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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인생-14화 (14/141)

<-- 근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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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마포나루 선착장에 내리니 여기저기서 우리를 상대로 호객 행위를 했다. 호객꾼 중에는 아주머니는 물론 꼬마 아이도 있었는데, 나는 그 꼬마아이를 불러 물었다.

"너 금와 여각이라고 아니?"

"네, 새로 생긴 여각인데 마포나루에서는 제일 큰 여각 이예요."

"네가 우리 일행을 그곳으로 안내해주면 심부름 값을 주마."

"정말이죠? 도련님!"

나는 피식 웃으며 꼬마의 머리를 흩트려놓고는, 그의 고사리 같은 작은 손을 잡아다가, 그의 손에 작은 은 조각 하나를 쥐어주었다.

"우와! 도련님, 굉장한 부잣집 도령이신가보다!"

아이는 펄쩍펄쩍 뛰며 좋아하더니 앞서가며 말했다.

"나 놓치지 말고 잘 따라오세요."

이 시간이 초경이 갓 지난 무렵이라, 상거래를 끝낸 상인들이 여각을 찾아 술을 즐기고 잠자리를 확보하느라 거리가 굉장히 붐볐다.

아이를 따라 채 한 마장도 가지 않아 '금와여각(金蛙旅閣)'이라 쓴 편액이 보였다. 그 옆에는 또 '금와은행(金蛙銀行)', '금와상점(金蛙商店)'이라는 편액이 나란히 붙어 이 집의 업종을 대변하는 듯 했다.

내가 여각 내를 흘깃 보니 주청에는 사람들이 바글거려 앉을 자리도 없을 듯 했다. 그래서 내가 밖에 어정쩡하게 서있는데 눈치 빠른 하인 놈 하나가 주청 안으로 쓱 들어갔다. 잠시 후 둘째형 흥선이 하인을 따라 나왔다.

"가주님, 오신다고 통보라도 하시던지........"

"됐고. 우리가 묵을 방은 있소?"

"네, 아직 수리가 덜 끝나 어수선합니다만, 그런대로 잘만은 합니다."

"내가 말한 대로 준비를 한 것이오?"

"아직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제대로 준비가 다 안 되었지만 얼추 비슷하게는 되었습니다. 가주님!"

"알겠소. 안내하시게."

"네, 가주님!"

나는 흥선의 뒤를 따라가는데 여각이 아니라 담을 따라 도는 것이 아무래도 여각 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지가 않았다.

"어디로 가는 것이지?"

"뒤채로 갑니다. 아무래도 주청을 통해 가게 되면 너무 번잡할 것 같아서요."

"알겠소."

얼마를 담을 따라 돌자 솟을대문이 나타났다. 솟을 대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우선 넓은 마당이 첫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밤이라 검게 빛나는 오래된 수령의 고목이 여각과 담장을 이루는 곳에 버티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곳은 완전히 다른 집으로 여각 뒷집 양반가를 이번에 특별히 매입했다는 말을 추후에 흥선에게 들었다. 그리고 대문 입구에서 보면 우측에 담장을 따라 기다란 행랑채가 툇마루와 함께 십여 개가 넘는 방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반대로 좌측은 안채와 사랑채 그리고 광으로 보이는 건물이 안치되어 있었다. 흥선이 나를 안내해간 곳은 당연하게도 안채였다. 두리번거리는 아내에게는 시선을 주지 않고 흥선이 나를 보고 말했다.

"이곳만 유일하게 수리가 완전히 끝났고, 나머지는 아직 수리중이라 묵기가 좀 불편할 것이나 하룻밤 정도 묵기에는 충분할 것입니다."

"알겠소. 수리가 다 끝나야 이곳은 손님을 받겠군."

"가주님의 말씀대로 이곳은 최소한 중인이상 가급적 사대부만 받을 예정입니다."

"알겠소. 아직 식전인데 가능하겠소?"

"네, 형님 것과 가주님 식사는 이곳으로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하인들은?"

"조금 기다리면 주청이 한가해질 것입니다. 그때 먹는 것으로 하죠."

"저들도 배고플 텐데, 중간에 여유가 되면 가능한 한 속히 먹이도록 하시게."

"가주님 같이 하인들 챙기는 사람들 없습니다. 너무 그래도 버릇없어지니........"

"같은 사람일세."

"어찌 가축과 같은 노비들과 저희들을 비교하십니까?"

"내 말은 신분이 같다는 말이 아니라, 우리와 같이 생각하고. 숨 쉬고, 배고픈 것 다 아는 축생이라고."

"헤헤헤.......! 아무튼 가주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신경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소."

손을 저어 흥선을 쫓은 나는 아내와 함께 방안으로 들어왔다.

"피곤하지?"

"네, 배 멀미를 했던지 기운도 없고 몸이 노곤하네요."

"벌써부터 배 멀미를 하니........ 바다에서는 어쩌려고?"

"서방님도 했잖아요."

"당신에 비하면 난 한 것도 아니지. 이리 와봐."

"여보, 밥 먹고 기운이나 좀 차리거든요."

"알았다. 알았어."

그날 밤은 그게 끝이었다. 저녁을 먹자마자 앉아서 조는 아내를 보니 건들이고 싶은 욕구가 천리만리나 달아났다. 그러나 새벽녘에는 아내를 기쁘게 할 수 있어 좋았다. 그 길로 일찍 일어난 나는 흥선을 재촉해 그로부터 안내를 받으며 업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간 축적한 가문의 재산 일부로 시작한 은행 사업입니다만, 아직은 단어 자체가 생소해서 그런지 별로 찾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은행이 별거야. 고리대금업을 명칭만 변경했을 뿐이지. 좀 다르긴 하겠네. 보통 고리채를 놓는 사람들의 이자가 연 5할을 넘는데 우리는 3할이니 무척 싼 셈이지. 이를 잘 설명하면 금방 일손이 달릴 정도로 찾는 사람이 많아질 거야. 단 ......"

흥선의 주의를 더욱 잡아놓고 내가 말했다.

"담보 없이는 절대 대출을 해주지마. 하다못해 숟가락 몽둥이 하나라도 잡아놓고 그 가치만큼만 대부를 해줘. 송상의 대방 정도면 모를까, 신용거래는 하지 말라고."

"네, 알겠습니다. 가주님!"

전생에 있어서의 은행의 폐해까지 고스란히 수입한 나였다. 아직 화폐조차 제대로 유통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신용경제라는 것은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었다. 사업이라고 흥하자고 하는 것이지, 남에게 인심 쓰다가 망할 일은 없지 않은가.

이어 나는 흥선을 재촉해 금와상점이란 편액이 붙은 가게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삼십 평이나 되는 가게 안이 휑했다. 아무 물건도 없이 덩그라니 빈 점포였다. 있는 것이라 겨우 견본으로 갖다놓은 돼지털 칫솔 100여개와 죽염치약이라고 한글로 씌어진 곳에 놓인 죽염 봉지 천여 개가 전부였다.

이어 흥선의 설명을 들으니 만경의 본가와 이곳 우물에 설치한 작두펌프도 보여주고 선전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나는 입가에 미소를 띠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지금은 텅 비다시피 한 이 가게가 나중에는 손님들로 미어져라 터져라 초만원을 이룰 것을.

나는 계속 서있는 흥선을 앉은뱅이 의자에 앉히고, 뒤에 그림자처럼 수행하고 있는 흥정에게도 의자를 권해 앉게 하고, 나도 곁에 앉으며 말했다.

"술청에서 떠드는 이야기 중에는 관심을 갖고 귀 기울이면 꽤 쓸 만한 정보도 많을 거야. 이를 모두 계산대 점원보고 매일 일지 형식으로 해서 적으라고 해서, 형이 한 번 꼭 읽어보도록 해. 그 중에서는 중요한 정보는 파발로 띄워 내게도 꼭 알리도록 하고."

"네, 가주님!"

"저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우리가 구하려는 장인들도 의외로 빨리 구할 수 있을지 몰라. 조선공, 대장장이, 화약기술자. 총포기술자. 여타 가파치도 좋아. 또 손재주가 뛰어난 사람도 좋고, 다른 나라 말을 잘 하는 사람, 의술에 밝은 사람, 무예에 뛰어난 자, 멀리까지 배를 몰아본 사람, 도자기공, 열거하면 한도 끝도 없을 거야. 하여튼 한 분야에 특출나거나 제법 재주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포섭해서, 이곳에 소용이 닿는 사람은 쓰고, 당장 필요치 않은 사람은 전부 내게 보내주도록 해. 사업은 곧 사람이야. 사람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사업이 망하고 흥하는 것이니까, 특히 사람 관리에 신경을 쓰도록.

"

"명심하겠습니다. 가주님!"

"그런 의미에서 빠른 시간 내에 우선 뛰어난 대장장이가 있으면 섭외 좀 해봐."

"네, 가주님!"

"그리고 내가 한 번 말한 적 있지. 송상, 만상, 유상 여타 유명한 상인들은 항시 친교를 다져 놓으라고."

"네, 명심하여 시행하겠습니다."

"하여튼 분야별로 책임자를 하나씩 정해놓고 총괄만 하도록 해. 이것저것 다하려다가는 나중에는 아무 것도 못하게 될 테니까."

"네, 가주님!"

꼬박꼬박 대답만 잘하는 흥선에게 내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제대로 알아들은 거야?"

"네, 가주님!"

"하하하........! 뭔 대답이 그래?"

"하하하.........!"

옆에서 듣고만 있던 흥정도 결국 웃음보를 터트리고 말았다.

"여기서 나가는 대로 긴급으로 뛰어난 대장장이 하나 좀 수배 좀 해봐. 내 급히 만들 것이 하나 있거든."

"알겠습니다. 가주님!"

그리고 이날 새참 무렵이었다.

내가 흥정과 고목나무 아래서 땅바닥에 그림까지 그려가며 사업에 대한 이 이야기 저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흥선이 빠른 걸음으로 내게 다가왔다. 그 옆에는 못 보던 덥석부리 사십대 장한 하나와 도제(徒弟)인 듯한 소년인지 청년인지 구분이 애매한 세 사람이 따르고 있었다.

"가주님, 새벽에 말씀하시던 솜씨 좋은 대장장이입니다."

"용케 되게 빨리도 구했군."

"전부터 수소문해서 오기로 했던 자인데, 며칠 후에 온다더니 마침 오늘 왔군요."

"알았어. 수고 했고. 그래 어디서 일 했던고?"

"소인 군기시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나의 물음에 급히 허리 굽혀 대답하는 장인이었다. 이 시대의 장인은 천민으로 신분상 최하위 계층에 속했다. 대부분 관청에 예속되어 관청의 주문품을 만들어주고, 가끔 사적인 일을 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오늘 그 짬을 낸 모양이었다.

"군기시에서 일할 정도면 솜씨는 좋겠군."

"주변에 솜씨 좋은 대장장이를 천거하라 했더니 모두 입을 모아 이 자를 추천했습니다."

대장장이 대신 나서서 답변을 하는 흥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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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고맙습니다!

^^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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