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박인생-56화 (56/141)

<-- 개혁 -->

4

"하하하..........! 과인은 또 뭐라고? 뭐 크게 대단한 것도 아닌데, 경이 그간에 나에게 받친 충성을 생각한다면 그 하나 못 들어주겠소? 얼마든지 개발하도록 하오."

"혹여 종친부에서 까탈을 잡지는 안을 런지요?"

"그 정도야 내게 맡겨두시오. 과인이 아직 수렴첨정을 받고 있으나, 내게도 그만한 힘 정도는 있소."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별 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뭘 그러오. 그보다 경이 조정과 이 조선을 위해서 애쓴 것을 생각하면 더 베풀지 못하는 내 마음이 더 아리다오."

"전하, 하옵고........"

내가 뜸을 들이자 균이 답답한지 재촉을 했다.

"어서 말씀해 보오."

"들리는 풍문으로는 왜국의 상태가 심상치 않을 것 같습니다. 해서 신이 훗날 왜국을 직접 다녀오고 싶습니다."

"흐흠........! 경이 과인의 곁에 잠시라도 없는 것이 불안하기는 하지만, 섬나라 놈들을 한 번 살펴보는 것도 좋은 일이겠지요. 가능한 한 빨리 다녀오도록 하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더 요구 사항은 없소?"

"제가 요즘 몰두 하고 있는 것이 있사온데, 온 나라에 구황작물을 보급하는 일과 병기를 개량하는 사업이옵니다. 구황작물 건은 전하도 아시다시피 어렵게나마 구해 종자 보급만 남은 상태인데, 병기개량만은 신이 수년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도 전혀 진척이 없었사옵니다. 해서 신이 그만두면 그나마 라도 방치될 것 같아, 사적으로 연관된 두 사람을 제가 데리고 나가 계속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싶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허허.......!"

아직 어린 사람이 애늙은이 같은 탄식조의 웃음을 짓더니 균이 말했다.

"이 조선 팔도에 경만한 사람이 딱 한 사람만이라도 더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참으로 경을 보고 있노라면 존경심이 저절로 일어나오. 빛도 없는 일을 묵묵히 그늘에서 하나하나, 아니 온 나라 양반들과 싸워가면서도 백성들의 삶을 위해 헌신을 하는 것을 보면........ 다른 사람들은 말만 앞세우지 다 헛일이오. 내 경이 떠난다니 너무 슬퍼 내 말에 두서가 없으나, 경은 내 심정을 이해할 것이오. 거, 그것도 따지고 보면 지금의 청도 나라를 위한 청인데, 내 뭘 못 들어주겠소. 몇 사람 더 빼가도 좋으니 경의 맘대로 하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사실 균에게는 이렇게 보고를 했지만 군기시에서는 벌써 많은 진보가 있어 특히 조총 분야에서는 곧 성과가 나올 것 같았다. 나는 그것을 우선 내가 사적으로 거느릴 사병에 채용하고 싶어 욕심을 내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오늘 내가 원하는 사직은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가 있어서 나는 흡족한 마음으로 균에게 작별을 고하고 어전을 물러나 올 수 있었다.

나는 어전을 물러나오자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바로 군기시를 찾아갔다. 마침 구임 박영준과 장돌쇠가 같이 있었다.

"대감마님! 어서 오세요."

"성과가 좀 있었나?"

"몇 번 개량을 하여 막 시험 사격을 해보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래?"

나는 반가운 마음에 곧 어서 가보자고 하려다가, 이것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면 내 입장이 곤란해질 것 같아서 생각을 달리 먹었다.

"그간 고생을 했는데, 내 이제 부마가 되면 조정에서 직책을 맡아 일을 하기에는 어렵게 되었소. 해서 말인데 자네들이 평생 나를 따라준다면 어떻겠나?"

"저희들이 분명히 나라에서 받는 녹봉이 있는데도 연구에 전념하라고, 사적으로 주신 후한 녹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조총 자체도 대감마님께서 구해주시고 연구를 하라 지시한 것이니, 엄밀히 말하면 저희들의 연구 성과는 대감마님의 개인성과라해도 무방합죠. 하고 소인도 얼핏 듣기로 새는 모이 때문에 죽고, 사람은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는다 했습니다. 소인 거두어만 주신다면 일평생을 대감마님을 따르고 싶습니다."

"좋군! 그 마음 내가 받도록 하겠네. 장 서방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소인 역시 동감이옵니다. 대감마님께서 받아만 주신다면 대감마님을 위해 일생을 헌신하고 싶습니다."

"좋았어! 오늘 두 인재를 얻으니 기분이 매우 좋군. 하고 신기전에 대한 제작 건은 어떻게 되었나?"

"열 틀을 우선 제작해놓았습니다."

"예산만 있으면 충분히 더 만들 수 있지?"

"네, 언제든지 더 만들 수 있습니다."

"좋아! 그런데 화약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 없나?"

"화포장 이장손(李長孫) 이라고 아들과 함께 평생을 화약에 종사한 뛰어난 인물입죠. 암요!"

"좋군. 그 사람도 자네들이 설득해서 나와 함께 할 수 있는지 알아봐줘. 내 평생을 돈에 구애받지 않고 살게 해줄 뿐만 아니라, 훗날 알게 되겠지만 조선을 위해서도 큰일을 할 수 있는 일이라 하고. 그리고 자네들도 뛰어난 장인이 있으면 이번에 함께 출궁하도록 하세. 내 어명으로 기 승낙을 받아놓은 일이니 그것은 걱정 말고."

"알겠사옵니다. 오늘 당장이라도 시행합죠."

"그래, 떠날 수 있으면 오늘 다 짐 정리하라고. 하고 챙길 것이 있으면 궤짝 같은데 넣어서 나와 함께 퇴근을 하면 아무도 건드리는 사람이 없을 거야."

"알겠사옵니다. 대감마님!"

그날 저녁 퇴근 무렵.

내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여섯이 나와 함께 우리는 대궐문을 벗어났다. 내 말 등에는 긴 상자가 있었으나 아무도 검문하는 자가 없었다.

그날 밤 나는 그들 모두를 바깥사랑채에 재웠다. 물론 그들이 생전 처음 먹어 보았을 푸짐한 저녁상도 함께 안겨주었다.

다음날 아침.

나는 박영준이 개량했다는 조총의 성능시험을 해보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래서 휴가라도 내고 이를 시험하고자 했는데, 마침 한 달에 세 번 쉬는 비번 날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 호위무사인 운검과 그에게서 무예를 배우고 있는 권율, 이순신 그리고 운봉 사형제까지 데리고 목멱산(木覓山:지금의 남산)으로 향했다.

당연히 박영준과 그가 개량한 조총을 함께 들고서였다. 우리는 목멱산에서도 깊은 골짜기로 말을 몰고 들어갔다. 적당한 위치에 오자 나는 박영준에게 그 총을 시험발사 해보도록 했다.

박영준이 긴 상자에서 개량된 조총을 꺼내는데, 이것은 조총보다도 우신 총신이 1.5배 정도 길어, 영화에나 나올법한 이차대전 때 쓰던 M1 정도의 크기의 총이 튀어나왔다. 나의 명령에 따라 우선 100보(180m) 밖에 있는 바위에다 대고 쏘아보도록 했다.

당시 일반 조총의 사거리가 통상 100보이기 때문에 그 거리에서부터 시험 사격을 시작한 것이다. 나의 명에 따라 박영준이 화승에 불을 붙이고 난 잠시 후의 일이었다. 바위에 불이 번쩍하며 탄환이 튀었다. 튀는 강도로 보아 나는 더 멀리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이번에는 이백 보에서 사격을 해보도록 했다.

이백 보에서도 위력이 강해 500보, 다음은 그냥 혹시나 해서 1,000보 즉 1800m까지 쏘아보게 했다. 그 결과 모두 놀라자빠질 일이 벌어졌다. 1,000보 즉 1,800m까지 최대 사거리가 나와 일행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던 것이다.

나는 들뜬 마음에 박영준을 안고 그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이후 한참이 지나 진정한 내가, 다시 여러 차례 시험사격을 하게 한 결과의 데이터가 아래와 같이 나왔다.

최대사거리: 1,000~900보(1,800m ~ 1,620m)

유효사거리: 5,00보(900m)로 당시 조총의 사정거리보다 최소 9배 내지 10배가 넘는 엄청난 위력의 총이 박영준의 손에 의해 탄생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나는 너무 기뻐 다시 한 번 박영준을 번쩍 치켜들고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나의 기쁨이 모두에게 전염되었는지, 박영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다른 사람 모두도 무관인지라 나의 일처럼 기뻐했다. 그러나 유독 운검만은 웃음 끝에 쓸쓸함을 지우지 못했다.

아무튼 나는 이날 너무도 기뻐 박영준에게 쌀 백 섬과 최고급 비단 100필을 상금으로 하사했다. 그리고 모두에게 비밀을 지킬 것을 신신당부했다. 기쁨이 지나자 나는 그 원인을 상세히 분석하기 시작했다.

천보총은 비록 화승총이라는 단점은 있지만 기존의 화승총과 달리 막대한 사거리를 자랑했는데, 그 원인은 엄청나게 긴 총열에서 생기는 힘 덕분이었다. 활강 총기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긴 총열 때문에 강선 총 못지않은 위력을 발휘했던 것이다.

이렇게 뛰어난 무기임에도 단점이 있으니, 긴 총열만큼이나 휴대하기가 좀 불편하고 장전을 하는데 일반 조총보다 조금 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약점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박영준에게 '천보총(千步銃)'이라 명명된 이 총의 단점을 좀 더 보완시키기 위해 화약접시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총 옆구리에 구멍을 내고 여기에 화약접시를 달아놓는 방식을 설명한 것이다. 이 화약접시에는 화약이 담겨 있어서 그 위의 타고 있는 심지가 떨어지면, 펑하고 터지면서 총알이 발사되는 방식을 언급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방아쇠 개념을 인식시켜 줄 필요가 있어서 초기의 방아쇠라 불리는 S모양의 쇠 집게(서펜틴)를 부착하도록 했다. 이 쇠 집게의 윗부분은 불붙은 심지를 물고 있어, 아랫부분을 잡아당기면 윗부분이 제처지면서 불씨를 화약접시에 박게 되는 원리였다.

그렇게 되면 불은 화약으로 점화되고, 곧 펑하고 터지면서 동시에 총알이 발사되는 것이다. 이 쇠 집게(서펜틴)를 이용한 화승격발식 총의 장점은 무엇보다 장전이 쉬워졌기에 때문에 더불어 조준도 쉬워졌다는데 있었다.

즉 현 유럽의 아퀴버스 총의 장점을 천보총에 접목시킴으로써 박영준이 발명한 총이 보다 완벽하게 개선되도록 한 것이다. 나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내부 격발을 유도하도록 하여 비가와도 사용할 수 있는 총을 한 번 고안해 보도록 했다.

또 그의 재능이 너무 뛰어난 것 같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안계를 넓혀주기 위해, 현대식 총기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었다.

몇 조 우선인지는 몰라도 총열 안에 나사 홈이 파여 있는 구조와 약실, 공이, 방아쇠 노리쇠, 약실에 들어가는 총알모양, 지지대 역할을 하는 개머리판, 가늠쇠와 가늠자, 그리고 유사시 육박전을 전개할 수 있도록 대검의 착검까지 상세히 알려주었다.

그리고 또 나는 전체 총의 모습과 함께 부품의 모습 하나 하나도 생생하게 그려주었다. 군대에서 수없이 분해하여 총기소지를 한 덕분에 지금도 온전히 빠삭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날 오후 나는 박영준과 장돌쇠가 데리고 온 사람을 소개받을 수 있었다. 박영준의 도제(徒弟)격인 윤필(尹弼)과 장돌쇠의 도제 변이중(邊以中) 그리고 화포장(火砲匠) 이장손(李長孫)과 그의 도제 김 지(金 之)가 그들이었다.

이들 모두가 하나 같이 뛰어난 인물로 장차 그들의 활약을 간단하게 언급하면 이러 했다.

박영준의 도제 윤필(尹弼)은 함께 노력하여 개량된 천보총의 대량 생산의 길을 연 사람이고, 장돌쇠의 도제 변이중(邊以中)은 화차(火車)를 발명하여, 화차 하나에 승자총통 30개를 넣어 좀 과장하면 융단폭격의 시대를 연 사람이었다.

화포장(火砲匠)인 이장손(李長孫)은 비격진천뢰(飛擊振天雷)라는 독창적인 폭탄을 만든 사람으로 비격진천뢰(飛擊振天雷)라는 폭탄은 오늘날의 수류탄과 같은 작렬탄의 일종으로 시간까지 조절할 수 있는 당시로서는 최첨단 무기를 개발한 사람이었다.

그의 도제 김 지(金 之)는 엉뚱하게도 승자총통(勝字銃筒)을 더욱 개량하여 실전에 배치시킨 인물이기도 했다. 나는 이들에게 거나하게 술대접도 하면서 연구에 매진할 것을 거듭 당부했다. 그리고 집사 손자대에게는 이들이 필요로 하는 물품이 있으면 최우선으로 구매해주도록 지시했다.

------------------------------

박영준이라는 인물은 숙종 때의 실존인물로, 진짜 '천보총(千步銃)'이라 명명된 위의 글과 같은 내용을 발명한 사람입니다. 해서 제가 좀 시대를 앞당겨 차용해왔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즐거운 날들 되세요!

^^ 감사합니다.

..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

늘 행복한 날 되세요!

^^

이전글: 개혁

다음글: 부마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