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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인생-74화 (74/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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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나 봅시다."

나는 벌써 그들의 부탁이라는 게 짐작이 갔으므로 별로 내키지 않는다는 투로 대답했다.

"우리가 조선군들이 소유하고 있는 신무기를 구매할 방도는 없겠소?"

"그것은 곤란하오. 우리 또한 수십 년의 공을 들여서 나라에서 발명한 것이므로, 내 마음대로 어찌 할 수 없거니와, 또한 그런 권한이 주어졌다 해도, 그 요구에는 응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혀둡니다."

"허허.......! 그것 참.......!"

입맛을 쩍쩍 다시는 요시히사에게 내가 말했다.

"내 개인적으로 조선 제일의 상단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오. 그 외에 필요한 물품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조달 가능하니, 기왕 외부에서 구매할 것이라면 우리에게 구매요청을 하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들어드리도록 하겠소."

"좋소! 도움을 받는 입장에서 최소한 그 정도는 도와드려야지요."

아주 흔쾌하게 동의하는 요시히사를 보면서 나는 하고 싶은 말을 이어나갔다.

"하고........."

"말씀하시죠."

"그런 의미에서 상단 문제를 전적으로 책임질 사람도 한 사람 남기겠소."

"좋도록 하시죠."

"허 단주는 일어나 인사하시오."

나의 지적에 허필량이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자신을 소개했다.

"허필량입니다. 많은 도움을 바랍니다."

공손하나 결코 비굴하지 않은 허필량의 인사에 장내는 훈풍이 불었다. 또 나는 아예 소개하는 길에 운곡도 소개를 하여 서로 간의 간극을 빠른 시일 내에 좁히도록 했다. 그러자 그들또한 새삼 자신들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나도 끝자리에서 간략하게 내 신상을 소개했다.

'조선의 무장 윤 흥'이라는 정도였다. 아무튼 비로소 어느 정도 결맹다운 모습을 띠어가는 양진영이었다. 잠시 실내에 침묵이 감돌기 시작하자 나의 표정을 살핀 요시하사가 말했다.

"어제는 서로 구두로 약정을 했지만 어제 한 약속을, 오늘 것 포함하여 명문화 합시다. 해서 2부를 작성하여 서로 나눠가짐으로써, 만약 결맹이 깨지는 날에는, 누구의 잘못인지 외부인이 분명히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도록 합시다."

"원하던 바였소. 그렇게 합시다."

곧 양쪽 실무진들이 문구 하나 하나에 신경을 써가며 조문화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양쪽 공히 알아 볼 수 있는 한문으로 된 조문화 작업이었다. 어쨌든 우리는 이것은 이것대로 진행을 시키며 다음의 이야기를 진행해 나갔다.

"오늘의 승리로 적의 주력이 궤멸되었으니, 휴가국의 흡수 통합은 여반장일 것이오. 그런 작업은 당주 이하 시마즈 가문에서 하고, 우리는 주력 전투에서만 싸움을 하는 것으로 합시다."

"의당 그래야지요. 조력을 받는 것도 염치가 있는 일인데, 되나가나 도와달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죠."

"좋습니다. 하고 지금 조문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내용대로, 아 측 장수와 당주의 따님 간의 혼약 역시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져야 하겠고, 토요히사의 양자 건도 신속히 추진이 되었으면 좋겠소."

"이를 말이오. 약속을 했으면 당연히 실천을 해야죠."

"좋소. 믿고 가겠소."

"바로 떠나시게요?"

"아니오. 우리 상단이 지금 하카다에서 상행을 하고 있는데, 그들이 오는 대로 떠날 참이오."

"그간이라도 아주 편하게 머물다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대접 나름이겠지요."

"하하하........!"

나의 응수에 장내에 박장대소가 터졌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조문화 작업마저 마무리되자, 우리는 곧 진정한 주연에 들어갔다.

서로 술잔을 권하며 우의를 다지는 가운데 어느덧 실내에는 등잔이 밝혀져 있었다.

그로부터 며칠 지나지 않아 하카다에 교역을 마친 흥정 일행이 우리를 찾아왔다. 우리는 이미 만반의 출항 준비를 마치고 있었으므로 곧 이노성을 떠났다. 떠나면서 운곡을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아릿했다.

벌써 그와 만나 정든 시간이 얼마이던가!

생사를 알 수 없는 타관객지에 막중한 임무를 맡기고 떠나는 내 마음도, 보내는 그의 마음도 서로 편치는 않았다. 군사들 역시 떠나는 우리를 눈물을 머금고 전송했다.

평소 감정이 여리다고는 볼 수 없는 고경명도 이런 모습에 눈가를 자주 눌렀다.

"조금 있으면 운곡과 같은 처지가 될지도 모르는데, 너무 마음이 약해져서는 안 되오."

"그동안 정이 없는 줄 알았더니, 어느새 정이 든 모양이네요. 감정이 무딘 저도 북받치는 것을 보면."

"회자정리(會者定離)라 하지 않았소. 이별이 있으면 만나의 기쁨이 있는 것이고, 만남의 기쁨이 있으면 언젠가는 헤어질 날도 있는 것이죠."

"뭐든지 말이야 쉽지요. 감정이 다루기 좋은 물건이 아닌 다음에라야, 좀 그렀네요."

"그만하고 어서 배에 오릅시다."

"네!"

나는 고경명과 함께 거대 전함에 올랐다. 이제 2,000명의 연대원 중 1천명은 이노성에 남고, 나머지 1천명을 고경명이 지휘해야 하기 때문에, 예하 부대원이 탄 배에 동승해야 했지만, 나는 할 말이 있어서 함께 사령선에 오르도록 한 것이다.

배가 출항하여 심해로 나가자 나는 주요 간부들을 불러 모아 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에는 특별히 어의 출신 공진택 의야도 참석하도록 했다. 이번 출항에는 공의야 뿐만 아니라 그의 전 제자들도 나의 요구로 함께 승선을 했다.

그런데 이번 출항에는 그의 제자들은 빠지고 없었다. 그들은 유구에 혹시 환자가 생길지 몰라 남겨두고 온 것이다. 아무튼 내가 부른 사람들이 사령실에 모여들자 나는 새삼 면면을 살펴보았다.

상행을 책임진 흥정, 4연대장 운봉, 5부연대장이자 1대대장인 고경명, 송익필과 손자대, 그리고 공의야 등이 나의 침묵에 새삼 몸가짐을 바로하고 있었다. 나는 무거운 이야기를 하기 전에 가볍게 짚고 넘어가기 위해 공의야를 향해 물었다.

"말라리아에 대한 예방약은 아직 발명해내지 못했지요?"

"조선에서는 알 수 없는 생소한 병이다 보니 쉽지 않습니다."

"꾸준히 정진해서 의야의 혜택으로 많은 사람이 생명을 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노력하겠습니다."

"계속 수고해주시고요. 다음은 상행(商行)이 어떻게 되었는지 보고해 주시겠소?"

나의 말에 흥정이 공손히 목례를 올린 후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우리가 개발한 증포법에 의해 제조된 금산 홍삼과 도자기를 많이 가지고 나왔는데, 성황리에 고가로 많은 양을 판매했습니다. 하고 그 돈으로 다량의 염초와 유황을 샀습니다. 또한 많은 은을 매입하였습니다. 왜국이 은 생산량이 많아서인지 국내의 절반 시세밖에 되지 않아 예상보다 많은 구매를 했습니다."

"은 문제는 말이오."

"네!"

"멕시코라는 지구 반대편의 나라에서도 많이 유입될 것이오. 특히 여송의 양이들이 많이 취급을 할 테니, 앞으로는 그쪽을 예의주시하며 은 시세에 신경을 쓰도록 하오."

"네, 의빈마마!"

"그리고 항상 삼각무역에 신경을 쓰시오. 내 누누이 얘기한대로 쌀을 예로 들자면 왜국은 흉년이 들어 쌀값이 폭등을 하는데, 안남(安南:베트남)이나 섬라(태국)는 풍년이 들어 헐값인 경우가 있을 것이오. 그럴 때는 당연히 안남 쪽에서 사다가 왜국에 팔아야지요. 이제 우리도 거함이 네 척에, 앞으로도 계속 진수가 될 테니, 부피가 큰 물건도 거래를 할 수 있을 것이오."

한차례 숨을 돌린 나의 말이 이어졌다.

"왜국의 하카다나 유구, 명국의 광동항 등 우리가 많이 드나드는 무역항에는 앞으로 상관(商館)을 설치하여 평소에도 주문을 하거나 받음은 물론 현지의 시세를 미리 미리 파악하는 작업을 해놓는 게 좋겠소. 어떻게 생각하시오?"

"외국인에게 문호를 개방할 지가.........."

"현지인을 고용하면 되지 않소. 그 사람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고 우리 사람으로 만들어야 하고, 또한 세작의 교육을 받은 사람 정도하면 현지인으로 위장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오?"

"가능할 것 같습니다. 여러 방안을 모색해 현지에 우리의 상관을 개설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소."

"하고 무역에서 하나 명심할 것은 내가 항상 얘기하듯이 시세에 민감해야 하오. 아까는 삼각무역을 예로 들었지만 중계무역이라는 것도 있소. 쉽게 말해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은 물건을 중간에 소개해주고 구전만 먹는 것이죠. 이와 같이 상행의 방법도 무궁무진하니 이 분야에 대해서도 여러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시오."

"네, 의빈마마!"

"아까 언급이 없던데 내가 구입하라는 것은 구입했소?"

"네. 다량의 화덕과 농기구는 이곳에서 구입을 했고, 철 냄비와 솥, 시멘트 기타 건축자재 라든가 여타 생필품은 애초부터 배에 실려 있었으므로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알겠소. 감자와 고구마, 옥수수, 호박, 배추 등 각종 씨앗도 실었죠?"

"네, 그것은 물론 구황작물은 우리가 먹을 것까지 감안하여 충분히 실었습니다."

"좋소. 이제 속도를 높여 봅시다."

"네!"

나는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으나 오늘은 이만 회의를 파하고 모두 쉬도록 했다.

배는 맑고 쾌청한 날씨 덕에 빠르게 에조지 즉 북해도(北海島) 또는 홋카이도 섬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번 항해의 가장 큰 목적인 역청탄 산지를 확보함은 물론 차제에 북해도와 사할린을 영구히 조선의 영토로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항해하길 며칠.

마침내 우리는 우리가 원하던 장소에 왔다. 현대의 오타루라는 곳이다. 북해도의 중심도시인 삿포로가 멀지 않은 곳이었다.

우리가 막 하선을 하려는데 갑자기 쾌청하던 하늘에 순식간에 먹장구름이 하늘을 뒤덮기 시작했다. 낭패였다. 비가 온다면 절대 작은 양의 비가 아닐 것 같다. 에조지에 발을 들이자마자 먹장구름이라니, 순간적으로 조선으로의 영토 편입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 나였다.

곧 굵은 빗줄기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전 군사들이 동원되어 뱃전에 고이는 빗물을 퍼낼 정도로 순식간에 많은 비가 쏟아졌다. 그러길 채 이각도 되지 않아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쾌청했다. 꼭 무엇에 홀린 느낌이었다.

우리는 곧 단정을 내리고 상륙을 시도했다. 모든 사람이 일시에 다 내리면 원주민들을 경동시켜 사건화 될지도 모를 우려가 있었다. 해서 나는 우선 고경명의 대대원 중 1개 중대 백 명만 내리도록 했다.

내가 이렇게 결정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1차적으로 나는 현지인인 아이누족과의 동화정책을 추진하려 계획하고 있었다. 몽고의 원(元)나라가 중국을 지배한 것은 1백년 남짓이다. 그러나 다른 이민족인 청나라는 3백 년간 중국을 지배했다.

그 차이는 무엇인가?

원나라는 강압정책을 썼다. 몽고인이 1등 민이고 서역인이 2등 국민이요, 금나라의 지배를 받았던 북송인들이 3등 민이요, 남송 치하의 한인들이 4등 국민으로 치부하여 엄격한 신분 제한 정책을 폈다.

그러나 명을 멸망시킨 여진족은 그들과 동화정책을 펴서 만주인과 함께 한인들을 고위직에도 고루 등용하는 등, 현지화 내지는 동화정책을 펴는 바람에 정권이 오래 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이를 잘 알고 있던 나는 일단은 동화정책을 시도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이 섬에 상륙을 한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나의 뜻대로 되지 않을 때에는 대 학살극을 벌이더라도 기필코 이 섬만은 점령하여 내가 실질적 지배자가 될 생각을 굳혔다.

우리가 이 대지에 발을 디디자 경이의 연속이었다. 사월 초이건만 이 땅은 이제야 깨어나 다투어 꽃을 피워내고 초록으로 빛나고 있었다. 생명의 봄을 노래하는 대지 위를 걷길 얼마가지 않아, 우리는 십여 가구의 원주민들이 사는 부락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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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감사드리고요!

^^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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