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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인생-27화 (27/141)

<-- 장원급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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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무조건 사들이지 말고, 개성의 삼포 밭은 물론 풍기의 삼포 밭, 더 나아가 산삼이 잘 자라는 서식지까지 그 토양을 채취해서, 그 성분을 비교해 분석해봐. 진흙 땅 이라든지, 마사토 라든지 하여튼 인삼이 잘 자라는 공통된 특징이 있을 거야. 그래서 그 결과를 가지고 그곳과 비슷한 형질의 밭만 매입하도록 해."

"그런데 하필 금산입니까?"

"내가 알기로는 그곳이 개경의 삼포 밭과 가장 유사한 토질의 땅이 많은 곳으로 알고 있어."

"별걸 다 알고 계십니다, 그려."

"아무튼 그렇게 알고 바로 착수하도록 해."

"네, 가주님!"

내가 흥선에게 이렇게 지시를 한 이유는 누가 뭐래도 조선의 대외적인 교역품의 1등은 단연 인삼이기 때문이었다. 조선 조정에서도 처음에는 금과 은이 명과의 조공진상품 중에 포함되어 있었으나, 홍삼을 더 많이 진상하기로 하고 금과 은이 빠졌던 것이다.

그만큼 명이고 왜 또한 다르지 않아 우리와의 교역에서 제일 많이 원하는 것이 인삼이었다. 왜놈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개성인삼의 종자를 몇 차례 채취해 가 재배를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를 했다.

그만큼 명과 왜에서 탐내는 교역품이기 때문에 나라에서도 인삼의 사무역은 엄격히 규제를 하고 있었다. 그래도 은밀히 거래되는 사무역은 끊이지를 않았다. 명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아무 아무개가 사적으로 인삼을 더 많이 가지고가 교역을 하다가 탄핵을 받는 등 항상 말썽 많은 것이, 이 인삼의 사무역이었다.

어찌 되었든 나라에서 금하는 것이라면 그 만치 가치가 있어서 그런지 더욱 이를 하고 싶은 청개구리 같은 내 심보였다. 그를 떠나서 장차 나는 대외무역으로 치부를 할 생각인데 그러자면 고려인삼 교역은 필수였다.

그래서 미리 미리 준비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아무튼 인삼 건이 끝나자 나는 다음사항을 주문했다.

"명과의 교역에서 우리가 꼭 수입하는 물품 중에는 약재가 있어, 이것을 수입하지 않을 방법(輸入代替)을 연구해 봤는데, 이를 우리나라의 밭에서 작물로 재배하는 방법을 찾아봐. 꼭 산에서만 채취하라는 법 있어?"

여기서 나는 흥선의 표정을 한 번 살펴보고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흥선은 내 얘기에 열중해 상당히 진지한 편이었다.

"그러니까 기왕 금산에 삼포 지를 구하는 것 이 또한 거기서 더 구하도록 해. 재배할 약초에 대해서는 공 의야가 잘 알고 있으니 그에게 자문을 구하도록 해. 그리고 거기서 일할 인부들은 작년부터 흉년이 들어 유랑민이 많지?"

"네, 그렇습니다."

"그들을 대대적으로 모집해 일부는 그곳으로 보내고, 일부는 고군산군도로 보내도록 해. 그곳에서 새로운 사업을 또 시작할 모양이니까."

"알겠습니다. 가주님!"

나는 흥선의 대답에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나는 한 가지 더 부탁을 했다.

"왜어에 능통한 역관 한 사람을 독선생으로 구하도록 해. 조선어에 능통한 왜인이면 더욱 좋고."

"만경당에도 있질 않습니까?"

"용도가 달라 그 사람들은 다수를 가르치는 사람이지만 독선생이라 하질 않나. 더구나 만경당의 사람을 빼내 올 수도 없고.

"알겠습니다. 가주님!"

내 명에 항상 거부함이 없는 흥선이었다. 일단 착수를 하고 보고, 정 안 되면 그 때가서 보고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는 내가 한국에서의 군대정신을 사업초기부터 제대로 심어준 바 컸다.

오늘 내가 흥선에게 지시할 사항은 모두 끝났다. 그래서 나는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여각을 물러나왔다. 나는 본부인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며, 뒤를 따르는 운봉 사형제에게 말을 걸었다.

"환속할 생각은 없습니까? 천대받는 중노릇 그만하고."

"왜요? 당금의 병판이 보우 승 아닙니까?"

모처럼 운곡의 말에 내가 답변을 했다.

"그야, 일시적이지 오래 가겠어? 대비가 불교를 신봉하고 보우를 총애해서 생기는 일시적인 현상이지. 당신들도 생각이 있으면 알거야. 왕대비가 숨지는 날에는 보우도 탄핵을 받아 무사치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실제로 보우는 문정왕후 사후 유림들의 탄핵을 받아 병조판서에서 쫓겨난다.

"그야 그렇습니다만 우리를 특별히 쓰실 일이라도?"

역시 곰 같은 운봉보다는 머리 회전이 빠른 운곡이었다.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는데 무척 힘든 일이지."

"무슨 일인데 그렇게 말씀하시기를 주저하십니까?"

답변대신 나는 뜬금없이 엉뚱한 질문을 했다.

"당신들은 왜놈들을 어떻게 생각해?"

"그야....... 툭 하면 우리나라의 해안지방을 습격하는 그놈들을 예쁘게 볼 리는 없지요."

"그런 왜놈들 삼십만이 바다를 건너 대대적으로 침공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어?"

"무조건 때려 죽여야 되지만, 그 놈들이 그 많은 군사를 동원할 여력이 있을까요?"

"아는지 모르지만 지금 왜국은 내전상태야. 이것이 한 사람에 의해 통일이 된다면 무시무시한 군사력을 갖게 돼. 그렇게 되면 내 말이 현실로 다가오는 거지."

"그렇게 되면 참으로 큰일이로군요."

"큰일 정도가 아니라 조선이 쑥대밭이 되는 거지. 조선이 개국한 이래 조선은 전쟁다운 전쟁 한 번 안 치렀는데, 왜놈들은 근 삼백 년 가까운 세월을 전쟁으로 지새웠으니, 아마 조선이 감당이 안 될 거야."

"이를 막을 방법이 없겠습니까?"

슬슬 입질을 시작하는 운곡이었다.

"글쎄.......! 손자병법에 이런 말이 있잖아? 적을 알아야 위태로움이 없다고, 저놈들을 먼저 아는 게 순서가 아닐까?"

"왜국에 가기 전에야 어떻게 자세히 알 수 가 있어요? 나라에서 세작들을 파견해 파악하면 모를까?"

"꼭 번거롭게 나라에 손 벌릴 필요 없이 우리가 먼저 하면 안 될까?"

"네?"

나의 말에 깜짝 놀라는 두 사람이었다.

"말 설고 물 선 곳에 가서 어떻게 세작 질을 합니까?"

"말이야 지금부터라도 배우면 되고, 지리야 그곳에 가서 적응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지."

"아무래도 꼭 우리 사형제를 지목하고 말씀 하시는 것 같아요."

"내면의 청정을 구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민족을 구하는 것은 위대한 일이지."

나는 이들에게 간접화법을 썼다.

나의 말에 생각이 깊어지는 이들이었다.

나는 시침을 뚝 떼고, 생각을 하느라 자연히 그들의 발걸음이 늦어짐에 따라, 나도 보조를 맞추어 속도를 늦췄다.

"당장 결정할 것은 없고......."

"우선 왜어를 배워보고 싶습니다."

운곡의 말에 내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근간에 여각의 흥선을 찾아가보오. 답이 있을 것입니다."

"미리 치밀하게 준비를 하고 우리를 꼬인 것 아니 예요?"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나는 벌써 왜에 침투시킬 아이들조차 오랜 전부터 준비시키고 있어요. 지금 몇 몇은 왜어를 능통하게 구사하는 것은 물론, 왜놈들의 문화와 관습을 익히는 아이들도 있어요."

실제로 그렇게 행하고 있었다.

"매번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참으로 시야가 넓으십니다."

"조선의 가장 큰 결점이 좁은 국내만 바라보고, 서로 한정된 자리를 가지고 암투를 벌인다는 것이죠.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고, 또 여러 나라 에 여러 민족들이 모여 살고 있어요. 개중에는 얼굴이 까만 사람도 있고, 흰 백인도 있어요. 나도 이 이야기를 듣고 큰 뜻을 품게 된 거예요."

"아무튼 존경스럽습니다."

"많이 존경해도 됩니다."

"하하하.........!"

나의 내면을 숨기지 않고 농담조로 어깨까지 으쓱하며 말하자, 모두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이렇게 우리가 웃고 떠들다보니 어느덧 내가 목표로 한 정동의 집에 당도했다. 내가 들어서자 하인 연놈들이 야릇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이를 싹 무시하고 어머니의 거처로 갔다. 그러나 그곳에는 어머니가 안 계셨다. 해서 부인이 있는 방으로 가니, 아내는 누워있고 어머니는 앉아서 둘이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다녀왔습니다."

나의 말에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어디 간단하게 나들이라도 갔다 온 사람마냥 말하는 구나."

"여우도 죽을 때가 되면 그 머리가 고향으로 향한다는데, 사람인 제가 어찌 제 본처를 잊겠습니까?"

"말은 잘도 줏어섬긴다만은 어떻게 그것을 진심인지 아누?"

"제 가슴을 까 보여드려요 그럼?"

"됐다. 생각보다 일찍 왔으니 됐고. 나는 이만 물러가련다. 둘이 정담이나 나눠라."

이렇게 말씀하시며 어머니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셨다.

아내도 나의 출현에 일어나 앉았지만 하룻밤 사이에 어째 해쓱한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말이 없는 아내를 향해 내가 물었다.

"어디 아프오?"

"마음이 아파요."

"거 무슨 소리요."

"아닌 척은 했지만 어젯밤에 한 숨도 못 잤단 말 이예요. 당신이 그 여자와 자는 광경이 연상이 되어서. 이게 투기(妬忌)인 가요?"

"내가 볼 때는 초기증상이고, 거기서 더 발전하면 이성을 잃지 않겠소?"

"설마 거기까지야?"

"예로부터 왕비들 중에는 군왕이 자신을 찾지 않는다고 섣불리 시샘하는 말을 뱉었다가, 쫓겨나는 것은 예사고 사약을 받은 일도 비일비재하다오."

"그 말을 듣고 나니 섬뜩하네요!"

"그만큼 다스리기 어려운 게 투기요. 사람의 본능에 가까우니까."

"앞으로 제가 제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게요."

"역시 당신은 현명하오. 내게 있어서 당신은 영원한 조강지처 아니겠소? 비록 우리가 부자라 밀기울을 먹으며 고생한 것은 아니지만, 어린 나에게 시집 와, 벌써 나와 산 세월이 7년이 넘었소. 나는 당신을 믿소. 당신이 현명하게 잘 극복하리라고. 또 언제까지나 내 마음의 본향은 당신이니, 함부로 자신을 낮추어 생각하는 일이 없도록 하오."

"고마워요. 서방님!"

내 말 몇 마디에 금방 감동해서 내 품에 폭 안기는 아내였다. 나는 그런 아내의 등을 다정히 쓸며 말했다.

"오늘밤은 나와 함께 자는 거지?"

"몰라요!"

얼굴을 붉히는 아내를 보니 새삼 생김도 가인(佳人)이지만, 그녀의 품성이 더욱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 나였다.

예쁜 아내의 입술을 도둑질 하듯 훔친 나는 볼 일이 있어서 바로 아내의 방을 나왔다. 오늘 아침에 흥선에게 부탁한 약초재배에 대해 공 노인에게 부탁을 하러 바깥사랑채로 나온 것이다.

내가 그의 방으로 배정된 방으로 찾아가니, 그는 이제 약관이 못 미친 청년들을 데리고 훈도를 하고 있었다.

"의(醫)는 곧 마음이야! 마음을 담지 않은 의술(醫術)은 곧 천한 장인의 밥벌이에 지나지 않아! 환자를 내 부모와 같이 아니면 내 식구와 같이 생각하고 의술을 펼치도록 해!"

"명심하겠습니다. 스승님!"

"제가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닌지요?"

"아내래도 곧 끝낼 참이었습니다. 잠시 밖에 나가 계시죠."

"그러지요."

그 길로 내가 밖으로 나와 먼 하늘에 잠시 눈을 주고 있는데, 잠시 후 공 노인이 나왔다.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그의 물음에 나는 내가 구상하고 있는 바를 자세히 설명했다. 그러자 그의 대답은 이러 했다.

"본래 산에서 나는 약초를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나, 그 효험에 별 차이가 없다면 보다 싸게 먹히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죠. 더군다나 명 나라에서 수입하는 것을 막을 수만 있다면, 그만큼 나라의 부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도 있을 것이고, 우리 백성들도 보다 싼 약재를 쓸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아무튼 제자들과 함께 한 번 연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소, 공 의야!"

나는 진심을 담아 사의를 표하고, 그의 신선 같은 해맑은 얼굴을 한동안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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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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