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박인생-83화 (83/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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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만 해도 그 잔당 천여 명이 명국의 쌍서도에서 노략질을 하다가 명국의 군대에 주살된 일이 있습니다. 그래도 아니라고 우기시겠습니까?"

"본 영주로써는 전혀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게 발뺌할 일이 아닙니다. 아무튼 나는 명 조정으로부터 그들의 본국 송환을 요구받았기 때문에 그들을 징치할 수밖에 없습니다. 해서 내 분명히 경고하는데, 이 일에 관여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그들을 보살펴줘 왔던 본 영주로서는, 절대 관여하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맞서겠다는 말입니까?"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일입니다."

"두 분 내 말씀을 들어보세요."

이때 하비에르 신부가 나서서 중재를 하려 애썼다.

"무력보다는 평화적으로 해결하세요. 분명 타협점이 있을 것입니다."

나는 그의 말을 귓등으로 넘길 수밖에 없었다. 그들을 내 부하로 편입시키기 위해서는, 이제는 무력시위 밖에는 방법이 없을 듯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나는 이 곳 영주가 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믿습니다. 내가 명 조정으로부터 그들의 징치를 명받아 이행하는 과정에, 절대 끼어들지 않을 것으로 믿겠습니다."

"본 영주의 입장을 분명히 밝힙니다. 저는 분명히 그들을 지원해야겠습니다."

"협상은 결렬되었군요. 본 백작으로서는 이곳의 일이 좋게 결말지어져, 교역이라도 하길 원했으나, 내 뜻을 저버리니 어쩔 수 없군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뒤의 가신 중 한 무사가 다카노부에게 뭐라고 속삭였다. 그러자 다카노부가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치워라! 나는 당당한 일본의 사무라이로써, 절대 그런 비겁한 짓은 용납할 수 없다."

아무래도 가신이 지금 나를 제거하자고 건의한 모양이었다. 내가 뚜벅뚜벅 걸어 나가자 내 뒤통수에서 다카노부의 음성이 들려왔다.

"멀리 나가지 않겠소."

"전장에서 뵙지 않기를 바랍니다."

"........."

나의 말에도 아무 대답이 없었다.

'아, 내 작전 실패다. 이렇게 대 선단을 몰고 왔으니, 저들이 싸움을 걸겠는가?'

다시 사령선에 오르며 나는 자책을 했다. 아무래도 저들은 우리의 규모를 보았으니, 절대 히라도 영주 단독으로 대항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분명 오도열도에 있는 자들과 합세하여 덤빌 것이 분명해 보였다.

이로써 오도열도에서의 우리의 작전은 정해졌다. 나는 애초에 배후세력을 박살내 오도열도는 거저 수중에 넣으려했으나, 나의 작전 미숙으로 풀 섶을 건드려 뱀만 놀라게 한 꼴이 되었다.

'어찌 사람이 일생을 살면서 성공만 하며 살 수 있겠나? 때로 실패와 실수 속에서 성장하는 것이지.'

나는 스스로를 위안하면서 사령선에 올랐다. 오르다말고 나는 힐긋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구봉! 이 정도도 예견되지 않았나? 이게 뭐야, 다시 오도열도로 돌아가야 되잖아?"

누구에게서 뺨맞고 어디서 화풀이하는 격이지만, 송익필 정도의 머리라면 이 정도는 예상이 되었을 텐데. 묵묵히 침묵을 지킨 채 나만 따른 것이 노여워 소리를 지른 것이다.

"요즘 주군이 하시는 일을 보면 모두 성공하시기에 시생은 이번에도 어떤 묘수가 있는 줄 알았습니다."

"사전에 구봉의 의견을 묻지 않은 내 잘못인가?"

"아니라고는 말 못하겠네요."

많이 유들유들해진 송익필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됐다. 앞으로는 내가 자문을 구하기 전에 네 의견을 피력하도록 해라."

"네, 알겠습니다. 주군!"

우리는 성과 없이 다시 오도열도를 향해 선수를 돌렸다. 나는 히라도 군이 합류하기 전에 오도열도를 항복 받을 예정으로 빠른 속도로 항해하도록 했다.

나는 주 섬인 후쿠에섬[福江島] 해역에 도착하자, 지난번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가장 작은 전함 세 척을 후쿠에섬에 보냈다. 그리고 나머지 배는 오도열도 인근에 흩어져 있는 140여 개의 섬들 중 후쿠에섬 바로 앞에 있는 무인도에 숨어들었다.

나는 곧 하선하여 단정을 타고 지휘부와 100여 호위병만 대동한 채, 앞 무인도의 결코 높지 않은 산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망원경을 꺼내 앞 바다를 바라보았다. 후쿠에섬 앞 바다에는 크고 작은 선박들이 무수히 많이 떠 있었다.

세키부네(関船)는 물론 그보다도 작은 어선도 보이고, 세키부네 보다는 규모가 큰 아타케부네 즉 누각이 달린 안택선(安宅船)도 두 척이나 보였다. 뿐만 아니라 양이의 선박으로 추정되는 흑선도 한 척 눈에 띄었다.

아무튼 우리 배 세 척이 천천히 그들 쪽으로 항해해 가자, 저들은 히라도의 영주로부터 아직은 아무런 연락을 못 받았는지 움직임이 없었다. 하긴 우리배의 속도가 훨씬 빠르니 미처 그들이 소식을 전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이 되었다.

저들이 우리 배의 정체를 몰라서 대응이 없자, 나의 지시대로 세 척의 배 중 중앙에 있는 배에서 가장 큰 규모인 안택선을 향해 신기전을 발사했다. 무수히 많은 신기전이 포물선을 그리며 안택선을 향해 떨어졌다.

"저런, 저런........!"

먼 거리이다 보니 착시 효과였다. 출렁이는 배에서 목표물의 위치를 잘못 계산했는지, 신기전은 안택선이 아닌, 뒤의 관선(세키부네)에 떨어져 폭음과 함께 화재를 일으켜, 선체가 박살나는 것은 물론 배에서 불길이 치솟게 했다.

우리의 기습 공격에 아직도 제대로 상황 파악을 못해, 만 외곽에 떠있던 적의 전함과 순시선들이 갈팡질팡하는 가운데에서도, 속속 전투 준비를 하는 것이 망원경에 속속 잡혔다. 이 와중에도 아군 전함 세 척은 다시 신기전을 발사하고, 화차에 탑재된 승자총통을 발사하는 광경이 목격되었다.

이렇게 되자 비로소 확실하게 적선임을 인지한 적의 전함들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고, 우리가 목표로 했던 안택선 말고, 다른 안택선에서는 하늘로 무수히 조총을 발사해 적의 침입 사실을 알렸다.

그런 속에서도 아군의 전함 세 척은 계속해서 맹포격을 감행해 적선 10여 척을 불태우거나 침몰시키고 있었다. 비로소 전열을 정비한 적선들이 아군 전함 세 척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군 전함들은 서서히 퇴각을 하면서 계속해서 적선에 포격을 퍼부었다. 적선 몇 척이 다시 전투불능 상태에 빠졌지만, 적선들은 더욱 속력을 내어 추격하기 시작했고, 뒤의 배들도 속속 해적들이 승선하여 속속 선단을 이루기 시작했다.

이렇게 쫓고 쫓기는 전투가 계속되면서 아군 전함 세 척은 점점 우리가 있는 곳으로 적을 유인해오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적선은 점점 세가 불어 아군 전함 세 척이 우리가 숨은 곳에 도착할 무렵에는, 크고 작은 선박들이 근 200척이나 되는 대 선단을 이루고 있었다.

때가 되었다고 판단한 내가 대형 붉은 기를 흔들게 하자, 전투를 책임진 이순신이 이를 받아 공격명령을 내렸다. 이에 일찍이 간격을 넓게 벌려 일자진을 형성한 아군 전투함에서 속속 신기전과 함께 천자총통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밤에 보았으면 더욱 장관일 정도로 수백발의 신기전이 속속 적의 전함을 향해 떨어져 내리고, 천자총통에서 발사된 장군전은 일격에 적선을 관통하여 침몰시키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지자총통, 현자총통, 황자총통도 무수한 포탄을 적선을 향해 퍼붓고, 화차도 이에 가세했다.

이중에서도 특히 우리의 주력함인 대형 전함에서는 후장식 대포가 가동되어 적의 안택선 한 척만을 집요하게 노렸다. 그러자 수십 발의 포탄 중 하나가 적의 지휘선인 안택함에 명중하여, 안택선에 큰 구멍을 뚫어놓았다. 뿐만 아니라 신기전마저도 가세하니, 곳곳에서 폭발음과 함께 배에 탔던 해적들이 하늘로 치솟고, 처처에 화재가 발생하여 탈출을 하는 광경이 목격되었다.

그러자 안택선에 타고 있던 해적 수령 왕오(王五)가 인근의 작은 배로 뛰어내리며 외침을 발했다.

"후퇴하라!"

"후퇴하라!"

그러자 이의 바로 밑에 있던 세 두령 서해, 진동, 섭마 등도 수천의 부하들에게 같은 명령을 내리며, 후퇴를 종용하기 시작했다. 이에 적선들이 다투어 퇴각을 하는 가운데, 아군의 소형 배들이 전면에 나서서 활약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 불타고 있는 안택선 인근의 배들을 집중적으로 천보총을 쏘며 나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각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부근의 배들은 전부 나포되거나 반파되고, 나머지는 도망가게 내버려 두었다.

반 시진 후 상황이 종료되자 나는 다시 거함에 올랐다. 이미 그곳에는 해적수령 왕오를 비롯한 소 두령들이 나포되어 순신의 심문을 받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슬쩍 보고 말했다.

"이 중에 대 두령이 있는가?"

나의 물음에 소 두령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 곳으로 쏠렸다. 그러자 할 수 없다는 듯이 그 자가 입을 열어 말했다.

"내가 수령이오."

나는 천천히 다가가 그의 결박을 풀어주며 물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는가?"

"왕 오라 하오."

"나는 너희들을 내 수하로 거두기를 원한다. 뜻에 따를 의향이 있느냐?"

나의 단독직입적인 물음에 한참을 망설이던 왕 오가 말했다.

"우리의 교역과 해상 활동을 보장한다면 당가(當家)의 뜻을 쫒을 의향이 있소."

"좋다. 내 그 모두를 보장하겠다!"

나는 고개 숙이고 있는 왕 오의 등을 두드려주며 나의 뜻을 확실히 밝혔다.

"모해봉(毛海峰)이 대 수령을 뵈오이다!"

"하하하........! 나를 대 수령으로 인정하다니 고맙다. 이름이 두 개인가?"

"일찍이 왕 대 수령(왕직)의 양자가 되어, '왕 오(王 五)'라는 이름을 받았으나, 내 본래의 이름은 모 해봉이오."

"좋다! 내가 왕 수령에게 언약한 바와 같이 교역은 물론 해상활동도 보장하니, 내 뜻을 쫒아 많은 일을 해주기 바란다. 그 첫 번째 임무로 남은 무리들을 모두 항복시켜 나에게 귀속시켜라."

"모두 나를 따르니 그 정도는 일도 아니오."

자신 있게 말한 그가 비로소 나를 자세히 바라보며 물었다.

"어디서 오신 누구이신지?"

"조선의 장령이라고만 알아두어라. 내 이름은 윤 흥이다."

"조선의 수군이 이렇게 무섭소? 듣기로는 아주 약하다고 하던데?"

"그것은 잘못 안 것이다.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니, 바로 가서 첫 번째 임무를 완수해라."

"좋습니다!"

삼십 대 후반의 왕 오가 씩씩하게 대답하자, 나는 곧 그는 물론 다른 소 두령들도 풀어주도록 했다.

그리고 우리는 곧 유유히 선수를 북동의 히라도로 행해 돌렸다.

우리가 막 오서도의 크고 작은 섬들을 벗어나 히라도를 향해 속도를 올리는데 멀리 무수히 작은 점들이 잡혔다. 내가 망원경으로 확인해보니 크고 작은 배들이 떼로 몰려오고 있었다. 히라도의 다카노부가 이제야 구원을 오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전 함정에 명을 내려 빠른 속도로 접근하여 적을 박살내도록 했다. 나의 명에 크고 작은 나의 배들이 더욱 속도를 높여 빠르게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천 보 정도로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자 우리의 함정들이 일제히 포격을 하기 시작했다.

대포는 물론 신기전 천자총통 화차 등 주력 무기들이 불을 뿜자 약 100여 척이 조금 넘는 선단을 이루고 있던 배들이 속속 불바다를 이루며 바다 속으로 수장되거나 반파되어, 한쪽으로 기우뚱 아니면 제자리를 맴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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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고맙고 감사합니다!

^^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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