰대도 적의 배후 습격을 발견하고는 신속히 아군 진영을 향해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적들도 바로 따라붙었다. 이를 목격한 정상의 아군 화기중대원들이 후면을 향해 맹렬한 공세를 퍼부었다.

신기전과 비격진천뢰가 연신 적들을 하늘로 비산시키는 가운데, 또한 각종 총통류도 놀지 않았다. 천지현황의 각종 총통류에서도 무수한 조란 탄을 쏟아내 적에게 퍼부었다. 적들도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전열은 악착같이 정찰대를 따라붙고, 후열에서는 곡사로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7부 능선을 돌파한 아군 정찰대의 후미가 곧 적에게 잡힐 듯 따라잡혔다.

이때였다. 정찰중대장의 명령이 떨어졌다.

"투척하고 측면으로 빠져!"

정찰대장의 명령에 따라 정찰대원들이 뒷열부터 순차적으로 해온 나무를 추격하는 적을 향해 집어던지고 모두 측면으로 산개했다. 이에 바로 따라 잡았던 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언덕을 구르고, 나무들과 함께 또 이것이 장애가 되어 주춤하는 적들이었다.

이때쯤에는 아군 2대대도 언덕을 다 기어 올라와 정상에 포진을 한 상태였다. 이를 놓치지 않고 2대대의 천보총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적진에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래도 다시 돌진을 명하는 적의 부족장이었다.

이때 나는 나무상자에 싣고 온 비격진천뢰를 호위병들을 시켜 2대대 화기분대원들에게 나누어줬다. 이제 화기분대마저 대완구에 넣어 적진을 향해 비격진천뢰를 발사하기 시작했다. 나를 비롯한 호위병들도 사격대열에 합류했다.

결국 다시 무수한 시체만 남긴 적장이 도저히 안 되겠다고 판단했는지 후퇴 명령을 내렸다.

우우우.........!

야유인지 괴로움을 토하는 함성인지 기성을 지른 여진 기마대가 서서히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측면의 적들도 후미가 퇴각하자 도저히 안 되겠다고 판단했는지 퇴각 대열에 합류했다.

이를 아군 정찰대가 무모하게 추격하려고 하기에 내가 명령을 하달했다.

"정찰대는 돌아와라!"

나의 명에 일사분란하게 말머리를 돌리는 아군 정찰대였다.

운검의 명에 의해 곧 전장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적의 시체가 한군데 모아지고, 중경상을 입어 신음하고 있는 자들도 한군데 모아졌다. 말들도 시체와 부상 입은 말, 산말이 분리되어 모아졌다. 그리고 이내 불태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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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

늘 즐겁고 유쾌한 날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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