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박인생-6화 (6/141)

<-- 가문의 영광을 위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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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아침.

내가 아직도 곤하게 자고 있는데 아내가 날 흔들어 깨웠다.

"서방님, 이제 그만 일어나세요."

"조금만 더 자고."

"더 늦기 전에 어머님한테 문안드리러 가야죠."

"에이, 귀찮아!"

"그게 사대부로서 할 소리예요?"

나의 말에 갑자기 뾰족하게 날이 서는 아내의 목소리였다.

"알았어, 알았다고. 일어나면 되잖아."

나는 곧 귀찮음이 역력히 묻어나는 표정으로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었다.

그리고 하인들을 소리쳐 불러 세수할 물을 대령하도록 했다.

가동들이 곧 세숫물을 대령하자 내가 곧 세수를 하는데 양치의 재료는 소금이요 도구는 손이었다. 물은 곧 우물에서 길어오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나는 내심 생각했다.

'집안에 작두 펌프라도 마련하여 하인들이 고생을 덜 하게 하고, 죽염치약이라도 만들고, 돼지털로 만든 칫솔이라도 만들어 제대로 양치를 해야겠다.'

는 생각을 했다. 나는 생각이 일자 바로 행동에 옮겼다.

가동 하나를 불러, 서자지만 큰 형 되는 흥정을 오도록 했다.

"불러 계시옵니까? 도련님!"

"이제 장가도 갔는데 도련님이 뭐야?"

"그럼, 뭐라고 불러야 할지.......?"

"아버님도 돌아가셨으니 내가 이집 가장 아니야?"

"맞습니다."

"그럼 앞으로는 '가주(家主)'로 부르도록 해."

"알겠습니다. 가주님! 그런데......."

"다름이 아니라 세 가지를 만들도록 해."

나는 곧 윤 흥정을 방안으로 불러들여 불을 밝히고, 부인에게 문방사우를 가져오도록 했다. 그리고 일필휘지로 쓱쓱 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작두 펌프와 칫솔의 외양이었다. 그리고 펌프 같은 경우는 내부 구조도도 그려 알아듣도록 설명을 시작했다.

"만드는 것은 모두 주물로 가능할 것이니 어렵지 않을 거야. 여기서 특히 주의 할 것은 파이프 즉 쇠관의 끝에는 구멍이 뚫려 그곳으로 물을 흡입할 수 있도록 하고, 또 이 패킹이라는 것은 작두의 원통과 간극이 가급적 적도록 해야 할 것이야."

흥정의 표정을 흘끔 살핀 나의 말이 이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무가 귀할 것이니 무두질한 소가죽이나 대체할 다른 무엇을 찾아보도록 해. 펌프질을 할 때는 미리 마중물이라는 일정량의 물을 미리 부어 땅 밑의 물이 딸려오도록 해야 할 것이야. 무슨 이야기인지 알아들었어?"

"대충은 요."

"물론 단번에 되리라고 기대는 안 해. 무수한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내가 지도하면 곧 만들 수 있을 거야. 그리고 한 가지 명심할 것은 이것이 우리 가문에서 판매할 상품 중의 하나가 될 테니, 명심하고 되나가나 만들 생각은 말아."

"네, 가주님!"

이어 나는 칫솔과 죽염치약 만드는 방법도 설명을 했다.

"나무로 이 형상대로 만들어 빳빳한 돼지털을 이 나무에 심는 거야. 그런데 그냥 심으면 제대로 고정이 안 될 테니, 완전히 구멍을 뚫어 뒷면에서 단단히 고정하는 방법을 쓰도록 해. 아니면 틀을 이중구조로 만들던지."

"또 죽염 치약은 소금을 대나무 통속에 넣고 가마에서 굽는 방법이야. 내가 알기로 문헌에는 아홉 번 구워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 구체적인 방법은 나도 잘 몰라. 진흙으로 소금이 든 죽통을 막고 굽는 다는데 대충 그렇다는 것만 알고, 제작을 하면서 시행착오 중에 수정하도록 해. 이 두 제품 또한 우리 가문의 주된 상품이 될 테니, 대충 대충 얼렁뚱당 만들 생각은 버려. 알겠지?"

나의 물음에도 흥정의 대답이 없었다. 아니 옆의 부인마저도 두 눈이 동그래져 마치 외계인 쳐다보듯 했다. 하긴 내가 어떻게 보면 외계인이 맞을 지도 몰랐다. 나는 그런 두 사람의 표정을 무시하고 다그치기만 했다.

"알았어, 몰랐어?"

"가주님! 가주님이 어려서부터 천재인 줄은 알았지만 도저히 열 살이라고 믿기지가 않아서......."

"실없는 소리 말고 곧 착수하도록 해. 또 그 결과를 내게 보고하도록 하고."

"네, 가주님!"

곧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러가는 흥정을 외면하고 나는 부인에게 말했다.

"상투 좀 제대로 틀어봐. 엉망이 되었잖아?"

"핏........! 정말 서방님의 얼굴을 보면 열 살이 맞긴 한데........ 어젯밤부터 저는 뭐에 홀린 기분이 드니......."

"그런 눈으로 날 보지 마. 앞으로는 놀랄 일이 더 많을 텐데, 벌써부터 그런 눈으로 보다가는 사시(斜視)되기 딱 좋아."

"호호호.......! 알았어요, 서방님!"

내 앞으로 달려들어 그 예쁜 얼굴을 내 면전에 들이대고 요리저리 빙글거리는 아내의 모습이 나는 너무 귀엽고 예뻤다. 그래서 나는 아내의 이마에다 꿀밤을 주며 말했다.

"위대한 신랑을 놀리는 거야, 뭐야?"

"아이고, 아파라!"

아내가 과장되게 아파하며 울상을 지었다.

"정말 아파?"

나는 아내가 장난인 줄 알면서도 아내 앞으로 한 무릎 달려들어 이마를

'호, 호~!'

하고 불어주며 아내를 달랬다.

"됐지?"

"호호호........! 네! 자상한 우리 서방님!"

아내가 행복한 표정으로 웃으며 곧 내 머리를 매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상투가 다 틀어지자 아내가 동경을 들이대며 말했다.

"보세요. 얼마나 예쁜지? 열 살 도령이 상투 틀고 있는 모습이."

"지금 나, 놀리는 거야?"

"아니 예요. 절대 아니 예요."

아니 라고 극구 부정하고 있지만 아내의 이마에는

'나 지금 놀리고 있거든요!'

라고 씌어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더 이상 장난칠 생각이 아니라, 동경에 눈이 고정되어 있었다.

"뭘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보세요."

"아니야. 그만 가자고."

나는 내심 이 동경도 '유리로 만든 거울'로 대체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고 있었다.

대체 역사 소설을 쓰다보면 이계에 떨어져 시대에 앞서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게 되는데, 그런 과정 속에서 내 머리에는 수많은 제품의 작법들이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었다. 거울 아니 유리도 몇 번의 시행착오만 거치면 만들 자신이 있었다.

나는 다정하게 아내의 손을 잡고 방을 나섰다.

그러자 아내가 잡힌 손을 슬며시 빼며 말했다.

"누가 보면 어쩌시려고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남?"

그렇게 말하며 나는 슬며시 아내의 손을 다시 끌어다 꼭 잡았다. 이번에는 아내도 빼지 못하고 사방만 연신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며 어머니가 계신 내원으로 향하는데, 중간 중간에 바삐 움직이는 하인들과 마주치기도 했다. 그럴라치면 아내가 손을 빼내려고 용을 썼지만 절대 그것은 불가능했다. 내가 악력을 전부 동원해 이를 저지했기 때문이었다.

그럭저럭 하다 보니 내원의 문을 넘어 어머니가 거주하는 내당에 이르렀다.

"어머니, 기침(起寢)하셨습니까?"

"들어오너라!"

어머니의 음성이 왠지 힘없이 들렸다.

두 사람이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어머니는 이미 엷은 화장을 마친 상태로 보료 위에 단정히 앉아 계셨다.

"밤새 평안하셨습니까? 어머니!"

"너희들도 잘 잤고?"

"네, 어머님!"

내가 일부러 대답을 하지 않자 아내의 모기소리만한 작은 음성만이 실내를 울렸다.

"애비는 왜 답이 없는 게야?"

"잘못 잤습니다."

"뭐?"

나의 대답에 어머니가 깜짝 놀란 얼굴로 반사적으로 되물으셨다.

"며늘아기가 밤새 괴롭히기라도 한 것이냐?"

"네!"

"호호호........!"

나의 대답에 어머니는 한 손으로 입을 막고 크게 웃으셨고, 아내는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려는지 주위만 두리번거렸다.

"아가야!"

"네, 어머님!"

아내가 여전히 목까지 붉어진 채 모기소리만한 음성으로 대답을 했다.

"잘 했다."

"네?"

어머니의 말에 이번에는 아내가 당황하여 얼른 어머니의 표정을 훔쳐보고는 고개를 내렸다.

"그래야 손을 빨리 볼 지니, 잘한 일이란 말이다. 앞으로도 저 아이를 절대 잠을 재우는 일이 없도록 해라."

"어머니! 누구 말려죽일 일 있어요?"

"호호호......! 성가시면 후손을 생산해내겠지."

"에이 참, 어머니도. 때가 되어 뭐가 좀 영글어야......."

나의 말이 여기에 이르자, 아내가 어머니 몰래 살짝 내 옆구리를 꼬집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예리한 어머니의 눈을 속이지는 못했다.

"지금 너희들 내 앞에서 사랑 놀음 하는 게냐?"

"아, 아닙니다. 어머님!"

급 당황한 아내가 서둘러 변명을 했다.

"그래도 보기는 좋다. 나도 네 아비와 그럴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사람은 지하에 있으니........"

어머니의 안색이 돌연 흐려지며 신세타령을 했다.

"어머니!"

"왜?"

분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내가 힘차게 부르자 어머니가 눈을 들어 이유를 물었다.

"삼칠 일이 지나면 이 사람의 친정에 다녀오고 싶습니다."

"너는 출가외인이라는 말도 못 들어봤느냐? 가긴 어딜 가?"

"근친(覲親)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곳에 다녀오면 바로 외가 집에도 어머니 모시고 한 번 다녀오고 싶습니다."

"그래?"

어머니의 얼굴이 급 방긋이 되어 반기셨다.

왜 아니겠는가? 어머니는 시집 온 이래로 부모님은 물론 얼마 전에 오빠가 돌아가셨을 때도 못 가보신 어머니이시다. 그러니 얼마나 반가우셨겠는가.

"좋다! 다녀오도록 해라. 대신 약속을 어기면 안 된다!"

"네, 어머니! 제가 누구의 아들입니까? 어머니의 대쪽 같은 성품을 물려받은 아들이니 그런 실언은 없을 것입니다."

"오냐! 네 말을 믿으마. 그만 나가서 일 봐라! 피곤해서 좀 쉬어야겠다."

"네, 어머니!"

어머니의 추방령(?)에 아내가 어머니 몰래 가는 한숨을 내뱉었다.

안도의 한숨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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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생각보다 선작과 추천이 많네요!

약속대로 한 편 더 올리겠습니다!

^^

늘 좋은 날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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