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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인생-75화 (75/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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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가옥의 특징이 한눈에 들어왔는데, 나무와 풀로 엮은 집들 지붕의 경사가 유별나게 가파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이곳이 위도가 높아 겨울이 길고 눈이 많이 오니까, 온 눈이 빨리 미끄러지도록 만든 지붕 같았다. 그리고 아주 단단히 고정된 것이 눈길을 끌었다. 그만큼 바람이 세다는 방증이리라.

아무튼 우리의 접근에 일부 밖에 나와 있던 원주민들이 급히 안으로 숨고, 일부의 아이들은 호기심으로 우리에게 접근하려고 하나, 그 부모들이 강제로 아이를 끌고 집안으로 숨어들었다. 낭패였다. 처음부터 친근하게 지내지는 못하더라도 대화는 나눌 수 있을 줄 알았다.

나는 이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불을 피우게 하고 병사의 일부가 짊어지고 온 감자며 고구마, 옥수수 등을 굽도록 했다. 그리고 집집마다 수색하여 마을 사람들을 전부 우리가 있는 곳으로 끌고 오게 하였다.

일부 반항하는 남자들은 포승에 엮이거나 질질 끌려 십여 군데 모닥불이 피워진 곳 앞으로 모이게 되었다. 나는 송익필을 앞세워

'우리는 당신들을 헤칠 의사고 없고, 함께 공존하려 한다.'

는 사실을 알리도록 했다.

그러나 그들과는 전혀 말이 통하지 않았다. 이를 송익필이 온 몸으로 전달하려하나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잠시 그들을 감자가 익을 때까지 대기시켜 놓았다. 이윽고 감자와 고구마 옥수수 등이 익자 나는 그것을 이들에게 조금씩 나눠주도록 했다.

그러나 아무도 이를 받아먹는 사람이 없었다. 이에 우리 병사들도 먹게 하니, 아이들이 제일 먼저 참지 못하고 따라 먹었다. 일부의 부모가 이를 말렸으나 벌써 먹은 아이들이 괜찮은 것을 보고 더는 말리지 않았다.

아니 자신들도 호기심으로 감자를 까서 조금씩 맛을 보았다. 맛이 있자 뜨거운 감자를 이리 저리 굴리며 재빠르게 까먹는 모습이 곳곳에 연출되었다. 그리고 염치 좋은 할망구는 더 달라고 손을 내밀기도 했다.

그런 사람에게는 더 주게 하니 너도나도 나서서 손을 벌렸다. 나는 이를 흐뭇하게 지켜보다가 송익필을 시켜 다시 대화를 시도해보았으나, 언어 자체가 틀려 도저히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분위기 자체는 많이 누그러졌다.

이에 나는 다시 병사들에게 밥을 지어 먹도록 했다. 마침 중참이라 우리도 식사를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반찬이라야 말린 육포와 비타민 부족을 우려해 말린 무청을 넣고 된장국을 끓인 것이 전부인 조촐한 식사가 곧 진행되었다.

일부러 나의 지시에 의해 많은 여분이 있게 밥을 짓게 했으므로 또 호기심으로 달려드는 일부의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처음과 같이 적극적으로 말리는 부모는 없었다.

이미 우리 병사들도 먹고 있는데다가 감자 등의 선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일부의 아낙이 집으로 뛰어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곧 입 주위에 괴상한 문신을 한 젊은 아낙의 손에는 갓 잡은 듯한 생선이 한 마리가 들려있었다.

이에 나는 그 생선을 받고 밥을 한 사발 퍼주도록 했다. 밥을 받은 그녀 가족들이 몰려들어 반찬도 없이 손으로 밥을 뜯어 먹었다. 이에 나는 국도 한 대접 퍼주도록 하니, 너도 나도 아낙들이 집으로 달려가, 바다에서 잡아온 생선이며 사냥한 짐승들의 날고기를 가져다 받쳤다.

나는 또 그들에게도 보상으로 밥과 국을 주도록 했다. 이렇게 되자 비로소 분위기가 훈훈해졌다. 이에 나는 남정네들의 구속을 풀어주도록 했다. 그러자 중년의 한 남자가 나서서 송익필에게 무엇을 열심히 설명하는데, 다른 마을에도 이를 알리겠다는 내용 같은데, 구체적인 뜻은 알 수 없었다.

무서울 것이 없는 내가 이를 허락하니 그 사내는 뒤도 안돌아 보고 동쪽으로 뛰어갔다. 얼마 후 100여 명쯤 되는 늙고 어리고 건장한 사내들이 여기서 도망간(?) 사람을 앞세워 몰려들었다.

그런데 그들의 손에는 사냥할 때 쓰는 죽창이나 일부는 제대로 된 칼과 철창이 들려져 있었다. 이에 내가 십여 명의 병사들에게 하늘을 향해 위협사격을 하라 지시하니, 곧 천지를 떨어 울리는 천보총의 사격음에 모두 놀라 대항은커녕 납작 엎드렸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벼락 치는 소리에 모두 기함을 한 것이다. 어쨌든 나는 그들의 대표자를 나서게 하여 다시 대화를 시도했으나 여전히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러자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부락의 추장인 늙은이가 나서서 제안을 했다.

다른 사람을 데리고 오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내용을 우리가 완전히 이해한 것은 아니고, 결과가 그렇게 증명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그의 말뜻이 무엇이든지 간에 일단은 허락하였다. 그리고 혹시 몰라 이번에는 고경명 휘하 나머지 900명의 병사를 전부 불러올렸다.

이들의 집결에 원주민 모두가 깜짝 놀람과 동시에 얼마 후에는 안도의 한숨을 불어 내는 것을 나는 모른 척 했다. 그 대신 나는 병사들을 풀어 사방을 수색케 했다. 일단은 우리의 숙영지를 정하려는 의도였다. 그렇게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 뿔뿔이 흩어졌던 병사들이 속속 모여드는 가운데 일단의 인물들이 또 출현했다.

백여 인의 왜인(倭人) 복장을 한 자들이었다. 원주민들이 알록달록한 삼색 복장인데 반해, 이들은 단색 무명옷이었고, 생김새부터가 틀렸다. 아이누족들이 붉은 빛을 띠는 백인인데 비해 이들은 우리와 같은 황인종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새롭게 몰려든 백여 인들 손에도 왜도는 물론 철창이 들려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도 우리가 인원이 많은 것을 보고 어느 한 사람이 나타나 대화를 시도했다. 떠드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왜어인지라 이번에는 대화가 통했다. 이에 송익필 나서서 대화를 주도했다.

"어디서 온 누구인데 이 땅에 무엇 하러 왔느냐?"

화인(和人) 즉 일본 본토에서 넘어온 자의 첫 물음이었다. 이에 송익필이 대답했다.

"우리는 조선에서 건너온 사람들로 영구적으로 이 땅에 살려고 왔다."

"안 된다. 이 땅은 우리 땅이다. 바로 물러가라. 그렇지 않으면 처절한 응징을 받을 것이다."

"어째 이곳이 너희들 땅이냐? 이곳 원주민들의 땅을 너희들이 빼앗은 것 아니냐?"

"백 년 세월을 이들과 다퉈 우리가 일군 보금자리다. 그러니 즉각 돌아가라."

"못 하겠다. 함께 살자."

"안 된다. 정 말을 안 들으면 우리의 힘을 보여 줄 수밖에 없다."

"너희들 마음대로 해라. 우리는 이 땅에서 평화롭게 함께 살기를 원한다."

"흥, 협상은 결렬되었다. 돌아가자! 곧 너희들에게 보복이 있을 것이다."

이때 내가 나섰다.

"올 때는 너희들 마음대로 왔지만 너희들 멋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즉각 체포하여 꿇려라!"

나의 명에 처음에 발을 들였던 병사 백 명이 총을 앞세워 전면에 나섰다.

"죽여라!"

화인의 우두머리가 겁도 없이 명령을 내렸다. 즉각 나도 명령을 내렸다.

"선두 열부터 시작해서, 제일 앞서 달려드는 놈들부터 죽여라!"

나의 명에 즉각 사열로 늘어선 병사들 중 첫 열이 발포를 시작했다.

따당, 땅 땅땅!

집중 사격에 앞장서서 달려들던 자들이 짚단 쓰러지듯 비명과 함께 우수수 쓰러지자 화인들의 행동이 멈칫했다. 일제히 달려들 던 것을 멈추고 제자리에 선 것이다. 아니 일부는 꽁무니를 빼는 자들도 있었다.

"잡아 꿇려라!"

나의 명에 100명이 일제히 총을 겨누고 그들에게 접근했다. 이들이 당황하여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쳤다.

"도망가는 놈은 가차 없이 죽여라! 통역해!"

나의 명을 송익필이 그대로 왜어로 소리 질렀다. 그러자 그들의 뒷걸음질이 말뚝에 메어놓은 것처럼 멎었다.

"병기를 버리라! 그리고 손을 머리에 얹고, 그 자리에 주저앉는 자는 살려주겠다."

나의 말을 송익필이 바로 통역했다. 그러자 왜인 우두머리를 제외하고는 일제히 병장기를 버리고 주저앉아 머리에 손을 얹었다.

"저 놈을 죽여라!"

아직도 뻣뻣이 서있는 우두머리를 지칭해 내가 명령을 내리자 화인은 미처 통역을 하지 않았는데도 황급히 검을 버리고 털썩 주저앉았다. 내 말에 깃든 살기를 느낀 모양이었다.

"이제 제대로 차분히 대화가 되겠군."

중얼거린 내가 병사들에게 지시해 모든 병기를 거둬들이도록 했다. 이때였다. 열중에서 웬 14~15세쯤 되어 보이는 소년이 벌떡 일어나 우리에게 뛰어오며 왜어로 외쳤다.

"이놈들은 나쁜 놈들 이예요. 교역을 한다고 하고는 우리 물건을 강제로 빼앗다시피 했어요. 저항하는 우리 사람들을 이놈들이 죄다 죽이고, 이 땅의 주인노릇을 해요."

"이리 오너라!"

황급히 열에서 달아나 얼결에 분노의 말을 쏟아냈지만, 무엇이 두려운지 다시 화인 쪽을 쳐다보며 몸을 떠는 소년을 불러 나는 가까이 오도록 했다.

"너는 누구냐?"

"저는 원래부터 이 마을 사람이나 똑똑하다는 이유로 저들에게 끌려가 점원 노릇을 했어요."

"고생 많았겠구나. 이제부터는 내가 너를 보호해주마. 이 시간 이후 너는 나의 통역이다."

"감사합니다. 주인어른!"

얼른 고개를 조아리며 눈물을 훔치는 소년이었다.

"숙영지를 건설해라! 일부는 경계도 철저히 하고."

"네, 총사령관님!"

병사들이 맡은 일에 따라 분주히 움직이자 나는 왜인 우두머리를 잡아오도록 했다.

나는 그에게 선언하듯 말했다.

"네가 복수를 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병력을 몰고 와라. 하지만 저항을 하면 노예가 된다는 것을 각오하고 움직여야 할 것이다."

이렇게 말한 나는 그가 보는 앞에서 곧 포로가 된 자들을 본보기라도 보여주는 듯 병사 열 명 당 한 사람씩 배정하여 노예로 부리도록 했다. 그리고 나는 곧 우두머리만 풀어주었다. 대충 정리가 끝나자 나는 배 위에 있던 자들도 일부 배를 보호할 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지상으로 불러올렸다.

곧 근 삼천에 육박하는 대병이 소속 부대로 움직이며 오랫동안 우리가 머물 요새를 찾기 위해 흩어졌다. 나는 이를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며 아이누족 소년을 이끌고 임시 천막으로 향했다. 묻고 싶은 것이 많았던 것이다.

나는 임시 천막에서 늙은 촌장도 함께 불러들여 아이누족 소년의 통역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결과 알게 된 사실은 이러 했다. 물론 송익필도 통역을 위해 배석을 했다.

원래 이들은 사냥과 물고기를 잡는 것을 주업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물론 간단한 밭작물도 재배해 반찬으로 삼았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지 본토에서 넘어온 화인들에 의해 급속도로 질서가 무너지고 풍습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들이 가지고 온 화덕 덕분에 안에서 취사가 가능해짐에 따라 집을 지어 가족단위로 모여 살게 되었다. 이에 따라 필요에 의해 교역소가 설치되고 '코탄'이라는 부락도 생겨났다. 그러나 화인들은 곧 본색을 드러내 이들이 필요한 물건 즉 화덕이나 철 솥, 철제 창이나 칼, 간단한 농기구 등을 가지고 교역을 하면서 폭리를 취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분노한 원주민들이 성채를 짓고 집단으로 대항하기 시작하니, 이때부터 원주민과 화인들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했고, 이는 곧 전쟁으로 발전하여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단위 부족이 몰려 사는 곳은 원주민만의 요새로 지어진 성채가 있고, 화인들은 화인들 나름대로 모여 살면서 그들도 성채를 짓고 살았다. 그러면서 이들은 일면 대항하는 아이누족들과 전투를 벌이면서도, 일면 필요로 하는 부족들과는 교역도 행했다. 이렇게 되어 이런 삶이 지금까지 쭉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이제 거의 다 화인들에 의해 정복된 상태고, 대항하는 부족은 얼마 남지 않았다 했다. 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결심을 했다. 애초에 화인 우두머리에게 말한 대로 저항하는 화인들은 노예로 삼고, 이들 원주민과는 공평한 교역을 통해 농사도 가르치면서 평화롭게 살기로.

어쨌거나 나는 대화를 끝내고 나오면서 나는 송익필에게 나인(那人)이라는 이 소년에게 조선을 가르치도록 했다. 그리고 나는 결심이 서자, 나는 대대장급 이상의 장령들을 불러들여 나의 뜻을 전하고 그대로 집행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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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고맙고 감사합니다!

^^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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