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박인생-79화 (79/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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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누르하치에 대한 생각을 하며 내가 뜰을 서성이고 있는데, 볼 일을 마쳤는지 왕 신안이 동 대인이 있는 방에서 나왔다.

"들어가 보세요. 내 여기서 기다릴 테니."

"알겠소이다."

대답을 한 나는 곧 흥정을 데리고 다시 동 대인이 머물고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생각은 좀 해보셨소이까?"

내 물음에 동양성이 대답했다.

"계속 상담을 진행했으니, 생각할 여가가 있나요?"

"그렇습니까? 그냥 중하의 가격에 합시다."

"아무리 조선의 물건을 사서 이문을 붙인다 해도 내 물건부터 밑지고 팔수는 없는 노릇 아니오? 내 거짓 없이 상중 말을 중중에 파는 것은 이문 하나 없이, 원가에 드리는 것이니 그런지 아시오."

아무래도 더 깎기는 힘들 것 같아, 말 값은 동대인의 제의대로 하기로 하고, 나는 다른 부탁을 하기위해 입을 열었다.

"말 값은 대인의 말대로 중중에 하기로 하고, 대신 내 부탁을 하나 들어주시오."

"어디 들어나 봅시다."

"아까 그 아이 말이오. 누르하치가 뭔가 하는 아이 있잖소."

"그 아이를 왜요?"

"면천을 시켜 내게 주시오."

"아, 그 꼬마가 뭐가 탐난다고........?"

"똘망똘망하니 잘만 키우면 상인으로도 대성할 것 같아서 그러오."

"내 눈에는 상재는 별로로 보이던데........."

"아무튼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교육은 내가 시킬 테니........."

"허허, 그럼 또 영원백에게 뇌물깨나 써야겠으니, 이거야 원, 남는 장산지 손해인지 모르겠구만."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앞으로 우리의 거래는 무궁무진할 것이오."

"좋소이다! 윤 대인이 그렇게 말하니, 내 그 청을 들어드리리다."

"고맙소이다. 그럼, 부탁하오."

"염려 마시오. 이날 이때까지 식언은 하지 않고 살았으니까."

"고맙소이다."

감사를 표한 나는 뒷정리는 흥정에게 맡기고 바로 밖으로 나왔다.

내가 밖으로 나오니 아직도 왕 방주가 밖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어디 잠시 들어가 계시지 않고요?"

"이렇게 해야 높은 점수를 따서 거래가 잘 이루어질 것 같아서요."

"하하하.......!"

"이제 제가 좋게 보았으니, 어디 자리를 잡고 이야기를 합시다."

"하하하.......! 그러지요. 저를 따라오시겠습니까?"

"어디 방이라도 잡아놓으셨습니까?"

"네, 아무래도 오늘 당일 출발하긴 힘들 것 같아서요."

그렇게 말하며 여각의 내부로 들어가 이층으로 향하는 왕 신안이었다.

휘상(徽商)은 중국에서는 아주 유명한 상인 집단이다. 신안 강을 따라 활동함으로써 신안(新安) 상인이라고도 하는데, 명대 휘주부는 서, 휴녕, 무원, 기문, 적계 등 여섯 개 현으로 이루어졌다. 이곳은 절강 성과 강소 성의 경계 지역으로 주변에 산이 많고 토지가 적어 식량이 부족하였다.

다만 이 지역을 관통하는 신안 강(新案 江)이 항주까지 연결되고 주변에 작은 지류들이 많아 수상교통에 유리했다. 따라서 일찍부터 이 지역 사람들은 해상교통을 따라 부족한 식량은 인근 강소 성에 의지하고, 이곳에서 많이 나는 목재, 칠기, 차와 뛰어난 손기술이 돋보이는 문방사구류를 내다 팔아서 장강 하류지역의 시장에서 많은 활약을 했다.

이 지역 인구 중

"농부가 셋이면 장사하는 사람이 일곱"

일 정도로 많은 사람이 외지에 나가 있는 경우가 많아, 만력연간에는 장강 유역에

"휘상이 없는 도시가 없다"

는 말이 회자될 정도였다. 초기에는 주로 식량과 지역 생산물에 의지했으나 점차 범위를 확대하여, 소금과 면포, 비단, 차, 그리고 경덕진의 자기까지 거의 모든 사업에 뛰어들었다.

특히 양자강 중상류지역에서 생산되는 곡식, 목재, 약재, 그리고 화북과 동북의 면화, 콩 등을 취급하여 남북 상로와 동서 상로를 장악하고 진, 현, 주, 부와 대도시를 연결하는 유통망을 확보했다.

또한 이들은 방(幇)이라는 거대 집단을 형성하여, 가격을 흐리거나 방에 해가되는 행동을 하는 자들은 가차 없이 응징했다. 그럼으로써 결속을 도모하고 현재까지도 그들의 존재 가치를 유지하고, 빛을 발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이런 상태에서의 왕 신안과의 만남은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나는 보다 예의를 갖추어 그를 상대했다. 우리가 자리를 잡자마자 왕 신안은 점원을 소리쳐 불렀다. 잠시 후, 점원이 나타나자 그가 말했다.

"여기 뜨거운 물과 다기류 좀 가져오너라. 차 좀 우려먹어야겠다."

"네, 대인!"

왕 신안을 잘 아는지 점원이 공손히 예를 표하고 물러갔다.

"성함이 출생지의 강 이름을 딴 이름인 듯 하오만?"

"잘 아시는 구료. 선친께서 신안(新案) 강 주변에서 으뜸이 되면, 나라 전체에서도 으뜸이 될 수 있다고 해서 지어준 이름이지요."

선친이라 하는 것을 보니 부친이 돌아가셨나보다. 그래서 그런지 선친 소리를 한 이래로는 갑자기 부친이 회상이 되는지 눈가가 촉촉해진 왕 신안 이었다. 이를 내가 빤히 바라보자 얼른 눈가를 문지른 그가 말했다.

"초면에 죄송하오. 추태를 부린 듯해서."

"아, 아니오. 별 말씀을........"

감정을 수습한 왕 신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홍삼을 가지고 계시다고 했는데.......?"

"그렇소이다."

"물량은 얼마나?"

"한 오백 근 정도 되오."

"정말 이오이까?"

"하하하........! 초면에 거짓말을 하면 앞으로의 거래가 잘 이루어지겠소?"

"아, 제가 너무 놀라다 보니, 반가움에 그만 실언을 했소이다."

"그 외에도 많은 품목이 있으니, 이번 상행이 끝나는 대로 금주(錦州)의 우리 배가 있는 곳으로 갑시다. 그곳에 상품이 잔뜩 적재되어 있으니."

"암, 그러고 말고요."

"여기서는 무엇을 주로 구매하셨나요?"

"말 오백 필을 구매했으나, 모피류와 진주도 구매할 예정이오."

나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던 그가 물었다.

"모피와 진주는 그렇다쳐도 말 오백 필을 다 소화하실 수 있겠습니까?"

"소용되는 곳이 있어서 대량으로 구매를 했습니다."

"그러시군요. 우리는 주로 콩, 팥 등의 잡곡류와 면화를 주로 구매했습니다."

"그렇군요."

이렇게 이야기가 겉돌고 있는데 점원이 찻물과 다기류를 가지고 들어왔다. 그러자 왕 신안은 품에서 주머니를 꺼내어 진녹색이다 못해 거의 검은 빛을 띠는 찻잎 몇 점을 꺼내, 찻잔에 넣고 우려내기 시작했다.

때를 맞추어 흥정이 들어왔으므로 한 잔을 더 타는 왕 신안이었다.

"상담은 잘 끝냈는가?"

"네, 대인!"

알아서 나를 잘 호칭하는 흥정이었다.

이때 밖에서 운검이 나를 불렀다.

"주군, 아까 그 꼬마가 왔소이다."

"알았소. 내 차 한 잔 마시고 곧 나갈 테니, 잠시 기다리도록 하오."

"네, 주군!"

나는 채 다 우려지지도 않은 차를 달래 후루루 마시고는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가면서 왕 신안에게 한마디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왕 대인, 상담은 여기 윤 대방과 좀 해주시오. 내 잠시 바쁜 일이 있어서......"

"알겠소. 어서 다녀오시오."

나는 두 사람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 다음 밖으로 나왔다.

내가 밖으로 나오니 누르하치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싱글거리는 표정으로 나를 맞아 말했다.

"아저씨, 얼른 실력 보여주세요."

"여기서는 안 된다고 했지 않느냐?"

"그럼, 어디로 가나요?"

누르하치의 조금에 나는 난처한 표정을 짓고 운검을 바라보았다.

'어디 교외로 가야 되나? 그것은 또 왕 대방에게 예의가 아닌데?'

갈등하던 나는 곧 마음을 정하고 누르하치에게 물었다.

"너, 말 탈 줄 아느냐?"

"아저씨 바보예요? 우리는 요, 나자마자 말 위에서 놀고 밥 먹고 해요. 이래뵈도 말 위에서도 얼마나 활을 잘 쏘는지, 제 별명이 신전수(神箭手)예요."

"그렇다면 말을 타고 교외로 가자."

"네, 아저씨!"

금방 활짝 펴져 좋아하는 누르하치였다.

나는 호위장 임 선달을 불러 말했다.

"우리 셋만 가고, 호위들은 잠시 이곳에 둡시다."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두 분이 계시는데 무슨 위험이오?"

"그럼, 그러죠."

임 선달이 여각 곳곳에 배치되어 있던 조장들을 불러 잠시 무슨 이야기를 나누더니 다시 내 곁으로 왔다. 호기심으로 임 선달이 하는 양을 지켜보던 누르하치가 감탄성으로 입을 열었다.

"와~! 아저씨 굉장한 분인가 봐요. 부하들이 곳곳에 많네요."

"조선의 유명한 장군이라고, 내 안 하드냐?"

"진짜인가 보네요. 그런데 무기가 이상하네요."

"최신 무기란다."

"그래요? 우리는 아직 칼과 화살을 갖고 싸우는데........"

"배울 게 많을 것이니라. 아무튼 빨리 가자. 나를 기다리는 손님이 있으니."

"저는 걸어가요?"

"아, 너도 말 한 필 주어야지."

흥정이 타고 온 말을 누르하치에게 내주자, 말의 체고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발을 굴러 잘 만 올라타는 누르하치였다.

우리 넷은 빠르게 말을 달려 광녕성 남쪽 교외로 갔다. 푸른 초원만 펼쳐지는 싱그러운 대지이겠으나, 지금은 계절이 계절인 만큼 누런색으로 변색되어, 운치는 덜 했다. 구릉에 말을 세운 우리 일행은 곧 나의 지시에 의해 운검이 시범을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신중한 자세로 느릿느릿 전개하던 검세가, 일정 시간이 흐르자 점점 빨라지면서도 격렬해지는데, 나는 미처 눈으로 쫓지를 못하고 다만 어질어질한 것만 느꼈다. 그래도 누르하치는 침까지 질질 흘리며 눈을 부릅뜨고 시종일관 지켜보고 있었다.

"얍........!"

최종기합과 함께 무슨 수를 썼는지 초원의 마른 풀들이 하늘로 비산해 모두 풀을 뒤집어쓰는 것으로 운검이 시연을 마치자, 누르하치는 넋을 잃은 그 자세 그대로 움직일 줄을 몰랐다.

"꼬마야!"

"아, 네.......! 그런데 지금 뭐라고 부르셨어요?"

"꼬마라고 불렀단다."

"아, 제 이름 아시면서 왜 그러세요?"

"알았다. 앞으로는 꼬박꼬박 네 이름을 불러주마."

나는 누르하치의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어느새 운검 앞으로 쪼르르 달려간 누르하치가 그의 발치에 부복해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부님! 제자의 절을 받으십시오. 애신각라 누르하치라고 합니다."

"좋다! 내 주군의 명을 받들어 오늘부터 너를, 내 세 번째 제자로 삼으마. 그 대신........"

"저 말고도 또 제자가 둘이 나 있어요?"

"에헴, 훌륭한 사부 밑에는 훌륭한 제자가 많느니라."

"자랑은 그만 하시고, 하던 말씀이나 마저 하세요."

'요 놈 봐라!'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던 운검이 무게를 잡고 말했다.

"검에는 눈이 없다. 그러니까 주인의 마음대로 운용이 된다는 말이다. 해서 항상 광명정대한 마음을 가지고, 올바른 일에 검을 사용해야 한다. 알겠느냐?"

"네, 사부님!"

"구배를 올려라."

"네, 사부님!"

나의 지시로 진즉부터 만주어를 배운 운검의 진가가 발휘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누르하치가 운검의 말에 따라 열심히 절을 하는 동안 나는 끝없이 펼쳐진 초원을 보며 다짐을 했다.

"내 고구려의 옛 터전을 꼭 수복하겠다. 아니 더 나아가 중국 대륙을 손아귀에 넣어 천하를 한 번 호령하다 죽겠다!"

나의 포부는 더욱 굳세어지고,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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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고맙습니다!

^^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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