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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인생-89화 (89/141)

<-- 발해 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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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지 않은 산세지만 흰 눈에 덮인 산을 바라보며 내가 전 호위병들을 상대로 외쳤다.

"지금부터 사냥대회를 개최하겠다. 시간은 반 시진이고, 제일 많이 잡는 자에게는 금 세 냥을 내리고, 3등까지 금 한 냥으로 포상하겠다. 실시!"

와아........!

나의 말에 소지한 천보총을 번쩍 치켜들며 환호하는 나의 자랑스러운 호위병들이었다. 곧 누가 뭐라 하기도 전에 각자 산개하여 사냥감을 찾아 산 전체를 들쑤시기 시작하는 호위병들이었다.

그때였다.

호위병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자 놀란 토끼 한 마리가 눈 덮인 마른 풀숲에서 튀어나왔다.

탕! 탕! 탕!

연속해서 세 발의 총성이 계속해서 울렸다. 그런데 그 시차가 동시이다 싶을 정도로 그 간격이 없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내가 소리 질렀다.

"야! 토끼 고기 못 먹어!"

거의 동시이다시피 세 발의 총탄을 각각 머리와 가슴 그리고 다리에 맞은 토끼가 너덜너덜 해져 먹을 것이 없을 정도로 되었기 때문에 내가 지른 소리였다.

그러나 김시민은 나의 말을 못 들었다. 생전 듣도 보도 못한 기다란 쇠막대 같은 것에서, 갑자기 불이 번쩍하더니, 벼락 치는 소리가 세 발 동시에 울리다시피 하니, 놀란 김시민이 얼른 양손으로 귀를 틀어막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도 작지 않은 키인데, 나보다도 한 뼘은 더 큰 거구가 귀를 틀어막고, 놀란 표정으로 서있으니 정말 우습지도 않았다. 나는 그런 김시민의 한쪽 팔을 떼어내며 물었다.

"보았나?"

"네. 저게 천보총이라는 것이옵니까?"

"그렀네. 보다시피 토끼가 너덜너덜해질 정도의 위력인데 사람이 맞으면 어떻게 되겠나?"

"사람도 꼼짝없이 죽겠는데요."

"그렇겠지?"

"네!"

이때였다.

동시에 세 발의 총성이 울렸다. 모두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장끼 한 마리가 세 명의 총질에 급하게 추락하는데, 그 꿩도 먹을 게 없을 것 같았다.

"실력들이 대단하지?"

"쏘면 다 저렇게 맞는 것 아닌가요?"

"아닐세. 내가 데리고 온 이 군사들은 가리고 가려 뽑은 정예라네. 무예도 특출 날뿐만 아니라 사격도 특등사수라네. 사격도 아주 잘해야만 저 정도 경지에 이를 수 있는 것이네."

"그렇군요."

무언가 도전할 거리가 생겼다고 생각했는지 김시민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이때였다. 나를 부르는 사람이 있었다.

"의빈마마!"

"왜?"

무조건 대답하고 돌아보니 이억기였다.

"저에게도 총 한 자루를 지급해주세요. 저도 총 쏘는 것을 배우고 싶습니다."

"하하하........! 확실히 자네도 무인 기질이 강하군. 좋아! 내 집에 돌아가면 한 자루 지급해주도록 하지."

"고맙습니다. 의빈마마!"

이억기가 감사의 뜻으로 고개를 조아리는데, 김시민도 나섰다.

"저에게도 한 자루 주시면 안 될까요?"

거구가 고개를 외로 꼬고 사정하는 모습이란, 상상만 해도 우습지 않은가?

"아무나 막 주는 게 아닐세. 여기 있는 이 사람으로 말하면 나이가 어려보이지만 자네보다도 세 살이 위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이 사람으로 말할 것 같으면 주상전하의 족친으로, 장재가 엿보이기에 내가 주상전하께 애걸하다시피 떼를 써서 모신 사람이야. 즉 내 부하지만 함부로 대할 신분이 아니란 말일세. 그렇지만 자네도 내 부하가 된다면 내 기꺼이 총 한 자루 주는 것이야, 아깝지 않지."

"기꺼이 의빈마마의 부하가 되겠사옵니다."

"총 한 자루 때문에?"

"아닙니다. 총도 총이지만 부하를 아끼는 의빈마마의 마음이 와 닿았고, 또 이런 최신 병기로 무장한 부대야말로, 장차 뭐를 해도 크게 할 것이고, 또 전공도 세우기 쉬울 것 같사옵니다."

"하하하........! 솔직해서 좋군. 자네가 그렇게 까지 말하니, 내 알려주네만. 우리는 이 좁은 조선팔도에서 왈가왈부할 사람들이 아니야. 저 만주대륙 옛 발해의 땅을 신나게 누빌 사람들이지."

"만주를 정복하시 게요?"

"장차는 그렇게 되겠지!"

"야호~!"

덩치는 산만해도 올해 18세로 어린나이답게 갑자기 두 손을 번쩍 치켜들고 환호하는 김시민이었다.

"뭔 짓이야?"

"의빈마마의 기상이 곧 저의 기상이옵니다. 자치통감 같은 것을 읽고 있노라면 부에가 나서 펄펄 뛰던 참인데, 설령 만주를 정벌하지 못하고 중간에 쓰러진다 해도, 그 대업에 이 목숨을 바치고 싶습니다. 피가 끓습니다. 끓어!"

"하하하........! 자네 역시 무골(武骨)이야! 좋아! 당장 내 발치에 엎드려 맹세를 하면 내, 내 부하로 받아주지."

"감사하옵니다. 의빈마마! 소생 김시민 앞으로 의빈마마를 위한 일이라면 설령 그 길이 끓는, 물 타는 불길 속이라도 마다치 않겠습니다. 이 못난 김시민을 부하로 받아주십시오. 의빈마마!"

"하하하.........! 좋아! 자네 역시 장재(將材)감 이야. 내 허락하지!"

"감사하옵니다. 의빈마마!"

나는 꿇어앉아 있는 김시민을 잡아 일으켜,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는 것으로, 정식으로 나의 부하가 되었음을 알렸다.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너무 쉽군!'

낚시 밥에 걸린 김시민을 보고 내가 느끼는 단상이었다.

그날 밤을 김시민의 집에서 묵은 우리는 곧 날이 밝자 청주를 향해 떠났다. 물론 김시민도 부모의 허락을 받고 나와 일행이 되었음은 물론이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가 섣달그믐으로 우리는 새해를 길 위에서 맞게 되었다.

우리가 길을 나선지 채 두 시진이 지나지 않아 찌푸렸던 하늘에서 함박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했다. 북풍마저 심해 모두 힘든 행군이 되었지만, 어느 누구 하나 불만과 불평을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내심 나는 그들이 고마워 오창에 다다르자, 해가 있어도 일찍 인마를 쉬게 했다. 강행군을 하면 오늘 내로 청주 목에 들겠지만, 날씨도 험하고 바쁜 일도 아닌데, 그렇게 다그칠 필요가 없었다.

오창의 주막은 물론 민가의 여러 집에 나누어 자게 된 우리지만, 마음만은 모두 하나이니 어디에 있더라도 귀는 항상 나를 향해 열려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이억기와 김시민을 시종마냥 데리고 다니지만, 그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치기 위함이지 다른 뜻은 없었다.

밤은 점점 깊어가고 이제 싸락눈으로 변한 눈이, 사르락 사르락 장독대에도 초가지붕 위에도 밤새 소리 없이 쌓여 갈 것이다.

눈길이라 말의 속도가 현저히 떨어졌지만 오창에서 청주 목이 있는 곳은 가까웠으므로 오전 중에는 닿을 수 있었다. 비록 눈은 왔지만 기온은 크게 떨어지지 않아 다행이었다. 그렇지만 정월의 날씨는 기본적으로 추워서 현대의 감각으로 영하 5도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내가 관아의 외아(外衙) 정문에 도착해 내 신분을 대고 목사를 찾으니, 나졸 하나는 신속히 안으로 달려가 목사에게 알리러 가고, 나졸 하나는 안내를 자청하여 천천히 나를 안으로 인도했다.

안으로 들어서니 정3품 수령이 다스리는 큰 고을답게 오른 쪽으로는 객사가 즐비하고, 왼쪽으로는 창고가 연달아 지어져 있었다. 대충 훑어보고 중문을 지나니 비로소 행정의 중심인 동헌(東軒)이었다. 작지 않은 넓은 뜰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눈을 들어 '청녕각(淸寧閣)'이라 쓰인 동헌의 현판을 읽고 있자니, 좀 전에 들어간 나졸을 앞세운 율곡이 허겁지겁 나를 맞으러 나오고 있었다.

"이게 얼마만 입니까? 의빈마마!"

"오래간만이오. 잘 지내셨소."

"네, 의빈마마!"

"그런데 안색이 전만 못하오?"

"원래 큰 고을이다 보니 업무량이 너무 많아서........"

"그렇다고 너무 무리를 하면 됩니까?"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추우니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나는 별로 추운지 모르겠는데 율곡은 추운지 안색이 새파래져서 나를 안으로 청하고 있었다.

"그럽시다."

선선히 응하고 수령의 집무실인 동헌 안으로 들어가니 40~50평은 되는 작지 않은 평수에, 몇몇 속관들이 업무를 보다말고 공립(拱立)하여 나를 맞았다. 내부에는 화로 2개가 전부라, 찬 기운이 풀풀 풍겨 나오고 있었다.

'이래서야 되나? 연탄난로라도 하나 놔주어야겠군. 엉......? 나 지금 율곡을 데리러 왔는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그가 이끄는 대로 자리를 잡으니 그래도 화롯가 옆이었다. 그나마 언제 불씨를 담았느니 온기라고는 거의 없는 식은 재뿐인 화로였다. 그래도 율곡은 나를 따뜻하게 할갑시라고 화저(火箸)로 재를 헤집고 있었다.

"그만하면 됐소. 나는 별로 춥지 않은데, 많이 추운 모양이오."

"저야 별로 춥지 않지만, 먼 길에 심히 추우실 것 같아서........."

"됐소. 내 사적으로 방문한 것이니, 오래 머물 게재는 아니라오."

"무슨 그런 말씀을, 그렇다면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내아(內衙)로 드시죠."

"그럴까요?"

"가시지요."

율곡이 일어나 앞장을 섰다.

율곡을 따라 담장의 월동문 하나를 넘으니 그의 가족만이 거주하는 소박한 공간이 나타났다. 율곡은 나를 사랑채로 안내하고 따르던 관노에게 무엇이라 낮은 소리로 일렀다. 아마 주안상을 봐오라 하는 것 같았다.

"쉽지 않은 걸음을 하셨으니 내일은 이곳의 명물인 망선루(望仙樓)에 오르셔서 연회를 즐기다 가시지요."

"내 누누이 얘기하지만 사적인 방문이라 하지 않았소. 그런데 공식연회를 여는 망선루에서의 연회라니요, 가당치도 않소."

"어찌 공식연회만 한합니까? 살다보면 찾아오는 지인들도 대접하고........"

"이거, 많이 시절에 동화된 것 아니오?"

"절대 그렇지 않사옵니다. 그 정도야 약과지요. 더 한 일도 벌이는 수령들이 비일비재합니다만, 그래도 저는 오로지 녹봉에 의지해 살 뿐이옵니다."

내 한마디에 율곡이 너무 정색을 하고 펄쩍 뛰므로 나는 웃음이 나오는 것을 금할 수 없었다.

"하하하.........! 웃자고 한 농담이니 너무 개념치 마오."

"하하하........! 아직 제가 순순한 면이 남아서 그런가봅니다."

율곡이 소리 내어 웃는 것을 본 일이 거의 없는 나로서는, 그의 웃음이 한줄기 청량제 같은 느낌으로 다가와, 나도 모르게 빙그레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아니 다행이오."

"하하하.......!"

모처럼 율곡의 절제된 웃음소리를 들으며 내가 은근한 어투로 물었다.

"그래, 이 생활에 만족하오?"

"맡겨진 일에는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뭔가 큰 것을 놓치고 있지 않나 하는 허전한 느낌과 함께, 조선이 과연 이래서 되는 것인가 하는 근본적의 회의감을 항상 갖고 있습니다."

"회의감이 드는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오?"

"듣자니 왜구들의 발호가 머지않은 것 같은데, 나라는 전쟁을 잊었고, 백성들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제도를 혁파할 것이 많으나, 이에 대해서는 논의만 분분하다가 항상 흐지부지 되고 있습니다. 이는 권리를 향유하고 있는 기득권층이 이를 내려놓지 않으려하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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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고맙고 감사합니다!

^^

늘 즐겁고 행복한 날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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