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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인생-61화 (6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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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씀해주신 것에 감사하오. 저희들이 순교자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저희들은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장하오!"

그렇게 말한 나는 서양의 예법으로 그들에게 다가가 가볍게 포옹을 했다. 나의 행동에 또 한 번 놀라는 그들이었다. 나는 그들이 다른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그들의 결심을 굳히기 위해서 말했다.

"예수님께서도 처음에는 12분의 제자로 지금과 같은 성세를 이루셨소. 우리 15만 백성들 가운데 예수님의 12제자 같은 성심 있는, 아니 투절한 신앙인을 구하시오. 그들이 또 12제자를 구하고, 또 구하는 순간, 마침내 조선에도 당신들이 말하는 하느님이 임하실 것이오."

나의 말에 그들은 황급히 무릎을 꿇고 급히 성호를 그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감사드리옵나이다! 아멘!"

나는 그들의 행위에 넉넉한 미소만 짓고 있었다.

나는 조선을 부강한 나라로 만들 수 있다면, 석가든, 공자든, 예수든, 알라든 모든 종교를 개방할 용의가 있는 사람이다. 믿음이 있으면 그만큼 그 사람의 정신세계는 안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종교인이 아닌 사람이, 너무 극단적으로 믿는 것은 결코 아름답게 보지 않는다.

아무튼 나는 신부들을 내보내고 곧 흥정을 불러들였다. 곧 배다른 이복형이제만 삼형제가 사무실에 마주 앉았다. 나는 어느 때보다 심각한 안색이었다. 나의 표정을 보고 둘도 긴장이 되는지 앉은 자세를 바로 했다.

"내 오늘 두 형들에게 심중에 있는 깊은 이야기를 할 참이니, 형은 가서 운봉 사형제를 데려다 밖에다 번을 세우시오. 그리고 어느 누구도 들여 보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둘도 들어서는 안 되니 멀찌감치 떨어져서 번을 서도록 조치하고 오오."

"알겠습니다. 의빈님!"

흥정이 나의 지시를 시행하기 위해 나가자 나는 흥분에게 가벼운 것을 물었다.

"허 필량(許 弼良)은 잘 있소?"

"네. 독서로 소일하고 있습니다."

허 필량이 누구 인고 하니, 윤원형의 모사로 있으면서 내게 많은 도움을 주었던 사람으로, 역시 윤원형 체포 당시 함께 구금되었으나, 내가 빼내어 이곳에 머물게 한 사람이었다.

"왜, 보이지를 않소?"

"이 섬에 있지를 않고 다른 섬에 있습니다. 아직 오신지도 모를 것입니다."

"알겠소."

이때 흥정이 모든 조치를 끝내고 돌아왔으므로 나와 흥분과의 대화는 여기서 중단되었다. 흥정이 자리를 잡자 나는 다시 굳은 안색이 되어 입을 열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지 참으로 심각한 문제라 말이오."

내가 이렇게 무겁게 입을 뗀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정조 이후의 천주교 박해사건 외에도 조선이 멸망하는 그 순간까지도 대원군에 의해 박해가 가해질 정도로 천주교는 조선과는 상극인 종교였다.

그것은 곧 역모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서학(西學)이라는 학문으로 소개되어 실학파의 거두 이익(李瀷)을 필두로, 홍대용을 비롯한 박지원, 이덕형, 박재가 등, 서양 과학과 기술을 적극 도입함으로써 부국유민(富國裕民)을 위한 이용후생(利用厚生)에 기여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접근한 사람도 있는 등, 양면의 칼날이라는 것을 내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천주교 선교를 허용하는 이면에는 그들로부터 학문과 기술을 전수받아, 만경당 출신 수재들에게 전수하기 위해서요. 또한 그들과의 공동연구로 모종의 기물들을 발명하고 싶어서이기도 하오."

나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그러나 이를 잘못 다루면 큰 풍파가 일어날 수도 있소. 아니 역모 죄로 우리 일문이 멸망하는 수도 있소. 그러니 두 분 형제는 절대 이를 신앙으로 믿어서는 안 되고, 또 앞으로 섬을 통제하여 함부로 허락 없이 외부로 나가는 사람이 있어서도 안 되오. 그렇지만 이를 지속할 수는 없을 것이오. 그래서 나는 이들 백성들 전부를 조선이 아닌 외부의 섬으로 이주시킬 계획을 갖고 있소."

나의 이 말에 두 사람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을 손을 저어 제지한 후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흥정 형은 왜와 명은 물론 요즈음은 여진까지 다녀봐서 알겠지만, 미구에 조선은 이 상태로 있다가는 큰 재앙을 당할 것이오. 그래서 내가 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동분서주하나 힘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는 중이오. 해서........"

"나는 외부의 우리보다 못한 섬나라를 점령하여 우리의 실력을 키우려하오. 조선에서는 너무 간섭이 많아, 힘을 기를 수 없으니 외부에 나가 힘을 길렀다가, 조선이 위태로워지면 그 힘으로 이 나라를 구하고 싶소. 그 과정의 일환으로 천주교를 받아들이는 것이니, 두 사람은 내 목적을 분명히 알고, 철저한 통제와 힘의 비축을 위해 배증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오."

"명심하겠사옵니다! 의빈님!"

굳은 표정으로 다짐하는 그들에게 가는 미소를 짓던 나의 표정이 점차 훈훈해지며 말했다.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믿는 사람들은 누가 뭐래도 우리 형제들 밖에 없소. 지금까지 너무 잘 해왔지만 계속해서 고생만 시켜서 미안하오. 그렇지만 이는 돈에 미쳐서가 아니라, 내가 태어나고 자란 조선의 부흥을 위해서이니, 두 분은 사명감을 갖고 좀 더 인내하고, 고생 해주오."

"고맙소!"

나는 새삼 두 형들의 손을 잡아다가 굳게 잡고 토닥여 주었다.

일어나려는 두 사람을 보니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 나는 다시 그들을 앉혀놓고 말했다.

"저들은 종교를 포교하기 이전에, 저들 나라의 세작이라는 생각보터 먼저 해야 할 것이오. 그런 의미에서 저들에게 절대 군사시설이나, 여타 군사기밀을 누설해서는 안 될 것이오? 알겠소?"

"네, 의빈님!"

나는 다시 엄중한 표정이 되어 이들을 채근했다.

이후 우리는 모처럼만에 삼형제만이 함께 식사를 했다.

식사가 끝나자 나는 신장쇠가 운영하고 있는 대장간을 가보기로 하고 수행원들을 전부 불러 모았다. 일행 중에는 군기시의 기술자 6인도 포함되어 있었다. 대장간은 비금도가 아닌 남쪽으로 붙어있다 시피한 도초도에 있었다.

현재는 다리가 놓여 육로로 통행이 가능하지만 당연하게도 우리는 배를 타고 가야했다. 가면서 흥분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기술자들이 일을 하고 연구를 할 보금자리도 이곳에 지어놓았다고 했다.

비금도에는 지금 대형 선박이 건조되고 있어 사람이 많으므로 보안상 이곳을 택했다는 흥분의 설명이었다. 우리가 향한 곳은 도초도 남쪽으로 만 마냥 깊숙이 들어와 배가 정박하기 좋은 곳이었다.

우리 일행을 태운 배가 점차 만 깊숙이 진입하자 내 눈에도 제법 크게 지어놓은 철 공방이

점점 확대되어 왔다. 비록 지붕은 초가로 엉성하지만 잇달아 지어놓은 건물의 크기는 상당히 큰 규모였다.

족히 수백 명이 동시에 작업할 수 있는 넓이는 되어보였다. 우리의 접근에 파수를 보고 있던 자들 중에 한 사람이 중앙의 건물로 뛰어드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 모양을 보자 얼핏 떠오르는 것이 있어 곁의 흥분 형에게 물었다.

"이곳의 경비는 어떻게 하고 있지?"

"이곳뿐만 아니라 모든 섬에 자경단이 조직되어 있습니다. 각 섬에 거주하는 인구수에 따라 다른데, 적은 곳은 백여 명에서 많은 곳은 5백 명이 넘는 곳도 있습니다. 대형선박이 건조되고 있는 비금도와 암태도가 그런 것이죠."

"자경단의 운영은?"

"총 5조로 낮에는 1조의 경계병 외에는 일을 하고, 4개 조는 밤에 소집되어, 한 조가 번을 서고 나머지 3개조는 훈련을 합니다. 물론 계속하여 교대됩니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과외로 한 달에 백미 3말을 추가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잘 하고 있군. 말이 나온 김에 이야기 하지만 내가 선교를 허용한 이상 속도를 좀 더 빨리 해야겠어. 그래서 하는 말인데........ 젊은 사람으로만 1만 명을 모아 훈련시키도록 하지. 어디 이 1만 명을 모아 훈련시킬 마땅한 장소가 없을까?"

"그런 곳이라면 이곳 도초도가 가장 적당합니다. 보안시설이 몰려있는데다 이 만의 작은 재를 넘으면 이곳이 섬인가 싶을 정도로 농사짓기에도 적당한, 수십만 평은 되는 넓은 평원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래? 아주 좋군. 잠시 후에 그곳도 구경해보기로 하지."

"네, 의빈님!"

이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배가 정박을 하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부마님! 참으로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뭍에 서있던 신장쇠가 제법 의젓하게 인사를 해왔다. 그동안 많은 사람을 부려 제법 관록이 붙은 말투와 행동이었다.

"잘 지냈나?"

"부마님 덕분에 고생은 직사하게 했습니다만, 보람은 있었습니다."

"장부의 사업이 보람만한 것이 있나? 단지 입에 풀칠하기 위해 하는 일은 노동에 지나지 않아. 보람이 있어야지."

"맞습니다. 몸은 고되지만 마음만은 항상 뿌듯합니다."

"잘됐군. 어디 안 좀 구경해볼까?"

"모시겠사옵니다. 부마님!"

앞장서는 신장쇠를 따라가니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자마자 후끈 열기부터 끼쳐왔다. 대형 화덕에 연신 장작불이 지펴지고 한편에서는 뜨거운 쇳물을 부어 무엇을 만들고 있었다.

"이런대서 여름에 일한다면 보통 힘든 것이 아니겠는데?"

"어느 정도 일을 하다보면 적응이 되지만 처음에는 애먹습니다."

"그렇겠어. 정말 고생이 많군."

이렇게 이야기하며 나는 곳곳을 둘러보았다. 그곳 외에도 대형 가마 세 개가 있어 연신 펄펄 끓는 쇳물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수백 명이 동원되어 각종 농기구는 물론 작두펌프, 탈곡기, 창, 환도 등 무기류를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그 양이 너무 많은 것 같아 내가 물었다.

"이 많은 농기구와 무기들의 판로가 있나?"

"송상을 통해 조선팔도는 물론 여진에도 수출을 하고 있습니다."

"아주 잘 하고 있군. 그런데 철을 구하는 게 장난이 아니겠어?"

"조선은 물론 멀리 왜에서까지 수입해옵니다."

"그래, 그래. 아주 잘 하고 있어."

나는 아주 흡족해서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기술자들의 숙소를 한 번 구경해볼까?"

"모시겠습니다."

흥분이 앞장서서 대장간 뒤의 작은 재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의 요구로 신장쇠도 동행을 하고 있었다. 이윽고 우리가 재를 넘자 모두의 입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이 안에 이런 번듯한 기와집이 10채나 있을 줄 누가 알았겠나?

각각 구획된 독립된 공간으로 열 채의 기와집에도 작은 행랑채도 두 개씩이나 있어 생활에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작은 마을 중간에는 작두펌프까지 가설되어 있어서 식수에도 지장이 없게끔 해놓았다.

역시 이를 보고 제일 좋아하는 사람들은 척 보기에도 자신들의 살집임을 알게 된 여섯 장인(匠人)들이었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걸음이 제일 빨라져 선두에 서게 되었다. 나는 내심 웃음이 나왔으나, 사람의 심리가 다 그런 것인지라 이해를 하고 빠르게 웃음을 지워나갔다.

나는 그보다는 이제 분지 안의 평원이 관심이 가 흥분에게 물어보았다.

"넓은 평원이 있다더니 보이지 않는군."

"저 앞 고개만 넘으면 됩니다."

"그렇군."

이곳 또한 작은 분지로 아늑한 게 무엇을 연구하고 제작하기에는 그만인 곳이었다. 예상을 했는지 몰라도 흥분은 용의주도하게 공동 작업장 형태의 독립된 공방도 하나 크게 만들어 놓았다.

내 눈에는 그 집이 그 집이건만, 서로 좋은 집을 차지하겠다고 종당에는 줄달음을 치는 세 명의 장인이었다. 즉 박영준, 장돌쇠, 이장손을 보면서 나는 헛웃음을 짓다가, 그들은 물론 도제들까지 집들이 정해지자, 그들 모두를 한곳에 불러 모았다.

안색을 굳힌 내가 나를 둘러싼 면면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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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감사드리고요!

^^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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