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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인생-10화 (10/141)

<-- 가문의 영광을 위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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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동안 내전을 벌이는 동안 직업이 무사인 사람이 수십만이오. 이 사람을 그냥 끌어안고 있으면 히데요시로서는 늘 불안할 것이오. 언제 이놈들이 또 패당을 지어 지랄들을 할지 모른단 말이오. 그런 불안 요인을 제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들을 소모시키는 방법인데 ....... 조선출병이 가장 좋은 방안이지. 점령하면 좋고 아니더라도 전쟁기간 중에 많은 무사들이 사라질 테니까. 또 한 요인은.........?"

이렇게 또 의문을 갖게 하고 말을 멈추니 모두 궁금해서 내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놀릴 겸해서 좀 뜸을 들일까 하다가 삼형제의 간절한 눈빛에 바로 나의 말이 이어졌다.

"일본은 이 내전을 벌이는 동안 전쟁 물자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도 상업이 급격히 발달했소. 자국 내는 물론 양이(洋夷)들과도 교역을 활발히 전개하는 바람에 상인들의 무시 못 할 정도로 성장해, 신흥세력으로 부상한지 오래요. 이들 또한 내버려두면 자신의 정권에 도전세력이 성장할 것이 분명한 바, 틀림없이 히데요시는 이들 또한 제거하려 할 것이오."

"그 방법으로 이들 또한 전쟁을 통해 여러 방안을 동원해, 이들의 재력을 소진시키려 할 것이오. 이런 여러 요인으로 인해 불원간 필히 히데요시는 전쟁을 일으킬 것이오. 그러니 이에 대한 대비로 나는 하루라도 빨리 조선 아니 우리 가문부터라도 많은 재력을 축적해, 이에 대항하려는 것이 내 진정한 의도요. 이 가주의 우국충정을 형제들은 이해를 하겠소?"

"그러다 잘못되어 섬에 드나드는 것이 발각되기라도 하는 날에는, 그 전에 우리 가문이 먼저 잘못될까, 저는 그것이 제일 걱정입니다."

나의 열변에 바로 동조할 줄 알았더니, 아직도 곤장 100대가 두려운 삼형제를 대표해 큰 형 흥정이 다시 한 번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니까 무작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대책을 주도면밀하게 세워서 시행해야죠. 항상 드나드는 배는 어선으로 위장할 것. 조총 등 신무기를 구입해 정 급할 때는 관선이라도 바다에 수장시킬 것. 이것저것 안 통할 때는 고위직에 뇌물로 구워 삼을 것. 내 머리에 대충 떠오르는 것은 이정도인데 더 좋은 방안을 강구해봅시다."

내 말이 여기까지 이르자, 형제들도 마지못해 수긍을 하고 입을 다물었다.

* * *

집으로 돌아오니 아내는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나는 이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왜요? 내 바느질 솜씨가 어떤 가해서요?"

내가 들은 바로는 아직 조선에서는 제대로 된 쇠바늘을 만들지 못해 명나라에서 수입해서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장난이 아닌 것이, 명나라에서의 년 매출이 바늘 한 품목만으로도 36만 냥이라니, 품질을 좋게 만들어 명나라까지 잡아먹으면 이 한 품만 가지고도 부자가 되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그래서 내가 내심으로 이를 꼭 만들어 수입을 대체하고 명나라에 수출까지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내는 자신의 바느질 솜씨를 살피고 있는 줄 안 모양이었다.

"응, 별론데."

한 박자 늦은 나의 대답에 아내는 삐진 형용으로 말했다.

"쳇, 친정에서는 잘 한다고 칭찬이 자자했는데........"

"아니야. 잘 하고 있어. 괜히 해본 소리야."

"그렇지요?"

아내의 표정이 활짝 펴지며 내게 동의를 구했다.

나는 이에 대해서는 더 언급하지 않고 뜬금없이 물었다.

"색시, 어제 저녁에 나 안보고 싶었어?"

"전혀요."

정색을 하고 고개까지 젓는 아내였다.

"정말이지?"

나는 아내에게 달려들어 간지러움을 태우며 물었다.

"아, 아니 예요. 정말 많이많이 보고 싶었어요."

"정말이지?"

"네, 네!"

아내의 항복에 나는 간지럼 태우는 것을 멈추었다.

"나도 많이많이 보고 싶었다. 색시야!"

나의 바보 영구 같은 표정에 아내가 웃음을 금치 못하고 배를 잡고 웃었다. 나의 표정도 우습지만 저를 많이 보고 싶었다고 하니 기쁨까지 가세한 웃음이었다.

나는 그런 아내를 보고 정색을 하고 말했다.

"이만 나가봐야겠다."

별일도 아닌 일에 정색을 하고 말하니 부인은 그것이 또 우스운 모양이었다. 그런 부인이 웃음기 머금은 얼굴로 말했다.

"잘 생각하셨어요. 대낮부터 각시방에 들어오면 하인들이 놀릴 거예요."

"감히 어느 연 놈이!"

"말이 그렇다는 거죠."

"알았어. 나가면 될 것 아니야."

나는 일부러 화난 척하며 방문을 쾅 소리가 나도록 닫았다.

아내와 내방은 따로 있었다.

나는 중원의 사랑채를 사용하고, 아내는 중원의 안채를 사용했다.

나는 내 방으로 돌아오자, 또 다른 상품개발에 몰두했다.

지금 온 신경을 집중해 매달리는 것이 탈곡기였다. 가끔 시골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발로 밟아 원통을 회전시키면, 그 위에 굵은 철사를 삼각형 모양으로 박아 넣어, 벼이삭이 털려나가는 구조였다. 나는 이 모양을 생각하며 쓱쓱 그림으로 그려나갔다.

그림이 완성되자 나는 흥정을 불러 이 그림을 주고 장인에게 부탁해 우선 견본품으로 하나를 만들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만들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물으라 하고, 나는 휘적휘적 뒤돌아 나왔다.

* * *

삼칠일 즉 스무하루는 금방 지나갔다.

어머니와 아내에게 약속한 대로 근친을 가는 날이 밝아온 것이다.

아내는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난 듯했다. 전생에서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소풍날의 심정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못하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을 하니, 그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어머니께 문안을 마친 나는 곧 원행 준비에 착수했다.

아내가 탈 가마를 준비시키고 내 조랑말도 점검하도록 했다. 그리고 바리바리 싣고 갈 예물 또한 총 수행원의 우두머리인 큰 형 흥정에게 다시 한 번 점검하도록 했다. 내가 조반을 먹고 나자 흥정이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다고 알려왔다.

나와 아내는 어머니에게 작별인사를 드리고 충청도 충주를 향해 출발했다. 큰 형 흥정 외에도 도중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열 명의 힘꼴깨나 쓰고 싸움깨나 하는 건장한 하인들이 각자가 맡은 노새나 당나귀 혹자는 말을 끌고 따랐다. 말 등에는 예물이 잔뜩 실려 하인들은 결코 탈 수 없어 견마잡이로 만족해야 했다.

우리는 밤이면 민가를 빌려 자고 낮이면 길을 갔다. 아직 주막이 흔한 시절이 아니었다. 주막은 후대에 본격적으로 출현한다. 아무튼 민가를 얻어 잘라치면 잠자리가 부족해 하인들은 봉당이나 심지어 마구간에서도 자야했으므로, 항상 잠이 부족해 낮에 길을 가다가도 끄덕끄덕 졸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흥정의 채찍이 이들의 등짝에 작렬해 혼자 산으로 가거나 논두렁에 처박히는 일은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이렇게 더디고 답답한 여행이 근 보름은 지속되어서야 우리는 처가인 금곡리 인근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차 한 대도 빠져나갈 수 없는 좁은 시골길에 좌우로는 얕은 산들이 연이어 이어지고, 고만고만한 논과 밭들이 연이어 펼쳐지는, 같은 풍경이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길 얼마, 마침내 제법 높은 산을 배경으로 한 마을이 웅장한 산세를 배경으로 하여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 일행이 동리 입구에 들어서자 생전 보지 못한 거창한 행렬에 금방 구름관중(?)이 운집했다. 모처럼 시골에 구경거리가 생긴 탓으로 모든 마을 주민들이 몰려나와 우리 일행을 구경하고자 함이었다. 거기에는 꼬마와 어른의 구분이 없었다.

"저게 누구야? 얼마 전에 시집갔던 김 영감마님의 큰 따님 아니야?"

어느 동네 아낙의 지적처럼 이 때 내 각시는 많은 예물을 자랑하고 싶어서인지, 보란 듯이 가마에서 내려 내 옆에 걷고 있었다.

"와.......! 만석꾼 집에 시집갔다더니 빈말이 아니었던 모양이야. 저 예물 좀 봐. 저것만 가져도 우리 같은 농투성이는 10년은 넉넉히 먹고 살고도 남겠다."

어느 아낙의 말을 다른 어느 아낙이 받으며 서로 부러운 감탄성을 쏟아내는데, 아내는 연신 동네 사람들에게 인사하기 바빴다.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어서 와요. 아씨마님!"

"신혼 재미가 좋으신가 봐요. 얼굴이 더 활짝 피셨네요!"

짓궂은 어느 아낙의 말에 아내는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으면서도 즐거운 인사 건네기를 멈추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꽃보다 더 아름다우시네요. 아가씨!"

어느 아저씨의 말에 아내는 만개한 꽃이 되어 나를 바라보았다.

'날 보고 어쩌라고?'

칭찬을 바라는 얼굴을 나는 외면했다.

부인이 내 옆구리를 살짝 꼬집었다.

"아야!"

철딱서니 없는 내 행동에 동네사람들이 박장대소를 하고, 부인은 민망하여 그 아름다운 얼굴이 더욱 보기 좋게 되었다. 6, 7월에 피는 해당이 되어 급히 고개를 숙인 것이다.

아무튼 작은 동네에서 이 난리가 났으니 마을 가장 안쪽에 자리 잡은 처갓집에서도 사람들이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아내보다 나이 많은 서출의 오빠들도 등장하고 늙으신 할머니도 지팡이를 짚고 나오셨다.

이어 장모님과 밑의 처제들과 남동생도 올망졸망 등장했다. 그러나 장인의 얼굴은 끝내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나와 아내는 가족들의 환대를 받으며 별로 크지 않은 처갓집으로 들어갔다.

"당신도 이리와 사위하고 딸내미 절 받으시지 뭐 하세요?"

넉넉한 풍채의 장모가 안달을 해서야 사랑방에서 어기적어기적 나오시는 장인어른이셨다. 곧 연로하신 할머니가 제일 먼저 아랫목에 좌정하시고, 그 옆으로 장인과 장모님이 나란히 앉아 특히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셨다.

나는 이들을 대충 훑어보았다. 할머니는 연세가 얼마나 많으신지 치아가 다 빠지셔서 얼굴전체가 쪼글쪼글 하셨다. 그러나 가끔 웃으실 때는 부실한 잇몸 전체가 드러나 보여 아기처럼 천진난만해 보이셨다.

풍채가 넉넉하고 달덩이 같다는 표현이 맞을 장모님에 비해, 장인어른은 상당히 마른 편이셨다. 첫눈에 보기에도 굉장히 꼬장꼬장 해 보이셨다. 그러고 보면 아내가 장모님을 많이 닮은 듯 했다. 장인어른도 비록 말라서 그렇지 준수한 얼굴이셨다.

"할머님, 장인어른, 장모님! 절 받으세요."

예의고 법도고 뭐고 간에 다 귀찮아서 나는 선수를 쳐 한꺼번에 절 올리는 것을 택했다. 아내도 나를 따라 덩달아 외쳤다.

"할머니, 아버님, 어머님! 절 받으세요."

말하는 모양새가 우리 집에 있을 때보다 목소리도 크고 활기가 넘쳤다. 그만큼 나고 자란 곳이 친숙해 덜 어려운 모양이었다.

"이 아이가 명주 신랑이냐?"

"네, 어머님!"

할머니의 말에 장모가 할머니의 귀에 대고 크게 말씀하셨다. 아무래도 귀가 좀 먹은 모양이셨다. 그런데 나도 참 한심한 놈이었다.

사랑 놀음에만 시간가는 줄 몰랐지, 오늘에서야 아내의 이름이 귀에 들어오다니. 어쩌면 이렇게 공교로울 수가 있는가? 전생에서 내 이름이 윤 흥이었고 환생에서도 윤 흥 이듯이, 아내의 이름도 명주라는 이름은 똑같지 않은가! 다만 성만 '강 씨'와 '김 씨'로 다를 뿐이지. 나는 묘한 인연에 다시 한 번 아내를 새삼스럽게 바라보았다.

이때 장인은 나를 잠시 자세히 바라보더니 한 마디 툭 던졌다.

"생각보다는 덜 어리군."

이렇게 지나가는 듯한 말투로 나를 품평하듯 한마디 툭 던진 장인은, 바로 딸에게 눈길을 주시고 말씀하셨다.

"잘 하고 있는 게냐?"

"네, 아버님!"

"시집살이는 어디 가나 고추당초보다 매운 법이다. 시어른 공경 잘하고 서방한테도 잘 해라."

"네, 아버님!"

딸에게 한 마디 하신 장인어른은 그 길로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하여튼 멋대가리 없는 양반은 오나가나 테를 내지. 좀 더 있다가 나가면 어디가 덧나나?"

푸념하던 장모님이 급히 표정을 수습하고 내게 물으셨다.

"사위! 오는 여정에 힘들지는 않았는가?"

"네, 장모님!"

"아직 나이 어려 잘 모를 테지만 어느 집안이나 고부 갈등은 있는 법이야. 여기서 서방의 위치가 굉장히 중요해. 공공연히 색시 편은 못 들어줘도, 돌아서서 잘 다독여주기만 해도 시집살이의 설움이 한결 덜하지."

"명심하겠습니다. 장모님!"

내가 의젓하게 대답을 하고 나니 할머니께서 한 말씀 하셨다.

"신랑이 너무 어려 어디 손이나 보겠누. 쯧쯧쯧.........! 명주만 밤마다 고생하게 생겼어."

"푸 하하하........!"

"호호호........!"

할머니의 말씀에 아내는 홍당무가 되었고 나는 참고 참았던 웃음을 터트렸다. 장모님도 덩달아 웃으시며 귓불이 발개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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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고맙습니다!

^^

읽어주시고 선작, 추천, 글 달아주신 모든 분들께 행운이 가득하시기를.......!

^^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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