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안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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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곧 사정전에 들려 독대를 청하니 여느 날과 다름없이 선조 균은 곧 정무를 폐하고 나를 따뜻이 맞아 주었다. 나는 곧 그곳 즉 사정전 뜰에서 임 선달과 운봉 등에 잡혀 있던 말 등에서 우선 난로와 조개탄 부대를 내렸다.
그리고 나는 새끼 내시에게 일러 사옹원에서 불씨와 장작을 가져오게 하여, 난로의 하단부에 장작불을 피웠다. 그리고 무쇠의 거름쇠 위에 조개탄을 올려놓았다. 한참 후 조개탄에 불이 붙자 나는 더 많은 양을 그곳에 퍼부었다.
그러자 일각 후에는 조개탄 전부에 불이 옮겨 붙어, 곁에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열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이를 보고 내가 균에게 물었다.
"어떻습니까? 전하!"
"경의 말대로 생긴 것은 검은 게 흉측하나 그 열기만은 대단하군요. 이것을 전내에 몇 개 피워 놓으면 한 겨울에도 내내 훈훈하겠소."
"바로 그것입니다. 제가 이것을 전내에 설치하여 전하가 올 겨울을 아주 따뜻하게 나도록 하겠사옵니다."
"그 대신 과인은 경에게 또 개발권을 주어야 하는 것 아니오?"
"하하하........! 전하의 뜻대로 하시는 것이오나, 가급적 그렇게 조치해주셨으면 고맙겠사옵니다. 전하!"
"하하하.........! 그냥 떼를 쓰는 것보다 더 무섭군. 이렇게 시범까지 보이니 말이야. 아무튼 필요한 사람이 가져야 그 소용이 닿는 법. 모르는 사람은 줘도 백해무익하니 경의 뜻대로 하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감사를 표한 나는 곧 작은 난로도 내려 번개탄 즉 숯에다가 흑색화약 가루를 조금 섞은 놈에 불을 붙이니 금방 화르르 타올라 붉게 변했다. 나는 이것을 생탄 위에 올려놓고, 그 위에 이 번개탄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또 한 장의 연탄을 올려놓으니 이놈도 한참 후 불이 붙어 열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이 놈을 신이 작명하길 19공탄이라 했는데, 이를 민가에 대대적으로 보급하면 땔나무가 필요가 없어 십 년 내에 조선 팔도의 온 강산이 푸르러 질 것입니다. 허나 아직 조선은 교통편이 발달하지 않아 운송에게 문제가 있고, 또 타는 과정에서 가스를 내뿜는데, 이를 잘 통풍시키지 않으면 생명을 앗아가는 무서운 물질이므로 이 또한 유의해야 합니다."
"하하하........! 모든 게 다 좋을 수야 있겠소. 경의 말대로 교통이 불편하니 우선은 한양에 시범적으로 공급을 해보오."
"성은이 하해와 같사옵니다. 전하!"
이어 나는 고령토와 황토 흙으로 시범적으로 빚은 화덕을 선보이고 그 위에 타는 연탄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쇠로 만든 레일에 그 화덕을 옮기고 그 레일을 타고, 왔다갔다 움직이게 하여 난방을 하는 방법을 설명하였다.
"전하, 이 화덕을 개량된 아궁이에 넣어 방안 구들 깊숙이 넣으면 방위까지 따뜻해지는 것은 여반장이며, 하루에 세 장을 때면 충분하므로, 하루 종일 방을 절절 끓게도 할 수 있사옵니다."
"하하하.........! 과인은 이것도 신기하지만 보면 볼수록 경이 더 신기하오. 어디서 이런 지혜가 샘솟듯 솟는지 알 수가 없단 말이오."
"고문헌에 보면 흑토라 해서 이런 것이 있사오나, 보통 선비들은 이를 보고도 허투루 대하니 모르는 것이옵니다. 하지만 신은 이상한 글자만 나오면 그것을 꼭 확인해보고 실험해봐야 직성이 풀리는지라, 이런 물질을 발견할 수도, 만들 수도 있는 것이옵니다. 전하!"
"아무튼 경, 이게 '연탄'이라 했소?"
"네, 전하!"
"이런 연탄이 나오는 곳이라면 다 개발권을 줄 테니, 이를 잘 개발하여 만백성이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게 하고, 산을 푸르게 하는 데 일조하도록 하오."
"황공하옵니다. 전하!"
성공리에 연탄을 데뷔시켰다고 판단되자 나는 이번에는 시멘트 부대를 내리도록 했다. 나는 그것도 꺼내어 미리 준비해온 채에 친 모래와 시멘트를 물과 잘 섞어 몰타르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것을 바로 내가 선 바닥 앞을 잘 청소하여 이물질을 없앤 다음, 흙칼로 얇게 발랐다. 또 다른 곳은 모래 외에 잔자갈을 더 첨가하여 콘크리트를 만들어 바닥을 두툼하게 발랐다. 그리고 말했다.
"전하! 이것이 굳으면 돌망치보다 더 단단해지옵니다. 이것을 흑 벽돌 찍듯 하여 집을 지으면 더 단단한 집을 지을 수도 있고, 이것으로 다리를 놓으면 몇 백 년이 가도 썩지를 않으니 보수를 할 필요가 없어지옵니다. 물론 이를 더 단단하게 하기 위해서 중간에 철근을 집어넣기도 하옵니다. 또 같은 이치로 높은 건물도 목재보다 보다 손쉽게 지을 수도 있음 입니다. 하오니 이의 개발도 허락하여 주옵소서!"
"하하하.........! 괴문괴사로다! 정말 나 혼자 보고 듣는 것이 안타깝소. 경에게 개발을 허락하는 대신 내일은 전 대신들이 모인 앞에서 다시 한 번 시범을 보이도록 하오!"
"황공하옵니다. 전하! 전하의 뜻대로 백 번이고 천 번이고 행하도록 하겠사옵니다."
전국의 석탄광 개발권에 시멘트 광권까지 공짜로 얻었는데, 하루 더 시범을 연장하는 것이야 못하겠느냐는 것이 내 심정이었다. 현대의 가치로 따지면 정말 어마어마한 가치인데, 지금의 내 심정 같아서는 백 번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튼 선조 균의 덕분에 나는 이튿날 궐에서 전 대신들이 보는 앞에서 연탄과 시멘트에 대한 시연회를 열어야 했다. 그동안 어제 내가 발라놓은 몰타르와 콘크리트가 많이 굳어져서 내 말에 신빙성을 더 할 수 있었다.
아무튼 성공리에 시연을 끝낸 나는 흥정을 파견해 강원도 도계 일대의 고사리는 물론 인근 지역을 모두 탐사하여 노천탄광이 있는 산은, 그 산이 몇 십만 정보가 되었든 다 사들이도록 하고, 또 길도 최소한 마차가 다닐 수 있는 정도로 넓히도록 했다.
이는 삼척군과 이웃한 명주 군수의 협조를 얻어 겨울 농한기에 하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화순 일대도 탐색하여 노천 탄광이 있는 산을 다 사들이도록 하고, 이 또한 역시 우마차 길을 내도록 했다.
그리고 나는 두 부인을 데리고 만경으로 내려왔다. 이제는 집이 완성되어 두 부인에게 각각 집 한 채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취한 조처였다. 그리고 우리가 살던 집은 몇몇 하인들이 머물러 집을 잘 관리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내가 한 번은 여각에 들렸는데, 여기서 안타까운 소식을 들어야 했다. 나의 장인 장모였던 윤원형과 정난정이 금부도사가 출현했다는 낭설을 믿고, 지레 짐작으로 겁을 먹고 독약을 마시고 자결했다는 비보를 들어야 했다.
이 사실을 나는 윤 연에게는 비밀로 했지만 그녀 역시 언젠가는 이 소식을 듣고 비통해 하리라. 그 때는 그때고 지금은 모르는 게 낫다싶어, 이를 감추고 그녀와 함께 만경으로 내려가는 길 내내, 내 표정이 우울할 수밖에 없었다.
두 부인을 만경에 안치한 나는 곧 비금도로 내려가 그곳에서 연구에 몰두했다. 곧 증기기관의 발명이 그것이었다. 나는 우선 분야 별로 떼어 이를 그림으로 그려주고, 신장쇠에게 이를 철제로 제작하도록 했다.
오일 만에 샘플이 완성되었으므로 나는 우리 기술자들을 전부 불러 놓아 이의 실험에 들어갔다. 외부로는 단단히 경계를 세워 외인의 출입을 엄금한 상태에서의 실험이었다.
우선 나는 전 기술자들이 눈을 빛내며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서 보일러 통과 같이 생긴 놈에 가득 물을 채우고 그 밑에 조개탄 불을 피우도록 했다. 조개탄을 잔뜩 채워 넣은 상태에서 점차 전 조개탄에 불이 옮겨 붙자, 곧 물이 설설 끓기 시작하더니 곧 위에 매달린 쇠관을 통해 응축기로 수증기가 채집되기 시작했다.
이것이 곧 가는 관을 타고 피스톤 부위로 가자, 피스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종내는 빠르게 왕복운동을 시작했다. 이것이 곧 피스톤에 연결된 크랭크축을 타고 가 끝에 매달린 쇠바퀴를 돌리기 시작했다. 종내는 점점 가속도가 붙은 놈이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장내는 박수갈채와 환호가 쏟아져 나왔다.
"와아! 돈다, 돌아! 무지하게 빨리 돈다! 와아~! 와아~!"
나 또한 감개가 무량한 얼굴로 한동안 이를 지켜보다가 장내 분위기가 진정되기를 기다려 말했다.
"이것이 우마(牛馬)를 대신할 신 동력(新 動力)이오. 이 기관을 좀 더 발전시키면 배에 노를 젓지도 않고 항해할 수도 있고, 기차(汽車)라는 시꺼먼 먹통 철우마를 만들어 길을 달 릴 수도 있소. 이것뿐이 아니오. 이를 통해 벼를 찧을 수도 있고, 여타 다른 무수한 기계를 돌릴 수도 있소. 하니 이를 전 장인들이 합심하여 더 낫도록 개량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오."
여기서 일단 말을 끊은 나는 밸브의 원리를 이용하여 속도를 늦추게 하는 것도 보여주고, 이내 돌던 회전체가 멈추자 나는 곧 샘플로 만들어진 배를 움직이는 쇠로 된 키로 교체케 했다.
그 역시 밸브를 열어 고속으로 회전시키니 또 한 번의 탄성과 환호가 쏟아졌지만 나는 이에 개의치 않고 그들을 진정시켜 배의 원리를 설명했다.
"이 키를 저 장치와 연결하여 배의 이물에 설치하면 곧 사공 없이 배가 나아갈 수 있을 것이오. 하니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우리가 만드는 배에는 모두 장착할 수 있도록 하오. 그리고 저 응측기를 한 번 더 가열해보시오. 그러면 좀 더 맹렬한 기화체를 얻어 그 힘이 배가될 것이오. 비로소 대양에서 움직일 큰 배도 거뜬히 항해하게 할 것이니, 성능 개량에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길 부탁드리오. 알겠습니까?"
"네, 의빈마마!"
대답하는 장인들의 말에는 뜨거운 열기와 함께 무언가 이루겠다는 결의가 넘쳐났다. 또한 이것이 외부로 노출되면 큰일 날일이므로, 나는 지금보다 경계를 배로 늘일 것을 주문하는 동시에, 우리의 연구진 외에는 아무도 출입을 못하도록 다시 한 번 단단히 훈시하였다. 그리고 나의 말이 이어졌다.
"내일은 지금까지 개발한 모든 무기에 대해서 화력시범과 함께 성능을 시험하겠으니, 해당 장인들은 준비를 해주시오. 하고 군 수뇌부에 일러 여기에 참관할 수 있도록 해주오."
나는 이들의 우렁찬 대답을 들으며 현장을 빠져나왔다. 아직도 신기한지 구경하고 있는 장인들을 등 뒤로 하고서.
다음 날.
나는 어제 지시한 대로 개량에 개량이 거듭되고 있는 총통류와 이미 만들어져 더욱 정교하게 개량되고 있는 비격진천뢰와 화차, 그리고 천보총의 성능 실험에 참가하기로 하고, 군 수뇌부는 물론 장인들을 불러 모았다.
나는 모여든 군 수뇌부를 데리고 미리 화력시험장에 가 있는 장인들을 만나러, 1만 명이 훈련을 받고 있는 훈련장에서도, 고개 하나 너머에 위치한 화력시험장으로 갔다. 여기에는 운검과 권율, 이순신, 운곡은 물론 임 선달, 운봉 그리고 대장장이 신장쇠도 따르고 있었다.
마침내 우리 일행이 도착하니 미리 와 있던 장인들이 내게 고개를 숙이며 영접을 했다. 나는 그들의 인사를 정중하게 받으며 우선 이 장손이 개발한 진천뢰에 대해 시험을 하도록 했다.
나의 명에 이 장손이 곧 농촌의 지붕 위에 열린 조롱박만한 크기의 시꺼먼 무쇠로 된 비격진천뢰를 들고 곧 심지 두 개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이를 전방을 향해 힘껏 던졌다. 우리는 이에 신속히 미리 마련된 흙 가마니 뒤로 대피하여 눈만 내놓았다.
콰쾅!
곧 굉음과 함께 포탄이 작렬하며 섬광과 함께 표피의 쇠를 사방으로 비산시켰다. 부근 오 장 이내가 초토화되었다. 만족한 웃음을 머금은 내가 물었다.
"폭발 시간도 조절할 수 있는가?"
"약선(藥線)을 발화장치로 이용한 금(金과 명(明)의 화기와 달리, 비격진천뢰는 목곡(木谷)이라 하는 나선형으로 된 별도의 발화장치가 있습니다. 목곡에는 원하는 폭발시간에 맞게 빨리 폭발시키려면 10바퀴, 늦게 폭발시키려면 15바퀴 등의 도화선이 감겨져 탄환 안에 들어가 있으며, 그 끝 가닥이 진천뢰의 완구에 별도로 하나 더 설치해 놓은 화문(火門) 바깥으로 나오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같은 별도의 발화장치 때문에 비격진천뢰의 완구 화문은 다른 화포보다 하나 더 많은 2개이옵니다. 하나는 진천뢰의 도화선용으로, 다른 하나는 발사 화약의 점화용으로 이용대고 있사옵니다."
"다른 총통류로도 이것을 쏠 수 있는 것인가?"
"대완구로 쏘면 더 멀리 날려 보낼 수도 있사옵니다!"
"좋구나, 좋아! 이것은 현대의 수류탄에 버금가지 않는가!"
이렇게 낮게 중얼거린 내가 말했다.
"이 장인에게는 그 간의 공로를 생각하여 쌀 백 섬과 함께, 비단 백 필을 상으로 하사하겠노라!"
"황공하옵니다! 의빈마마!"
급히 고개를 조아리며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이 장손의 등을 나는 한없이 두드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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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고맙습니다!
^^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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